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419
418화. 처음 만난 날의 이야기
“석 달 동안 옛 서고에만 밤낮으로 드나들다가 발길을 뚝 끊었다던데. 무언가 성과가 있었더냐?”
마뇌가 의중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이십칠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어디를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무엇을 하는지. 할 수만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아내려 했을 것이다.
만약 이십칠호가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가장 크게 곤란을 겪을 사람은 모든 계획을 추진한 마뇌였다.
때문에 감시는 철저했다.
아주 사소한 일로도 의심을 받았고, 끊임없이 충성심을 증명해야 했다.
지금도, 그는 마뇌가 묻는 질문에 만족할 만한 대답을 내놓아야 했다.
“예. 만족스러운 성과가 있었습니다.”
마뇌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이십칠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자 마뇌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호오. 그게 정말이더냐?”
하루하루가 외줄 타기 같은 상황에서, 네 사부들이 있는 뇌옥과 옛 서고만이 마뇌의 시선이 닿지 않는 장소였다. 두 곳에서 벌어진 일은 아무리 마뇌라도 알지 못했다.
“교주님께서 은혜를 내려주신 덕분에, 그들의 무공을 더욱 뛰어나게 개량시킬 방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뭐라?”
마뇌가 놀란 표정으로 이십칠호를 바라봤다.
설마 저런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이미 절세신공이라 불리는 무공들을 개량할 방법을 찾았다니?
마뇌가 표정을 싸늘하게 굳히며 말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좋으나, 내 앞에서는 신중하게 말해야 할 것이다. 나는 허풍선이를 경멸한다.”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이십칠호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네 사부의 신공들을 개량할 방법에 대해 마뇌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왜냐면 본인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였거든.’
뇌옥에 갇힌 사부들은 스스로의 무공을 끊임없이 고민했고, 이론만으로는 갇히기 전보다 더 진보한 상태였다.
그것을 옛 서고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낸 것처럼 마뇌를 속여넘긴 것이다.
“놀랍군……!”
마뇌는 혈교에서 손에 꼽히는 고수였다.
이십칠호의 말이 허황된 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신공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인지 구분할 능력은 충분했다.
“네 재주가 실로 뛰어나구나. 옛 서고에서 그러한 방법들을 찾아낼 줄이야.”
“전대 교주님들께서 남기신 서책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하! 그분들께서 네 충성심을 기특하게 여기신 모양이다!”
마뇌의 표정에 의심이 걷히고, 만족스러운 미소가 맺혔다.
물론 여전히 이십칠호를 완벽하게 믿지는 않았다. 그런 날은 끝까지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절세신공을 개량할 수 있는 교관을 함부로 내치진 못할 테니까. 자연스레 발언권도 더 커져, 이쪽에서 무언가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로님. 대업을 위해 한 가지 청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허락하마.”
마뇌는 기꺼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웬만한 부탁은 대부분 들어줄 것처럼 너그러운 표정이었다.
“십 년은 긴 시간이지만, 절세신공을 온전히 연구하기에는 충분하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교의 어린 것들에게 실험 삼아 가르치면서 시간을 낭비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으음…….”
“부디 무공 실험은 재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방금 전, 이십칠호는 마뇌에게 더 개량된 무공을 약속했다.
그 대가로 이 정도의 부탁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논리적으로 문제 될 것이 전혀 없었으며, 그리 어려운 부탁도 아니니까.
그러나 예상과 달리, 마뇌는 고개를 저었다.
“불가하다. 다른 부탁을 들어주도록 하지.”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교주님께서 직접 명하신 일이다.”
혈교에서 교주의 명령은 절대적.
의문을 품는 즉시 마뇌의 눈꼬리가 사납게 변할 것이다.
이십칠호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너를 부른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너에게 무공을 배울 어린것들 말인데……. 상황이 조금 변했다.”
“변했다는 것이 무슨 말씀이신지…….”
이십칠호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마뇌가 바깥을 향해 내공을 담아 말했다.
“들어오게 하라.”
잠시 후, 많아 봤자 십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네 명의 소년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장로님을 뵙습니다!””
이십칠호는 그들이 들어온 순간부터 예리한 눈으로 근골을 살폈다. 교관이 된 이후로 생긴 습관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눈이 점점 커졌다.
“장로님. 저 녀석들은…….”
[실험용이라기엔 과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전음이었다.
내공을 사용할 수 없는 이십칠호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마뇌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전음을 보냈다.
[본교가 천하를 이 잡듯이 뒤져서 찾아낸 기재들이다. 운이 좋았다면, 소교주 후보가 될 수도 있었겠지.]“……!”
어쩐지 하나같이 근골이 뛰어나고 총명해 보이더라니.
혈교에서 자란 저 나이대의 어린것들은 대부분 눈에 독기가 가득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저 아이들은 달랐다.
불안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눈빛에, 호기심을 담아 이십칠호를 힐긋거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째서 제게?”
[이것 또한 교주님께서 직접 명하신 일이다.]팔대가문이나 장로의 자식들, 교도들의 자식들 중 자질이 출중한 아이들도 소교주 후보가 되긴 하지만, 외부에서 자질이 뛰어난 아이들을 찾아 데려오기도 한다.
그들에게 경쟁을 시켜 가장 뛰어난 후보가 소교주가 되고, 교주에게 직접 역천신공과 교리를 전수받아 교주가 된다.
하지만 지금의 교주는 그 모든 전통을 거부했다.
[교주께서는 천음절맥이 아니면 후계자로 들이지 않겠다 천명하셨다. 허나 천하를 이 잡듯이 뒤져도 천음절맥은 찾을 수 없었다.]마뇌는 평소보다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방금 전 이십칠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데 대한, 약간의 부채감 때문인 듯했다.
[혹여 마음이 변하실까 하여 천하의 뛰어난 기재들을 찾아 교주께 진상하였으나, 그중 누구도 눈에 차지 않아 하셨지.]두 사람 앞에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는 네 명의 소년 소녀들도 그렇게 거절당한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본인들은 그런 사실은 모른다고 마뇌는 설명했다.
[비록 천음절맥은 아니지만, 하나를 가르치면 적어도 다섯은 깨우칠 만큼 뛰어난 기재들이다. 아직까지 그 어떤 마공에도 입문하지 않았고, 본교의 대법과 벌모세수를 받아 어떤 무공이든 순식간에 익혀 낼 기반을 만들어 두었지.]즉, 누구나 탐을 낼 만한 인재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장로들 중에서도 저 아이들을 탐내는 이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마뇌의 계획에 흥미를 느낀 혈마는 저 아이들을 마뇌에게 보냈다.
[알겠느냐? 네가 해야 할 일은 무공 실험이 아니다. 훗날 교주님을 곁에서 보필하고, 무림일통의 대업을 선봉에서 이루어 낼 무인들을 키워 내는 위대한 업적인 것이다.]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이십칠호는 조용히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뿐이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 따위로는 안 된다. 네 모든 것을 걸고 완수해야 할 사명이니.”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그제야 마뇌는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까부터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소년 소녀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여기 있는 교관을 스승으로 생각하고 섬겨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예!””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었다.
이십칠호는 그 아이들을 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 자신과는 근본부터가 다른 존재들.
어렸던 이십칠호의 근골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의 재능은, 수많은 사선을 넘으며 갈고닦은 것이었다.
“너희가 무공을 완성하는 날, 본교의 대업이 시작되리라!”
마뇌가 눈빛을 번들거리며 하는 말을, 이십칠호는 이렇게 해석했다.
‘너희가 무공을 완성하는 날, 마뇌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나를 죽이려 하겠지.’
이십칠호는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으로 소년 소녀들을 바라봤다.
곧 대단한 무공을 익힌다는 사실에 설레하는 표정들을.
“보안이 철저한 숙소와 연무장을 내어줄 것이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무공 수련에 전념하도록 해라.”
““예!””
“좋다. 모두 나가 봐도 좋다.”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이십칠호는 마뇌에게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그 뒤를 네 명의 소년 소녀가 조용히 뒤따랐다.
새로운 숙소로 향하는 길에, 이십칠호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저, 교관님.”
“…….”
“저희는 어떤 무공을 배우게 됩니까?”
“…….”
“장로님께 들었는데. 굉장한 절세신공을 배우게 될 거라고…….”
이십칠호가 대답하지 않자, 소년 소녀들은 저희들끼리 뒤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들은 마뇌가 알려 준 숙소에 도착했다.
마뇌의 장담대로 보안이 철저한 곳이었다.
오는 길에 몇 번의 검문을 거쳐야 했고, 교의 중심지에서 꽤나 떨어져 있어 기밀을 유지하기에도 좋아 보였다.
“오! 여기 되게 좋은데.”
“새로 지은 건물이군.”
“연무장도 되게 넓어.”
숙소를 둘러보는 소년 소녀들의 표정은 설렘과 기대로 들떠 보였다. 앞으로 지내게 될 곳에는 없는 게 없었다.
연무장을 스윽 둘러본 이십칠호도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등 뒤에서 불만에 찬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런데 저 교관. 정말 믿어도 되는 건가?”
“듣기로는 단전이 망가졌다던데…….”
“정말? 그럼 무공을 가르칠 수나 있는 거야?”
“쉿. 듣겠다.”
“내공 없으면 못 들을걸.”
이십칠호는 그 말을 무시하고 성큼성큼 연무장으로 걸어갔다. 한쪽에 무기를 걸어 둔 벽이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채찍을 집어 들더니, 벼락처럼 돌아서며 휘둘렀다.
짜아아악!
채찍이 공기를 찢어발기고, 그 끝에서 앳된 비명들이 터져 나왔다.
촤악! 촤악! 촤아악!
옷이 찢어지고 핏물이 튀었다. 살이 터지고 처절한 비명이 숙소에 가득 울려 퍼졌다.
이십칠호는 멈추지 않았다. 상대가 저항할 생각조차 못 하도록 사납고 거칠게 매질했다.
연무장의 바닥이 피로 흥건해지고, 비명들이 흐느낌으로 변한 후에야 그는 채찍을 멈췄다.
“제, 제발 그만…….”
“살려 주세요…….”
“교, 교관님…….”
“죄송합니다…….”
이십칠호는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는 소년 소녀들에게, 높낮이가 없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첫 번째 규칙. 내가 묻기 전에는 입을 열지 않는다.”
“……!”
“두 번째 규칙. 지금부터 내 명령에 절대복종한다.”
“…….”
“다른 규칙들은 하나씩 정하도록 하지.”
이십칠호는 얼굴에 튄 피를 손등으로 대충 닦아 냈다. 여전히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너희가 지금까지 본교에서 어떤 대접을 받아 왔는지는 관심 없다. 오늘부터 너희의 생사여탈권을 쥔 사람은 나다. 그 사실을 명심하도록.”
“…….”
“알겠나?”
““아, 알겠습니다…….””
비로소 자신들이 어떤 인간에게 무공을 배우게 됐는지 깨달은 아이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것이, 옛 제자들과 처음 만난 날의 이야기.
‘…….’
제삼자의 시점에서, 백수룡은 공포와 분노로 일그러진 옛 제자들의 얼굴을 우두커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