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177
2014년 2월 27일. 오그던, 유타. 해리슨 불러바드. 웨버 주립 대학교. 디 이벤츠 센터.
□ 경기시작 전
WSU : SSU
On Court
Weber State University
G : No. 05 조던 리차드슨(6-3/Sr.)
G : No. 30 제레미 센글린(6-3/Fr.)
F : No. 22 김민혁(6-8/Soph.)
F : No. 13 리온 베이커(6-11/Sr.)
F : No. 21 조엘 볼럼보이(6-9/Soph.)
VS
Sacramento State University
G : No. 10 마이크 맥키니(6-1/Jr.)
G : No. 05 딜런 개리티(6-2/Jr.)
G : No. 02 코디 뎀스(6-4/Soph.)
F : No. 20 잭 밀스(6-5/Jr.)
F/C : No. 34 알렉스 티핀(6-9/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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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에는 상당히 많은 것들이 달려 있었다.
만약 오늘 우리가 SSU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경우, 남은 시즌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3월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의 호스트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즉, BSC 우승을 결정짓는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BSC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맞아 역사적인 기록 하나를 노리는 중이었다. 최근 우린 26경기 동안 홈에서 패배하지 않았고, 이것은 몬타나의 기록과 타이를 이루는 것이기도 했다.
우린 이 역사적인 숫자를 27로 늘림과 동시에, 3월 1일에 치러지는 NAU와의 경기에서도 승리하며 유종의 미를 장식하고 싶어 하는 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린 오늘 경기를 통해 BSC 최초로 500승 고지에 선착하는 팀이 될 수도 있다. 학교측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도 이 부분이다. 우승이나 홈 연승도 분명히 좋은 기록이지만, 학교의 입장에서는 ‘최초’ 라는 타이틀이 붙는 명함이 훨씬 더 매력적이게 느껴졌을 거다.
오늘 코트사이드에 관계자 여럿이 나란히 자리한 이유이기도 하다.
“에이, 조던!”
“?”
나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 조던에게 다가가 한 번 더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다. 지난 이틀 동안 눈이 빠질 만큼 공부를 했고, 어제는 급기야 꿈에서 SSU에 패배하는 끔찍한 악몽을 꾸어야만 했다.
이 전에도 분명 리딩이라는 것을 해보았지만, 확실히 지금의 난 큰 부담감을 안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 맞아. 네가 3번이니까, 리온의 업스크린을 받으면 돼.”
“좋아. 명심했어.”
“헤이, Dude.”
“?”
“너무 긴장하지 마.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을 테니까.”
“…….”
확실히 조던은 NCAA에서 4년간 경험을 쌓은 베테랑다웠다.
블레이클리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팀 분위기가 흔들리던 때, 누구보다 묵묵히 연습에만 몰두한 것이 바로 그였으니까 말이다. 비록 코트 위에서는 슈팅 퍼스트의 마인드를 지닌 남자였지만, 코트 바깥에서는 의외로 조용했다.
듣기론 따뜻한 캘리포니아에서 나고 자랐던 지라, 유타의 추운 날씨에 적응하느라 말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했다.
뭐, 진실은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그래, 고마워.”
“그래.”
난 조던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벤치로 천천히 걸어갔다. 벤치의 가장 안쪽 자리에는 블레이클리의 유니폼이 의자 등받이 부분에 걸려 있었다.
어제 수술을 끝마친 그는 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뭘 그렇게 보고 있지?”
“오우-! God’s Sake!! 깜짝 놀랐잖아요!!”
정말로, 심장이 바닥에 굴러 떨어진 것만 같았다. 무의식중에 바닥을 한 번 흘끗 쳐다볼 만큼 실감나는 기분이 들었다.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살금살금 다가온 팀 브레넌은 내 시선이 닿아있던 자리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어깨를 으쓱이며, 굳이 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을 했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 나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던 남자가 맞는가 싶다.
“하하. 그건 내 성격이라 어쩔 수 없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겠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코트 위에서 분명 실수가 튀어나오게 되어 있거든. 팀을 리딩하는 선수가 가장 저지르지 말아야 하는 것이 바로 실수야. 크리스 폴이 그래서 이상적인 거지.”
“설마 제게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건 아니겠죠?”
“지금 장난하는 거야?! 휴우- 이번 시즌 난 내 역할을 다하지 못했어.”
“B의 부상은 당신의 탓이 아니잖아요.”
팀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블레이클리의 부상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 막바지 리쿠르팅 계획을 세우면서, 팀 브레넌은 스탠리에게 강한 자신감을 표출했었다고 한다. 웨인 브래드포드를 팀의 두 번째 백업 가드로 키워낼 수 있다면서 말이다. 그가 포지션을 바꾼 이유가 팀 때문이었던 거다.
하지만 웨인은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자 자연스레 리쿠르팅 과정에서 블레이클리를 제외한 다른 포인트 가드를 등한시 했던 결과가 나타나게 되었다.
시즌 내내 아킬레스건을 훤히 노출하고 가야하는 셈이었다는 뜻이다.
“블레이클리의 부상은 내 책임이야. 만약에 그가 시즌을 치르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더라면 괜찮았을 거야.”
“…….”
“의사가 말하길, 피로가 누적되었기 때문이라더군.”
나는 어쩐지 팀의 기분을 조금 이해 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하아- 사실 스탠리에게 팀을 떠나겠다고 말을 했었지.”
“뭐라고요?!”
“이번 시즌이 끝나면, 관두겠다고 말을 했어. 너도 잘 알겠지만, 스탠리는 유능한 남자야. 언젠가는 캔자스나 듀크에서 그를 노릴 지도 몰라. 빌 셀프와 코치 K의 후임자를 찾는다면, 스탠리보다 적합한 사람은 없으니까.”
팀은 자신이 어쩐지 스탠리의 앞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스탠리는 처음엔 말렸어. 하지만 나 또한 관두겠다는 의지가 확고했지.”
“그래서, 당신이 떠나는 건가요?”
“…….”
그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아니. 블레이클리의 부상이 있은 뒤에 오히려 팀에 남고 싶어졌지. 내가 관두려고 했던 것이 그냥 도망치려는 것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그리고 널 봤지.”
“저요?”
“그래. 친구도 가족도 없는 곳에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널 말이야. 넌 정말 아주 잘 하고 있어. 넌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불어 넣어줘. 네 삶에 대한 태도와 네가 농구를 대하는 태도가 말이야.”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하하. 그게 오히려 좋은 거야.”
팀은 자신이 말하는 것이 겸손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을 했다.
이건 겸손이 아니라, 의도적이지 않은 선행에서 오는 당연한 느낌이라면서 말이다. 만약에 내가 스스로 그러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면, 조금은 질려버렸을 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계산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코트 위면 충분하니까.
내 어깨 위로 팀의 따뜻한 손이 얹어져 온다.
“네가 얼마나 큰 짐을 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겠지. 그건 스탠리도 마찬가지일 거야. 나 또한 그렇고. 하지만 넌 그걸 마치 처음부터 가지고 있기라도 한 양 살고 있어. 그건 진짜배기 재능이야.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거지.”
“워우- 당신이 그런 말을 해 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하하! 그래서 사람은 오래 지낼수록 좋은 거야. 그렇지?”
“네, 맞는 것 같아요.”
등 뒤에서 콜린이 선수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코트가 비워짐과 동시에 조명이 하나 둘 꺼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더욱 커지는 음악소리들의 사이로,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스테이시가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녀도 당연히 블레이클리의 부상 소식을 잘 알고 있고, 팀 때문에 제법 큰 곤욕을 치렀던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스테이시는 지난 이틀 동안, 나를 되도록 내버려 두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는데, 정말로 그랬던 것 같다.
[ “NEXT! From South Korea!! No. 22!! KIMSANITY!! MIN! HYUK! KIIIIIIIIM!!!” ]그래서 난 자렐의 소개에 맞춰 코트에 나아가는 길에, 스테이시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사랑해.”
경기 전에 말했던 오늘 경기가 가지는 의미와 블레이클리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 그에 따라 오는 압박이 전해주는 긴장감. 하지만 이런 것들은 어느새 말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소개되어 나오는 조엘을 바라보며, 우린 코트위에서 스크럼을 짜고 모였다. 여기에서 대화를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리온의 몫이다.
그는 먼저 우리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엘? 네가 보드를 책임져야 해! 제레미? 우리에게 에너지와 스피드를 전해줘! 네가 더 빠르다는 걸 보여 달라고. 조던? 킴? 우리 집에서는 절대로 안 돼! 여긴 우리의 집이고, 저들이 여길 난장판으로 만들게 내버려 둘 수 없으니까. 준비됐지?!”
“예압-!”
“좋아. 그럼, 1,2,3에 와일드캣이야. 1! 2! 3!”
“와일드캣-!!”
어딘지 모르게 비장한 기운마저 감도는 리온은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또 한 번 말하는데, 이것은 단순히 승리에 걸려있는 타이틀 때문이 아니었다.
블레이클리 모하메드라는 뛰어난 가드 없이 치르는 첫 번째 경기.
이 단추를 잘 꿰어야지 만이 우린 남은 시즌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휴우우-”
하프라인 부근에 자리를 잡아, 주심이 경기를 시작하길 기다린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차분하게 변한 지금, 내가 신경 쓰는 것은 오로지 경기가 끝나는 순간 우리 팀이 1점이라도 앞서는 데에 있었다.
매튜 러카신이 띄워 올린 공을 리온이 건드린 것을 시작으로, 컨퍼런스 21번째 경기의 샷클락이 움직였다.
++++++++++++
□ 전반 5 : 47
WSU 9 : 7 SSU
“헤이!”
전반 초반은 제법 치열했다.
를 준비한 우리에 맞서, SSU 또한 많은 숫자의 스크린과 스윙을 통해 앞 선을 공략하려는 전술을 가져왔다. 다행인 점은 조던과 제레미가 마이크 맥키니나 딜런 개리티에 비해 신장이 크다는 것이었다.
2-3 지역방어의 로포트 양 끝에 자리한 나와 리온은 몇 번의 헷지를 가해주는 것만으로, SSU의 공격을 주춤거리게 만들 수 있었다.
철썩-!
“이런!”
다만 문제는 마이크 맥키니의 컨디션이 지나치게 좋다는 점이었다.
“벌써 몇 개째야?”
“신경 쓰지 마, 제레미. 어서 가.”
“Damn!”
코비 브라이언트도 아닌 주제에, 믿을 수 없는 터프샷을 연속해서 성공시킨 마이크 맥키니가 SSU를 현재까지 이끄는 주역이었다. 나는 제레미를 진정시켰고, 스탠리 또한 벤치에서 침착하라는 제스쳐를 그에게 보냈다.
다시 베이스라인 밖으로 빠져나가, 조던에게 농구공을 건넨다. 오늘 그는 작심이라도 한 것처럼 플레이를 펼치는 중이다.
평소라면 슈팅을 던지거나 드리블을 했을 상황에서도, 조던은 패스를 하거나 스크린을 통해 템포를 조절했다.
완벽한 포인트가드의 마인드로 임하는 그의 모습은 확실히 낯설기만 하다.
“3DOWN! 3DOWN!!”
오늘 우리에겐 각자 숫자가 붙어있다. 그리고 이 숫자를 통해 어떠한 움직임을 할 것인지가 결정이 된다.
지금 조던은 숫자 3. 그리고 DOWN이라고 외쳤다.
이 말은, 3번인 내가 다운스크린을 걸어 로포스트에서 빠져나오는 제레미를 윙으로 보내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다음은 슬립(Slip)을 통해 마치 픽&롤을 하는 것과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 보는 바와 같이, WSU는 사다리꼴 형태의 박스를 취했다.
-> 민혁이 제레미의 움직임을 위한 다운스크린을 걸어주는 것이 주된 골자이고, 조던에게서 패스를 넘겨받은 제레미가 픽&슬립의 형태를 취한 민혁에게 곧장 패스를 전달하게 된다.
++++++++++++
제레미의 패스가 도착하고, 허겁지겁 커버를 오는 잭 밀스의 움직임을 이용해 나는 그대로 오른발을 축으로 삼아 몸을 빙그르르 돌렸다.
간단하게 그를 벗겨내자, 커버를 위한 커버에 들어오는 알렉스 티핀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다면?’
그와 대치하고 있던 리온이 자유로운 상황이라는 뜻이 된다.
곧바로 슈팅을 올려놓는 대신에 약간의 여유를 가지자, 골밑을 향해 달려드는 리온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투웅-
바운드 패스를 퉁겨 보내고, 정확하게 이를 캐치한 리온이 멋지게 날아올라 강력한 투 핸드 덩크를 꽂아 넣는다. 기세를 끌어오기 위해 아주 커다란 고함을 내지르는 것도 있지 않는다. 아마 할 수만 있었다면, 림을 잡고 뒤흔들기도 했을 거다.
하지만 그랬다간 불필요한 T-파울을 적립 받는다.
“아주 좋았어.”
“그래.”
조던과 내가 리딩을 분담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의미였다. 굳이 내가 탑에서 볼을 쥘 필요가 없이, 박스(BOX)에서 스크린이나 아니면 직접 롤링을 통해 농구공을 만질 기회를 창출해내는 것이었다.
탑이 아닌 여러 가지 위치에서 볼을 잡음으로써, 와 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옵션을 손에 쥘 수 있게 된 것이다. 11점 중 7점이 내 손끝에서 만들어진 것 또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게 있어서도, 슈팅이 아닌 부분으로 팀에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느낌이었다. 아직 슬럼프 중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슈팅의 숫자를 줄여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오프-더-볼과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나의 새로운 역할이었다.
현재까지는 이것이 제법 마음에 든다.
투웅-
“이런!!”
또 한 번 무리한 터프슛을 시도하던 마이크 맥키니가 안타까움을 토해내고, 리바운드를 거머쥔 조엘을 확인한다. 백코트를 하는 맥키니에게 제레미가 무언가 정신없이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틀림없이 트래쉬 토크일 거다.
“내 의미는 저런 게 아니었는데.”
“하하. 맞아. 그렇지.”
공격 코트로 넘어가는 길에, 리온이 내게 슬쩍 한 마디를 하고 위치를 잡는다. 그의 말처럼 제레미에게 에너지를 불어 넣어달라던 의미는 상대편에게 입을 놀리라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확실히 재미가 있기는 하다. 제레미 센글린은 여러모로 보는 맛이 있는 남자였고, 덕분에 팀 내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높다.
조금은 가볍지만, 밝고 긍정적인 모습에서 우린 한 발 더 뛸 힘을 얻는다.
“4 CROSS! 4 CROSS!!”
또 한 번 조던의 콜이 이어지고, 우린 그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블레이클리가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 많이 움직이도록 이끌고 있다.
그래야만 그의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블레이클리 또한, 자신의 공백 뒤에 팀이 곧장 패배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책임감이 강한 그라면 분명히 괴로워 할 거다. 그리고 우린 2년 간 함께 생활해온 좋은 친구가 아파하길 바라지 않는다.
“리온!!!”
크로스 스크린 뒤에 리온의 포스트업이 이어지고, 제리미와 조던으로부터 두 차례 스크린을 받은 나는 크게 반대편으로 돌아 윙에 자리를 잡았다.
근방에는 수비수가 아무도 없었고,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던 리온이 정확한 타이밍에 패스를 연결한다.
슈팅을 던질 기회가 찾아왔다.
‘느낌은 괜찮아.’
전반 7분이 넘어서야 첫 번째 슈팅을 던지는 것이었지만, 점프를 한 순간에 난 떠오르는 몸이 제법 가볍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스텝도 제대로 밟았고, 패스의 타이밍도 적절해서 흐름이 끊기지도 않았다.
남아있는 것은 이 모든 과정들을 하나의 리듬으로 삼아, 평소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농구공을 손에 쥐었을 때, 그리고 점프를 했을 때.
이 모든 순간 손과 농구공의 위치는 매우 적절했다.
그렇다면 아래에서부터 전달 된 힘을 부드럽게 이어가면 된다.
“…….”
쭉 뻗은 왼손과 림을 가리키는 손가락.
바닥에 착지를 하기도 전에 난 한 가지를 확신했고, 뒤이어 들려올 기분 좋은 소리를 생생하게 청취하기 위해 끝까지 농구공을 바라보았다.
철썩-!!
‘그렇……지!’
[ “THREEEEEEEEE-!!!!” ]14 : 9로 달아나는 3점 슈팅이 림을 가르자, 관중석이 한 번 요란하게 들썩였다. 우리가 흐름을 주도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고, 이 흐름이 결국에는 원하는 승리로 향하리라는 것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타이밍 좋게 브라이언 캣츠(Brian Katz)가 흐름을 자르며, 타임아웃을 부른다. 많은 박수를 받으며 벤치로 돌아가는 길에 난 생각한다.
과연 슬럼프는 끝난 것일까?
‘아니, 아직은 아냐.’
지금의 슈팅은 모든 것들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메커니즘을 위한 과정들과 심리적인 안정감과 리듬. 이 모든 것들이 종합이 된 상황에서 빗나가는 일은 성공하는 것보다 배는 어렵기 마련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들이 받쳐주지 않는 때에도, 전처럼 계속해서 득점을 올릴 수 있느냐다.
마치 오늘 마이크 맥키니가 보여준 것처럼, 터프슛을 아무렇지도 않게 성공시킬 수만 있다면 슬럼프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은 아니었다.
“좋아. 우리가 흐름을 잡았다. 저들이 허둥대는 것이 느껴지는군.”
“하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스탠리를 바라보며, 다시 생각한다.
그래도 전보다 훨씬 더 나아졌음을 말이다. 좋았던 순간에 슈팅을 성공시키는 것이 용이하다면, 그 좋은 순간들을 코트 위에서 여러 번 만들어내면 되는 일이었다. 한 발을 더 뛰려는 동료들이 있기에, 충분히 그것이 가능할 것 같았다.
“지금까진 모든 것들이 훌륭했어. 그들이 스코어를 좁힐 수 있었던 이유는 터프슛 때문이었다. 수비에서의 집중력은 확실히 저들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에 있다. 스스로를 믿어라! 블레이클리도 틀림없이 그것을 바랄 테니 말이다.”
스탠리의 말에 우리는 한 번 더 블레이클리의 유니폼이 걸린 벤치를 바라보았다. BSC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에,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서게 될 이가 저걸 입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를 통해 블레이클리의 병실에 생생하게 중계가 될 거다. 우린 이 상징적인 세레머니를 통해 그에게 감사를 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다.
누구보다 팀을 위해 헌신한 이라면, 응당 받아야 할 보상이었으니 말이다.
“우린 오늘 반드시 승리를 할 거다. 너희 모두를 위해서. 그리고 블레이클리를 위해서.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겠다.”
작전타임 이 후 코트에 다시 나섰을 때, 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SSU의 선수들이 우리의 눈빛을 보고 크게 당황하고 있다는 걸, 그리고 조금씩 그들의 얼굴에 불안이라는 그림자가 덧씌워지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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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 종료
WSU 46 : 31 SSU
Min-Hyuk Kim : 14Min(9PTS/6AST/2REB/1BLK/1TO/1PF)
(2/5 FG , 1/2 3P , 4/5 FT)
(+/-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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