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583
583화. 아, 미안하다
“졸업생 친선비무의 우승자는 옥면신검 백무흔 대협입니다-!”
우와아아아아!
관중석이 떠나갈 듯 커다란 함성이 울렸다. 겨울의 찬 공기가 후끈하게 달아오를 정도로 대단한 열기였다.
본격적으로 천무제를 시작하기 전에 흥을 돋우기 위한 친선비무였음에도 불구하고, 격이 다른 대결을 보여 준 두 검객에게 관중들은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수많은 인파가 비무에 대한 감상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내 평생 잊지 못할 비무였소이다!”
“옥면신검……. 어떻게 저런 검의 달인이 여태껏 무명소졸이나 다름없었단 말입니까?”
“실로 신검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습니다.”
“비무에서 패했음에도 승자에게 별호를 선물한 멸절신니의 인품에도 탄복했소이다!”
두 사람이 보여 준 무공에 대한 평가부터 시작해, 옥면신검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어쩜. 저 나이에도 저리 헌앙하실 수 있을까요?”
“나이가 뭐가 어때서요? 오히려 중년이라 더 좋은걸요!”
“옥면(玉面)과 신검(神劍)이라……. 과장되었다고 할 자들도 있겠지만, 실제로 이 자리에 있었다면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멸절신니가 지어 준 백무흔의 새로운 별호에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당사자인 백무흔만은 민망함에 잔뜩 붉어진 얼굴이었다.
“크흠…….”
비무대에서 내려온 백무흔에게 청룡학관의 강사들과 학생들의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학생주임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부럽습니다. 남들은 평생 노력해도 갖기 힘든 별호를 두 개나 동시에 얻으셨으니…….”
“둘 중에 뭐가 부러우신데요?”
“그야 신검보다는 아무래도 옥면이…….”
강사들은 그나마 점잖게 입가를 씰룩이며 농을 건네는 정도가 전부였지만, 학생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학생주임 놀리기에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때, 백무흔에겐 다행히도 웅성거림을 잠재울 만큼 선명한 육합전성이 울려 퍼졌다.
“잠시 휴식하겠습니다.”
친선비무로 달아오른 열기를 가라앉힐 겸 천무학관주가 휴식을 선언하자, 인파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관중들은 저희끼리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잠시 볼일을 보기 위해 움직였다.
끝없는 축하 인사에서 겨우 벗어난 백무흔은 아들의 옆자리에 털썩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후우. 비무대 위에선 괜찮았는데, 끝난 이후에 더 진이 빠지는구나. 고작해야 친선비무인데 이렇게까지 축하를 받을 일인가 싶기도 하고……. 넌 또 왜 그렇게 보는 게냐?”
백수룡은 그 어느 때보다 민망해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당장 놀려 먹을 수 있는 많은 말들이 떠올랐지만, 오늘은 그냥 짧고 간단하게 진심만 전했다.
“비무대회 우승. 축하드려요.”
아들을 바라보며 잠시 말이 없던 백무흔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녀석. 고맙다.”
삼십 년 전에 이루지 못한 용봉비무 우승.
이 나이에 다시 비무대회에 나가 환호를 받으니 민망하고 멋쩍은 것도 있었지만, 기쁜 것 또한 사실이었다.
이제는 청룡학관의 후배들이자 학생들이 이 기분을 느끼게 해 줄 차례였다.
“청룡학관은 주목하거라!”
노군상의 목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관주가 할 일은 매극렴에게 전부 맡겨 두고 강사들과 함께 친선비무를 편하게 관람한 노군상이었다.
그는 들뜬 학생들을 부드러운 시선으로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휴식 시간이 끝나면 곧 첫 번째 공식 경기가 시작될 게다.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학생들은 충분히 몸을 풀어 두도록 하거라.”
“예!”
힘차게 대답한 몇몇 학생들이 일어나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청룡오망 중에서도 두 명이 겉옷을 벗어 두고 전신의 근육과 팔다리를 쭉쭉 늘려 주었다.
“백무흔 선생. 선배로서 학생들에게 힘이 될 만한 말씀을 부탁하겠네.”
노군상의 호명에 백무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학생들을 보며 웃어 주었다.
자신 또한 이런 적이 있었다.
기대감과 긴장, 초조함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순간.
그때 도움을 준 이가 학생주임 매극렴이었다.
-긴장할 것 없다. 누가 보면 우승 후보라도 되는 줄 알겠구나. 여기까지 온 것도 운이 좋은 줄 알아야지.
-……여기까지 와서 꼭 초를 치셔야 합니까. 그럼 기권할까요?
-누가 기권하라고 했더냐? 긴장하지 말고 마음 편히 하라는 게지. 용봉비무에서 우승한다면 분명 대단한 일이지만, 패배한다 해도 괜찮다. 너는 아직 어리지 않더냐?
-…….
-학관끼리의 경쟁에 학생이 다쳐선 안 되지. 우승에 목매지 말고, 다치지 않는 선에서 네놈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오너라.
-진짜죠? 그럼 저 편하게 합니다?
-……내 말을 제대로 듣긴 한 게냐?
백무흔은 그날을 떠올리며 학생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췄다.
“긴장할 것 없다. 너희가 그간 수련해 온 대로만 하면 승산은 충분할 것이다. 그러니 다치지 말고, 평소대로 보여 주고 오면 된다. 알겠느냐?”
““예!””
사기충천한 학생들이 목청이 터져라 대답했다.
다른 오대학관 학생들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들을 힐긋거릴 정도였다.
“저 자식들이 자꾸 노려보는데?”
“내버려 둬라. 무시당하는 것보다야 견제당하는 게 백배 낫지.”
히죽 웃은 거상웅은 헌원강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곤 앞으로 나섰다. 그 옆으로 야수혁이 따라나섰다.
“수혁아. 가자.”
“금방 다녀오겠수다!”
잠시 후 시작될 천무제 첫 공식 경기에, 청룡학관의 흑백쌍웅이 출전할 예정이었다.
* * *
천무제의 대회 진행 관계자가 학관마다 돌아다니며 안내 사항을 외쳤다.
“첫 번째 경기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짧은 휴식을 취하는 동안, 천무학관 측에서 첫 번째 공식 경기를 진행하기 위해 여러 곳에 대결 장소를 마련했다.
천무제 기간인 칠주야 동안, 오대학관은 하루에 하나씩 대표 종목을 겨루며 거기서 얻은 종합 점수로 최종 성적을 가린다.
그 밖에 따로 마련된 번외 종목에서는 누구든 자유롭게 겨룰 수 있지만, 번외 종목에서는 승리해도 천무제 종합 점수에 반영되지 않는다.
“첫날 공식 종목은 항상 같았지. 외공 대결이다.”
남궁수는 착 가라앉은 눈으로 대회가 준비되는 것을 지켜봤다. 무게를 짐작하기 힘든 쇳덩어리들과 십팔반병기들. 그리고 사람의 형태를 한 걸 비롯해, 독특하게 생긴 각종 기관장치들이 설치되고 있었다.
“외공 대결 종목은 지난 십 년간 항상 구파일방, 특히 소림의 제자들이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천하공부출소림(天下功夫出少林).
천하의 모든 무공이 소림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말이다.
실제로 모든 무공이 소림에서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천하의 수많은 무공이 소림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특히 신체를 단련하는 부분에 있어서 소림의 무학은 독보적인 경지에 이르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역사가 깊은 문파일수록 대대로 전해지며 발전시켜 온 신체 단련법이 있기 마련일세. 천년소림의 비전은 그 세월만큼이나 단단하지.”
소림의 제자인 노군상의 말이었다. 그의 시선은 천무학관 학생들이 있는 방향을 향했다.
노군상의 시선을 느낀 젊은 승려가 돌아서며 합장으로 인사했다.
소림신룡 일각.
전년도 용봉비무의 우승자이자 천무학관 학생회의 회장이었다. 십팔반병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무학의 천재였다.
“만약 저 아이가 나선다면, 상웅이나 수혁이도 쉽지 않을 게야.”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각은 몸을 풀고 있지 않았다.
대신 그 곁에서 일각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젊은 승려가 몸을 풀고 있었다. 체격이 흑백쌍웅 못지않게 거대한 이였다.
쿵! 쩌억! 퍼버벙!
발바닥이 땅을 찍을 때마다 진동이 일어나고, 손바닥이 허공을 칠 때마다 공기가 폭발했다. 가벼운 움직임에도 믿기 힘든 거력이 뿜어졌다.
그 움직임을 힐긋거리는 타 학관 학생들의 표정이 긴장으로 굳었다. 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느긋하게 천무학관 진영을 살펴보던 백수룡이 피식 웃었다.
“소림신룡은 안 나올 것 같지만, 소림은 출진할 모양인데?”
“나한권 일성. 소림신룡 일각보다 일 년 후배로, 외공에 있어서 만큼은 일각보다도 자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학생이다.”
남궁수의 분석에 듣고 있던 강사들이 낮게 침음했다.
외공으로는 그 소림신룡보다 뛰어난 학생이라니.
천무학관이 첫 종목부터 모조리 석권하려 작정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명단이었다.
심지어 작년에는 소림이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외공 대결에서 천무학관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저 녀석도 나왔군.’
권패 초일의 모습도 보였다. 다른 학생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며 팔다리를 풀어주고 있는데, 미소에서 여유가 넘쳐 보였다.
“곧 천무제의 첫 번째 공식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를 받은 천무학관주가 비무대 위로 올랐다. 육합전성이 다시 한번 넓게 울려 퍼졌다.
“천무제의 첫날 첫 번째 대결 종목은 외공입니다. 단순하게 힘만 겨루는 것이 아니라 유연성, 탄력, 지구력 등 신체 전반을 다루는 능력을 겨루게 될 것입니다. 우선 저기 보이는 기관장치가 학생들의 객관적인 능력을 시험할 것입니다.”
관중들의 시선이 대연무장 가운데에 설치된 기관장치를 향했다. 머리가 셋에 팔이 여섯 달린 아수라의 형상을 한 기관장치들이 길을 따라 배치돼 있었는데, 참가자는 오직 외공만으로 그 길을 통과해야 했다.
“기관진식에 들어서면 장치가 즉시 작동됩니다. 도중에 포기하고 싶은 학생은 언제든지 소리를 질러 포기하십시오.”
외공 대결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그들을 둘러본 천무학관주가 말을 이었다.
“기관장치를 통과한 이후, 합격한 학생들 간에 겨루는 박투비무를 진행하겠습니다. 두 가지 시험을 종합해 점수를 매길 것입니다.”
단순히 힘을 기르고 신체만 단련해서는 무인으로서 반쪽짜리라고 할 수 있었다. 그 기량을 실전에서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기에, 기관장치 통과보다 박투비무의 점수 반영 비율이 조금 더 높다고 했다.
“외공은 타고난 자질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깎아내느냐는 본인의 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천무학관주가 물러서자, 외공 대결에 참가한 학생들 전원이 비무대 위로 올라와 관중들에게 포권을 취했다. 후기지수들의 인사에 관중석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백수룡은 그사이에 당당하게 서 있는 흑백쌍웅을 바라봤다. 마침 제자들과 눈이 마주쳤다.
씨익.
“전부 찍어누르고 와라.”
백수룡이 중얼거린 순간, 흑백쌍웅의 입가에도 스승과 비슷한 미소가 맺혔다.
캬앙!
백수룡의 어깨를 관중석 삼아 앉아 있던 은호도 나름 크게 울부짖었다.
천무제의 첫 번째 공식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무학관이 준비한 기관장치를 역대 최단 시간에 돌파한 후기지수가 등장했다.
“바, 반 각 만에 저 많은 기관장치를 전부…….”
“정말 내공을 안 쓴 게 맞나?!”
두 사람이었다.
천무학관의 권패 초일과 나한권 일성.
관중들이 멍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너무나 가볍게 기관장치를 돌파한 그들은 평온한 얼굴로 다른 학생들의 순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조금 심심하지 않았나?”
“아미타불. 시주의 능력이 뛰어난 것이지요.”
겸양을 떠는 두 사람의 모습을 다른 참가자 학생들은 경악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자신들과 같은 기관장치를 돌파했다고 말하기에는 그들은 너무나 멀쩡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엔 일렀다.
콰아아아앙!
천둥이 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기관장치가 박살 났다. 각기 다른 곳에서 동시에 울린 소리였다.
이번에도 두 사람이었다.
청룡학관의 거상웅과 야수혁.
치이이이익…….
그들의 몸에서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방금 전까지 뜨겁게 달궈졌던 근육에서 뿜어지는 수증기였다.
“너 소림 출신이라며. 스님들은 고기를 못 먹는다던데 진짜냐?”
기관장치를 부수고 나온 야수혁은 일성에게 다가가며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 물었고.
콰아아아앙!
마찬가지로 기관장치를 부수고 나온 거상웅은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 냈다.
“음? 아, 미안하다.”
그리고 뒤늦게 발견했다는 듯, 일그러진 표정으로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초일에게 사과했다.
“너무 쬐끄만해서 안 보였다.”
“감히……!”
거상웅에게 놀림을 당한 초일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