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84
383화. 청백 대항전 (2)
두두두두-!
청군이 먼지구름을 일으켜 혼란을 일으키고, 그 사이 백수룡이 백군의 대장기수인 남궁수를 직접 노리는 전략.
그러나 이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선, 백군 최강의 조합인 청룡오망을 이쪽에 묶어 둬야 할 필요가 있었다.
‘선생님이 적장의 영웅건을 빼앗기 전에 저들이 알아채고 합류하면, 아무리 선생님이라도 동시에 당해 내긴 어려워.’
그래서 당소소는 자신이 직접 청룡오망을 묶어 두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청룡신협의 병사들이여! 목숨을 걸고 저들을 막아라!”
당소소는 선두에서 기수들을 이끌고 청룡오망을 상대하기 위해 달려 나갔다. 그 표정은 죽을 자리임을 알고도 사지(死地)로 나아가는 장수처럼 비장했다.
“더 빨리! 이랴!”
“……이랴는 너무한 거 아니냐.”
당소소의 말, 목형우는 투덜거리면서도 열심히 발을 놀렸다. 십 년간 군대에 있었던 몸은 명령에 저절로 반응하고 있었다.
“으하하하! 다 죽여 주마!”
헌원강은 청군의 진형을 마구 휘저으며 기수들의 영웅건을 빼앗고 있었다. 그의 긴 팔이 휘둘러질 때마다, 적병의 목을 추수하듯 청색 영웅건이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후우웅-!
목형우는 거상웅의 돌진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마른 침을 삼켰다.
‘부딪치면 뼈도 못 추리겠군.’
거상웅은 청룡학관에서 가장 큰 거인인 데다, 그 기수인 헌원강도 상당히 큰 키였다. 둘의 조합은 웬만한 기수들은 한참을 올려봐야 할 높이를 만들어 냈다.
“겁먹지 마라! 놈들도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 똑같다! 포위해서 공격해!”
청백 대항전에서는 내공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무공의 고하에 영향을 덜 받고, 모든 학생이 최대한 비슷한 조건에서 운동회를 즐기게 하기 위한 규정이었다.
하지만…….
“저, 저건 괴물이잖아!”
“백수룡 선생님은 대체 뭘 만들어 낸 거지…….”
“쟤들 정말 내공 안 쓰는 거 맞아?”
청군의 기수들에게 경악과 공포가 번져 나갔다.
청룡오망이 만든 기마는 다른 기마와 차원이 달랐다.
압도적인 높이와 질량에서 오는 위압감만으로도 무시무시한데, 속도도 그 어떤 기마보다 빨랐다.
“정녕 청군에는 이 헌원강을 상대할 장수가 없단 말인가!”
헌원강은 앙천대소를 터트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의 말인 거상웅은 철벽같은 육체로 적군의 말을 박살 냈으며, 좌익과 우익인 여민과 위지천은 적들의 날개를 모조리 꺾어 버렸다.
“백수룡은 어디 있나! 겁쟁이처럼 숨어 있지 말고 나와라!”
청룡오망에게 쓰러진 기마가 다섯을 넘어가자, 청군 전체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피식.
입가에 거만한 미소를 띤 헌원강이 겁먹은 적들을 내려보며 말했다.
“안 온다면 내가 가지. 이랴아!”
헌원강과 대치하고 있던 당소소는 입술을 깨물며 특단의 대책을 내렸다. 그녀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내며 외쳤다.
“방백현 선배! 유이란 선배! 군소진 선배!”
청군에서 가장 뛰어난 기수들이 집결했다.
그 탓에 전체적인 진형이 급속도로 무너졌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니, 이게 뭐라고…….”
묘하게 익숙한 긴장감에 목형우는 마른 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전장에서나 느끼던 긴장감을 운동회에서 느낄 줄이야.”
자신이 미쳐 가는 걸까?
혹은 어깨 위에 앉아 있는 당소소의 광기에 전염된 걸까?
“……아니, 미친 것은 청룡학관 그 자체다.”
목형우는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이제는 그저 이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기마전의 광기에 몸을 맡기자,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렇게 목형우는 한 마리의 전투마가 되었다.
“히히히힝!”
당소소는 자신의 역할에 완전히 몰입한 목형우의 정수리를 가볍게 토닥여 주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무리하지 말고 차륜전을 펼치겠습니다! 저들도 사람인 이상 지칠 거예요!”
청군의 정예 기마 네 기가 청룡오망을 포위했다.
“워어, 워어…….”
지금까지와는 수준이 다른 적들이었기에, 헌원강도 허벅지를 조여 흥분한 거상웅을 다독이며 신중히 움직였다.
그 사이 당소소는 아군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란 선배는 좌측을, 방백현 선배는 우측을, 군소진 선배는 뒤를 맡으세요.”
청군의 기수들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여기서 청룡오망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기마전에서 승산은 없다는 사실을.
‘선생님이 대장기수를 쓰러뜨려 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양측 기수들은 곧바로 충돌하지 않고 천천히 원을 그리면서 대치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양측의 기수들이 말의 이마를 찰싹 때리는 것을 신호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랴아아!”
“이랴아아!”
잠시 후, 양측의 기마가 격돌하면서 먼지구름이 크게 피어올랐다.
* * *
“기다리고 있었다.”
남궁수는 그렇게 말하며 이마의 백색 영웅건을 한 번 더 질끈 동여맸다. 그리고 가볍게 손가락을 풀었다.
두둑, 두두둑.
섬섬옥수에서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궁수는 차분한 시선으로 질주해 오는 백수룡의 기마를 바라봤다.
“전력이 열세인 군대가 택할 수 있는 전략은 한정돼 있지. 유격전, 혹은 기껏해야 적의 장수를 기습하는 것.”
“남궁수-!”
백수룡이 타고 있는 말은 악연호, 좌익은 명일오, 우익은 일학년 영호식이었다.
전부 몸이 날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기마의 파괴력보다는 속도를 중요시한 조합.
달리 말하면 치고 빠지기에 최적화된 조합이었다.
“처음부터 나를 칠 생각이었나.”
백수룡의 생각을 읽은 남궁수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맺혔다.
“가소롭기 짝이 없군.”
야수혁은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남궁수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난 학기의 악몽 중 하나가 떠올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냉혈수라마왕…….”
잠시 그렇게도 불렸던 적이 있었으나, 남궁수는 그 별명을 결코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유치하기 때문이었다.
“곽두용. 진의협. 적장의 영웅건을 베어 오도록.”
““예!””
남궁수의 명령에, 그의 곁을 호위하고 있었던 두 기의 기마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두두두두-!
그들은 곽두용, 진의협을 기수로 한 선생들로 이루어진 기마대였다. 웬만한 학생들보다는 확실히 한 수 위의 전력이라 할 수 있었다.
두 기마와 백수룡의 거리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남궁수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백수룡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백수룡! 나 신력도 곽두용이 너에게 일기토를 신청한다!”
드디어 자신도 활약할 순간이 왔다는 생각에 흥분한 곽두용이 말을 재촉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곽 선생님! 혼자서는 무립니다!”
뒤에서 진의협이 소리쳤으나 곽두용은 듣지 않았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자신이 활약할 기회가 올지 장담할 수 없었으니까.
“덤벼라 백수룡!”
지금 백수룡은 내공을 쓰지 못한다. 체격과 힘이라면 곽두용은 강사들 중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승부는 찰나에 결정되었다.
“커허억!”
스쳐 지나가듯 곽두용의 영웅건을 벗겨 낸 백수룡은 그의 옆구리를 발로 툭 밀었고, 곽두용은 백군의 다른 기마들과 뒤엉켜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곽 형!”
백군 쪽의 다른 신입강사인 진의협은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면서 달려오는 백수룡을 경계했다.
그는 곽두용처럼 만용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시간을 끌면서 다른 기마들의 지원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서두르지 마라! 시간을 끌면서 전진만 늦춰도 우리가 훨씬 유리하다!”
진의협이 주변의 기마들에게 외친 순간이었다.
터어엉!
악연호가 힘껏 땅을 박찼다.
동시에 좌익과 우익에 있던 명일오와 영호식이 말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악연호의 등을 힘껏 밀었다.
휘이이익!
백수룡을 태운 악연호가 하늘을 날았다.
진의협은 고개를 들어 그 모습을 멍하니 올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말이 뛰어오르는 건 반칙 아닙니까?”
“규칙 설명할 때 그런 말은 없던데.”
진의협이 백수룡의 목소리를 들었을 땐, 그는 이미 몇 기의 기마를 뛰어넘어 남궁수를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이랴아!”
백수룡은 고삐(악연호의 머리카락)를 바짝 당겼다.
비록 명일오와 영호식이 중간에 낙오하긴 했지만, 기수와 말만 살아 있으면 기마전은 계속할 수 있었다.
게다가 둘을 희생시키며 추진력을 붙여 준 덕분에 속도가 더욱 올랐다.
‘여기까진 계획대로.’
남궁수를 노려보는 백수룡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승부가 시작된 이상, 봐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과연 청룡신협이군! 내공을 쓰지 않고도 저런 움직임이라니!”
“보고도 믿기지 않아요. 설마 단기로 적진을 돌파할 줄은…….”
“우, 우리가 보는 게 운동회가 맞는 건가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관중들은 백수룡의 신들린 듯한 움직임을 보며 감탄사를 터트렸다.
혼자서 적진을 돌파하더니, 이제는 적의 대장인 남궁수를 잡아서 기마전을 끝내 버릴 기세였다.
유일하게 남궁수만이, 무언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지척까지 다가온 백수룡을 바라볼 뿐이었다.
“……역시 넌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군.”
“그럼 막아 보시든가!”
남궁수는 허벅지에 힘을 줘 야수혁을 전진시켰다. 그리고 손가락을 독수리의 발톱처럼 구부렸다. 백수룡이 남궁수를 덮친 순간이었다.
파바바박!
두 강사의 손가락이 부딪칠 때마다 단단한 목검끼리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났다. 아래에서는 말들이 유리한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보법을 밟기 바빴다.
‘더 몰려오기 전에 속전속결로 승부를 낸다.’
백수룡은 남궁수를 상대하는 한편, 야수혁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는 제자들의 습관을 전부 알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움직임을 더 선호하는지, 공격을 할 때 어떻게 회피하는지.
달리 말하면, 그걸 역으로 이용하는 것은 백수룡에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남궁수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야수혁을 말로 고른 게 너의 패인이다.’
백수룡은 야수혁의 실수를 유도했다. 남궁수와 외공만으로 금나수 대결을 펼치는 것도 제법 재미있었지만, 기마전에서 이기는 것이 우선이었다.
“어엇?”
결국 야수혁의 발이 꼬여서 휘청이는 순간, 백수룡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내가 이겼다.”
그런데 그 순간, 야수혁의 움직임이 백수룡의 예상에서 벗어났다.
“백수룡.”
남궁수였다. 그는 하체의 힘만으로 야수혁의 몸을 틀었다.
백수룡의 손이 남궁수의 영웅건이 아닌 허공을 움켜쥐고, 결과적으로 절묘하게 움직인 야수혁은 악연호의 뒤를 잡았다. 이제 반대로 악연호의 몸이 휘청였다.
“너만 네 제자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나?”
“……!!”
등 뒤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백수룡은 남궁수가 평소 정리벽에 가깝게 학생들의 습관이나 버릇 따위를 빼곡하게 정리해 둔다는 것을 떠올렸다.
최근에는 천무제 준비 때문에 청룡오망에 대한 정보를 그에게 공유했다는 사실도.
백수룡은 하늘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한숨을 쉬었다. 새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당했군.”
그 순간 남궁수의 금안이 번뜩이더니, 그의 손이 벼락처럼 움직여 백수룡의 영웅건을 낚아챘다.
“백수룡. 네 패배다.”
청룡학관의 일타강사는 무심한 표정으로 패자를 내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