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1028
1027화
138. Get used to (9)
왜 이번 시즌 OKC의 전력이 좋은가는 로테이션이 이뤄진 2쿼터에서 잘 드러나고 있었다. 과거의 지난날을 반성했던 데니스 슈뢰더. 그리고 비슷한 입장의 널렌스 노엘. 새롭게 가세한 이 두 사람이, OKC의 로테이션에 안정감을 가져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데니스 슈뢰더.
철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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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2쿼터 2 : 46
SPURS 31 : 38 THUNDER
슈뢰더의 3점이 림을 가르면서, OKC가 7점 차로 멀찍이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영 입 당시에도 상당히 좋은 보강이라는 평이 많았지만, 사실 이 정도까지 해낼 줄은 누 구도 몰랐을 거다. 워낙에 평이 갈렸다보니, 양날의 검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허나 현재까지는 슈뢰더의 영입이 OKC의 부족한 부분을 완벽히 채워준 퍼즐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홀로두기에도 혹은 러스와 함께하며 세컨핸들러로 두기에도 완벽한 선수였다.
‘우리가 머레이를 그리워해야 할까?’
한 순간도 그러지 않은 적이 없기는 하지만, 어거스틴의 영입 이 후에도 머레이의 공 백은 코트위에서 잘 드러나는 중이었다. 아직 스퍼스의 팀-시스템에도 적응이 모자란 저 베테랑 가드는 슈뢰더의 앞에서 사실상 자동문이나 다름없었다.
투입을 기다리며 진행석에 기대어 앉아, 흘러가는 경기의 흐름을 계속해서 유심히 살펴 본다. 1쿼터 중반 퍼거슨이 부상을 입 어 이탈하는 일이 벌어졌기는 하지만, 그 빈 자리를 카바요가 잘 채웠고, 덕분에 현재는 디알로가 뛰고 있다.
리코 하인즈의 UCLA RUN에서 만났던 저 친구도, 올 시즌 OKC 로테이션의 중요 한 조각이다. 여러모로 어설프지만, 세기만 더한다면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좋은 기량을 선보일 거다.
‘나이스 패스.’
조던 벨의 스크린을 받아 돌파하던 조쉬 하트가 좋은 패스를 보내지만, 빈스가 던진 3점 슛은 림을 맞고 튀어 오른다. 완벽한 오픈 기회였던지라,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바운드를 획득한 아담스가 슈뢰더에게 패스를 건네고, 빠르게 하프라인을 넘어선 저 독일산 가드는 멋진 크로스 오버를 통해 수비수를 따돌린 뒤에 풀-업 점퍼에 이은
앤드원을 획득해냈다. 어거스틴의 파울. 벌써 두 개 째다.
삐이이이-
“이봐!!”
[ ” 선수교체, 썬더. 카와-이! 레너드! ” ]
진행석에서 대기 중이던 선수들이 대거 투입되는 가운데, 벤치를 향해 급하게 손짓을 한 포포비치가 닉 존슨을 투입하기로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아담스를 상대로 고전 중인 인사이드를 위해, 알드리지도 투입이 된다.
닉 존슨과 조쉬 하트. 나. 랜들. 알드리지 가로테이션을 구성하고, OKC는 슈뢰더와 카와이를 필두로 디알로와 패터슨. 아담스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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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할란)
“벌써 8득점 째를 기록하고 있는 슈뢰더 입니다. 벌써 두 번째 앤드원이군요. 결단을 내리는 그렉 포포비치입니다. 닉 존슨이 투입이 되네요. 애리조나를 졸업했고, 올 시즌 에는 몇 번 스퍼스의 경기에 출전한 적이 있습니다.”
(크리스 웨버)
“좋은 수비실력을 지녔지만, 아직 NBA에 서는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중책을 맡았네요. 1쿼터 전부를 뛴 스마트가 투입이 되려면 1,2분이 더 필요할 텐데, 굳이 그 짧은 시간을 채우고 자 포포비치가 자신을 선택한 거니까요.”
(케빈 할란)
“슈뢰더. 자유투를 성공시킵니다. 이제 양 팀의 점수는 31 : 39. 8점 까지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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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지 못한 부분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슈뢰더의 기세에 눌렸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은데, 본래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조쉬 하트-줄리어스 랜들의 조합이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물론 디알로와 패터슨의 수비가 좋았다 고 할 수 있겠으나, 기대치에 살짝 미치지 못하는 활약이란 것은 분명했다.
‘좋지 않아.’
이런 흐름은 일반적으로, 패배와 가까워 지는 것이었다. 모든 부분에서 2%씩 부족 하고, 나를 비롯한 팀을 이끌어야 할 선수 들이 자신의 몫을 다 해내지 못하는 중이다. 그래도 지금은 나름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나, 둑이 무너지면 휩쓸려버릴 거다.
번개가 몰아치기 전의 천둥. 그 소리가 지금 들려오는 것만 같다.
“스크린-!!”
“아이스!! 아이스!!”
오프-더-볼을 통해 패스를 받아든 뒤, 나는 곧장 랜들의 스크린을 활용해 기회를 만 들어보고자 했다. 이에 대한 OKC의 대처는 아이스(Ice)를 하여 날 사이드라인 쪽으로 몰아붙이는 것이었는데, 그에 앞서 먼저 휘슬이 울려 퍼졌다.
반사적으로 플레이를 멈추자, 오펜스 파울을 선언하는 주심의 손짓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푹 숙인 랜들의 모습에서, 일리 걸 스크린이 맞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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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웨버)
“정말 좋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오펜스 파울입니다. 포포비치는 좋지 못한 상황에서 교체를 결정했고, 바로 지금의 이 포제션을 통해 뭔가가 만들어지는 장면을 기대 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랜들의 스크린 파울 이 나왔고, 다시 OKC에게 기회를 주게 되었네요.”
(케빈 할란)
“두 번째 개인파울을 범하는 줄리어스 랜들입니다. 오늘은 아직 득점이 없죠. 0/3의 야투입니다. 아담스. 슈뢰더. 드라이브, 그리고 만들어 냅니다! 11점째의 데니스 슈뢰더! 와-우!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이 남 자를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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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정말로 좋지 않았다. 억지로 무리를 해서라도 뭔가를 만들어 보고 싶었지만, 1쿼터에 이미 카와이를 상대로 무리를 하다 나쁜 결과물을 만들어 냈었다. 핑계처럼 느껴지는 말이겠으나, 오늘 내가 체감하고 있는 카와이의 수비는 가장 버거웠다.
도무지 내게 공간을 허락하지 않았고, 강력한 디나이를 바탕으로 패스를 받는 것조차 쉽지 않게 만들었다. 그나마 스크린을 통해 공간을 확보커나 스위치 상황을 만들 어내는 것이 최선이었지만, 방금 전 랜들의 파울로 인해 기세가 죽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스크린 상황을 만들어 낸다. 스마트와 어거스틴이 없는 지금, 닉 존슨이 리딩을 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니 말이다.
아예 아웃오브바운드 상황에서부터 볼을 잡아, 이렇게 직접 핸들링을 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실(SEAL)을 시도해보는 빈스이지만, 말 그대로 시도에 그친 그의 노력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다.
다시 내게 접근한 카와이를 보며 난 또 다른 스크린을 요구했고, 이번엔 알드리지의 도움을 받아 보다 넓은 공간으로 움직였다.
‘나도 무리라는 건 알아.’
억지로 만들어낸 슈팅을 두고, 사람들은 흔히 터프-샷이라 부른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슈팅 셀렉션이 좋지 못했다라고 표현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이 두 가지의 차이는 분명했다.
전자의 경우가 시간에 쫓겨 억지로 던지는 슈팅의 범주가 포함이 된다면, 후자와 같은 경우에는 충분히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음에도 무리하게 슈팅을 던진다는 느낌 이 강했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난 이번 포제션에서 코비가 되기로 결정했다. 스크린을 통해 만들어낸 공간이라 해봤자 협소했고, 간신히 완벽한 컨테스트를 모면할 정도였다.
하지만 팀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정체되어 있는 이 집단을 이끄는 것이 필요했다. 무모한 판단일 수도 있겠으나, 최선이라 믿는 것이었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거리도 거리거리였지만, 아담스의 반응속 도가 워낙에 좋았던지라 슈팅을 던지고 나서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 또한 반반이었던지라, 난 멀 어져가는 농구공에 눈을 고정해두며 속으로 몇 번이나 기도를 했다.
팅-
‘이런!! .. 응?’
림의 앞쪽부분을 맞고 튕겨 오르는 농구공을 보며 안타까워하던 것도 잠시, 다시 솟아올랐던 볼이 아래로 떨어지는 방향은 실린더의 범위 안이었다.
스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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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브린)
“Good-! 아슬아슬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든 득점을 올리는 킴입니다. 어려웠던 흐름이었지만, 역시 킴이 그것을 끊어 주는군요. 사실 운이 많이 따랐던 득점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크리스 웨버)
“바로 그렇습니다. 어떻게든 만들어 냈다는 것이 중요하죠. 그러한 것들을 해내는 선수들이 대단함이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겁니다. 킴도 물론 그 중에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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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이이이-
[ ” 타임아웃, 썬더. ” ]
슈팅 성공을 확인하며 돌아섰을 때,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빌리 도노반과 OKC의 선수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삼켜야 만 했다.
여전히 7점 차. 조금씩 벌어지던 상황에서 막 상대의 옷자락을 거머쥔 것에 불과했으나, 매정하게도 상대는 이것마저도 뿌리 치려고 했다. 합법적으로 쥐었던 손을 놔야
만 하는 상황이었으니, 어찌할 수 없다.
“헤이!! 헤이!!”
폽과 코칭스태프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동안, 나는 벤치에 앉아 폴 조지와 알드리지를 불렀다. 그리곤 그들을 향해 말했다. 현재 상황이 좋지 못하며, 이것을 극복해 내기 위해서는 정말로 아주 잘해야 할 것이 라고 말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분명 우리가 앞서 고 있는 것이 맞지만, 수학을 제외하면 공 식대로 진행되는 일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 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계속 옳은 선택만 해야 해요! 7점 차지만, 상황은 그보다 더 심각하 다고요.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죠? 우린 조
금 더 잘해야 해요.”
그렇지만, 힘찬 노 젓기도 때론 통하지 않는 법이었다.
* * *
□ 경기결과
SPURS 104 : 128 THUNDER
Min-Hyuk Kim / 39분 16초 출전
: 23PTS / 4AST / 6REB / 1STL / 1BLK / 4TO / 3PF
: 8/21 FG, 3/8 3P, 4/4 FT
: +/- : “16
Kawhi Leonard / 36분 01초 출전
: 31PTS / 4AST / 8REB / 5STL / 2BLK / 2TO / 2PF
: 10/21 FG, 4/7 3P, 7/8 FT
: +/-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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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 상공(Over Oklahoma).
2승 2패. 힘겨울 것으로 예상되었던 이번 서부원정 4연전이 끝난 뒤에, 우리가 받아 든 성적표였다. 상대방의 전력과 백투백 일 정이 포함된 6일 4경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특히, 오늘의 패배는 개인적으로도 뼈아 팠다.
[ ” 이젠 더 이상 전처럼은 되지 않아. ” ]
혼전 속에서 내가 던진 골밑 슈팅을 블록 해낸 뒤, 카와이가 조용히 내게 던진 한 마 디였다. 워낙 압박이 거세어서 시합 도중에는 생각을 하기 어려웠지만, 씁쓸한 마음으로 복기를 하고 있으니, 내가 겪은 상황이 크게 낯설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카와이도 알고 있었다. 돈치치가 눈치 채었던 나의 버릇들과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미세한 습관들을 말이다. 댈러 스와의 첫 경기 후 패턴을 바꾼 플레이에 대해서도, 그는 특유의 수비실력을 발휘하여 잘 막아냈다.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오늘 카와이는 자신의 예고대로 날 잠가버렸다. 그의 도발에 불타오르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그 불꽃을 키울 수 없었다.
무기력하게 물러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그래도 카와이를 상대로 어느 정 도의 득점을 올리는 것이, 오늘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플레이였다.
분하지 않다면, 그게 거짓말일 거다.
“헤이. 잠깐 시간 돼?”
“응?”
“따라와. 잠깐 이야기나 좀 해.”
대부분이 잠들어있는 시간, 좌석 옆으로 걸어온 폴 조지가 손짓을 하여 날 따로 불러냈다. 그래서 난 깊게 잠든 스마트를 깨 우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히 몸을 움직여, 간신히 통로로 빠져나와 폴 조지의 뒤를 따랐다.
그가 향하는 곳은 전용기 중간에 만들어진 뷔페코너였고, 경기 후 에너지 보충을 위한음식들이 놓인 한 공간에서 무릎을 굽힌 폴 조지가 뭔가를 뒤적이는 모습이 보였다.
“뭘 하고 있어요?”
“사실은 내가 부탁한 것이 있었거든. 찾았다!”
“??”
잠시 뒤, 그가 꺼내든 것은 커다란 아이스크림 상자 두 개였다.
“폽이 알면 별로 좋아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전부 잠들었으니까.”
“와우. 고마워요.”
각자 테이블 하나씩에 자리를 잡고, 아이 스크림 뚜껑을 열어 수저를 가져간다. 듬뿍 떠서 입안으로 넣자마자, 기분 좋은 만족감 과 죄책감이 함께 밀려들어 온다. 입맛이 뚝 떨어져 바나나와 비타민 워터로 애프터 -밀을 대신한 나인지라, 더욱 각별했다.
그리고 이런 날 바라보던 폴 조지는 피식 하고 웃으며, 작은 한 입을 떠 넣었다.
“제대로 된 패배였어. 그렇지?”
“..네. 인정하긴 싫지만, 정말 그래요.”
10월 밀워키와의 경기도 그렇고, 대패를 한 지난 휴스턴과의 경기도 우리가 조금만 더 잘했으면 승리를 할 수 있었던 시합이란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과연 우리가 더 잘했다고 해도 이길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리플더블(14PTS / 17AST / 11REB)을 기록한 러스. 30득점과 5개의 가로채기를 기록한 카와이. 7개의 오펜스 리바운드를 기록한 스티븐 아담스. 거기에 벤치에서 출전한 슈뢰더는 27득점을 올리며 로테이션 싸움을 초토화 시켰다.
스마트가 41분을 뛴 반면, D.J 어거스틴 과 닉 존슨의 출전시간을 합쳐봐야 채 11 분이 되지 않았다. 저 친구가 세상모르게
곯아떨어진 것도, 오늘 경기에서 느낀 피로 감 때문일 거다.
“너무 많은 실책을 범했죠. 우리도 나름 대로 준비를 잘 해서 갔지만, 오늘 만큼은 OKC의 준비가 훨씬 더 잘 되어 있었어요.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경기를 이끌었죠. 돌아가면, 정말 잘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나도 마찬가지의 생각이야. 우린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이지만, 오늘 경기를 통해 약점을 드러냈다고 생각해. 이제부터 상대는 밀어붙이겠지. 포틀랜드, 킹스. 랩터 스. 남은 세 경기 동안 맞붙을 팀들도 만만 치 않아.”
“우리가 뭔가를 바꿔야만 할까요?”
“…”
비록 오늘 경기에서 패배를 했다지만, 여 전히 우린 16승 3패로 리그 1위였다. 2위 와의 경기차도 2경기였고, 굳이 지금까지 잘 해오던 것들을 바꿀 필요는 없었다.
허나, 빠른 변화가 별로 나쁠 것도 없는 시점이기는 했다.
“계속되는 이야기야. 난 좀 더 볼과 관련 된 부분에 관여하려고 해. 물론 오늘은 그것을 잘 해내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이러지는 않을 거니까. 다음 경기는 C.J고, 또 그 다음 시합은 버디야. 개네들을 상대로는 조금 자신감이 있거든.”
“물론 그렇겠죠. 여름에도 CS를 참교육 해줬잖아요?”
C.J 맥칼럼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건 틀 림없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조금 더 유연한 생각을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나도 오늘에서야 생각을 하게 된 것인데, 상대방에 맞춰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우리의 경기를 하는 게 물론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그런다고 너나 나나 리듬이 망가질 수준은 아니잖아?”
“…얼마나 자신이 있어요?”
“100%. 그 이상을 말할 수 있다면, 150%라고 답해도 될 정도야.”
만족스러웠다. 지금의 이 대답은 말이다. 포틀랜드나 새크라멘토 모두, 우리를 상대 로는 로테이션이 살짝 꼬일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C.J 맥칼럼과 버디 힐드는 공격 적인 부분에서 각 팀에 중요한 퍼즐이기에, 변화를 줄 수는 없었다.
의외의 상황이 없다고 가정을 했을 때, 폴 조지가 지속적으로 맥칼럼과 힐드에게 수비부담을 줄 수 있다면, 경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풀릴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지금 이렇게 대화를 나누지 않았더 라도, 팀-미팅 등을 통해 이를 떠올릴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따로 모여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이 중요했다. 특별한 연습을 하진 않겠지만, 각자 마인트컨트롤을 할 시간을 번 셈이니까.
어느덧 아이스크림은 절반쯤 비워졌고, 우린 다가오는 매치업을 넘어서 그 이상의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난 좀 더 페이스를 높이고 싶어.”
“저도 그래요. 그래야 스마트나 잉그램을 좀 더 활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럼 LA에게 너무 부담이 갈 거예요.”
“1쿼터는 아니지만, 나중에 로테이션이 시작되면 생각해 볼 수 있을 거야. 빈스도 여전히 달릴 수 있고, 이젠 제프도 돌아오잖아. 랜들이나 JB모두 달리는 농구를 할 수 있어.”
“10점. 아니면 12점. 그거면 될 것 같아요.”
“수비도 빼놓을 수는 없지.”
“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요.”
“하하. 나도 알아.”
즐거웠다. 지금의 이 대화는 정말, 무척이 나 즐거웠다. 패배. 무엇보다 카와이에게 졌다는 것에서 오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 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는 점이 무엇 보다도 좋았다.
다음에 우리가 OKC와 만나게 되는 것은 올스타주간이 지난 내년 3월의 일이다. 그 때가 되면 정말로 많은 것이 바뀌어 있을 텐데, 당분간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오히려 이렇게,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는 편이 훨씬 더 생산적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페이스를 높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폴 조지와 의견을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평소 스마트나 잉그램과 이
런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했었고, JB나 조쉬 하트도 빠른 페이스를 원하는 뉘앙스를 보였기에 팀의 니즈와도 가까웠다.
다만 말했듯, 알드리지가 이 속도에 따라 올 수 있느냐가 문제다. 가뜩이나 올 시즌 평균 14.7득점으로 부진한 상태인지라, 여 기에서 더 빨라지는 건 그에겐 분명한 부담 이었다.
그렇다고 그를 벤치로 보낼 수도 없는 노 릇. 이미 팀을 위해 충분한 희생을 감내하 고 있는 베테라인지라, 거기까지 나가는 것은 팀-케미스트리를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타협점을 찾아야겠네요.”
“그래야지. 이런 식의 패배에 익숙해져서는 안 되니까 말이야.”
“Damn, 그거 정말 끔찍한 소린데요?”
“하하. 아이스크림을 다 비웠더니 추워. 좀 따뜻한 걸 마셔야겠어.”
깔끔하게 비워진 아이스크림 파인트 두 개가 쓰레기통으로 향하고, 우리는 티-백 하나씩을 넣은 종이컵에 따뜻한 물을 채워 넣어 홀짝이기 시작했다. 두 시간 밖에 되 지 않는 짧은 비행인데다, 전용기안의 GPS 화면은 어느덧 텍사스 주(州)에 들어섰음을 알렸다.
잠들기에는 애매한 시간인데다 곤히 잠 든 동료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우리인 지라, 이대로 도착을 할 때까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사실, 지금의 이런 대화를 멈추기 싫었다
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비록 지난 밤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팀의 분위기는 좋았으니까 말이다. 이러한 대화들이, 결 국에는 팀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 믿고 있다.
어느새 농구와는 전혀 동떨어진 낚시와 게임의 이야기가 화제를 이뤘지만, 우린 전 용기의 스튜어디스가 자리에 앉도록 권유를 할 때까지 떠들고 또 떠들었다.
“으음… 화장실이 급해.”
“Damn, Dude. 지금은 못 일어나거든.”
“아.. 젠장. 얼마나 걸리는데?”
그것을 내게 물어봤자 알 수 없다는 답 밖에 해줄 수는 없었지만, 무의식중에 고개를 돌린 나는 듬성듬성 불빛이 들어 온 샌 안토니오 시내를 바라보며 이렇게 답을 했다.
“곧.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지금의 이 대답에 복합적인 의미가 함축 되어 있다는 걸, 내 곁의 좋은 친구는 꿈에 도 모를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꿈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진 않을까? 화장실이 급하 다고 한 주제에, 어느덧 세상모르고 곯아떨 어져 있다.
스마트의 벌어진 입을 조심스레 닫아주 며, 난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매번 이 맘 때쯤이면 안대를 끼고 있거나 태블릿을 보고 있을 때가 대부분이었는데, 어둠 속 군데군데에 비춰진 흰색과 주홍빛의 불
빛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훨씬 더 좋았다.
‘이것도 이곳이 좋은 직장인 이유 중에 하나일까?’
남들이야 모르겠지만, 내게는 분명 그럴 듯한 이유가 되는 풍경이었다.
++++
2018년 11월 23일. 샌안토니오, 텍사스. AT&T 센터 파크 웨이. AT&T 센터.
□ 경기결과
SPURS 131 : 116 BLAZERS
Min-Hyuk Kim / 38분 50초 출전
: 21PTS / 12AST / 7REB / 2BLK / 3TO / 3PF
: 8/13 FG, 5/6 3P
: +/- : +17
Paul George / 38분 34초 출전
: 33PTS / 4AST / 7REB / 2STL / 3TO / 2PF
: 11/21 FG, 6/10 3P, 5/7 FT
: +/- : +17
@@
[ 발목 부상으로 2-3주 정도 결장할 예정인 라마커스 알드리지. – NB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