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237
□ 하프타임
PHO 61 : 58 POR
경기는 상당히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중이다.
선발로 나선 릴라드는 오늘도 팀 포틀랜드를 이끌며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고, 이번 2014 NBA 드래프티 중 가장 깜짝 놀랄만한 지명 중 하나로 평가받는 리온 역시 벤치에서 출전해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36경기에서 13.4분을 뛰며 6.2득점에 3.1리바운드 0.7블록을 기록 중인 것이다. 돋보이지 않는 기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평균적인 스타터의 출전시간 기준인 36분으로 환산을 했을 때에는 놀라운 수준의 숫자로 탈바꿈 한다.
물론 경기당 2.6개에 이르는 파울이 리온의 발목을 붙잡는 중이다. 그렇지만 2라운드 중반부가 넘어 지명 된 신인이 보여주는 활약이라고는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다.
그래서 리온에 대한 지역민들의 사랑과 응원이 제법 대단했다. 그러고 보니 경기 시작 전 우리에게 당해버린(?) 불쌍한 남자도 리온의 저지를 걸치고 있었다.
“OKAY!! 좋아요! 이제는 여러분들이 모두 기다려왔던 시간입니다!”
“응?”
화장실을 다녀와 막 자리에 앉았을 무렵, 경기장 안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피닉스 선즈의 장내 아나운서가 코트의 가운데로 나와 분위기를 흥겹게 만들었고, 주위를 맴돌던 치어리더들은 이내 사방으로 흩어져 응원솔을 흔들었다. 경쾌한 음악에 몸을 맡긴이들이 차례대로 화면에 비춰지고, 다시 장내 아나운서가 입을 열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여러분! 그리고 티켓을 손에 쥐고 흔드는 겁니다! 평소라면 우린 이 이벤트에 1만 달러의 상금을 걸지만! 오늘은 좀 더 특별한 것이 있죠. 2만 달러의 상금과 함께, 스카츠데일 애리조나에 있는 토킹 스틱 리조트의 스위트룸 예약권을 함께 드립니다! 올 해 안에만 사용하면 되는 거라 매우 넉넉하다고요!”
“오우-! 그거 멋지네. 우리를 뽑으라고요!!”
자리에서 일어난 스테이시가 몸을 흔드는 사이, 나는 주머니를 뒤적여 입구에서 다시 받아든 티켓을 꺼내 들었다. 거기에는 굵은 글씨로 26번과 27번이 나란히 새겨져 있었는데, 아무래도 지금의 이벤트를 위해 따로 인쇄를 한 것 같았다.
분위기가 한층 더 달아오를 무렵, 피닉스 선즈의 마스코트인 GTG(Go the Gorilla)가 거대한 로또머신을 코트의 가운데로 끌고 들어왔다.
안에서는 깨알같이 작은 공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틀림없이 경기장을 가득채운 1만 8천여의 숫자가 들어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클라이맥스 드럼소리와 함께, 조명이 꺼지고 스포트라이트 하나가 장내 아나운서가 있는 곳으로 쏟아졌다.
그리고 잠시 뒤,
“음-흠! 느낌이 왔어요. 그거 알아요? 느낌이 왔다니까요! 이번 행운의 주인공은 틀림없이 저기에 있는 Big Ticket을 들고 이 경기장을 떠나게 될 겁니다! 음-흠! 그렇고말고요. 전 매우 감이 좋은 남자라고요.”
“하하. 정말 잘 하는데?”
“그러게 말이야.”
피닉스 선즈의 장내 아나운서는 확실히, 분위기를 제대로 띄울 줄 아는 남자인 것 같았다. 만약에 그가 장사꾼이었다면, 판매하는 상품이 무엇이건 간에 틀림없이 구매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마이크를 잠깐 겨드랑이 사이에 끼운 장내 아나운서가 손에 든 구체를 비틀어, 안에 있는 종잇조각을 꺼내 들었다.
마치 그 모양새가 포춘 쿠키를 뜯는 것 같았던지라, 나는 손가락을 꼬며 스테이시를 향해 몸을 살짝 기울였다.
“행운의 주인공은?!”
“어쩐지 26번일 것 같지 않아?”
“No. 26!!!! 어디에 계십니까?!”
“에?”
“이런 세상에나! 진짜였어? 자기잖아!”
“…….”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던 장내 아나운서와 피닉스 선즈의 치어리더 중, 라틴계로 보이는 갈색머리의 여성이 우리를 먼저 발견했던 것 같다. 그녀는 높이 손을 들어 올리며 우리를 가리켰고, 이내 경기장 내 모니터에 우리 커플이 비춰졌다.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높은 함성이 잠시 뒤섞이고 난 뒤, 등을 떠미는 스테이시의 손길을 느꼈을 때에 나는 어느새 치어리더의 손을 잡고 코트로 들어서고 있었다.
“잠깐, 잠깐만요!”
“응? 당신 26번이 맞잖아요. 설마 아닌 거예요?”
“아니, 그건 맞는데.”
“그렇다면 어서 와요! 이건 정말로 큰 행운이라고요!”
기어코 나를 잡아끄는 치어리더를 따라, 장내 아나운서가 있던 하프라인으로 걸어간다. 다시 한 번 커다란 함성소리가 들려오고, GTG가 내게 다가와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언제나 난 NBA의 코트를 밟는 순간을 꿈꿔오고는 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그 꿈이 실현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어쩐지 조금은 억울하고 분하기도 했지만, 지금 가장 큰 감정은 정신없음과 혼잡함이었다.
모든 것들이 빠르게 움직였고, 모든 사람들이 정신없게 느껴졌다.
“와-우! 축하해요. 이름이 뭐죠?”
“뭐라고요?”
“이름이 뭐냐고요. 너무 긴장하지는 말고요.”
“오-! 킴이에요.”
“좋아요. 킴! 당신은 이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었나요?”
“아니, 그게 그러니까.”
“좋아요! 원래 처음에는 다 그렇죠. 아까 들었겠죠? 2만 달러와 토킹 스틱 리조트의 스위트룸 티켓이에요! 값어치로만 따지자면 거의 1만 5천 달러에 달하는 것이죠.”
어느 순간엔가 내 손에 농구공이 쥐어졌고, 그제야 정신이 든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양쪽 벤치에서 나를 바라보는 리온과 릴라드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만 같은 표정으로, 나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아마도 틀림없이 내가 자신들의 친구라거나, 혹은 WSU의 농구선수라거나 하는 것을 말하는 중인 것 같았다.
“어때요? 이제 준비는 됐나요? 하프코트 슈팅입니다.”
“응?”
“부끄러워하지 말아요, 친구. 당신은 틀림없이 할 수 있으니까.”
“그렇고말고요!”
나를 끌고 왔던 치어리더가 손을 들어 올리며 큰 목소리로 외치고, 시간이 없다며 나를 재촉하는 장내 아나운서는 슈팅을 던지는 지점까지 나를 끌고 갔다.
“연습은 없는 거예요?”
“오우-! 잠깐만요. 여러분? 여기에 있는 이 친구가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는군요. 어때요? 연습을 한 번 허락해 줄까요??”
“NOOOOOOOOOOO-!!!!!!”
일사분란 한 모습으로 한목소리를 내뱉는 관중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아무래도 NO라고 외치는 것이 일종의 전통인 것 같기도 했다. 응원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었던 나는 순간 오기가 생겨,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장내 아나운서를 향해 외쳤다.
“괜찮아요! 잠깐만요.”
“오, 오, 오!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는군요! 바로 이거에요! 이게 바로 우리가 기다려왔던 모습이죠! 용기가 있는 자만이, 달콤한 열매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이 남자 분은 매우 용감한 것 같군요!”
“휴우- 좋아요. 그럼.”
돌아서서 잠깐 어깨를 풀었던 나는 다시 몸을 숙여 농구공을 집어 들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모든 일들은 절대로 내가 기대했던 대로 풀려가지 않는다. 당당하게 NBA 무대를 밟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처음을 장식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우습게도 NBA의 무대에서 내가 던지는 첫 번째 슈팅은 팀을 위한 것이 아닌, 2만 달러의 상금과 리조트의 스위트룸 티켓을 위한 것이다.
[ “이봐, 킴. 만약에 네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려가지 않을 때에는 말이야.” ]라스베가스에서 만났던 소니는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 “삶은 예측할 수 없어서 재미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을 하라고.” ]그리고 난 그 말의 의미를 아주 조금 이해 할 것도 같았다.
“준비는 됐죠?”
“그렇고말고요.”
“좋아요! 신사숙녀여러분? 여기에 있는 킴이! 지금 바로 슈팅을 던집니다!”
장내 아나운서가 자리를 비킴과 동시에, 영화 로키에서 흘러나왔던 웅장한 음악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모든 이들의 관심이 내게 집중 된 것이 느껴졌고, 잠시 심호흡을 한 나는 뒤로 조금 물러났다 천천히 한 발 씩을 내딛었다.
하프코트에서 골대가지 충분히 도달하기 위해서는 두세 발 정도의 도약만 있으면 충분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떠한 것 하나를 시험하고픈 기분도 들었다.
‘휴우- 처음엔 오른발이야.’
오른발을 시작으로 왼발을 뒤이어 딛고, 다음으로 다시 오른발을 디딘 뒤에 농구공을 손에서 떠나보냈다. 농구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처음에는 잘 가늠할 수 없었지만, 그보다는 지금 내가 착지한 발에 더 관심이 갔다.
오른발에 힘을 주어 도약한 뒤, 왼발 하나에 의지해 착지를 했던 것이다. 점프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내 체중을 온전히 지탱하면서도 통증에 없다는 게 중요했다.
‘괜찮잖아?!’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서 고개를 들어 올린 순간, 나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농구공이 림을 가르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에? 정말로?’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괴성에 가까운 함성을 내지르며 폴짝폴짝 점프하는 장내 아나운서가 포효하는 사이, 내가 다음으로 쳐다보게 된 것은 벤치에서 양 팔을 벌린 채로 달려 나오는 리온의 모습이었다. 이대로라면 그가 내게 뛰어들어 안길 것 같았는데, 난 그것이 매우 걱정되었다.
그래서 양 손을 내민 채 손을 가로저으며, 열심히 내가 부상 중이라는 것을 어필했다. 하지만 그에겐 이것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고, 당황한 상태라 도망칠 생각도 하지 못했던 나는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내가 느낀 것은 묵직한 리온의 체중이 아니라, 몸이 하늘로 떠오르는 감각이었다. 내 허벅지를 양 손으로 꽉 안아버린 리온이 그대로 날 들어 올렸던 것이다.
뒤이어 포틀랜드의 벤치에서도 데미안 릴라드가 다가왔고, 방송스태프를 비롯한 복잡한 종류의 여러 사람들이 우리의 주위를 둘러쌌다.
“이게 바로 내 친구라고!! 하?! 이게 바로 내 친구야!!!”
“바로 그거야! 네가 해냈어! 너라면 그럴 줄 알았다고!!”
나보다 더 기뻐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스테이시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본다. 하지만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피닉스의 벤치 뒤편을 바라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 겨우 분위기가 진정이 될 무렵, 나는 하프라인에 서서 티켓을 전달받아 그것을 높이 들어 올리게 되었다.
“바로 여기에 엄청난 행운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무려 2만 달러와! 1만 5천 달러 상당의 토킹 스틱 리조트의 스위트룸 티켓입니다!!”
“꺄아악-! 어떻게 해! 자기!”
그리고 그제야 내게 다가 올 수 있었던 스테이시는 나를 끌어안고는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을 내질렀다. 곧이어 구단의 관계자를 따라 코트에서 잠시 떠나게 되었는데, 피닉스 선즈의 사람들은 나의 계좌번호와 여러 가지 정보들을 받아갔다.
사회보장번호를 묻는 질문에 나는 내가 미국인이 아니라고 답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잠깐 고민하던 그들에게 난 여자 친구의 것으로 처리를 할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특별히 상관없을 것 같은데?”
“잠깐만 기다려 봐요.”
서류를 기록하던 스태프 하나가 잠시 밖으로 나선 동안, 남은 여성 스태프가 우리를 향해 질문을 던져댔다. 어디에서 왔으며, 무슨 일을 하느냐고 말이다.
그래서 우린 솔직하게 모든 것을 답했다.
“이런, 세상에나! 당신 농구 선수였어요? 아마도 릭이 오늘 구단 측으로부터 많은 구박을 받겠네요. 하필 뽑아도 농구선수를 뽑았냐고 말이죠.”
“하하. 우리가 운이 좋았죠.”
“그렇고말고요. 당신들처럼 귀여운 커플이 상금을 획득해서 괜히 더 기분이 좋은데요?”
똑똑똑.
“응? 누구세요?”
잠시 뒤 문이 열리고, 환하게 벗겨진 이마를 지닌 짧은 갈색 머리의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우리와 대화를 나누던 스태프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니, 제법 높은 사람이 아닌가도 싶었다.
그녀는 방을 잘못 찾은 것 아니냐는 말을 했는데, 미소와 함께 방안으로 들어선 남성은 자신이 맞게 찾아온 것 같다며 잠깐 자리를 비켜달라는 부탁을 했다.
“누구야?”
“나도 전혀 모르겠어.”
영화를 보면,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트린 사람에게 마피아나 폭력배가 달라붙는 장면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이 남성이 우리를 협박하려는 것은 아닌가라는 괜한 걱정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이내 여기는 카지노가 아니라 NBA 구장이라는 사실을 떠올렸고, 조금은 긴장된 표정을 유지하며 우리의 앞에 앉는 남성을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하이. 나는 라이언 맥도너프라고 해. 현재는 선즈의 단장을 맡고 있단다.”
“에?”
“평소 제프와 리온이 자주 말하던 사람이 행운을 거머쥐었으니, 당연히 내가 직접 와야 되겠다고 생각했거든. 뭐 더 필요한 것은 없니? 음료라든가, 음식이라든가.”
“아니요. 그건 괜찮은데, 어째서 당신이 여기에 있는 거죠?”
라이언 맥도너프(Ryan McDonough)의 등장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고, 나는 괜히 스테이시의 손을 움켜쥐며 물었다.
그러자 묘한 미소를 지어보인 라이언이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좋아, 난 매우 직설적이고 솔직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말하지. 우리는 네게 관심이 있어.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부상은 매우 가슴 아팠지. 그런데 지금 보니까 재활이 아주 잘 되고 있는 것 같아. 그렇지?”
“……그렇기는 한데.”
“좋아! 폴 조지와 같은 부상이라고 들었었어. 매우 끔찍한 일일 건데, 정신적으로도 그리고 육체적으로도 넌 멀쩡해 보이는구나. 그건 좋은 소식이지. 우리 모두에게 말이야.”
“…….”
피닉스 선즈의 단장은 자신이 말한 것처럼 직설적인 남자였다.
“나는 그저, 인사라도 할 생각이었단다. 우린 많은 드래프트 픽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픽을 수집 할 생각이야. 리빌딩 팀에서 뛰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지. 그리고 피닉스는 여름엔 지옥과도 같은 동네이지만, 알다시피 농구선수가 되면 여름엔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거든. 해변이나 파리, 바르셀로나와 같은 도시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지.”
“죄송하지만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하하. 말해잖아. 그냥 인사를 하러 온 것뿐이야. 반가웠어. 그리고 당신도요.”
내게 먼저 손을 내밀었던 라이언 맥도너프는 스테이시와도 악수를 나눈 뒤에 곧장 몸을 돌려 밖으로 빠져나갔다. 뒤이어 처음에 우리를 돕던 스태프 둘이 들어섰고, 그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기 시작했다.
처음 이들의 행동을 보아서는 미리 준비된 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라이언이 우리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다른 누군가가 밖에서 일을 진행한 것도 같았다.
지금의 일을 무조건 비밀로 하라는 것 따위를 지시했을 거다.
그래서일까?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친근하게 굴던 여성 스태프는 대단히 사무적인 태도로 우리를 대하고 있었다.
2만 달러의 현금과 그에 준하는 스위트 티켓의 이용권.
하지만 그 보다 더 큰 찜찜함이 내 마음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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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김민혁의 재활을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는 매우 건강한 모습으로 토킹 스틱 아레나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자신의 대학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기억에 남을 하프라인 슈팅을 성공시켰다. – CBS Sports ] [ 내 생각에 김민혁은 타고난 스타인 것 같다. – 멜빈 닷슨의 SNS ]**
[ 김민혁. NBA 경기를 관전하다 2만 달러의 상금을 획득하다. – OSEN ]? ID : 국제망신김민혁
-> 하라는 재활은 안하고, NBA나 보러 다니는 꼴 보소. 저래놓고 대표팀을 관둬? 병역먹튀새끼는 스티붕유처럼 입국자체를 금지시켜야 함. 가족들도 전부 한국에서 내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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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일.
[ 2월의 시작과 함께 김민혁이 부상 후 처음으로 팀 훈련을 소화해냈다. 그는 스탠리의 배려에 의해 지극히 제한 된 훈련만을 진행했을 뿐이었지만, 스태프는 그의 복귀가 머지않았다는 사실에 행복해 할 수 있었다. – WSU 홈페이지 ]**
2015년 2월 13일.
[ 웨버 스테이트의 오늘 5 : 5 실전 훈련 중에 김민혁이 참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몸은 매우 가벼워 보였고, 그의 표정 또한 매우 밝았다고 한다. 아직 복잡한 수준의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그는 연습 경기에서 19분을 뛰며 12득점을 기록했다. – WSU 홈페이지 ]**
2015년 2월 21일.
[ 폴 조지, 부상 이후 최초로 덩크슛을 성공하다. – 인디애나 해럴드 ] [ FSU와의 경기가 펼쳐지기 전, 부상 이후 처음으로 덩크슛을 보여준 김민혁의 모습. 동영상은 링크를 클릭할 것. – WSU 홈페이지 ] [ WSU의 이번 시즌은 악몽과도 같았지만, 그들은 김민혁이 예상보다 더 빠른 시간에 복귀하게 된 것에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WSU가 남은 4경기에서 모두 승리하게 될 경우, 그들은 다른 경기의 결과에 따라 MWC 토너먼트에 진출 할 자격을 갖추게 된다. – ROOT ]**
2015년 2월 22일. 솔트레이크, 유타. 사우스 500 이스트. 엘리트 스킬 트레이닝 센터.
쿵-!
“좋아! 하나 더!”
“후욱-!
쿵-!
“하나 더 어때? 괜찮아?”
“예압-!”
“좋아, 그럼!”
쿵-!
“바-로 그거야! 잠깐 쉬자.”
“휴우우우-”
기나긴 재활을 하며 배운 것은 모든 과정에는 한 단계를 더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지표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 시점부터 훈련양이 조금 높아졌고, 피닉스에 다녀온 뒤에도 마찬가지로 운동량이 늘어났다.
그리고 어제 FSU와의 경기 전 연습에서 장난삼아 한 번 힘껏 뛰어 올랐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무리 없이 덩크슛을 성공 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는 이미 점프를 마음껏 해도 괜찮다는 판정이 내려졌었지만, 내 스스로가 조금 주저하고 있던 참이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오늘, 난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느끼는 중이었다.
“자, 여기.”
“응? 오-! 네. 고마워요.”
데이브가 건넨 물병을 받아든 나는 이제는 물리다시피한 파우더가 섞인 물을 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제는 마신다는 느낌은 아니고, 마지못해 밀어 넣는다고 말해야만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았다.
하지만 난 부상이 완쾌 된 이 후에도, 이 파우더를 섭취하는 걸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좀 더 철저한 몸 관리를 위해 나 자신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
단순히 훈련을 열심이하고, 웨이트를 열심히 하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네 여자친구 진짜 열심이다. 그렇지?”
“하하. 그러게 말이에요. 여름에 여행을 떠날 생각에 들떠 있거든요.”
“우-! 그 티켓으로 말이지?”
“예압-!”
나는 이번 여름,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어차피 학생비자의 기간은 5년이고, 갱신을 하기 전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국적에 관한 문제를 매조지 할 생각이다. 계속해서 한국인으로 남든, 아니면 스테이시와 결혼 뒤에 자연스럽게 미국의 시민권을 획득하든 말이다.
아무튼, 대신에 난 스테이시와 함께 스카츠데일에 있는 토킹 스틱 리조트에서 열흘간의 느긋한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선즈구단측이 제공한 티켓에는 단순히 스위트룸 숙박권뿐만이 아니라 각종 편의 시설에 대한 이용 부분까지 포함이 된 것이었다.
그래서 값어치가 1만 달러를 훨씬 상회했던 것이고 말이다. 그리고 내가 얻은 2만 달러 중 세금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 모두가 스테이시의 통장으로 들어갔다.
[ “신혼여행 때 보태면 될 것 같아.” ]이제 우리는 제법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쉽게 나누는 편이었다.
“스탠리는 뭐라고 해?”
“병원과 당신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죠. 아직 레인 어질리티를 소화하지는 못했는데, 내일 병원에 다녀온 뒤에 한 번 고려를 해볼까 해요.”
“그렇군.”
아무래도 레인 어질리티 훈련을 하는 일이 가장 복잡한 문제이기는 했다. 방향전환도 급격한데다, 부상당한 종아리에 가해지는 힘이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젠 복귀를 고려 할 때였고, 잘만하면 시즌의 막바지 경기에 출전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미 팀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는데다가, 동료들과의 호흡도 조금씩 다시 맞춰가는 중이기도 했다. 기나긴 부상의 터널을 지나, 복귀라는 두 글자가 눈앞에 보이는 중이다.
“정말이지, 넌 진짜로 괴물이라니까.”
“하하. 요즘 그 말을 자주하는 것 같네요, 데이브.”
“사실이 그렇잖아! 안 그래?”
부상 이후 4개월하고도 2주가 조금 더 넘게 흘렀다.
종아리가 절반으로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던 것이 믿기지가 않을 만큼, 나는 빠르게 회복을 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폴 조지를 생각해보면, 그리 빠른 것 같지도 않다. 그 역시도 나와 마찬가지로 복귀전을 기다리는 중이다.
물론 내가 두 달 늦게 부상을 당하기는 했지만, 폴 조지의 부상이 나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복합적인 것임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선라이즈가 큰일을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데이비드 실버버그 박사와 조셉의 공이었지만 말이다.
“좋아, 이제 다시 50개야. 괜찮겠지?”
“물론이죠!”
다시 훈련이 재개되고, 나는 데이브가 건네는 농구공을 받아들은 뒤에 몸을 돌려 높이 뛰어 올랐다. 그리곤 가볍게 투핸드를 얹어놓고는 바닥에 착지해 다시 농구공을 받아드는 과정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오른쪽, 다음은 왼쪽. 그리고 다시 오른쪽. 또 왼쪽.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과거와는 달리 반드시 두 발로 착지를 하려 노력한다는 점이었다.
“아직 100%가 아냐! 방심하지 말라고! 넌 아직 100%가 아니라고!”
“후우- 후우-!”
지금 데이브가 말하는 것처럼, 난 100%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부상에서 설령 완치가 된다고 해도 난 절대로 과거와는 같을 수 없을 거다. 왜냐하면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는 종아리에 박힌 철심이라는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과거의 나를 향해 손을 뻗은 상태였다.
부상을 당할 당시의 나냐고?
아니, 그건 아니다.
‘애리조나와의 경기는 어땠어? 패배해서 실망스러웠어?’
처음엔 그렇지 않다고 믿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크게 상심했고, 상심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어리광을 피웠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었을 쯔음 아시안게임을 위해 미국을 떠났고, 우리의 사이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난 부상을 당하기 전의 내게 손을 내미는 것에 앞서, 애리조나와의 경기가 끝난 뒤에 주저앉았던 나를 향해 손을 내미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를 향해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쯤이면 그만 어리광을 피울 때도 됐잖아? 다시 내 손을 잡아. 우린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해.’
마침내,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돌아봤다.
그는 눈물로 젖은 뺨을 거칠게 문질렀고, 한 번 뒤를 돌아보더니 후련한 표정으로 다시 내게 말했다. 이제는 자신이 더 앞으로 나아고 되느냐고 말이다. 그래서 난 이렇게 대답했다.
‘네가 거기에서 멈춰있는 동안,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걸? 난 네게 소니라는 남자에 대해 말을 해 줄 거야. 그리고 다음은 폴 조지를 만났던 이야기를 해줄게. 그러니, 듣지 않고는 못 배길걸?’
두 번째 세트를 마치고, 나는 다시 목을 축이며 생각했다.
이제는 정말로 복귀를 위한 준비가 끝났다고 말이다. 조금 더 몸을 가다듬고, 조금만 더 신중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면, 그토록 바라던 코트를 다시 밟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봐, 너. 내게 말해 봐. 지금의 난 100%야?’
그리고 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멈춰 선 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제부터는 그와의 대화를 시작 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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