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90
89화. 공손수 지원자! 오후 시험을 총괄하는 사람은 청룡학관 부관주인 화염도 곽철우였다.
“비무표를 받은 지원자들은 지정받은 비무대 뒤편 대기석으로 이동하시오!”
“학부모나 지인들은 관객석으로 가 주시길 바라오!”
“대련 상대는 제비뽑기를 통해 무작위로 선별되오! 물어봐도 나도 모른다고!”
“정숙! 정숙! 제발 정숙!”
엄청난 인파가 청룡학관으로 밀려들었다. 한참이나 통제를 하던 곽철우는 진이 다 빠져서 의자에 주저앉았다.
“대체 이럴 때 학생주임은 어딜 간 거야!”
분통이 터지는지 곽철우가 의자 팔걸이를 내리쳤다.
출입 인원 통제는 원래 학생주임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그 학생주임은 아까 자신을 찾아와 한마디를 툭 남겨 놓고 가 버렸다.
-부관주. 내 볼일이 있어 좀 다녀올 테니, 대신 인원 통제 좀 해 주시게.
-……예?
학생주임이 부관주에게 반말이라니!
게다가 아랫사람 부리듯이 일을 떠맡기다니!
‘대체 오대학관 중 어느 곳에서 이런 하극상이 벌어진단 말인가!’
바로 청룡학관.
학관에서 직위만 높을 뿐 짬밥으로도, 무공으로도, 무림의 배분으로도 매극렴에겐 안 되는 곽철우였다.
때문에 한마디도 따지지 못하고, 지금까지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중이었다.
곽철우가 조용히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두고 봐라. 내 언젠가 그 고약한 늙은이를 학관에서 쫓아내…….”
“그거 혹시 내 얘기인가?”
“헉!”
등 뒤에서 불쑥 말을 걸어온 노군상 때문에 곽철우가 펄쩍 뛰어올랐다.
“과, 관주님!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잖습니까!”
“고생이 많구먼. 좀 도와줄까 해서 왔지.”
“도와주긴 무슨……. 차, 창천검왕 선배님도 오셨군요.”
“오랜만이네. 혹시 이 늙은이의 도움도 필요한가?”
노군상 한 명만이라면 모를까, 감히 십존의 일원인 남궁제학에게 도와달라고 할 만큼 곽철우의 간이 크진 않았다.
‘늙긴 개뿔. 제일 젊게 생겨서는…….’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피부에 주름 하나 없는 남궁제학의 얼굴을 잠시 부러운 시선으로 보던 곽철우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여긴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두 분은 편하게 관람하십시오.”
“허허. 그럼 수고하시게.”
“고생하시게나.”
귀빈석으로 돌아온 노군상과 남궁제학은 뒷짐을 진 채로 청룡학관을 둘러봤다.
시험을 위해 마련된 열 개의 비무대.
그 주변 관중석은 이미 가득 들어차 있었다.
지원자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설렘, 그들의 가족들과 지인들이 보내는 응원의 열기가 멀리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노군상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이 시기만 되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지 않나? 솜털이 보송보송하던 애송이 무인 시절 말이야.”
“글쎄. 나는 그런 건 잘 모르겠군.”
남궁제학의 대답에, 노군상은 혀를 차며 친우의 젊은 얼굴을 바라봤다.
“자네는 아직도 솜털이 보송보송해서 그래. 환골탈태하면서 감성이 사라졌어. 하루하루 늙어가면서 옛 추억을 곱씹는 것이 노인의 덕목이란 말일세.”
“그래서 자네는 환골탈태하기 싫어?”
“제발 비결 좀 알려 주게.”
두 노인은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클클 웃었다.
남궁제학이 인파로 가득한 청룡학관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군. 원래 이 정도인가?”
“아니, 올해는 유독 많은 편이네.”
지난 십 년간 천무제에서 최악의 성적을 보여 준 청룡학관이었다.
때문에 입관 시험에 찾아오는 관객의 숫자도 점점 줄어드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찾아온 사람이 많았다.
노군상은 몇 가지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자네 때문이고.”
창천검왕 남궁제학.
무림에서 가장 강하다는 십존의 얼굴을 보기 위해, 수많은 무림인과 일반인들까지 찾아왔다.
실제로 두 사람을 향해 엄청난 시선이 쏟아지고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뭔가?”
“우리가 천무제 우승 후보이기 때문 아니겠나?”
노군상은 농담을 하며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올해 천무제. 제가 책임지고 청룡학관을 우승시키겠습니다.
그날 백수룡의 선전포고는 청룡학관을 넘어 도시 전체, 그리고 무림 전체로 퍼져 나갔다.
물론 아직까지는 어이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확실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청룡학관 입관 시험을 본 지원자들 중에 유독 재능 있는 아이들이 많은 것도, 백수룡의 선전포고의 영향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노군상은 그런 생각을 남궁제학을 돌아보았다.
“두고 보시게. 올해 천무제에서 청룡학관이 일을 낼 테니까.”
예전 같았으면 어림도 없다고 놀려 주었겠지만, 남궁제학은 그러지 않았다.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더군.”
“호오?”
마침 공손수 일행이 청룡학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남궁제학의 시선이 차례대로 공손수, 헌원강, 위지천을 향했다.
옆에 있는 노군상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을 향했다.
“저 셋을 가르친 사람이 한 명이라던데.”
“허어. 벌써 자네 귀에까지 그 녀석 이름이 들어갔나?”
“자세히는 모르니 좀 알려 주게.”
“백수룡이라고, 올해 신입 강사로 들어온 친구라네. 아, 저기 있군.”
노군상의 손가락이 한 방향을 가리켰다.
백수룡은 악연호 등 다른 임시 강사들과 함께 관객석을 돌아다니며 순찰하고 있었다.
남궁제학이 한동안 뚫어질 듯 그를 바라봤다.
“흐음. 별로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데. 얼굴 하나는 잘생기긴 했네만……. 한번…….”
“하지 말게.”
“……뭘?”
옆을 돌아보니, 표정을 굳힌 노군상이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
“시험해 보려 하지 말게. 우리 학관 선생이야.”
“흠흠. 내가 뭘 어쨌다고.”
괜히 찔린 듯 남궁제학이 헛기침을 했다.
백수룡을 한번 찾아가 보려고 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난 그저 무인으로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조금 궁금할 뿐이야.”
“부탁이니 하지 말게.”
“끙. 자네가 부탁까지 한다면야…….”
남궁제학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노군상의 표정이 그제야 풀렸다.
다시금 그의 입가에 웃음이 맺혔다.
“잘 생각했네. 괜히 시험해 보겠다고 나섰다가 망신당하면 자네도 이만저만 곤란하지 않겠나.”
“……그거 농담인가?”
“허허허허!”
워낙에 농담과 진담을 섞어서 하는 노군상이라, 남궁제학은 그의 묘한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었다.
‘저렇게 말하니 더 궁금하군.’
남궁제학의 시선은 한동안 백수룡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 * *
“……얼굴 뚫어지겠네.”
“또 어떤 여자인데요? 하여튼 이놈의 인기는…….”
악연호가 주변을 둘러보며 묻자, 백수룡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여자 아니다.”
차라리 여자였으면 이렇게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창천검왕.’
현 무림에서 최강자를 논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저렇게 멀리서 쳐다보는데도 피부가 따끔따끔할 지경이었다.
‘나한테서 관심 좀 꺼 줬으면 좋겠는데.’
남궁제학이 지켜본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백수룡은 최대한 행동을 조심했다.
십존쯤 되는 고수는 그 자체로 자연재해나 마찬가지.
기분을 거슬리거나 반대로 흥미를 끈다면, 지금 백수룡의 실력으로는 저항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내가 역천신공을 익힌 걸 눈치챈다면…….’
상상하기도 싫었다.
남궁제학은 오십 년 전 혈교와의 전쟁에도 나섰던 만큼, 혈교 무공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결론은 최대한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것.
“여자가 아니면…… 설마? 하긴 형님 정도 얼굴이면 성별을 가리지 않긴 하지.”
“이 자식이 진짜.”
혼자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악연호의 뒤통수를 후려친 후, 백수룡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다행히도 시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남궁제학의 시선은 금방 거둬졌다.
[살수들의 위치는?] [아직 파악 중이에요.]악연호가 뒤통수를 만지며 전음으로 대답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른 동료들에게도 물어보자, 모두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
살수들도 적을 경계하기 시작하면서 전처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형님. 설마 이렇게 무림인이 많은 곳에서 살수들이 날뛰겠어요?]악연호의 희망이 담긴 질문에, 백수룡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비무를 치르러 모인 혈기 넘치는 젊은 무인들과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 이곳만큼 ‘사고’가 나기 쉬운 곳이 또 있어?] [끄응…….]백수룡은 표정이 썩어가는 악연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긴장 풀지 마. 놈들도 이제부터는 필사적으로 나올 테니까.”
“…….”
이미 흑영이 황궁에 연락을 취했다.
살수들도 그 사실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을 터.
놈들은 아마 오늘 안에 공손수를 죽이려 할 것이다.
“신중하게 지켜보자고.”
백수룡은 기감을 최대한 활짝 열어 놓으며, 관객석의 아주 미세한 변화까지 놓치지 않았다.
열 개나 되는 비무대 위에서 대련 시험이 펼쳐지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
우렁찬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비무대 중 한 곳에서 승부가 난 것이다.
“나, 남궁석 지원자 승!”
심판도 당황한 듯 승자의 이름을 말할 때 말을 더듬거렸다.
그럴 만한 것이, 신입생 지원자가 학생회 선배를 대련에서 이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학생회 간부를 상대로 말이다.
“선배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남궁석이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지만, 관객들도 그 상대도 그것이 겸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졌다.”
허망한 표정으로 자신의 무기를 내려 보는 소년은 청룡쌍걸이라 불리는 학생회의 쌍둥이 중 형이었다.
백수룡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남궁석을 바라봤다.
‘철저하게 준비했군.’
남궁석의 무기는 검, 그중에서도 빠르고 날카로운 쾌검을 구사했다.
반면 쌍둥이 형의 무기는 포승줄이었다.
무림인의 무기치고는 흔치 않은 무기로, 그만큼 상대하기도 무척 까다로운 무기였다.
‘평소에 상대해 볼 일이 거의 없는 무기인데…….’
남궁석은 여러 번 포승줄을 상대해 본 것처럼 능숙하게 대처했고, 포승줄을 조금씩 잘라내더니 결국 상대에게 접근해 검으로 어깨를 가볍게 찔렀다.
백수룡은 고개를 돌려 멀리 있는 남궁수를 찾았다. 그는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예습을 철저히 시켰나 보네.”
잠시 후, 다른 비무대에서 남궁수가 가르친 다른 제자인 진진도 학생회 선배를 상대로 승리했다.
“진진 승!”
“아싸아아아!”
남궁수와 달리 정말 어렵게 승리한 진진은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남궁수가 가르친 두 명 모두, 학생회 선배를 이기는 이변을 일으켰다.
관객석 곳곳에서 “역시 남궁수 선생이 가르친 아이들이야.”,
“괜히 일타강사가 아니라니까.” 등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하지만 백수룡은 그 둘에겐 관심조차 없었다.
그가 관심을 보이는 학생은 다른 쪽이었다.
“으아아아아!”
힘찬 함성과 함께, 커다란 덩치의 소년이 온몸으로 학생회 선배를 밀어붙였다.
소년은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덩치는 이미 웬만한 어른보다 머리 하나 이상은 컸다.
검게 그을린 피부에, 거대한 몸은 두꺼운 근육으로 단단하게 채워져 있었다.
“크아아악! 덤벼! 피하지 말고 덤비라고!”
온몸이 멍투성이에 눈가가 찢어진 상태에서도 소년은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거대한 야수처럼 움직이며 주먹을 휘둘러 상대를 짓뭉개려고 들었다.
보다 못한 심판이 비무를 멈췄다.
“야수혁 지원자! 그만! 그만!”
“으아아아아!”
심판이 뜯어말린 후에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야수혁은 한참을 씩씩댔다.
백수룡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을 바라봤다.
“저 덩치에 성격……. 딱 누가 생각나는데?”
타고난 신력을 주체하지 못하는 육체.
반면 내공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내공심법 자체를 익히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공손수를 노리는 살수들 때문에 신경이 온통 주변에 팔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눈에 확 들어올 만큼, 야수혁이 백수룡에게 심어 준 인상은 강렬했다.
“저 녀석…….”
하지만 백수룡은 더 이상 야수혁을 바라보고 있을 수 없었다.
“공손수 지원자는 올라오시오!”
심판의 부름에 공손수가 비무대 중 한 곳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동시에 수많은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