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242
2015년 7월 14일
□ 경기 결과
WSU 68 : 80 AKS
Min-Hyuk Kim : 26Min(16PTS/3AST/5REB/2BLK/2TO/2PF)
(6/14 FG, 3/7 3P, 1/1FT)
(+/- : -15)
++++++++++++
2015년 7월 16일
□ 경기 결과
WSU 81 (O : T) 80 NXC
Min-Hyuk Kim : 42Min(33PTS/6AST/7REB/4STL/2BLK/3TO/4PF)
(11/26 FG , 7/15 3P , 4/6 FT)
(+/- : +6)
++++++++++++
2015년 7월 27일
[ WSU의 시즌 일정이 발표 되었다. 이 중에는 11월 29일에 펼쳐지는 듀크와의 원정경기도 포함이 되어 있으며, 글로벌 스포츠 훕스에서 후원하는 4개 팀 초청 대회도 있다. 컨퍼런스 시합은 12월 30일 산 호세와의 경기부터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목되는 일정은 10월 8일에 있을 Prime Time Madness로……- WSU 홈페이지 ]++++++++++++
2015년 8월 16일. 솔트레이크 시티, 유타. 사우스 500 이스트. 엘리트 스킬 트레이닝 센터.
1년 전 오늘, 나는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
“더 할 수 있어?”
“물론이죠. 두 개 더요.”
“휘유- 두 개라. 좋아. 어디 해보자고.”
“……Pass ME!”
하지만 지금의 나는 허공으로 높이 솟구친 농구공을 쳐다보는 중이다.
철썩-!
“시작이 좋은데? 리듬도 괜찮았어. 확실히 익숙해진 것 같은데, 그래?”
“어서요. 패스나 달라고요!”
“하하. 이런!”
데이브가 유독 말이 많은 이유는 그가 지난 몇 달간 마음고생이 매우 심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나쁘지 않았던, 아니 오히려 평균 이상이라고 할 수 있었던 나의 슈팅 메커니즘과 릴리즈를 몽땅 뜯어고치자고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6월에 있었던 몇몇 연습 경기에서 나는 완전히 죽을 쒔고, 이를 두고 스탠리는 내가 폼을 교정하는 것에 큰 우려를 표시했다.
그렇지만 7월의 첫 번째 연습경기였던 PSU와의 경기에서부터, 조금씩 그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로, 그거야! 항상 같은 포지션이라는 걸 신경 써!”
“후우… 후우…”
미국에서 내가 첫 번째로 변화를 시도했던 것이 바로 슈팅폼과 릴리즈였다. 당시 리온의 권유로 카일 코버의 동영상을 접했고, 몇 가지 부분을 차용해 약간의 변화를 주기도 했다. 이 후로는 쭉 같은 폼으로 해왔고, 딱히 문제를 느끼지 못했었다.
허나 데이브는 CSU와의 경기에서 내가 두 차례 3점 라인 바깥에서 블록과 컨테스트를 당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변화를 모색했던 거다.
“11개 연속이라고! 바로 그거야!”
팅-!
“Oops.”
“정말요? 정말 그렇게 해야겠어요, 데이브?”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는 데이브에게서 패스를 받아, 다시 슈팅을 가져간다.
철썩-!
“휴우.”
그렇게 바구니 하나를 모두 비우고, 산술적으로 난 지금까지 930개의 슈팅을 쏘아댔다. 바구니 하나에 30개의 농구공이 담기고, 그것을 31번 반복했으니 틀림없이 맞을 거다. 벌써 슈팅 드릴을 시작한 것도 2시간이 넘었다.
몸 여기저기에 감각이 마비되는 것 같기도 했고, 온 몸은 땀으로 흥건한 지 오래다. 다리도 조금 후들거렸지만, 정신만큼은 놀랍도록 말짱하다.
그래서 난 이 전의 제안에 좀 더 보태고자 했다.
“1000개를 채우죠.”
“뭐, 그게 모양새는 좋지.”
“그럼 하기로 한 거예요?”
내가 순수하게 슈팅 드릴로만 1000개의 슈팅을 채운 것은 이번 비시즌 중에는 처음 있는 일인 것 같았다. 아니 사실상 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2학년을 앞두고는 수비와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했고, 작년도 코어와 수비를 강화하는 데 노력했다.
그리고 올 해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슈팅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데이비드는 이러한 훈련을 두고, [ “트렌드를 잘 쫓고 있어.” ] 라며 만족스러워 했다.
NBA에서 3점 슛의 비중이 점점 더 늘어나고 또한 강조 될 것이기 때문에, 장점이던 슈팅을 극대화 하려는 판단이 매우 현명하다면서 말이다.
내가 데이브의 선택을 100% 신뢰하기로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이다.
“좋아, 그럼 다시?”
“예압-”
농구화의 바닥을 손바닥으로 한 번 문지르며, 나는 데이브에게 패스를 요구했다. 하나에서 삼십까지, 마음속으로 숫자를 일일이 세어가며 리듬을 일정하게 맞추는 것에 집중한다.
이제는 새로운 폼과 릴리즈에 익숙해진 만큼, 내 스스로 감각을 끌어 올리는 게 유일한 과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렇게 같은 동작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게 단순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 비시즌 중에 흘리는 땀이 가져다주는 공평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철썩-!
“휘이익-! 그거 알아? 이번이 처음이야.”
“예압- 나도 알아요.”
30개의 슈팅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집어넣은 것은 슈팅 폼을 바꾼 뒤로 이번이 처음이다. 고무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었고, 다가오는 토요일에 있을 유타 유티스와의 연습 경기를 감안했을 때 매우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다음 주 일요일 회복훈련을 위해 이곳을 찾았을 때, 데이브를 조금 뿌듯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좋아, 마지막 10개!”
“바로 가죠.”
패스를 넘겨받아, 농구공을 멀리로 떠나보낸다.
“…….”
아주 짧았던 고요의 시간이 지나고,
철썩-!
“YES!!”
31번 째 연속으로 들어간 슈팅을 보며, 나는 속으로 조용히 외쳤다.
그리고 32번째, 33번째, 그것이 40번째에 이를 때까지.
같은 동작으로 농구공을 밀어 올리는 나의 일은 기계로 찍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똑같았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 지난 5개월을 투자했던 거다. 조금은 더 연습이 필요하지만, 나는 투자한 것에 따른 성과를 수확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경기 후 새로운 시즌까지는 7개월의 공백이 있지만, 사실상 내겐 19개월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이 배고픔이 더욱 큰 것이기도 하다.
“아주 잘했어! 곧바로 누워. 마사지를 해 줄 테니까.”
“…….”
슈팅 드릴이 모두 끝나고, 나는 매트에 드러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젠 마지막이야.’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던 오그던에서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나는 믿기 어렵기만 했다.
++++++++++++
2015년 8월 19일. 오그던, 유타. 해리슨 불러바드. 웨버 주립 대학교. 디 이벤츠 센터.
솔직히 나는 지금, 귀신에 홀린 기분이다.
현재 웨버 스테이트의 농구관련 스태프들은 10월 8일에 있을 ‘Prime Time Madness’의 준비에 한창이다. 이게 뭐나면, 역대 WSU를 졸업한 졸업생들과 현재 재학 중인 이들이 섞여 일종의 자선경기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아크웨이를 비롯한 오그던의 여러 시설들에게 수혜가 돌아갈 예정이며, 오그던의 시장과 MWC의 관계자도 참석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주목받는 경기이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판이 커진 이유는 물론, 데미안 릴라드와 리온 베이커라는 두 명의 NBA 선수 때문이었다. 릴라드는 이미 5만 달러라는 거금을 쾌척했고, 리온도 2만 달러의 후원금을 보탠 상태이다.
외에도 랜스나 아티머스와 같은 이들도 ‘Prime Time Madness’에 참여한다. 데이브는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이유는 신혼여행 때문이었다.
[ “사실은 그게……” ]결혼 발표를 하던 데이브의 곁에 서있던 여성은 놀랍게도, 재활 당시 스테이시를 도와 함께 운동을 하던 말라 잭슨이었다. 이혼을 한 차례 경험했던 지라, 평생 혼자서 살 거라고 말해왔던 그는 매우 쑥스러워 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Prime Time Madness’에 데이브는 참석하지 않는다.
“프레디?”
“응? 프레디가 누구지?”
“…….”
그리고 나는 지금 프레디가 분명히 맞지만, 스스로 프레디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프레디와 똑같은 외모의 남자와 마주한 상태이다. 특유의 웃음소리와 걸걸한 목소리, 거기에 묘한 액센트까지 똑같은데도 말이다.
만약에 정말로 다른 사람이라면, 그건 도플갱어임이 틀림없다.
“오, 소개하지. 여긴 데릭. 데릭? 여긴, 킴이에요.”
“반갑군, 꼬마.”
“…….”
선글라스를 내리며 윙크를 찡긋 보내는 모습까지도 빼다 박았다.
하지만 스탠리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한 이상, 나는 더 이상 데릭을 프레디로 몰아붙일 수 없었다. 다시 훈련장소로 돌아서는 내게 제레미가 다가와 질문을 던진다.
“대체 누구야?”
“……나도 그게 정말로 궁금해.”
훈련을 하는 중간 중간, 나는 데릭과 스탠리가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따금씩 큰 웃음소리가 들려오기라도 하면, 깜짝 놀라 하던 행동을 멈추기도 할 정도였다. 내가 프레디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1년도 훨씬 더 전의 일이다.
타미카에게도 딱히 프레디에 관해서 묻지 않았던 데다가, 아예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하기도 했었다.
어딘가에서 잘 살고 이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좋아! 모두 집합!”
스트레칭이 끝나고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기 전, 스탠리가 우리를 가운데로 모았다. 그의 곁에는 지금도 근사한 양복을 입은 프레디, 아니 데릭이 함께하는 중이다.
그런데 정말로 다른 사람이라고?
“!!”
“응?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혹시나 이것이 몰래카메라는 아닌 지를 의심했다고 하더라도, 결코 내가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이곳에서 프레디를 아는 사람이 나와 스탠리뿐이라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모두 인사하도록. 여기에 있는 사람은 데릭 웨더스푼(Derrick Weatherspoon). 현재는 아크웨이의 선생님으로 재직 중이고, 예전에 농구팀을 지도한 경험이 있지. 이 분이 ‘Prime Time Madness’ 에서 나와 함께 감독을 맡을 거다.”
“헬로, 제군들. 데릭 웨더스푼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 대신, 듀이라고 불러주게.”
“듀이라고요?”
데릭의 말에 제레미가 웃으며 재차 질문을 던진다.
“바로 맞았어. 듀이. 아무튼, 만나서 반갑군! 그리고 나를 프레디라고 불러준 꼬마도 말이야.”
“…….”
“아무튼, PTM과 같은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 말하고 싶었네. 여기에 있는 스탠리가 내게 제안을 했는데, 거절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더군. 클클클.”
확실하다.
데릭 웨더스푼은 프랭클린 존스, ‘a.k.a Fra.D’ 가 확실하다.
까페 빌벨라에서 처음 만났던 날에 들었던 저 웃음소리는 절대로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헌데, 왜 그가 지금 가짜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스탠리는 왜 프레디의 이런 장난에 동참하는 것일까?
나는 이것이 꿈이 아니란 걸 확인하기 위해 허벅지를 살짝 꼬집어봐야만 했다.
‘아오-. 꿈은 아니네.’
인사를 끝마친 데릭(일단은 이렇게 부르기로 하자)이 돌아가고, 다시 훈련을 위해 코트 곳곳으로 움직인 우리는 코칭스태프를 따라 포지션별로 맞춘 훈련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스탠리가 가까이오기를 기다렸다, 질문을 던졌다.
“저기, 스탠리.”
“데릭이 맞아.”
“……어떻게 제가 그 질문을 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야 나도 처음엔 완전히 프레디라고 믿었으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킴. 그는 현재 아크 웨이에서 일을 하고 있어.”
스탠리는 데비가 이미 데릭의 신원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사회보장번호는 물론이고, 과거 근무지에서 일을 했던 기록과 이전 직장과의 통화도 전부 마쳤다고 한다. 그리고 아크웨이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데릭은 매우 성실하고 또 착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부모님이 없는 그들에게 아버지나 혹은 할아버지가 되어주는 것을 삶의 낙으로 삼는 사람이라면서 말이다.
휴일도 스스로 반납해가며, 한 아이의 입양을 도운 것은 유명한 일이란다.
“그렇지만.”
“?”
“그가 스스로 데릭 웨더스푼이 되고자 한다면, 우리도 당연히 그렇게 대해주는 것이 옳겠지.”
“에?”
“너는 잘 모르겠지만, 프레디는 작년에 증인보호프로그램에 들어갔단다.”
작년 미 전역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던 스포츠 도박사건은 음지에서 자행되던 폭력적인 종목들의 대대적인 단속이 시행되게 된 계기였다. 폐건물에서 벌어지던 격투기를 빙자한 싸움을 시작으로, 규칙을 폭력적으로 바꾼 스포츠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를 단속할 수 있었던 데에는 결정적인 내부고발자의 증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마도 그것이 프레디일 거라는 게 스탠리의 생각이었다.
“프레디는 죽었어, 기록상으로는 그렇지.”
“…….”
“나도 정말로 이런 일이 실감이 나진 않는구나. 하지만 때론 현실이 되기도 하는 법이야. 그냥 눈앞의 것만을 바라보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어깨를 두드리고 멀어지는 스탠리를 보며, 나는 현실로 다시 돌아오기 위한 방법을 자행해야만 했다.
‘아오-’
바로 허벅지를 힘껏 꼬집는 것 말이다.
++++++++++++
2015년 8월 22일. 솔트레이크 시티, 유타. 1825 이스트 사우스 캠퍼스 드라이브. 유타 대학교. 존 M. 헌츠맨 센터.
□ 경기시작 전
WSU : UTAH
On Court
Weber State University
G : No. 11 카이런 카트롸이트(5-11/Soph.)
G : No. 23 제레미 센글린(6-3/Jr.)
F : No. 22 김민혁(6-8/Jr.RS)
F : No. 21 조엘 볼럼보이(6-9/Sr.)
C : No. 15 바카리 코나테(6-11/Soph.)
VS
University of Utah
G : No. 11 브랜든 테일러(5-10/Sr.)
G : No. 15 로렌조 보넘(6-4/Jr.)
F : No. 21 조던 로버리지(6-6/Sr.)
F : No. 35 카일 쿠즈마(6-9/Soph.)
C : No. 42 제이콥 포틀(7-0/Soph.)
.
.
.
작년에 만났던 유타는 정말로 강했다.
이번 시즌도 유타는 현재까지 그 강인함을 뽐내는 중이었는데,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전력의 이탈이라고 할 것이 없었다. 물론, 졸업반이었던 델론 롸이트가 이번 드래프트에서 전체 20번으로 토론토에 지명 되어 팀을 떠나긴 했다.
하지만 와이오밍의 질레트 대학에서 맹활약하던 로렌조 보넘(Lorenzo Bonam)을 전학시키는데 성공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뛰던 게이브 빌러(Gabe Bealer)도 전학생으로 데려왔다.
오히려 2년차를 맞이하는 제이콥 포틀과 카일 쿠즈마의 성장이 도드라지면서, 기존의 졸업반 학생들과 더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냈다는 평이다.
“휴우우-”
“하하. 긴장하고 있는 거야? 진정해! 우린 듀크와도 경기를 치렀잖아?”
“그 날 난 거의 토할 뻔 했단 말이야”
“뭐?!”
바카리 코나테는 정말로 좋은 인사이드로 성장했다.
코트 바깥에서의 조용하고 순진한 성격을 우리는 모두 좋아했는데, 스탠리는 언제나 그가 좀 더 열정을 품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다니엘 고미스나 킹슬리 오코로, 제임스 렉스와 같은 경쟁자에 앞설 만큼의 재능을 가졌으면서도, 정작 스스로 위축이 된다며 말이다.
그래도 현재 바카리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성장한 상황이다.
조엘-바카리-킹슬리-다니엘-제임스로 이어지는 인사이드진의 두께와 무게감은 메이저 컨퍼런스와 견줘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는 게 NCAA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래서 난 바카리에게 좀 더 용기를 주고 싶었다.
“너나 제이콥이나 같은 2학년 이야.”
“뭐?”
“같은 시간동안 경험을 쌓았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B. 나는 네가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해왔는지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네가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믿어. 조금은 그래도 돼.”
“……그래. 고마워.”
골밑에서 바카리와 수다를 떨던 나는 떨어지는 농구공을 하나 주워들어 천천히 움직였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몸을 풀고 있는 유타 유티스 선수들의 모습과 진행석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중인 스탠리와 래리의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유타에 있는 팀들끼리는 감독 간에서 뭔가 끈끈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어차피 경기를 서로 치르지 않는 만큼, 서로가 가진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자는 생각이었다.
과거 스탠리와 조 팅클의 사이를 생각해 보면, 현재 두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이 얼마나 화기애애한 지를 쉽게 깨달을 수 있다.
“헤-이.”
“응?”
하프라인까지 드리블을 하며 걷다 몸을 돌린 순간,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근 연습 경기들을 통해, 몇 단계나 높은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평을 얻고 있는 제이콥 포틀이다. 그는 현재 Pac-12에서 가장 주목받는 남자 중에 하나로, 이번 시즌 후 드래프트에 뛰어들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물론 중요한 것은 시즌이 시작되고 난 뒤의 모습이지만 말이다. NBA와 관련 된 사람들은 워낙에 떠들기를 좋아하는 부류인지라, 하루가 멀다 하고 수십 가지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거기에는 나에 관한 이야기도 있지만, 지금은 일단 눈과 귀를 닫아놓은 상황이다.
“부상을 당했었다며? 나도 들었어. 잘 돌아와서 기뻐.”
“하하. 고마워.”
의외의 인물에게서 따뜻한 환대를 받고 있다.
“나도 고등학교 때 부상을 당해봤거든. 너처럼 심각한 건 아니었어도 3개월 간 코트를 떠나 있었는데, 그 땐 정말로 힘들었다고.”
“하하. 그래. 가장 괴로운 게 뭔지 알아?”
“내가 없는 팀을 보는 거?”
“바로 그거야!”
묘한 구석에서 통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는 포틀에게 큰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마도 폴 조지가 데이비드에게서 내 이야기를 듣고 느낀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
폴 조지의 기사가 나간 뒤로, 비슷한 부상을 당했던 이들이 내 앞날의 성공을 기원하는 멘션을 올린 기억이 난다. 이는 NBA 슈퍼스타의 인터뷰가 가져온 파급력 때문이었고, 또 금세 가라앉았지만 어쨌든 제법 기억에 남을 경험이긴 했다.
그렇게 제이콥과 몇 마디 더 대화를 나누고 돌아설 무렵, 관중석의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이런, 세상에나!’
바로 윌리 팔라치오다.
마음 같아서는 그와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윌리는 현재 함께 온 것으로 보이는 스태프와 한창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내가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작년 텍사스에서였고, 당시에 나는 평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팀 던컨과 그렉 포포비치를 만났었으니까 말이다.
‘워우- 고작 1년 전의 일이네.’
워낙에 많은 일들이 있어서 그런지, 그 일이 까마득하게 멀게만 느껴진다.
아무튼, 난 윌리의 주목을 끌고 싶어졌다.
‘어디 보자.’
하프라인에서 조금씩 걸어가, 3점 라인보다 세 발정도 먼 거리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곤 신중히 골대를 겨눠 슈팅을 던져보지만 첫 번째로 던진 농구공은 골대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림의 오른쪽 끝을 맞은 슈팅이 그대로 바닥을 두들기고, 난 다시 패스를 건네받아 다시 자세를 취했다.
이번에는 조금 짧았지만, 방향은 정확했다.
“헤이!”
“대체 거기에서 뭘 하는 거야?”
“연습. 그러니까 공을 좀 줘.”
인상을 찡그리며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 재비어에게서 농구공을 하나 더 건네받는다. 이번엔 이전보다 준비기간이 짧았고, 다시 쏘아올린 슈팅은 조금 길게 날아가 백보드를 맞고 그대로 림 안으로 들어갔다.
투웅-철썩!
‘그렇지!’
휘이이익-
휘파람을 분 재비어가 재미있다는 듯 농구공을 하나 더 전달하고, 그는 주위 동료들에게 목소리를 높여 양쪽 옆구리에 농구공을 하나씩 끼웠다.
‘그럼 네 개인가?’
다시 뛰어 올라 슈팅을 집어 던지고, 이번에도 농구공은 똑같이 백보드를 맡고 림을 갈랐다. 그러자 이번엔 아까와는 조금 다른 반응이 관중석에서 터져 나왔다. 깜짝 놀란 것만 같은 단발성 외침이 이어졌는데, 나는 그것을 좀 바꾸고 싶어졌다.
투웅-
바닥을 퉁기고 가슴팍에 도착한 농구공을 잡아 그대로 정면으로 몸을 돌려 다시 몸을 띄워 올린다. 점프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가볍다. 굳이 많은 힘을 투자하지 않았고, 높이는 아마 이전의 절반쯤 될 거다.
그렇지만 이 낮은 점프로도 충분한 힘을 손목에다 실을 수 있었다. 바로 이 부분이 내가 데이브와 함께 노력한 결과물 중 하나다.
철썩-!
“오우-!”
다시 한 번 관중석에서 탄성이 들려오고, 이제는 슈팅을 멈춘 동료들이 가만히 서서 날 지켜보는 게 느껴졌다.
네 번째 슈팅이 들어가고, 손가락 네 개를 펴든 재비어의 앞에 또 다른 농구공이 도착한다. 제레미가 다섯 개는 채워야 하지 않느냐며 또 하나의 패스를 보낸 것이다. 난 고개를 가벼이 끄덕여 농구공을 받아들었고, 그대로 뒤를 돌아 걸어갔다.
“오우?”
이제는 3점 라인보다 하프라인에 더 가까운 거리가 되었다.
“그거 알아, 제이브? 내가 오늘 느낌이 아주 좋거든.”
“보여줘 봐, Baby! 바로 저기에 있는 녀석들에게 말이야.”
입맛을 다시며 기대를 하는 재비어는 지금 유타의 선수들을 가리키고 있지만, 내가 의식하고 있는 쪽은 그들이 아니었다.
‘보여요, 윌리? 전 여전히 많은 연습을 하고 있다고요.’
속으로 윌리를 향해 외치며, 난 좀 더 힘을 끌어 모아 점프를 했다.
무르팍으로 전달 된 힘을 짧은 순간에 손목으로 실어내는 메커니즘은 언제나 인체의 신비를 궁금해 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진짜로 신경 써야 할 일이 아니다.
티잉-!
“이런!”
“우-!”
방향은 정확하다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거리가 조금 짧았던 것 같다.
림을 퉁겨 솟아오르는 농구공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응?”
스륵-.
“오오오-!!!”
헌데 림을 맞고 튀어 올랐던 농구공이 그대로 림을 갈라버렸다.
기선을 제압했다고 생각한 재비어와 제레미가 달려와 나의 가슴팍을 밀치며 격한 행동을 보이는 사이, 낄낄대던 다른 이들이 계속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제이콥도 나를 보며 헛웃음을 짓는다.
“…….”
내게 무언가 격한 목소리로 외쳐대는 이들의 사이로, 이 쪽을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짓는 윌리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와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Damn! Man! 쟤네한테 누가 돌아왔는 지 보여주자고! Huh?! 누가 돌아왔는 지 말이야!”
그래.
안 그래도 난, 윌리에게 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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