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67
66화. 오해가 깊어지는 밤‘영약지체.’
나는 마음속으로 공 노인의 체질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
공 노인의 몸 안에는 엄청난 양의 탁기가 고여 있었고, 그것을 억누르기 위해 그만큼의 영약의 약기로 조화를 맞춰야 했다.
그런데 생사신의(生死神醫)의 특수한 대법에 의해 공 노인의 몸 안에는 탁기와 약기가 오랫동안 공존하면서, 두 기운이 한 몸처럼 달라붙어 버린 것이다.
그것이 내가 역천신공으로 공 노인의 몸에서 탁기를 빼내자, 약기도 함께 딸려온 이유였다.
‘보통의 무인들에게는 이건 그냥 독일 뿐이지만…….’
역천신공을 익힌 내게는 천고의 영약이나 마찬가지였다.
개인 과외를 돈이 벌려고 한 이유가 무엇이었나.
바로 역천신공의 성취를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영약을 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영약이 제 발로 나를 찾아온 셈이다.
‘천운을 얻은 건 공 노인만이 아니군.’
잠시 후, 몸 안에 들어온 탁기와 약기를 갈무리한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후우우…….”
숨을 길게 내뱉자 입에서 지독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몸 안에 새로 쌓인 탁기가 오래되고 지독한 탓이었다.
“허…….”
공 노인도 눈을 떴다. 그는 멍한 얼굴로 천장을 올려다봤다. 흑영이 달려와 공 노인의 몸 여기저기를 살폈다.
“어르신! 몸은 괜찮으세요?”
“……허허.”
“어, 어르신?”
“허허허허.”
“정신이 나가시다니……! 네놈이 기어이 사고를 쳤구나! 이분이 누군 줄 알고!”
채앵!
칼을 뽑아 든 흑영이 나를 향해 성큼 다가오는 순간, 그녀의 등 뒤에서 나직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멀쩡하니 소란 좀 떨지 말게. 날 얼마나 부끄럽게 할 셈인가.”
“어, 어르신? 괜찮으신 겁니까?”
“보면 모르겠나.”
공 노인이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한눈에 봐도 혈색이 전보다 좋아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몸이 가뿐해. 정말이었군. 허허. 탁기를 뽑아내다니……. 그런데 자네, 괜찮은 건가?”
“……예? 아, 괜찮습니다.”
공 노인이 왜 저런 질문을 하는지, 나는 거울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시체처럼 창백했던 것이다.
‘아직 반의반도 흡수하지 못했는데 이 정도라니…….’
내 몸으로 들어온 탁기와 약기는 아직 내게 완전히 흡수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려면 제대로 된 운공이 필요했다.
그걸 모두 설명할 수는 없기에, 나는 두 사람에게 대충 둘러댔다.
“탁기를 뽑아낸 부작용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후우. 괜찮아질 겁니다.”
숨이 차다.
오랜만에 느끼는 지독한 탁기에 시야가 조금 어지러웠다.
하지만 기분은 날아갈 듯이 좋았다.
식은땀이 흘렀지만 나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몇 번 더 오늘처럼 탁기를 뽑아낼 겁니다. 하지만 그러면 몸 안에 있는 약기도 함께 빠져나갈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어르신께 더 나은 방법이지만……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이네. 그런데…… 자네 정말로 괜찮은 건가?”
“하하. 괜찮습니다. 잠시 지나면……. 어라?”
비틀.
나도 모르게 몸이 휘청거렸다. 겨우 중심을 잡으려는데, 옆에서 누가 손을 뻗어 나를 받쳐 줬다.
흑영이었다.
그녀가 흔들리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은 겁니까?”
“아, 예. 뭐. 조금 어지럽네요.”
나는 간신히 중심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마에 땀이 흐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농축된 탁기와 약기를 너무 많이 받아들인 탓에 열이 난 것이다.
잠시 후 이걸 다 흡수할 생각에, 내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왜 그렇게 웃는 겁니까?”
“예? 뭐가요?”
“지금 당신 몸에 치명적인……. 아닙니다. 당신이 선택한 일이지요. 참견할 생각은 없습니다.”
뭔 소리야, 얘는?
내가 빤히 쳐다보자, 그녀는 내 시선을 피했다.
“고맙……습니다.”
“오. 그런 말도 할 줄 아네요. 난 또 발끈할 줄 알았는데.”
반쯤은 장난삼아 웃으며 한 말이었는데, 내 예상과 달리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왜 이래? 분위기 어색해지게…….’
큼큼. 헛기침한 나는 고개를 돌려 공 노인을 바라봤다.
그런데 공 노인도 흑영 못지않게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
“예?”
“코피 나네.”
“아?”
손등으로 코를 훔치자 시뻘건 피가 묻어난다.
나는 민망함에 어색하게 웃었다.
“코피가 나는 줄도 몰랐네요.”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
그냥 말을 하세요.
왜 이래 대체?
갑자기 진지해진 두 사람의 분위기를 나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무척 피곤하기도 했다.
평소보다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기분이다.
“……아무튼 두 분은 이제 쉬십시오. 본격적인 수업은 내일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운기도 하고 몸도 좀 씻어야겠어요.”
“……알겠네.”
“……네.”
나는 왠지 찜찜한 두 사람의 표정을 무시하고 돌아서서 방을 나섰다.
‘흐흐흐.’
몸 안에 들어온 탁기와 약기를 흡수할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났다.
‘공 노인의 몸에 쌓여 있는 탁기와 약기를 전부 흡수할 수 있다면…….’
역천신공의 성취가 일취월장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강사 때려치우고 의원이나 할까? 수입이 꽤 쏠쏠할 거 같은데.’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
백수룡이 방에서 나간 후.
“직접 겪고도 못 믿겠군. 생사신의도 어쩌지 못한 몸을…….”
공손수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가뿐한 기분을 느껴 보는 게 얼마 만이던가.
오 년, 아니 십 년은 되었다.
십여 년 전, 공손수는 격무에 시달리다 쓰러져 사경을 헤매었다.
운이 좋아 생사신의가 그의 몸을 돌보게 되었고, 그에게 특수한 대법을 처방받아 겨우 깨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생사신의도 그를 완치시킬 수는 없었다.
그를 쓰러지게 한 것은 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공손 노야. 계속 이렇게 살면 당신은 길어 봤자 오 년 정도 더 살 것이오. 오래 살고 싶다면 일선에서 물러나 요양하셔야 하오.
생사신의는 진지하게 그리 조언했으나, 당시 공손수는 그 말을 웃으며 흘려 넘겼다.
-됐으니 약이나 잘 처방해 주시구려.
그 후 온갖 영약과 몸에 좋다는 보약은 다 먹고, 몸을 움직이기 위해 어린 시절 이후 잊고 살았던 무공에도 입문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천자(天子)는 공손수에게 고향에 내려가 요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것은 유배나 좌천이 아니라, 천자가 진심으로 공손수를 아끼기에 처한 조치였다.
‘몇 년 고향의 풍경이나 구경하다 눈을 감을 줄 알았거늘…….’
뜬금없이 무공 과외를 받기로 한 것도.
이 나이에 청룡학관 입관 시험을 보겠다며 주책을 부린 것도.
얼마 남지 않은 삶, 무료한 일상에 심심풀이로 시작한 일이었다.
진심으로 가능할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방금 방을 나선 청년은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말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몸에 수십 년간 쌓여 온 탁기의 일부를 뽑아냈다.
그것만으로도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어쩌면…… 무공을 배우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허허…….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어르신.”
흑영이 그의 앞에 부복했다.
공손수가 알기로, 그녀는 굉장한 고수였다.
무공에 대한 조예도 자신보다 훨씬 깊을 것이기에, 공손수는 그녀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백 선생이 내게 한 일 말일세. 무공이 고강한 고수면 누구나 가능한 일인가?”
“불가능합니다.”
흑영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무공의 높고 낮음이 문제가 아니다.
백수룡이 한 일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무공은 대자연의 기를 흡수하고 탁기를 배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 반대의 경우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무림에는 흡성대법이라는 것도 있지 않나?”
“흡성대법은 상대의 내공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삼는 방법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온갖 내공이 뒤섞여 부작용으로 혈맥이 터져 버리기에, 마공으로 분류합니다.”
그렇다면 백수룡이 마공을 익힌 것인가?
흑영이 보기에는 아니었다.
비록 말투가 건방지고 행동이 짓궂기는 하지만, 그의 두 눈에는 정기가 가득했다.
“설령 흡성대법이라고 해도…… 탁기를 흡수하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흡성대법의 고수도 탁기를 몸 안으로 흡수하는 미친 짓은 하지 않는다.
몸을 망치기 때문이다.
차라리 독이라면 해독할 수라도 있지, 탁기는 오랜 시간을 들여 조금씩 배출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적어도 흑영 그녀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그랬다.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특수한 기공을 익혔다고 해도…….’
치명적인 독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아마 지금쯤, 백수룡은 탁기를 몰아내기 위해 전력으로 운기행공 중일 것이다.
……흑영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지금 백수룡은 공손수의 몸에서 흡수한 탁기를 역천신공으로 냠냠 흡수하며 싱글벙글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녀가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어쩌면…… 그는 오늘 적지 않은 수명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
깜짝 놀란 공손수가 눈을 부릅떴다.
백 선생이 자신 때문에 수명을 잃었다고?
어째서?
‘고작 은자 만 냥 때문에?’
서민은 평생 만져 볼 수도 없는 큰돈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 돈이 궁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탁기를 뽑아낸 부작용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후우. 괜찮아질 겁니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던 백수룡의 얼굴이 떠올랐다.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중심을 잡지 못해 비틀거리던 모습.
총기를 잃어 흐릿하던 눈빛.
흐르는 코피를 대충 손등으로 훔치며, 멋쩍게 웃던 모습이 연달아 겹쳐졌다.
“대체 왜 날 위해서…….”
“제 생각엔…… 책임감 때문이 아닐까요.”
“책임감이라니?”
흑영의 말에 공손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여기서 책임감이란 말이 왜 나온단 말인가.
흑영은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백 선생은 어르신을 반드시 청룡학관에 입관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에 어르신의 몸 상태를 알게 되었고, 그 상태로는 입관 시험을 치르는 것조차 어렵다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그래서?”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어떻게든 어르신의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 그 과정에서…….”
흑영이 짙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자신의 수명이 줄어들게 되더라도 말입니다.”
“그럴 수가……!”
흑영은 평생 주어진 명령에 복종하고, 자신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완수해야만 하는 인생을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졌을 거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문제는 공손수도 비슷한 종류의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흑영의 말을 단숨에 이해한 공손수는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사람을 잘못 보았군……!”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두 사람은 자기들의 기준으로 백수룡을 과대평가했다.
특히 흑영은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백수룡에게 몇 번이나 칼을 겨눴고, 어르신을 해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여러 번 협박하기까지 했다.
‘반반한 얼굴만 믿고 설치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줄 알았던 백수룡이, 사실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명마저 포기했다는 것(그녀의 머릿속에선 이미 기정이 되었다)을 알게 되면서 커다란 부끄러움을 느꼈다.
“허어……. 그에게 너무나 감당하기 힘든 은혜를 입었구나…….”
“예…….”
그렇게 백수룡에 대한 두 사람의 오해는 깊어져만 갔다.
물론, 당사자에게는 나쁠 것이 하나도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