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514
514화. 뭘 거실 겁니까?
합동수업은 오전과 오후로 일정이 나뉘어 있었다.
그중 오전 시간은 학생들이 서로 다른 학관의 강사들에게 지도를 받아 보는 교환수업으로, 청룡학관에서는 주작학관 학생들이 가장 기대했던 청룡신협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주작학관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최근 무림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인공인 청룡신협이, 사파의 마두처럼 눈을 희번덕거리며 학생들에게 달려들 것이라고는.
“뭐, 뭡니까 갑자기!”
“누구 마음대로 이런……. 커헉!”
“진짜로 휘둘렀어!”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한 주작학관 학생들이 당황하는 동안, 백수룡은 적월을 몽둥이처럼 휘둘렀다.
빠악! 빠악! 빠악!
세 명이 저항도 해 보지 못하고 배를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은 경악한 얼굴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내 말이 농담 같나?”
저벅. 저벅.
백수룡이 걸어가는 만큼 학생들이 뒷걸음질 쳤다. 적월을 어깨에 툭 걸친 백수룡이 주위를 스윽 둘러봤다.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안 차리는 놈은 어디 한 군데 부러질 테니 각오해. 요령 피우는 놈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다들…….”
일부러 잠깐 말을 끈 백수룡이 입꼬리를 사납게 말아 올렸다.
그 섬뜩한 살기에 오한을 느낀 학생들이 부르르 떨었다.
“죽을 각오로, 아니면 날 죽일 각오로 덤벼라.”
“……!”
그렇게 시작된 청룡신협의 특강.
주작학관 학생들의 비명이 대연무장 가득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야…….”
“새삼스럽네…….”
“우리도 저랬지…….”
지난 학기 수업을 수강한 청룡학관 학생들은 백수룡에게 실시간으로 두들겨 맞는 주작학관 학생들을 지켜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들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예전에 맞았던 곳이 쑤시는지 움찔움찔 몸을 떠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다른 학관 애들이라고 너무 살살하는 거 아니야?”
“눈 찌르기랑 흙 뿌리기는 너무 평범한데. 그 정도는 쟤들도 다 해 보지 않았겠어?”
“선생님! 얼굴에 침 뱉기랑 낭심차기도 보여 주세요!”
“저는 예전에 머리채도 잡혔다고요!”
“……피가 조금 더 나야 하지 않을까?”
청룡오망은 아예 주전부리까지 꺼내 먹으면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주작학관 학생들을 누구보다 열심히 응원하면서 훈수까지 두었다.
“힘내라 주작학관!”
“옥면음랑이라고 부르면 흥분해서 동작이 커질 거야! 그때를 노려!”
“……원강아. 쟤들을 다 죽일 생각이냐?”
“진짜 죽일 각오로 공격하세요! 어차피 여러분은 무슨 짓을 해도 선생님 털끝 하나 못 건드릴 테니까!”
“위지천, 넌 진짜…….”
대체 누구 편인지 모를 제자들의 악담에 백수룡의 이마에 혈관이 돋았지만, 일단은 주작학관 학생들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너희는 이따가 두고 보자.”
이런 백수룡의 수업 방식에 놀란 것은 주작학관 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청룡학관 강사들이야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하는 모습이었지만, 주작학관 강사들은 ‘이래도 돼?’라는 얼빠진 표정이었다.
“저게, 십존……?”
사마영은 벙찐 얼굴로 학생들 한복판에 뛰어들어 날뛰는 백수룡을 바라봤다.
그녀가 기대한 것은 절세고수로 추앙받는 무인의 금과옥조 같은 조언과 시범이었지, 웬 사파의 왈패가 나타나서 학생들을 두들겨 패는 장면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 수법이 눈에 흙 뿌리기, 낭심차기, 얼굴에 침 뱉기, 걸쭉한 입담과 낯뜨거운 음담패설로 심리전을 거는 등, 뒷골목에서나 볼 법한 추잡한 방법들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예전에도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긴 했지만…….”
그동안 명성이 강호를 진동시킬 만큼 높아졌으니, 조금은 점잖아졌을 줄 알았는데.
백수룡은 여전히 백수룡이었다.
“으하하하하!”
돌연 커다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주작학관과 청룡학관 강사들이 동시에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염왕이 수염이 출렁일 정도로 껄껄 웃고 있었다.
“내 학생들을 가르친 지 수십 년이다만, 저런 식으로 무공을 지도하는 선생은 처음이구나!”
성격이 꼬장꼬장하기로 유명한 주작학관주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자신의 학생들이 두들겨 맞는 것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백수룡의 비열한 수작에 주작학관 학생들이 나가떨어질 때마다, 그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거 소문이 부족한 면이 있군. 무공만 대단한 것이 아니야.”
염왕이 백수룡을 강사로서 높게 평가하자, 노군상은 자신이 칭찬을 들은 것처럼 흐뭇하게 웃었다.
“형님. 저 모습을 보니 옛날 생각 나지 않습니까?”
“클클. 고릿적 이야기를 할 셈이냐? 뭐……. 예전의 무림이 훨씬 거칠기는 했지.”
과거 염왕은 성격이 불같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출수부터 하는 성정 탓에, 정파의 고수들과도 숱하게 문제를 일으켰던 위인.
“형님이 소싯적에 결딴낸 사파 잡것들이 동산 하나는 이룰 겁니다.”
“군상아. 네놈은 아닌 것처럼 말하는구나?”
노군상도 젊었을 적에는 만만찮게 성격이 드센 인물이었다.
얼마나 드셌는지, 두 사람의 인연이 만나자마자 한판 붙으면서 시작되었을 정도였다. 그러다 의외로 죽이 잘 맞아서 금세 친해졌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니 인생이란 참으로 신기한 것이었다.
혈교가 망하기 이전의 무림을 기억하는 두 사람에겐 백수룡의 수업 방식이 은근히 반갑기까지 했다.
염왕은 백수룡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압도적인 무공을 가지고도 딱 필요한 만큼만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군. 기침만 해도 쓰러질 아해들에게 굳이 흙을 뿌리고, 낭심을 찬다? 저렇게 비열하게 웃는 것도 그렇고……. 출신성분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만?”
염왕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지레 찔린 노군상이 어색하게 웃었다.
“허허. 의심스럽다니요? 저래 보여도 정파 출신이 확실합니다. 수업 내용에 철저한 것뿐이지요.”
“어째 변명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허허허…….”
가만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사마영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염왕에게 말했다.
“할아버, 아니 관주님. 그냥 두고만 보실 건가요?”
“그러면?”
“말려야 하지 않을까요? 이러다가 저희 학생들이 전부 결딴나게 생겼는데…….”
염왕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두거라.”
백수룡이 무자비하게 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아주 세밀하게 강도를 조절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보기만 해도 섬뜩한 저 칼날이 진작에 피를 잔뜩 머금었으리라.
“아이들에게도 잊지 못할 귀한 경험이 될 게다. 저 녀석들이 어디 가서 이렇게 당해 보겠느냐?”
“그건 그렇지만…….”
주작학관의 교육은 좋게 말하면 안정적이고 체계화되어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상당히 규격화된 면이 있었다.
염왕은 그 사실을 이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학생들의 부족한 실전 경험과 독기를 채워 줄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어쩌면…….”
천무학관을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고강도의 무공 수련이 아니라, 저렇게 실전에 가까운 경험과 강렬한 동기부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누구나 저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이, 주작학관 애송이들! 실력이 고작 이것밖에 안 돼? 소문보다 한참 못 미치잖아?”
학생들을 농락하며 연무장을 휘젓고 다니는 백수룡의 모습은 사파에서 최소 십 년은 구른 인간말종이 따로 없었다.
염왕이 그 모습을 보며 클클 웃었다.
“보고만 있는 나도 살살 약이 오르는데, 학생들은 오죽 열이 받을까.”
관주의 예상대로, 처음에는 두려움으로 가득하던 주작학관 학생들의 표정에 점점 독기가 차오르고 있었다.
“큭…….”
주작학관 학생회장 사마현은 흐르는 코피를 손등으로 스윽 닦아 냈다. 소년의 눈이 오기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일 학년은 삼재진을! 이 학년은 육합진을! 삼사 학년들은 구궁진의 중심축이 돼 저학년들과 보조를 맞춰라!”
학생회장의 일갈에 정신을 차린 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진법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연습이 돼 있었는지 그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눈빛들이 제법 봐 줄 만해졌는데?”
백수룡은 잠시 멈춰 서서 학생들이 진법을 완전히 갖추기를 기다렸다. 동시에 주작학관 학생들을 두루두루 살폈다.
‘개개인은 대부분 청룡오망에 미치지 못하지만, 전체적인 수준은 더 높아.’
괜히 천무제에서 준우승을 여러 차례 한 것이 아니었다.
냉정하게 평가해서 학생들의 평균적인 수준은 청룡학관보다 높았으며, 일부 특출난 학생들은 청룡오망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염왕의 손자도 상당히 돋보이고.’
특히 사마현은 같은 학년인 헌원강과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었고, 그 외에도 몇몇 인상 깊은 학생들이 보였다.
다만, 백수룡이 가장 기대하고 있었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백수룡은 사마현에게 물었다.
“연소하는 어디 있어?”
“잘 모르겠습니다.”
특수소재로 만든 쥘부채를 꺼내 든 사마현이 고개를 저었다. 눈에 쌍심지를 켠 와중에도 어른이 묻는 말에는 공손히 대답하는, 가정교육을 잘 받은 소년이었다.
“연소하 선배는 평소에도 수업을 빼먹는 일이 많은 편이라서요. 아마 어딘가에 숨어서 부족한 잠을 채우고 있지 않을지…….”
“그 녀석. 망나니였군.”
미간을 좁힌 백수룡이 한마디로 연소하를 정의하자, 사마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편입니다.”
“뭐, 나중에 따로 만나 보도록 하고.”
백수룡은 자신을 포위한 채 전의를 불태우는 학생들을 둘러보며 즐겁게 웃었다.
“햇병아리들. 준비 끝났으면 다시 덤벼 봐.”
“공격-!”
진법을 이룬 주작학관 학생들이 이를 악물고 다시 백수룡에게 덤벼들었다. 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기세였다.
“이거, 흥이 나서 도저히 가만히 못 있겠구나!”
그것을 지켜보던 염왕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성큼 앞으로 나섰다.
그는 청룡학관 쪽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이쪽으로…….”
청룡오망이 가장 먼저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움찔하는 가운데, 그들 앞에 선 염왕의 입매가 호선을 그렸다.
“너희들도 구경만 하고 있으려니 좀이 쑤시지 않더냐?”
“아뇨. 지금 완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헌원강이 소심하게 반박해 보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화르르르륵!
염왕의 등 뒤에서 화염이 치솟더니, 곧 거대한 새의 형상을 이루었다.
활짝 펼친 날개의 길이만 십 장에 이르렀고, 넘실거리는 불꽃이 아지랑이를 피워 냈다. 전설 속 주작의 형상이었다.
불꽃의 신수가 만들어 낸 후끈한 열기에 주변 온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하지만 청룡학관 학생들의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한 것은 단순히 그 이유 때문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허공으로 떠오른 염왕이 장포를 펄럭이며 그들을 내려보고 있었다.
“청룡학관 아해들아. 너희도 어디 마음껏 재롱을 떨어 보려무나.”
“자, 잠깐만요!”
“저희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지금껏 남의 일인 양 구경만 하던 청룡학관 학생들의 표정이 다급해지는 순간이었다.
* * *
“……나 아직 살아 있지?”
“이게 무슨 수학여행이야…….”
“즐겁게 놀다 오라면서요…….”
사방에 앓는 소리가 가득했다.
현 십존과 전대 십존에게 지독한 특강을 받은 후, 대연무장에 널브러진 학생들에게서 쏟아지는 원성과 비난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 광경을 만들어 낸 백수룡과 염왕은 흡족한 미소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올해 청룡학관은 확실히 독기가 있구나.”
“주작학관 학생들도 상당히 수준이 높아서 가르치는 맛이 있습니다.”
“거리가 멀지 않으니 종종 오늘처럼 교류하면 어떻겠나?”
“좋습니다. 이번처럼 중간 지점을 정해 놓고 만나면 오가는 시간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듣는 학생들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태연하게 주기적으로 이런 짓을 벌일 계획을 짜는 그들이 악마처럼 보였다.
물론 학생들도 알고 있었다.
평생 만나 보기도 힘든 절세고수를 상대로 싸워 보는 것이, 무인에게 얼마나 큰 경험이 되는지를.
“청룡신협. 진짜 엄청나게 강하구나…….”
“진짜 사파고수랑 싸우는 줄 알았잖아. 저게 다 연기인 거지?”
“나 극양무공 처음 봐. 엄청나게 까다롭구나.”
“가까이에서 보니까 열기가 어마어마하더라.”
또한 평소에 익숙한 선생님들이 상대 학관을 상대로 신위를 떨치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스레 자신들이 얼마나 행운아인지 알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다만 그 뒷정리를 해야 하는 강사들은 한숨이 나올 뿐이었지만.
“허허. 형님은 아직도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 못지않습니다그려. 하마터면 새로 맞춘 단체복이 홀라당 타 버릴 뻔했지 뭡니까?”
“적당히 해야지, 두 사람 때문에 대연무장이 엉망이 됐잖아요!”
노군상과 사마영이 두 사람에게 핀잔을 주었으나, 둘 다 뻔뻔하기로는 학관제일이라 효과는 없었다.
대연무장을 다시 쓸 수 있도록 정리하는 동안, 치료가 필요하거나 탈진한 학생들은 휴식을 취하거나 의원에게 데려갔다. 두 절세고수가 워낙 요령 좋게 때린 덕분에 금세 회복하고 올 터였다.
잠시 쉬는 동안, 염왕이 노군상에게 다가가 물었다.
“군상아. 나와 간단한 내기를 하지 않겠느냐?”
“예? 갑자기 내기라니요?”
노군상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가운데, 한쪽에서 그 말을 들은 백수룡이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방금 내기라고 하셨습니까?”
웬만해서는 누가 먼저 그런 말을 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호오. 자네는 흥미가 있나 보군.”
“어떤 게 걸렸느냐에 따라 다른데……. 뭘 거실 겁니까?”
백수룡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자, 오히려 염왕이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어떤 내긴지 물어보는 게 먼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