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490
490화. 다른 방법 (1)
-무공을 가르쳐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옛 스승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백수룡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
사호는 의아한 눈빛으로 옛 스승을 바라봤다. 그는 자신이 자연스럽게 수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다.
-어째서?
사호는 전성기의 녹림투왕조차 뛰어넘는 경지를 이뤘다.
뇌옥에 갇힌 탓에 이론으로만 완성한 녹림투왕의 절세외공은, 혈교의 네 번째 사도의 육체에서 완벽하게 꽃을 피웠다.
물론 기초를 가르치거나 다른 무공과 융합하는 방법은 옛 스승이 가르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과거에도, 그는 내공을 쓸 수 없는 몸으로도 익히지 않은 무공들을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이해하고 가르쳤으니까.
하지만 녹림십팔식 하나만 깊게 파고든 무인에게라면, 그리고 어느 한계에 부딪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모르십니까? 저들은 정체돼 있습니다.
사호의 시선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거상웅과 야수혁에게로 향했다. 웬만한 무인이라도 혼절하고 남을 충격이었을 텐데, 벌써 회복한 모양이었다.
“끄으윽…….”
“빌어먹게 세잖아…….”
사호가 보기에, 거상웅과 야수혁은 이미 상당히 뛰어난 수준까지 몸이 단련돼 있었다.
축복받은 근골과 뛰어난 습득 능력.
어째서 옛 스승이 아직까지 맹호투를 가르치지 않았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가르쳤다면 분명히 티가 났을 것이다.
-제가 가르친다면, 저들은 정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백수룡은 그 말을 순순히 인정했다. 제자들의 상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거상웅과 야수혁의 무공이 최근에 정체되기 시작한 것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허락할 수는 없다.”
-어째서?
“네가…….”
백수룡은 순수한 의문을 담은 사호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겐 옛 제자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예전의 나처럼 하리라는 걸 아니까.”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는 게 힘겨운지, 목소리 끝이 살짝 흔들렸다.
“……선생님?”
“왜 그러세요?”
바닥에 드러누워 숨을 몰아쉬던 청룡오망이 고개를 들고 백수룡을 바라봤다. 스승의 목소리가 평소와 크게 다르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백수룡은 제자들이 지금껏 본 적 없는 굳은 얼굴로, 방금 전까지 그들과 어울려 공을 찬 사내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게 문제가 됩니까?
사호는 이해가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 못지않은 근골과 무재를 가진 젊은 무인이 둘.
변해 버린 옛 스승을 이해하기 위해, 스승처럼 그들에게 무공을 가르쳐 보고자 했다.
자신이라면, 저 둘을 지금보다 훨씬 더 쓸모 있게 만들 수 있었다.
때문에…… 설마 반대할 줄은 몰랐다.
자신이 배웠던 그대로 가르칠 테니 안 된다고?
이상하게 그 순간, 조금 화가 났다.
“그래. 그래서 안 된다.”
-나는 다른 방법은 모릅니다.
“…….”
옛 스승은 묵묵부답이었다.
사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당신은 내가 당신을 이해하길 바라지 않는 건가?
“네가 겪은 그 방법은…….”
잠시 머뭇거리던 백수룡은 입술을 한번 깨물곤 말을 이었다.
비록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언젠가 옛 제자들을 만난다면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건 잘못된 방법이었다.”
“…….”
그러니 허락할 수 없다.
잘못된 방법으로 가르친 제자가, 그것이 옳다고 믿으며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백수룡은 결코 용인할 수 없었다.
저벅.
백수룡은 사호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그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당시로써는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지만, 분명 더 나은 방법이 있었다. 너에게 꼭 그걸 알려주고 싶었다.”
“…….”
사호의 눈빛에서 서서히 감정이 사라졌다.
백수룡은 옛 제자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 이야기를 더 들어다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 따로 자리를 옮겨서…….”
콰앙-!
지축을 뒤흔드는 진각에 백수룡이 멈춰 섰다.
그 순간 청룡오망이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은호는 털을 바짝 세우며 발톱을 드러냈다.
우우웅-!
우우웅-!
창룡신검과 적월이 동시에 진동하며 주인에게 위험을 경고했다.
그러나 사호는 백수룡을 공격하지 않았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날 선 경고였을 뿐.
-듣고 싶지 않습니다.
그 한마디를 남긴 후, 사호는 몸을 돌려 경공을 펼쳤다.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담장을 넘어 사라졌다.
“……너희가 잘못했다는 뜻이 아니야.”
모든 잘못은 내게 있으니, 다시 가르쳐 주고 싶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데.
백수룡은 순식간에 멀어지는 사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
급격히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서, 야수혁이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뭔 일인지는 몰라도 밥은 먹고 가지…….”
“넌 이럴 때도 밥 타령이 나오냐?”
“대체 뭐 하는 인간을 데려온 거야!”
다들 백수룡의 눈치를 보며 야수혁을 구박하는 가운데, 거상웅은 사호의 기척이 멀어지는 방향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설마…….”
* * *
“총각. 오늘은 웬일로 일찍 안 나가네?”
“…….”
작게 고개를 끄덕인 사호는 주점 주인이 소반에 받쳐 가져온 음식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만둣국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뽀얀 국물은 뜨끈뜨끈했고, 그 안에는 큼직한 만두 다섯 개가 그릇을 꽉 채우고 있었다.
“많이 먹어. 총각이 만두를 원체 좋아하니까, 원래 우리 가게 차림표에는 없는데 우리 마누라가 특별히 만든 거야.”
“…….”
“내가 살면서 만두를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니까? 어제는 너무 많이 줬나 싶어서 남길 줄 알았는데…… 혼자서 그걸 어떻게 다 먹었대? 전에 봤던 그 총각이랑 같이 먹었나?”
“…….”
사호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만둣국을 먹기 시작했다. 일일이 설명하기도 귀찮았을뿐더러, 주방에서 몰래 이쪽을 힐긋거리는 여인의 눈빛에서 어떤 기대가 잔뜩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물우물.
오늘따라 만두 속이 실한 덕분에, 목이 메어서 그릇을 두 손으로 잡고 국물을 후루룩 마셨다. 그럴 때마다 주방에서 흐뭇하게 웃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건 잘못된 방법이었다.
“…….”
어쩌면, 옛 스승에게 사도들은 그저 전생의 기억에 불과할 뿐일지도 모른다.
-당시로써는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지만, 분명 더 나은 방법이 있었다. 너에게 꼭 그걸 알려주고 싶었다.
더 나은 방법이 있었다고?
이제 와서 그걸 알아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한편, 그가 말한 더 나은 방법이란 게 무엇일까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왜 자신은 듣고 싶지 않다고 했던 걸까.
“…….”
사호는 미간을 찌푸린 채, 국물까지 깨끗하게 비운 그릇을 가만히 바라봤다. 별생각 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다 먹어치웠다.
“세상에. 벌써 다 먹었어? 한 그릇 더 줄까?”
끄덕.
고개를 끄덕인 사호는 자리에 앉아 주점 안을 둘러봤다.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시간이라 가게 안에는 주인 내외뿐이었다.
오늘은 별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옛 스승을 관찰하는 것도 지겹고, 청룡학관에 가서 학생들을 지켜보는 것도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교로 돌아가야 하나.’
돌아가서 일사도에게 청룡신협의 정체에 대해서 알리고, 모든 것을 맡기는 간단한 방법도 있었다.
그렇게 하면 복잡한 머릿속이 깨끗해질까?
“…….”
그러다 문득, 사호는 고개를 돌려 주점으로 들어오는 입구를 바라봤다.
잠시 기다리자 닫아 놓은 문밖에서 누군가가 인기척을 냈다.
“계십니까-!”
갑자기 들려온 목청 좋은 사내의 목소리에, 주점 주인이 움찔 놀라서 바깥을 향해 소심하게 말했다.
“그, 미안하외다. 아직 장사할 시간이 아니라서…….”
“이른 시간에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사람?”
주점 주인은 고개를 돌려 사호를 바라봤다.
이곳에 찾아올 사람이라곤, 말을 못 하는 저 총각뿐이었으니까.
목소리를 낮춘 사내가 사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총각 손님이오? 불편하면 없다고 말하고 쫓아낼까?”
“…….”
사호는 고개를 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방금 하는 말도 다 들렸을 것이다. 그는 직접 걸어가서 문을 활짝 열었다.
“실례합니…… 여기 계셨군요!”
“만두 형씨!”
거상웅과 야수혁이었다. 그리고 야수혁의 머리 위에는 은호가 몸을 말고서 무언가 못마땅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둘 다 워낙에 거구인지라, 두 명이 들어온 것만으로 안 그래도 좁은 주점이 반 이상 들어찬 듯한 착각이 들었다.
가게 안에서 나는 냄새를 맡은 야수혁이 킁킁 코를 벌름거리더니, 히죽 웃으며 말했다.
“와, 이 형씨 만두 진짜 좋아하네. 아침부터 또 만둣국을 먹었수?”
반면, 거상웅은 사호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춰 포권을 취했다.
“갑작스럽게 불쑥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
평소에는 거상웅이 야수혁보다 훨씬 넉살이 좋은 성격이지만, 상대의 정체를 어느 정도 짐작했기에 감히 그럴 수 없었다.
“…….”
“혹시 오해를 하실까 봐 말씀드리는데, 뒤를 밟은 것은 아닙니다. 방향만 대충 알면, 타지에서 온 사람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
고개를 끄덕인 사호는 그들을 탁자로 안내했다.
거구의 사내 셋이 탁자 하나에 둘러앉자, 주변에 있는 물건들이 모두 작아 보였다.
“하하. 의자가 조금 작군요.”
“선배가 돼지처럼 살이 쪄서 그런 건 아니고?”
“이 자식아. 눈치가 있으면 좀 공손하게 있어 봐라.”
야수혁의 뒤통수를 때린 거상웅은 사호에게 실없이 웃어 보였다. 그러나 이어진 말은 결코 실없게 느껴지지 않았다.
“실례인 줄은 알지만, 선배님께선 말을 돌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정이신 것 같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거상웅이 표정을 굳히자 야수혁도 덩달아 긴장했다. 주점 주인 사내는 눈치껏 주방으로 들어갔다.
“혹시 선생님의 예전 제자십니까?”
“…….”
사호는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대답이 충분했는지, 거상웅과 야수혁 모두 놀란 표정이 되었다.
“역시…….”
“형씨가 익힌 외공, 우리랑 같은 거 맞지?!”
흥분한 듯 상기된 표정으로 묻는 둘에게, 사호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누군가가 알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딱히 변명을 생각해 두지도 않았다. 어차피 곤란하게 되는 쪽은 옛 스승일 테니까.
오히려 지금은, 누가 시비라도 걸어온다면 기꺼이 응해 줄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사호도 그다음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사형! 부탁드립니다!”
“저희한테 무공 좀 가르쳐 주십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두 덩치가 포권을 취하며, 자신에게 무공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
그들의 스승에게는 알리지 않고 온 것이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