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bi hwan The hunter salesman RAW novel - Chapter 99
99화 진짜 가지가지 하는 구만 >
말 주변을 어슬렁거릴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던 사람들은 갑자기 병사들이 사라지고서야 오비환의 말이 진짜임을 깨달았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 모르지만, 기회가 온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각자 말에 올라타 달리기 시작했다.
푸른 초원을 질주하는 말이 열다섯.
난민촌을 벗어난 이들은 쉬지 않고, 북쪽을 향해 내달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비환의 생존을 걱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점 하나가 무서운 속도로 커지며 다가왔다.
그리고는.
“다들 마을에서 옷들 좀 삽시다.”
대체 무슨 방법을 쓴 거지. 너무나 멀쩡한 오비환의 모습은 같은 사람이라 보기엔 차원이 달라 보였다.
중간에 들른 마을에서, 변장한 모습을 해체한 오비환은 사람들에게 새 옷을 건네줬다.
난민 행색이 눈에 띄는지라, 에도리스 왕국으로 가는 행적을 들키지 않기 위함이었다.
캐론 왕국을 이끄는 가문 중 하나인 슈테리온.
그곳의 적자인 엔지가 살해당했지만, 소문은 아직 퍼지지 않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난민촌에서 가장 가까운 텔레포트 지역이 롤가드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바로 오비환 일행이었다.
“목적지는 캔오비로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롤가드의 텔레포트를 지키는 마법사는 아무런 의심 없이 마법진에 마정석을 위치시키고 준비를 이어갔다.
그런데 이때. 뜻밖의 인물이 등장했다.
“캔오비로 부탁하네.”
30대 중후반의 멋진 수염을 기른 남자. 그는 캐론 왕국의 왕자인 리암 마이어스티였다.
오비환은 이름 없는 마탑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전쟁 상인이 되려 마음먹은 것도 전쟁 준비로 바쁘게 돌아다닌 리암 덕분이었고.
무장한 기사 셋을 대동한 리암은 그 존재감이 거대해 오비환 일행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목적지 또한 일행과 같은 캔오비.
그들의 눈빛은 점차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안 되겠군.’
작은 행동만으로 모든 상황을 꿰뚫는 사람이 있다. 리암의 눈매를 봐서는 꽤 날카로운 인물인 것은 틀림없었다. 당장은 아니지만, 엔지의 죽음과 사라진 난민들에 대한 퍼즐들을 맞추다 보면 오늘의 일이 떠오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때 그놈들이!’라면서 말이다.
오비환은 리암에게 말을 걸기로 했다. 어차피 텔레포트는 한 번에 10명을 초과할 수 없었으니까.
“이런 우연이 있을까요. 저희도 캔오비로 가는데, 같이 가면 되겠군요.”
“캔오비를?”
“집이 그곳이거든요.”
리암의 시선이 오비환의 위아래를 훑더니, 이내 일행들을 향했다.
“전부 캔오비 사람인가?”
“요즘 일손이 부족해서, 친척 분들을 모셔가는 중입니다.”
리암이 고개를 끄덕이자, 준비를 끝낸 마법사가 눈치를 살피며 끼어들었다.
“텔레포트를 함께 이용하시겠습니까?”
“뭐, 그렇게 하지.”
“그럼 먼저 올라가시지요.”
“내가 나중에 왔는데, 그러면 되나. 다음 차례에 가겠네.”
일국의 왕자 치곤 사리 분별이 밝다. 하지만 사람 속은 모르는 일. 오비환은 그 속내를 알기 전까진 쉽게 남을 판단하지 않았다.
“텔레포트 이용비는 2골드니까, 그쪽은 총 32골드를 주면 됩니다.”
“여기 있습니다.”
미리 준비해둔 오비환이 이를 내밀자, 리암의 눈빛에 이채가 서렸다.
캔오비면 사실 여기서 먼 거리도 아니다. 며칠이면 충분했다.
그런데도 32골드씩이나 주면서 이 많은 인원을 텔레포트로 데려간다니. 엄청 급하거나 혹은 돈이 넘쳐나는 경우로밖에 볼 수 없었다.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봐도 되나?”
“상인입니다.”
“흠. 요새 상인들은 돈을 잘 버는 모양이군.”
리암의 말에 오비환은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 가스톤과 일행 열 명이 빛무리와 함께 사라지고, 마법사는 다시금 마법진에 마정석을 배치해 두었다.
“가시죠.”
오비환의 말에 리암과 함께 나머지 일행 역시 텔레포트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잠시 후에 도착한 곳은 캔오비.
“오셨습니까!”
병사들이 오비환을 알아보고는 깍듯하게 경례를 한다. 이 또한 리암의 눈에는 기이한 장면일 수밖에 없었다. 병사가 상인에게 저런 태도를 보이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았으니까.
리암이 오비환에게 물었다.
“혹시 이곳 영주께서 머무는 관저의 위치를 알고 있나?”
“도시 맨 위쪽이 관청이고, 그 옆이 관저입니다. 길을 따라 내려가셔서, 큰 대로를 따라가시면 도착할 겁니다.”
“고맙군. 기회가 되면 또 볼 수 있기를.”
리암이 기사 셋을 이끌고 언덕을 내려가고.
그제야 일행들은 불안했던 마음을 떨칠 수 있었다.
“후, 가슴이 조마조마했네. 하필 여기서 캐론 왕국의 왕자를 만날 게 뭐람.”
“그러게나 말이야. 난 또 그 일 때문인 줄 알고 심장이 덜컥했다니까.”
한마디씩 내뱉은 그들은 이제야 여유를 찾았는지, 한껏 상기된 얼굴로 언덕 아래를 바라봤다.
캔오비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엔 희망과 기대감으로 일렁거렸다. 앞으로 그들이 살아야 할 곳이었으니까.
“캔오비가 이렇게 큰 도시였구나. 겔린이랑은 비교도 안 되네.”
“우린 시골이었고. 그런데 저기 강 남쪽 건물은 뭐지. 휑한 땅에 생뚱맞네.”
“딱 보면 몰라? 감옥이잖아, 감옥. 범죄자들을 모아둔 곳이 틀림없다고.”
“……”
캔오비에서 가장 핫한 장소를 두고 감옥이라니.
텔레포트를 지키는 병사들이 슬쩍 오비환의 눈치를 살폈다.
“쳇. 더 화려하게 지어야 하나.”
*
용상단의 인원이 50명을 돌파했다.
그중 전투 용병이 38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상인은 호른상단의 합류로 7명이 되었다.
그 외 나머지는 용상단의 내부살림을 이끌어갈 인력이었다.
겔린에서 온 인원들의 숙소가 배정되고.
오비환은 호른상단의 상인 마르크와 젤롬, 잔탈을 데리고 라나가 머무는 관저로 향했다.
가는 중에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호른상단 상단주의 죽음에 관한 것도 있었다.
그는 마르크의 형님이자, 가스톤의 아버지. 하지만 그의 죽음은 전쟁이 아닌 내부자의 소행이었다.
네빌이 공격해오자, 상단에서 고용한 에펄트의 수하들이 상단주를 죽이고 재산을 빼앗아간 것이었다. 격노한 에펄트는 자신을 배신한 놈들을 죽이려 했지만, 되려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아무도 그를 탓하지 않지만, 에펄트는 죄인처럼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네. 충분히 혼자 살아갈 수 있을 텐데도 말일세.”
속죄의 의미일까. 에펄트는 용병으로 돌아가지 않고, 호른상단을 보호하며 여정을 함께했다.
오비환은 그의 우울한 얼굴을 떠올리며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길지 고심했다.
*
“오오! 그럼 이 일에서 해방되는 겁니까?”
“저는요!?”
우람한 근육질의 잘크는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그리고 자신의 대타로 온 마르크를 따뜻한 눈빛으로 맞아주었다. 반면 가일은 아직도 꽁해있는 건 아닌지, 오비환의 눈치를 살폈다.
“대신 잘크는 인수인계 제대로 해야 해요.”
“물론이죠. 그나저나 인원이 한꺼번에 많이 들어왔으니, 용상단에 가서도 할 일이 많겠군요.”
잘크는 본연의 인사업무로 돌아가고, 마르크 일행은 가일과 함께 전쟁물자를 맡게 된다.
시골에서 작은 상단을 이끌던 마르크에겐 스케일이 다른 일이었다. 그러나 어차피 장사란 건 거기서 거기다.
신뢰를 쌓고 최대한의 이익을 가져오는 것. 이것만 잘 지키면 규모의 크고 작음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캐론 왕국의 리암 마이어스티가 왔었죠?”
“오, 어떻게 알았습니까? 지금 영주님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왜 온 겁니까?”
“처음엔 전투식량 얘기를 꺼내더니, 나중엔 무기까지 구매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창고는 현재 텅텅 비어있는 상황. 살 사람은 줄을 섰는데, 물건이 없으니 번호표라도 뽑고 기다려야 할 판이였다. 만약 캐론에게 물건이 돌아가려면 적어도 한 달은 기다려야 했다.
오비환은 마르크와 젤롬, 잔탈에게 거래에 필요한 지식을 전해주었다.
잘크와 함께 용상단으로 돌아가려는 때. 복도에서 리암과 마주쳤다.
“자네는?”
“또 뵙는군요.”
리암은 오비환과 잘크를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 상인이었군.”
“지금은 그렇습니다.”
“하는 일이 여러 가지인가?”
“상인이 하나만 팔아서야 되겠습니까. 돈 되는 건 전부 해야지요.”
리암은 묻고 싶은 게 많은 눈치였다. 대체 누가 어디서 전쟁물자를 만들고 있는지를.
그리고 눈앞의 사내가 이 모든 걸 알고 있는 핵심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바쁘지 않으면, 둘이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그러시죠.”
잘크는 홀로 용상단으로 향하고, 오비환은 리암과 작은 회의실에서 얼굴을 맞대었다.
그리고 그의 첫 질문은 전쟁물자의 출처였다.
“뛰어난 대장장이들을 모셨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방식을 연구한 끝에 물건을 만들고 있지요.”
“새로운 방식이라.”
만족스럽지 못한 답변이다. 그 이상 물어도 오비환은 에둘러 치며 핵심을 피해갔다.
“음식이든 무기든. 만드는 비법이 있다면, 이를 공개하는 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리고 이걸 물어보는 것도 예의는 아니죠.”
“감히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일개 상인이 일국의 왕자에게 하는 말치곤 건방지기 짝이 없는 말이다.
“자네도 우리 캐론을 만만하게 보는군.”
“누가 와도 같은 말을 했을 겁니다. 아무튼, 그걸 물으시려고 저를 보자고 한 겁니까?”
“흠……”
캐론이면 모를까, 에도리스 왕국, 더구나 폰트리아크 영지에서 리암은 아무런 힘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깨닫고는 입을 열었다.
“곧 네빌과의 전면전이 벌어질 거네. 전투식량과 무기가 시급하지만 기다리라는 말밖에 듣지를 못했네.”
“열심히 물건을 만들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닙니다. 어느 쪽이든 네빌을 공격하기 위한 물자이니 좋게 생각해 주십시오.”
“자네 뜻은 알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우리 캐론일세. 전쟁으로 백성들은 굶주리게 될 것이고, 난민들은 넘쳐날 테지.”
그렇게 백성을 걱정하면, 슈테리온가의 만행을 눈감으면 안 되지. 오비환은 내심 비웃음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소문을 들었는데, 일부 지역에선 난민들의 재산을 빼앗고 전쟁에 이용한다고 들었습니다.”
“누가 감히 그런 소리를 한단 말인가!”
리암이 격노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마나의 폭풍이 휘몰아친다.
그 수준은 얼마 전 싸웠던 랄프에게도 뒤지지 않아 보였다.
노는 물이 달라져서일까.
사우스랜드의 실력자들이 하나둘 오비환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문은 과장되게 마련이라, 아니면 다행이지요. 어찌 됐든, 백성을 위해서라도 전투식량만큼은 최우선으로 납품하도록 하겠습니다.”
얼굴을 일그러트린 리암이지만 우선 공급을 해주겠다는 말에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새삼 자신의 기세를 담담히 받아내는 오비환이 달라 보인다.
“평범한 전쟁 상인이 아니로군.”
“용병이기도 합니다.”
“용병과 상인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 아닌가.”
“제가 볼 땐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만.”
“흠……”
잠시 생각에 잠긴 리암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자네 말대로 전투식량이라도 먼저 공급해주게. 나머지도 가능한 한 빨리 받았으면 좋겠고.”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론 내가 직접 찾아오겠네.”
“그럼, 헛걸음 하시면 안 되죠. 보름 후에 오십시오. 전투식량 일부를 준비해두겠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리암은 캐론 왕국으로, 오비환은 용상단으로 향했다.
*
호른상단이 용상단에 흡수되고, 그들이 적응해 나아갈 때. 오비환은 현계와 이계를 넘나들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노길용은 화살촉, 화살대, 화살깃. 그리고 검과 체인메일을 쪼갤 수 있는 데까지 쪼개며 부품을 의뢰했다. 그렇게 중국의 여러 공장을 동원해 만들어진 부품은 철유전의 거대한 창고에서 완성품으로 거듭난다.
그런데 커다란 문제가 생겼다. 현금은 진작에 바닥이 났고, 오비환은 물품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대량의 금을 처분해야 했다.
부가가치세 10%는 그렇다 치더라도, 돌 반지도 아닌 골드바를 팔려니 그 금액이 상당했고.
일평생 골드바를 만져본 적이 없던 오비환은 그곳에 인증마크가 새겨져 있어야 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이래저래 국세청에서 조사가 안 나오면 이상한 일이었다.
“금? 지금 금이라고 했어?”
물품 대급을 금으로 대신한다는 소리에 노길용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오비환은 아공간에서 골드바 하나를 내밀었다.
“이, 이게 금이라고?”
“귀금속 순도 테스트기 있으시죠?”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던 노길용은 전자저울에 이상한 장치가 달린 물건을 들고 왔다.
“이런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자네 진짜 가지가지 하는 구만.”
“하하……”
귀금속 측정기에 골드바를 올려두자, 무게와 함께 밀도 값을 측정하여 금의 순도까지 표시가 나타났다.
노길용은 얼척없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3.75kg에 순도가 99.999%. 그런데 인증마크가 없어. 대체 무슨 일이야, 이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설마, 이거 또 있는 거야?”
“꽤… 됩니다.”
“진짜, 자네 정체가 뭐야? 외계인이야?”
“에이, 피 뽑아 볼까요?”
“으휴…”
관자놀이를 누르며 노길용은 생각에 잠겼다.
인증 마크가 없는 금은 되팔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자칫 문제가 생길 위험이 크기 때문에 중국의 사장들이 이걸 받을지 의문이었다.
오비환 역시 노길용의 고민을 알고 있었다.
자신 또한 며칠이나 금 처리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도 문제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계에서 전쟁물자 대금은 전부 금으로 받게 된다. 현재와는 비교도 안 될 양으로.
그걸 무슨 수로 현금화를 할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린 해법은 철유전이 금을 제련하는 것이었다.
“오오… 그런 방법이…”
“일부 제련소에서는 부업으로 금을 만들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철유전이 제련소는 아니지만, 장비나 금속을 녹이고 불리하는 과정은 동일하지 않습니까?”
“음. 그렇긴 하지. 그런데 금의 출처는? 그게 제일 문제지.”
“그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더군요.”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 몬스터 부산물이나 이계의 광물을 처리할 때처럼.
“오장길드 던전에서 금맥을 발견한 겁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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