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er is too good at sailing RAW novel - Chapter 246
245화 크르크프나르 축제 (2)
“이건 암살이 아니라 테러잖아…….”
테러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심각한 폭력을 가해 충격과 공포를 가져오는 행위를 말하니까.
다만 목적은 테러보다는 암살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놈들의 목적은 오직 나를 제거하는 것 같으니.
휙!
춘자나 석피가 들고 있던 활을 쏘았다.
깡!
정확히 심장을 향해 날아갔지만, 곧바로 튕겼다.
안에 갑옷을 입은 듯하다.
“…….”
죽음의 위기가 다가오자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사방에서 단검을 든 인간들이 빠르게 달려든다.
대회 참가자들이 그들을 제압하고자 했지만, 인도 영화에서나 볼 법한 기괴한 물리법칙이 적용되는지 그들은 어떻게든 계속 다가왔다.
경비병들이 창으로 곳곳을 찔렀다.
하지만 그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찔리든 말든 목표인 나를 향해 달리고 달렸다.
“무함마드!”
석피가 무언가 신호를 보내더니 가장 쪽수가 많은 쪽을 향해 칼을 뽑고 달려나갔다.
정신줄을 놓은 줄 알았던 어새신들이 왜인지 흠칫 놀랐으나 이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전하. 일단 피하시죠.”
무함마드가 다급하게 말했다.
“어디로?”
사방이 적이다.
그 바깥으로 오스만 경비병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지만, 어새신들은 그들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다 죽더라도 목표만 달성하면 그만이라는 모양새다.
“길이야 만들면 있는 거죠.”
무함마드가 목걸이에 부착된 무언가를 뽑았다.
“저쪽이에요!”
춘자가 어느 한쪽을 가리켰다.
가장 어새신들이 적은 쪽.
그러나 막다른 길이며, 대회장 안쪽이라 숨을 곳도 없다.
오일 레슬링이 시작되었다면 대회 참가자라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활쏘기 개막전 중이라 도와줄 사람도 없다.
하지만 나는 동료를 믿었다.
“가자.”
“길을 만들겠습니다.”
무함마드가 목걸이 장식품 옆에 있는 작은 막대기를 떼서, 그대로 장식품에 박았다.
그리고 주머니에 있는 압착 점화기를 이용.
막대기에 불을 붙였다.
얼마나 연습한 건지, 아니면 원래 손재주가 기가 막히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눈 깜짝할 사이에 했으니까.
그리고 곧바로 활쏘기 보조 요원으로 위장한 어새신들을 향해 던졌다.
쾅!
다이너마이트다.
비록 그 크기가 작아 제대로 타격을 주지는 못했지만, 적의 진형을 무너뜨리기엔 충분했다.
“이 거리라면 빗나가지 않는다!”
그사이 춘자가 빠르게 달려가며 활을 연사했다.
화살은 쏘는 족족 어새신들의 미간에 정확히 박혔다.
계속 달려갔다.
막다른 길이다.
하지만…….
“여기입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귀빈석.
이소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무언가를 던졌다.
여러 천을 엮은 밧줄.
이걸 순식간에 마련할 수는 없을 테니, 내가 습격당한 순간부터 준비한 모양이었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정말 인복은 있는 모양이네.”
척하면 척이니까.
“빨리 올라가십쇼.”
“여기는 저희가 막겠습니다.”
“고맙다.”
외줄을 타고 귀빈석으로 올라갔다.
외줄 타기는 처음이지만, 배의 망루에 올라가기 위해 그물 사다리는 많이 타봤다.
게다가 균형 감각은 배를 타면서 매우 자연스럽게 발전했고, 근력 또한 준수한 편이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 안도하는 순간.
“위험합니다!”
이소군의 외침에 나도 모르게 몸을 수그렸다.
팍!
화살 하나가 내 머리가 있던 자리를 지나 귀빈석 구조물에 박혔다.
“썩을.”
해시시는 진통과 진정 효과가 강하다.
고통을 느끼지만 못할 뿐, 집중력은 올라간다는 뜻.
당연히 활도 잘 쏠 수 있다.
괜히 어새신이 악명을 떨친 게 아니었네.
진통과 진정에 광신을 더하니 진짜 소름이 끼친다.
“올라오는 데만 집중하세요.”
이소군은 그렇게 말하고는 잡고 있던 줄을 소피아와 엔히크 왕자에게로 넘겼다.
그리고는 어디서 났는지 총을 꺼내 들었다.
그녀가 평소에 쓰는 호신용 권총이 아니다.
선원들이 쓰는 수석총.
그것도 총신이 길고, 강선을 갖췄으며, 전용탄을 써야 하는 최고급 수석총이다.
이소군은 숙련된 조교처럼 완벽하게 견착을 하고 총신을 귀빈석 단상에 걸쳤다.
그리고 왼손으로 총 위쪽을 눌러서 완벽하게 고정했다.
여기까지 1초.
준비된 사수처럼 방아쇠를 당겼다.
팡!
슬쩍 뒤를 돌아보니 활시위를 당기고 있던 어새신이 머리에 구멍이 뚫린 채 쓰러지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투구를 쓰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조심하세요!”
다시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이번엔 화살이 아예 빗나갔다.
상대도 당황했나 보다.
이소군은 이쪽을 주시하며 경고를 해주면서도, 손은 계속 바쁘게 움직였다.
화약재를 털어냈다.
뒤쪽에 새로운 화약을 넣고, 앞에는 기름종이로 감싼 탄환을 넣는다.
그리고 꼬챙이로 쑤심으로써 장전 완료.
여기까지 15초 정도 걸렸다.
심지어 시선은 계속 앞을 보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팡!
곧바로 사격.
아래에서는 무함마드와 춘자가 막고 있다는 걸 믿고 있는지, 활을 든 어새신만 노려서 쓰러뜨렸다.
“하하하…….”
상황은 심각하지만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단하다.
지시를 내리지도 않았고,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도 해야 할 일을 알고, 알아서 움직인다.
그 와중에 호흡이 척척 맞는다.
이들과 함께라면 진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귀빈석 위로 올라왔다.
그와 함께 춘자와 무함마드도 금방 따라 올라왔다.
“뭐야?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어?”
“벽을 탔는데요.”
“도약하고, 벽을 짚었다가, 반동을 이용해 다시 도약하는 식으로 올라왔습니다.”
“…….”
파쿠르를 했다는 뜻이다.
나도 인간계에서는 우수한 편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들은 천상계 피지컬이네.
“괜찮은가!”
귀빈석으로 올라가자 곧바로 메흐메트가 맞이했다.
그는 잠시 안도를 했다가 이어 굉장히 분노했다.
“누가 감히 이 신성한 축제에!”
“짐작은 갑니다만, 일단은 사건을 마무리하죠.”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웃고 있나?”
“살았지 않습니까.”
“거물이야. 나는 수많은 전장을 헤쳐왔지만, 죽음이 코앞에 왔을 때도 웃는 사람은 본 적이 없네. 샌님으로 생각했던 걸 사과하네. 자네야말로 진정한 전사일세.”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스릴을 즐긴 게 아니라, 동료들이 너무 믿음직스러워서 웃은 거였는데.
“이런 일을 겪은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사과하도록 하지.”
메흐메트는 슬쩍 이소군을 보았다.
“귀빈석에 무기를 가져온 것도 불문에 부치고 말이야.”
그러네.
“어떻게 가져온 거야?”
“치마에는 많은 걸 숨길 수 있답니다. 괜히 여인의 치마를 들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게 아니죠.”
새로 만든 총은 분리할 수 있다.
휴대하기 편하라고 그런 건 아니고, 화약재에 의한 잔 고장을 쉽게 고치기 위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아니, 그 뜻이 아니라. 어쩌다 가져오게 된 거냐고.”
“냄새가 났습니다.”
“냄새?”
“대회에 참가한 사람 중에 일부에게는 매우 기분 나쁜 역한 냄새가 나더군요. 안 씻어서 나는 퀴퀴한 냄새와는 달랐습니다. 뭐라고 할까요…… 비릿하면서도 쿱쿱한 풀냄새라고 할까요.”
해시시 냄새다.
한 번 맡으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비릿하다.
전생에 외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그런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다.
보통은 석피가 감지하는데 컨디션이 안 좋아서 놓쳤나 보다.
……석피?
“석피는?”
“무사하네요.”
춘자가 한쪽을 가리켰다.
오스만군이 몰려들어 어새신들을 죽이거나 제압하는 상황.
어새신들은 단검을 휘두르며 발버둥 쳤다.
하지만 굉장히 이상했다.
어새신들이 이상하게 석피에게만큼은 공격하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시리아 녀석들인가 보네요.”
무함마드가 대답했다.
“시리아?”
“몽골의 침략 이후 아사신 본단은 멸망했어요. 잔당은 두 갈래로 갈라졌죠. 페르시아 계파와 시리아 계파로요. 페르시아 계파는 아시다시피…….”
“셀주크에 갔다가 티무르 제국을 거쳐 인도로 왔지.”
그중 벵골 술탄국으로 온 일부를 내가 거두어 ‘최후의 암살’ 의뢰를 맡겼다.
기아, 문맹, 극단주의의 암살이다.
“시리아 계파는 맘루크 술탄국에 항복했습니다.”
안다.
그래서 맘루크 술탄국을 범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메흐메트가 자작극을 벌였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솔직히 별로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메흐메트는 지금 어떻게든 티무르에 의한 패전과 내전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스만의 가장 중요한 축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술탄의 권위가 심각하게 훼손되니까.
반면 맘루크 술탄국은 동기가 너무 많다.
일단 내 존재 자체가 맘루크 술탄국의 국력을 절반 이상 날려버릴 수도 있는 심각한 위험이니까.
“그리고 여기 와서 알아보니까 시리아 계파도 내분이 심한 모양이더라고요.”
“그래?”
“내부 분열 탓에 여러 권력자에게 나누어져 흡수된 모양입니다. 아시다시피 분열되고 쇠약해지면 옛 영광을 그리워하기 마련이고, 옛 영광을 그리워하는 이들은…….”
“찬란했던 역사에 매혹되지.”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석피의 검은 아사신의 니자리 이스마일파 이맘의 문양입니다. 그것도 아사신의 창시자인 하산 에 사바흐의 문양이죠.”
“그 상징을 갖고 있다고 해도 적이잖아?”
무함마드는 씁쓸하게 웃었다.
“세뇌가 심하게 된 애들은 그런 거 구분 못 해요.”
전생의 농담이 떠올랐다.
대한민국 군복에 김씨 일가 얼굴을 그려 넣으면 북한군은 쏘지 못할 거라고.
실제 역사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이집트는 고양이를 신성하게 여겼다.
그래서 어떤 나라인지는 기억 안 나지만, 이집트를 침공한 나라가 방패나 갑옷에 고양이를 묶어서 사용했다나.
삼국지에도 나온다.
초기 군벌인 공손찬은 ‘백마의 종’으로 유명한데, 백마의 종은 백마를 탄 기병대다.
멋 때문에 한 게 아니다.
당시 공손찬이 상대하던 이민족들은 백마를 태양의 상징으로 여겨 매우 신성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한 것이라고 했다.
그 탓에 이민족들은 공격도 못 하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나.
물론 원소는 그딴 거 상관하지 않고 사정없이 공격해서 무너뜨렸지만 말이다.
“어쨌든 무사했으니 다행이다.”
적들이 나만 집요하게 노린 탓에 피해자의 숫자는 생각보다 적어 보였다.
살았으니까…….
이젠 갚아줄 시간이겠지.
“술탄. 축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계속 진행해야겠지.”
“이런 상황에서도 말입니까?”
메흐메트는 무서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스만은 어떠한 외압이나 시련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좋습니다. 저도 도와드리죠.”
지금은 오스만과 맘루크가 우호국이지만, 이슬람의 맹주는 하나면 족하다.
가까운 나라치고 사이좋은 나라는 없기도 하고.
결국 원 역사대로 둘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으며, 오스만이 맘루크를 집어삼키겠지.
그 시기는 오스만이 강력해져서 국경을 접할수록 빨리 올 터.
따라서 나도 손을 보탤 생각이다.
“그런데 이 일을 맘루크 술탄국이 벌인 게 확실한가?”
“그럼 오스만이 했습니까?”
“이 사람이…….”
메흐메트는 분노한 듯했지만, 술탄의 주최로 이루어진 축제에서 벌어진 사고다.
그가 하지 않았다고 해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나를 심하게 질책할 수는 없다.
“나는 현재 콘스탄티노플의 목숨줄과 같고, 기독교 세계에서는 성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 밖에 다른 나라는 내가 축제에 참여한다는 걸 알기 어렵죠.”
확실한 증거는 없다.
하지만 심증은 확실하다.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맘루크 술탄국과 나는 아시아와 유럽의 무역이라는 엄청난 이권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
양립할 수 없다.
“따라서 범인은 오스만 혹은 맘루크입니다. 그리고 오스만은 아닐 테니 남은 건 하나죠.”
“그래. 자네의 말이 맞네. 하지만 맘루크 술탄국은 강력해.”
“전에도 말씀드렸죠. 육지에서는 답이 없지만, 바다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또, 내 진짜 전력은 동쪽 바다 건너에 있습니다.”
“……메카와 메디나는 관대하게 부탁하네.”
“걱정하지 마세요. 내 세력에도 무슬림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합니다. 내 스승도 무슬림이고요. 내가 이슬람의 성지를 파괴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대신 이제부터 맘루크 술탄국은 어선을 띄울 때도 내 눈치를 보며 해야 할 것이다.
“도와줄 일은 없나? 직접 도와주긴 어렵지만, 지원이라면 해주겠네.”
“축제를 진행하는 동안 화약을 최대한 많이 준비해 주십시오.”
축제에 시선이 쏠려있는 동안 이쪽은 발톱을 갈겠다.
“가능하다면 ‘그리스의 불’도 함께 준비해 주세요.”
소피아가 그러던데, 너희도 만들 줄 안다더라?
“그러지.”
메흐메트는 못한다는 말도 하지 않고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 화났다.
죽을 위기를 한두 번 겪어본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유난히 더 화가 나네.
“그런데 화약과 그리스의 불로 뭘 할 생각인가?”
메흐메트의 질문에,
“놈들은 미래를 버리고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 도와주려고 합니다.”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녀석들의 주요 항구를 전부 석기시대로 돌려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