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day when the tagger goes blind RAW novel - Chapter 46
46화
희사의 어세는 날카로웠으나 손길은 모질지 못했다. 허리끈을 풀 때 던진 순한 입맞춤은 헷갈렸고, 마저 가슴에 동여맨 치마끈을 푸는 손가락은 당황스러웠다. 봉긋한 가슴에 닿는 눈길이 심히 부담스러워 산영은 팔목으로 가슴께를 가렸다.
“채신없이 이것이 무슨…….”
하나 희사는 산영의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았다. 더운 입술을 내려 끈덕지게 산영의 손목에 가져다 둘 뿐이었다. 그의 기다란 숨결이 날아와 간지럼을 태웠다. 손목을 치워달라는 듯 그의 입술이 간곡하게 산영의 살결을 머금었다가 풀어주었다.
바깥은 진분홍 꽃무릇 색의 하늘이었고 수마에 덮쳐진 주위는 으슥하였다. 끔찍이 성실한 침묵은 숨소리, 옷감끼리 맞닿으며 내는 소리, 사내의 입술이 내는 상스러운 소리를 선명히 알렸다.
손목으로 족하다는 듯이 희사의 입술이 점잖게 문대고 있을 적에 산영의 반항은 줄어들고 있었다. 손목의 힘이 풀리고 약간의 방심을 받아들일 즈음이었다. 올라오는 입술이 손목을 지나쳐 치마끈에 묶여 있는 가슴 위로 부드럽게 넘어갔다.
부끄럽게시리. 그 말이 혀 밑까지 다다랐으나 내뱉을 분위기는 아니었다. 산영이 입술을 깨물고 있을 차에 가슴께는 더한 놈을 만나는 중이었다. 치마끈은 눈 깜짝할 새에 술술 풀어지고 있었고 해방되며 드러난 젖가슴은 모조리 희사의 입 안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한 움큼 집어삼켜진 젖가슴이 어찌나 애처로운지. 산영의 눈은 차마 속된 광경을 볼 수 없어 닫히고 있었다. 입 안을 뒤적이는 혀의 노골적인 움직임이 어떤 것인지 잘 아는 것을, 요망한 혀가 밑가슴을 받치며 성심껏 맛보고 있었다.
젖이 나오는 것도 아닐진대 정성을 들여 물어댄다. 왼 가슴은 손가락 끝으로 정점부터 언덕까지 미끄러지며 놀고 있고, 오른 가슴은 희사의 입 안에서 희롱을 당하느라 바빴다.
방탕한 상황에 떨어진 산영은 황당하여 말을 잊었다. 능란하게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을 수도, 그렇다고 밀쳐낼 수도 없이 꼿꼿하게 굳어 있었다. 남녀의 교접이라는 것을 눈대중으로만 알다가 실재에 돌입하자 혼란한 것이었다.
“저기, 저.”
산영이 어렵사리 입을 떼자마자 희사는 부드러이 물고 있던 오른 가슴을 놓아주었다. 입술 자국이 난 젖가슴을 바라보다가 빨개진 산영은 치마끈이 풀어 헤쳐진 상태였다. 이부자리처럼 깔린 백색의 치마를 보며 목구멍으로 침을 넘겼다.
“무엇을, 하시는 건지.”
교접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왜 이러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하나 희사는 다르게 해석한 것인지 산영의 가슴골에 얼굴을 기대며 웃었다.
“무얼 하는지 몰라?”
그는 탱탱 불은 듯한 산영의 오른 가슴에 입을 맞추며 놀리듯이 굴었다. 산영은 이 상황이 보통 상황이 아님에도 자존심을 부리고 싶었다. 삼백 년을 살아왔음에도 교접이 무언지도 모르냐고 묻는 그에게 알 것은 안다고 말하고 싶었다.
“압니다, 잘 알지요.”
“잘, 알아.”
“예.”
“사내와 해보았어?”
농처럼 휘어진 희사의 입술이 그때부터는 농이 아니었다. 답을 고민하는 사이 싱그럽게 놀아주던 희사의 웃음이 사라졌으나 산영의 눈치는 밑바닥에 있었다. 사내랑 해보았냐는 물음만 머릿속에 가득 차 있어, 도무지 어떻게 대답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해보았나, 묻고 있는데.”
산영은 뒤늦게 입을 떼려고 했으나 다가온 희사의 상체가 한발 앞섰다. 희사는 산영의 젖가슴을 빈틈없이 쥔 뒤에 소곤거렸다.
“천진한 산신령인 줄 알았더니. 산에 들어오는 사내마다 꾀어서 노는 것이었어?”
“예? 무슨 그런 망측한!”
“하면. 왜 답을 못 해.”
“답을… 으…….”
답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말이지. 희사는 굴려지기 직전인 산영의 혀를 자연스레 가져가 얽었다. 하나 산영이 버둥거리기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 아니었다. 치마끈을 침상 밖으로 던진 손이 산영의 단속곳을 은밀하게 끌어 내리고 있었다.
기껏 방어해 보았자 산영의 입술은 야금야금 먹혀가는 중이었고 종아리에 걸친 속곳은 빠져나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드러난 맨 살갗은 희사의 가증스러운 왼손이 쓰다듬어주기 바빴다. 직전이 애들 장난이었다면 당장은 고삐 풀린 손이 벌을 내리는 것처럼 일사천리였다.
홀딱 벗겨진 산영은 몸 숨길 데를 찾다가 사내의 가슴팍으로 도망쳤다. 입맞춤으로 산영의 혼을 빼내던 희사 또한 예상치 못한 것처럼 웃어버렸다.
“내게로 오게?”
“고백할 것이, 있사온데.”
“하기야 사내 경험이 많으니, 내 것을 벗기는 것도 쉽겠지.”
희사는 알몸을 가리는 산영의 손목을 끌어다가 제 웃옷을 끌어 내리는 용도로 썼다. 반쯤 희사의 손이 벗기는 것이었으나 눈앞이 깜깜한 산영은 그것을 알고 말고 할 정신이 없었다. 숙맥으로 보이기 싫다는 마음 한 번 먹었다가 이 무슨 봉변이란 말인가.
산영은 눈앞의 살구색이 훤해질수록 몸을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거짓이었…….”
“거짓일 리가. 이렇게 능숙한 것을.”
희사는 산영의 입술에 제 입술을 누르듯 문질렀다. 한시바삐 꼬인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다짐한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뒤통수가 눌리더니 산영은 앞으로 꼬꾸라지고 말았다. 누운 사내 위로 무안하게 엎어졌다. 삽시에 입술은 농 속에 갇힌 새처럼 삼켜지고 있었다. 산영은 뒤통수를 누르는 희사의 손 때문에 뛰지도 걷지도 못하는 처지였다. 기어이 억눌러 그의 입술에 붙들려 두었다.
그는 한 손으로 산영의 등부터 허벅지까지 이어진 곡선을 간질간질하게 쓸어내렸다. 한데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손 때문에 숨통이 막혔다. 내뱉거나 갈망하는 숨을 매양 희사에게 빼앗기고 마는 산영이었다.
꼴깍대겠다며 희사의 가슴팍을 두들기자 그는 잠시 머리통에 둔 손힘을 풀었다. 가까스로 풀려나 숨을 가쁘게 몰아쉰 산영은 다시 한번 뒤통수를 누르는 손에 의해 잡혀갔다. 흥을 돋우는 입맞춤이 아니라 산영의 정신을 둔치처럼 만들어놓으려는 작정이었다.
좋다고 입 안을 휘젓는 혀에 맞추어 놀지 못하겠다. 고작 침만 삼키는 산영은 나머지 한 손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으……!”
허벅지를 위아래로 쓰다듬으며 노닐 때부터 불안하던 손이었다. 허벅지 사이로 점차 들어가는가 싶더니 기다란 손가락 하나가 잔털이 난 음부 끝에 얹어졌다. 하나 산영이 제지할 수 있을까. 사내의 가슴팍에 엎어져 움직일 적마다 맨살이 마주 닿는데 산영의 정신이 제정신이라면 그것이 용한 것이었다.
산영은 수습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기 전에 사실을 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말을 빼앗고 있는 희사의 혀를 피해 고개를 도리질했다. 희사는 입맞춤 사이사이 막된 숨을 내보내며 말했다.
“손가락이 모자라?”
하고. 산영이 사정을 고하려고 하면 고약하게 입술을 삼켰다. 산영은 음부 주위만 머물던 손가락 두 개가 밑을 긁어내듯이 들어오고 있는 것에 소스라쳤다. 어떻게든 해명하고 싶어 허리를 움츠렸다가 폈더니 되레 그의 손가락이 수월하게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알맞은 구멍을 찾아 들어오는 것처럼 손가락 두 개가 차분히 다가들었다.
들어온 손가락이 안쪽에서 휘어져 내벽을 살그미 긁자 산영은 온 힘을 다해 희사의 어깨를 밀쳤다. 그래 봤자 뒤통수를 누른 손 때문에 입술만 간신히 뗀 정도였지만 말이다. 산영은 어려이 번 틈으로 말을 집어넣었다.
“아니, 아닙니다!”
때마침 산영의 하늘이 한 번 더 뒤집혔다. 희사의 위에 있다가 이번에는 단박에 밑으로 내려왔다. 사내라는 옥에 갇히게 된 산영은 분통하다며 울 듯이 말하였다.
“사내 모, 몸은커녕 손도 안 잡아보았는데! 옥룡산 신령이 만약 그런 짓을 했다면 온 산에 소문이 퍼져…….”
하나 변명이 통한 것인지 안 통한 것인지 알 길은 없었다. 희사는 가벼이 웃더니 억울해 죽는 산영의 이마에 입술을 가져갈 뿐이었다. 아까의 난폭이 스러지고 살가운 입맞춤이 대신했다. 산영은 안심하였으나 그것은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였을 뿐이었다.
실지 몹시 달갑지 않은 것은 여태껏 음부에 고스란히 박혀 있는 두 개의 손가락이었다. 산영이 말을 하면 져 주듯 멈추다가 말이 끝나면 살짝씩 움직이며 간을 보았다. 불편한 느낌에 산영이 희사의 손목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희사의 팔이 산영의 다리 한쪽을 집어 옆으로 벌리었다.
무엇을 하느냐고 물을 순간이었다. 수치를 잊은 손가락 한 개가 더 좁은 곳을 비집고 들어온다. 결국 그는 세 개까지 밀어 넣고 말았다. 산영은 허리를 좌우로 움직이며 항의했으나 딱히 의사가 먹히는 표현은 아니었다.
“놓아주시지……. 읏!”
또다시, 또다시였다. 산영의 입술이 또다시 먹히고, 허락 없이 들어간 손가락은 물 만난 고기처럼 활개를 쳤다. 음부를 파고든 손가락이 아끼듯 속살을 쓰다듬는데 그 지긋한 손놀림에 울컥한 것은 아래였다.
다리를 마음대로 접지도 못하게 한다. 그의 다부진 몸이, 그의 엄한 팔이 막아서고 있었다. 낯 뜨거운 동작을 기꺼이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였다. 손가락 세 개는 갈수록 태도를 달리했다. 처음에는 보살피듯 배려심이 넘쳐났으나 음부가 반기는 듯하자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