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1083
1082화
144. Dead Poets Society (10)
한 가지 생각해보자. 만약 당신이 평생을 헌신한 회사가 있다고 하자. 그리고 그곳에서 때론 힘들 때도 있었지만, 충분한 보상 과 함께 영원한 친구 혹은 멘토가 된 사람 들을 만나 위대한 업적과 잊을 수 없는 추 억을 잔뜩 만들었다고.
그리고 시간은 흘러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
은 없으니까. 심장은 여전히 격정적으로 고 동치지만, 정작 충분한 연료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스스로가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자연스러운 작별을 생각하게 되는 거다.
이 때, 당신이 생각한 미래가 2년 정도 남았다고 해보자. 혹은 1년이라든가. 어쨌든 당신이 지내온 날들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이 짧은 시간이 남았다고 말이다.
그럼 그 순간, 과연 당신은 본래 속해있던 곳을 떠나 다른 도전을 선택할 수 있을까? 지난 십 수 년 동안 이뤄온 업적들을 남겨둔 채, 전혀 다른 곳에서 마지막을 맺는 것을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미이다.
솔직히, 난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
.
2019년 1월 31일. 샌안토니오, 텍사스. AT&T 센터 파크 웨이. AT&T 센터.
화면 하나에 모든 것을 담아내기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그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정말 오래전부터 일부 스태프들은 밤잠을 아껴가며 오늘을 준비해왔다. 덕분 에, 우린 눈으로 그의 삶을 쫓고 귀로 그의 삶을 느낀다.
정말 위대했던. 그리고 지금도 충분히 위 대한 토니 파커는 떠난 뒤에야 그 빈자리를 더욱 크게 실감할 수 있었던 그런 사람
이다.
[ ” SPURS FAMILY!! PLEASE WELCOME!! … ” ]
많은 의미를 담은 표정으로 토니가 환호 성을 보내오는 AT&T 센터의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 시즌이 벌써 시작된 지도 4 개월이 되었고, 이를 생각하면 오늘의 이 만남이 있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기다림이 길어졌기에, 우리는 더욱 토니의 헌신과 노력. 그리고 그란 사람 자체를 진심으로 그리워하며 또 환영 할 수 있었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박수와 환호성. 현재 AT&T 센터에 내리쬐는 유일한 스포
트라이트는 온전히 토니의 몫이다. 대체 어 떤 기분일까? 분명 그도 한 때는 이곳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것이라 생각을 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삶은 늘, 우릴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이끈다.
“뭉클하네.”
” …그래.”
난 오늘의 이 순간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이런 방식으로 팀에게 마지막을 축하받는다면, 정말로 값진 20대와 30대의 인생을 참으로 잘 살았다라고 생각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오늘의 이 모든 것들은 토니를 위한 것이
지만, 내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 아무리 이제는 더 이상 충성심은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라고 말을 하지만, 최소한 이곳. 샌안토니오 스퍼스만큼은 변치 않고 그대로였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그러기를 바란다.
‘우리가 계속해서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올리버. 우리가 반드시.’
“…”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에는 뿌듯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는 올리버가 보였다. 그리고 그 곁의 스콧 레이든은 오늘의 이 이벤트를 챙기느라 눈 밑이 퀭한 모습이었다.
{ ” 토니!!! 토니!!! 토니!!! ” }
박수와 환호성이 토니의 이름을 열창하는 것으로 이어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풍부한 감정들이 내려앉은 AT&T 센터에 연출되고 있는 지금의 이 감 동은, 분명 카메라로는 그 절반밖에는 전달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관중석 한쪽을 차지한 아 이들이 이것을 충분히 느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평생에 기억 될 좋은 시간으로 남는 것은 물론, 언젠가 자신도 그렇게 될 거 라고 믿어주길.
“어제 이미 인사는 했지만, 돌아온 걸 정말 환영해요.”
“하하. 고마워.”
경기 전 토니는 많은 사람들과 이미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난 1쿼터 시작을 앞두고, 진행석 앞으로 나와 젊은 선수들을 격려하는 토니에게 다가가 한 번 더 이야기를 건넸다.
[ ” 우린 정말 많은 부분이 닮았어. 그거 알지? ” ]
아마 작년 봄이었을 거다. 정규시즌이 종료되고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 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션 엘 리엇은 나에 관해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 ” 그는 현재 스퍼스에서 중요하면서도 매우 독특한 위치입니다. ” ]
NEXT 마누라는 소리는 이제 거의 들려 오지 않고 있지만, 루키시즌 때만 하더라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가 NEXT 마누로써 스퍼스의 벤치를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현재는 내가 티미에 이은 스퍼스를 오랫동안 이끌 존재가 되어버린 상태였는데, 션 엘리엇은 NBA에 적응하는 과정 자체는 토니 파커를 닮았다고 강조했다. 처 음 토니가 NBA에 진출했을 때만 하더라 도, 누구도 프랑스 출신의 가드를 믿지 않았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 유럽은커녕 아시아. 그것도 심지어 중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포워드에게 신뢰를 보내 주는 사람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
.
(션 엘리엇)
“(웃음) 아니 정말, 몇 분이 더 필요하다니까요. 토니 파커를 환영하는 데에 있어서, 5분은 너무나도 짧은 시간입니다. 그가 스퍼스에서 뛴 시즌 당 1분으로 계산해도 절 반에도 미치지 못하니까요.”
(빌 랜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만, 토니 파커는 2001년 드래프트에서 스퍼스에 지 명이 되었었습니다. 와-우. 정말 많은 시간 이 흘렀군요. 그는 샌안토니오 스퍼스 역사 상 가장 위대한 가드임과 동시에, 정말 멋 진 사람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그를 그리워하고 있죠. 그래서 방금처럼 엄청난
반응들이 쏟아졌던 것이고요.”
(션 엘리엇)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역사를 논함에 있어서,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되는 인물이죠. 그리고 현재를 바라보면, 킴이 있습니다.”
(빌 랜드)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선수들은 어제, 토니 파커에 관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오늘 중계를 하는 중간, 그것에 관한 영상을 보내드리도록 하죠. 일단 그 시작은 킴이로군요. 잠깐 보도록 하겠습니다.”
.
.
토니는 얼핏 다가가기에 어려운 사람으로 비춰지곤 한다. 그것은 그가 그리 친절 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며, 프랑스 인 특유의 시니컬함도 성격에 스며들어 있다. 허나, 시간을 보내다보면 결국 그 모든 생각들이 편견임을 깨닫게 된다.
사실은 그 누구보다 자상하고, 또 따뜻한 마음씨를 지니고 있다. 토니는 그저, 자신의 마음씀씀이를 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을 것뿐이다.
“내가 잡았어.”
팁-오프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고, 농구공을 손에 쥔 나는 패스를 넘긴 뒤에 샬럿의 벤치를 슬쩍 바라보았다. 시즌 내내 그래왔 듯, 토니는 벤치에서 출발을 한다.
‘말했지만, 시합은 별개에요.’
이번 토니 파커의 샌안토니오 홈커밍 이 벤트를 앞두고, 우린 홈페이지를 통해 무엇 이 가장 그리운지를 묻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답변 중 하나가 바로 TP to TD를 다시 보고 싶단 것이었는데, 토니와 티미의 케미스트리는 정말이지 특별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마도 그것이, 스퍼스의 앞으로도 유일무이할 BIG-3(토니,마누티미)를 상징하는 장면 중에 하나로써 영원히 남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헤이-!!!”
.
.
(빌 랜드)
“Bullet Pass!! By KIM!! 넵. 이게 현재의 샌안토니오 스퍼스이죠!!”
(션 엘리엇)
“올 시즌 내내 보고 있는 장면입니다. 킴 이 엘보우에서 포지션을 잡고 미드레인지 게임을 펼치기 시작하면, 오프-더-볼을 통 해 어딘가에서는 결과가 만들어지죠. 지금은 폴 조지의 쇄도가 정말로 좋았습니다. 알드리지의 퀵스크린을 받았고, 아주 잘 움직였어요.”
.
.
K to PG. 혹은 K to B. 만약 우리 역시도 BIG-3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한다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이를 그리워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TP to TH 의 하이라 이트 필름으로만 접한 세대라면, 분명히 그 러지 않을까?
토니의 홈커밍 이벤트 때문에 감정적이 되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경기 초반의 나는 유독 유산(Regacy)과 관련 된 부분을 머릿 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짧아. ’ , 티잉-!
“뒤!!”
알드리지의 다소 느슨한 박스아웃을 비 욤보가 파고들려고 했지만, 스마트의 콜-플레이가 오펜스보드를 허용할 뻔 했던 상황을 방지해낸다. 가까스로 리바운드를 거머 쥔 알드리지가 내게 패스를 보내오고, 그는
덜컹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리고 이는 내게도, 시합에 좀 더 집중 할 수 있는 계기로써 다가왔다. 잠시 토니에 관한 것들을 놓아두고, 샬럿을 좀 더 객 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다.
‘약점은 분명해.’
올 시즌 내내 샬럿은 본인들의 애매한 성 적만큼이나 애매한 팀-컬러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10월 4승 4패를 시작으로, 11월과 12월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7승 7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1월 역시도 현재까지 6승 7패 중이다.
지금까지의 징크스(?)대로라면 오늘 우리에게 승리를 거둬야만 했으나, 난 절대로 그것을 허락하고픈 마음이 없었다. 본래 징 크스란, 깨지라고 있는 것인 법이다.
아무튼, 샬럿은 작년부터 켐바 워커를 트레이드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팬들의 반대와 본인의 충성심을 밝히는 인터뷰에도 불 구하고, 잊을만하면 켐바가 트레이드 될 수 도 있다는 이야기들이 간헐적으로 터져 나 왔다.
하지만 많은 이유로 인해 켐바의 트레이드가 장벽에 부딪치게 되면서, 샬럿은 정체 성에 혼란을 겪는 중이었다. 리빌딩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플레이오프를 원하는 것 인지. 도무지 알기 힘든 갈지자 행보를 보 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팀을 이렇게 곤란하게 만든 가장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드래프트의 실패와 니콜라 바툼에게 준 대형계약이었다.
“스위치!!”
“인사이드, 인사-이드!!”
투웅- 철썩!
니콜라 바툼의 연봉은 올 시즌 2,400만 달러로, 내년 2,550만 달러를 포함해 플레이어 옵션까지 포함한 2년의 계약이 더 추 가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가 샬럿으로 와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의심할 여지없는 오버페잉이다.
그래서 현재 샬럿은 바툼을 트레이드코 자 노력 중에 있으며, 악성계약을 받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클리블랜드에 끊임없는 구애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캐벌리어스가 얻고자 하는 것들이었다.
요약하자면 악성 계약을 감수하면서까지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만한 매력적인 카드가 샬럿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드래프트 풀(Pool)이 약하다고 평가받는 2019년의 1라운드 픽은 값어치가 많이 떨 어지는 상황인데다가, 젊은 트레이드 칩이 라고 할 수 있는 말릭 몽크는 현재까지는 버스트(Bust)였다는 평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비었잖아!!!”
그렇다고 마일스 브릿지스를 넘길 수도
없는 실정이다. 만약 켐바와의 인연이 근시 일내에 매조지가 된다면, 어쨌든 재능을 터 뜨려볼 수 있는 카드는 현재 그가 유일하니까 말이다.
가장 매력적인 카드는 제레미 램이지만, 만약 그를 내보낸다면 사실상 샬럿은 올 시즌을 포기해버리는 셈이 된다. 그렇다면, 2 라운드 픽을 주어가며 자마이칼 그린을 데려온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어버리고야 만다.
결국, 샬럿이 원하는 것은 플레이오프권의 전력을 유지하거나 조금 더 끌어올리면 서 니콜라 바툼이란 악성계약을 처분하여 팀의 미래를 밝히는 일이다.
철썩-!!
“이런!!”
하지만 지금까지 샬럿의 프런트가 보여 준 행보를 고려해 보았을 때, 나는 그들이 일방적인 손해를 보지 않고 적절한 트레이드를 만들어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토니가 바툼이 떠나는 걸 바라지 않을 거다.
애초에 그가 샬럿행을 택한 것도, 제임스 보레고와의 인연을 생각함과 동시에 친한 동생과도 같은 바툼의 곤란한 상황을 돕기 위해서였다.
바툼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오버페이라는 비난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토니는 그런 그를 케어코자 샬럿행으르 결정했다. 만약 바툼이 아니었더라면, 토니는 해변이 있
는 따뜻한 도시를 택했을 것이다.
L.A의 두 팀 중 하나라든가, 마이애미라 든가 하는.
.
.
(빌 랜드)
“출발이 괜찮습니다, 스퍼스. 4 : 0. 런던 경기 이후에 떨어졌던 컨디션이 조금씩 올 라오는 장면이 눈에 들어와요. 아직 초반일 뿐입니다만,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군요.”
(션 엘리엇)
“포포비치는 그런 부분을 관리하는 영역에 있어서는 신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보통훈련을 쉬게 되면 감각적인 문제라든가, 동기부여가 결여되는 일을 겪게 되죠. 그렇지만 그렉 포포비치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그 누구보다 잘 하는 감독입니다. 선수 들이 그의 말을 100% 믿도록 만들죠. 강조 하는 부분은 따르도록이 아니라, 믿도록 이 라는 부분입니다.”
.
.
1쿼터, 경기는 빠르게도 기세가 기울어지 기 시작한다. 물론 우리에게 매우 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켐바와 램의 야투는 연이어 빗나갔고, 마빈 윌리엄스마저도 내게 저지를 당해버렸다.
파앙-!
“에이, 잘했어.”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 하루 종일도 할 수 있다고.”
삐이이이-
1쿼터도 어느새 7분여가 흘렀고, 경기의 스코어는 21 : 11. 우리의 10점 차 리드였다. 그리고 내가 마빈 윌리엄스의 슈팅을 블록 해내자, 버저가 울리면서 샬럿의 벤치에서 토니가 걸어 나왔다. 평소 샬럿의 로테이션을 생각하면, 분명히 이른 교체이다.
토니가 코트로 들어서자, 다시 AT&T 센터의 관중들이 그를 향한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기 시작한다.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9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 고 있었는데, 조만간 저것은 체육관의 가장
높은 곳에 걸리게 될 거다.
“God. 내가 전관예우를 좀 해줘야 할까?”
“그렇게 생각해? 폽이라면 뭐라고 할까?”
“Damn, 아마 내 엉덩이를 걷어차겠지.”
“그래. 바로 그거야.”
내 곁으로와 잠깐 고민하던 스마트가 토니에게 달라붙고, 다시 샬럿의 공격이 시작 된다. 복잡한 셋-업을 통해 캐치&.슛을 노 리던 전략이 실패로 돌아가는 가운데, 이젠 샬럿의 TP9이 되어버린 사내가 보이지 않았던 틈을 송곳처럼 파고든다.
황급히 토니를 쫓는 스마트가 곧 거리를 좁히지만, 이미 좋은 위치를 줘버렸고 저 포지션은 토니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레이-업을 던질 수 있는 상태였다.
퉁.. 스륵-
마치 그물이 실크라도 된 것처럼, 몇 번 림을 퉁긴 농구공을 부드럽게 감싸면서 아래로 떨어트린다. 인상을 찌푸리는 스마트가 벤치를 향해 손을 들어 올리고, 나는 그런 그를 쫓으면서 잔소리를 이어갔다.
“엉덩이에 한 방.”
“시끄러워.”
“엉덩이에 한 방이라니까?”
“아, 제발!!”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토니의 한 마디.
“너네 둘, 여전하구나.”
“…”
나는 토니에게 자신이 얼마동안 집을 비운 것 같으냐는 물음을 하려다가, 시합 중 에는 적절치 않은 것 같아 그것을 삼키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적을 밝히고 우리 모두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준 뒤로, 정확히 반 년이 되었다.
여전히 토니의 가족들은 샌안토니오에 머물고 있었지만, 그들은 가족들의 모임에 만 간혹 참석할 뿐 AT&T 센터로는 오지 않았다. 남편이 아직 찾지 않은 AT&T 센터에, 자신들만 오기가 미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토니의 가족들은 TV로만 우리 스퍼스의 경기를 지켜볼 것 같았다. 물론 거의 대부분은 샬럿의 경기일 테지만 말이다.
“네, 토니.”
아무튼. 그래서 내가 한 대답은 이러했다.
“이곳은 늘 똑같을 거예요.”
그러니 부디, 언젠가는 그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지금은 제법 훌륭한 심리전이었어.”
“뭐라고요?!?! 난 진심이었다고요!!”
“하-! 퍽이나!!”
“Ah- Come On. 정말이에요? 토니!! 난 상처받았다니까요! !”
멀어지는 토니를 향해 소리치는 날 보며, 바툼이 피식하고는 웃어 보인다. 그러면서 말하길, 토니는 이제 자신의 것이니 더 이상 건드리지 말란다.
“오, 그러니까 그 말은..”
“STOP. 내가 실수했어.”
“전 편견 따윈 없어요. 취향은 언제든 바 뀔 수 있죠. 혹시,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던 거예요? 만약 그런 게 있었다면 저한테도 말해줘요 왜냐하면 조심해야 하니까. 또…”
“…Please. 진짜 미안해.”
“…”
흐음- 여전하다고 했던가? 아니,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분명 이곳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성장 중이었다.
* * *
□ 경기결과
SPURS 128 : 97 HORNETS
Min-Hyuk Kim / 34분 06초 출전
: 28PTS / 7AST / 8REB / 1STL / 3BLK / 2TO / 2PF
: 9/17 FG, 5/9 3P, 5/5 FT
: +/- : +22
.
.
경기가 모두 끝난 뒤, 나는 다시 토니와 만났다. 우린 짧은 포옹 뒤에 서로를 위한 덕담을 건넸으며, 아쉽지만 난 그런 그를 다른 이에게 양보해야만 했다.
“뭔가 아쉬운 표정인데?”
“그럼요, 티미. 당신들 둘이 어제 토니를 독점했잖아요.”
“정확히는 셋이지.”
“응?”
토니를 보며 티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평상복을 입은 마누가 불쑥 끼어든다.
“폽도 왔었거든.”
“아- 진짜!! 왜 저는 거기에 낄 수 없는 건데요?”
“그야 넌 2014년의 우승 때에 그 자리에 없었잖아?”
“그리고 2007년이랑 그 전에도.”
“하-! 정말 그러기예요?”
과연 이 양반들, 나중에 내가 본인들을 따돌리면 어쩔 것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으름장을 놓으며 협박 비슷한 행 동을 하자, 두 사람은 개의치 않는다는 얼 굴로 다시 말했다.
“그럼 우린 2003년의 우승에 대해 말하면 돼.”
“오-! 그리고 2005년이랑 2007년도.”
“또 2014년은 어떤데??”
애초부터 이겨먹으려고 한 내가 잘못인 것 같다. 결국 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 서 곁을 떠났고, 30득점 5스틸 경기로 POM(Player of the Match)를 차지한 폴 조지를 발견하곤, 거기에 화풀이(?)를 하고 자 결정을 내렸다.
표정을 굳힌 채로 카메라의 앞을 스윽 지 나치자, 폴 조지가 땀을 닦던 수건을 내게 집어 던진다. 그러자 약간 기분이 풀렸고, 다음 볼일은 관중석에 있었다.
3쿼터 도중 잠깐 경기가 지연되는 동안, 나는 코트사이드 뒤쪽 좌석에 자리를 잡은 한 가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독 9번 유 니폼이 많았던 오늘, 세 사람 모두가 22번 유니폼을 입고 있는 장면은 아마 저곳이 유 일했을 것이다.
그래서 난 시합 도중, 경기가 끝나면 신 발을 주겠단 약속을 했다.
“샌안토니오에 사시나요?”
“네. 남쪽에 살고 있죠.”
“그렇군요. 사인도 함께 해드려요?”
“오- 그러면 정말 더할 나위 없죠.”
일 년에 한 번은 반드시 AT&T 센터를 찾는다는 가족들을 위해, 난 최대한 헐벗을 수 있는 만큼 헐벗기로 결정을 내렸다. 덕 분에, 라커룸으로 향하게 됐을 때의 나는 웜-업용 상의와 유니폼 바지. 그리고 양말 만을 신은 채였다.
신발은 남편에게, 유니폼은 그 부인에게. 그리고 시합도중에 착용한 보호대들은 아 이에게 준 셈으로 쳤기 때문이다.
“응? 큭큭. 오늘은 또 왜 그 꼴인데?”
“팬을 위해서죠. 오늘 유일하게 22번을 입고 있었다니까요?”
“설마- 그럼 오늘도 또 볼일이 있는 거야?”
“넵. 아이들에게 토니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거든요.”
샬럿은 모레 멤피스와 홈경기를 치를 예 정이고, 그래서 시합이 끝나는 대로 홈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시간이 촉박할 것인지 라, 난 얼른 샤워를 마쳐야만 한다.
인터뷰 도중, 휴대폰이 울리면서 난 기자 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평소 성실하게 인터뷰에 임하곤 했었던 나인지라, 이번에는 그 들도 이런 나를 이해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난 감사한 마음을 전했고, 얼른 발을 움직여 복도로 나섰다.
“응? 왜 넷 뿐이야?”
“몸이 안 좋다더라.”
“…”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김규완이다.
‘휴우우- 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이쯤 되니 궁금한 건, 대체 녀석이 이곳에서 얻고자 했던 것이 무어냐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