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252
삐이이이-
[ “선수 교체, 웨버 스테이트.” ]“Boo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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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 15 : 51
WSU 29 : 22 USU
On Court
Weber State University
G : No. 25 듀렐 맥도날드(6-2/Sr.)
G : No. 30 리차우드 기튼스(6-4/Jr.)
G/F : No. 32 재비어 크로포드(6-6/Sr.)
F : No. 22 김민혁(6-8/Jr.RS)
C : No. 55 킹슬리 오코로(7-1/Soph.)
VS
G : No. 04 쉐인 렉터(6-1/Jr.)
G : No. 34 크리스 스미스(6-4/Sr.)
F : No. 32 그레이슨 무어(6-7/Sr.)
F : No. 22 퀸 테일러(6-7/Fr.)
F : No. 14 제일런 무어(6-8/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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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10분 경, 심장이 철렁했던 순간이 발생했다.
리바운드 과정에서 많은 선수들이 복잡하게 얽혔고, 점프 후 바닥에 착지를 하던 내가 제일런 무어의 오른쪽 발등을 밟고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져 버린 것이다. 아찔한 통증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큰 부상이 아니란 건 즉시 깨달을 수 있었다.
사색이 되어 달려 나온 이들을 보며 난 괜찮다고 말을 했는데, 스탠리는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기어코 날 라커룸으로 보내버렸다.
[ “당장 레슬리에게 점검을 받아.” ] [ “스탠리, 정말로 전……” ] [ “당장!!” ]서슬 퍼런 그의 모습에, 나는 더 이상 괜찮다고 말을 할 수 없었다.
라커룸에 있는 메디컬 시설에서 농구화를 벗기고 내 발목의 상태를 점검하던 레슬리는 콜린을 향해 곧장 경기에 뛸 수 있다고 말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콜린을 재미있게 바라보고 있던 내게, 그녀는 곧장 말을 보탰다.
[ “넌 좀 더 조심할 필요가 있어. 오른발이어서 다행인 것뿐이니까.” ]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실 내 스스로도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생각은 한다.
만약 부상을 당했던 왼 발이었다면, 지금처럼 멀쩡했을 수 있었을 거라 장담하긴 어려웠을 수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부상에서 100% 완쾌가 되었다 말하고는 있지만, 정말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교체되어 나오는 조엘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난 천천히 코트로 들어섰다.
코트를 떠나기 전 23 : 14였던 스코어는 2점이 좁혀진 상태였다. 지금 우리가 공격을 할 차례라는 것을 감안하면, 다시 9점차로 만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반대편에 있는 유타 스테이트도 한 차례 로테이션을 돌린 것처럼 보였다.
“에이, Dude. 괜찮은 거야?”
“물론. 지금 막 새 다리로 교체하고 나왔거든.”
“하-!”
그래도 부상당했던 일을 농담거리로 삼을 만큼, 여유를 찾긴 했다.
콧방귀를 뀌며 돌아서는 재비어를 따라, 나도 공격 진영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다시 코트에 들어서기 전, 나를 향해 쏟아진 유타 스테이트 팬들의 야유는 그만큼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확실히 오늘의 난, 코트 전체를 넓게 바라볼 수 있었다.
‘2-3 인가?’
경기초반, 3-2를 활용했던 에이지스의 수비전형은 2-3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난 코너에서 엘보우를 향해 움직였고, 이에 따라 자연스러운 1-3-1 전형이 형성되었다. 재비어가 있는 왼편이 조금 느슨하고, 기튼스가 있는 오른쪽에 조금 더 대형이 밀집되어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퀵-패스를 통한 사이드-투-사이드(Side-to-Side)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다.
“헤이! 우린 4를 해야 해.”
“…….”
탑에 서서 공격을 조절하고 있는 듀렐을 향해, 나는 손가락 네 개를 펴 들었다. 리온이 떠난 후, 2-3을 공략하는 것이 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 진 것이 사실이었다.
2-3 지역방어 공략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을 운용하는 게 대단히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작년에 내가 정상적으로 시즌을 소화했다면 모르겠지만, 몇 개월의 연습만으론 완성도 있는 를 완성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듀렐의 안정적인 볼 핸들링을 활용한 페넌트레이션이 유타의 수비를 공략할 최선의 방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윙으로 한 번 돌았던 농구공이 다시 탑으로 돌아오고, 난 엘보우에서 움직여 듀렐을 위해 스크린을 걸었다.
이 다음은 유타 스테이트의 수비대응과 우리 남은 공격수들의 움직임에 맡겨야만 한다.
-> 공격 진영은 보다시피 1-3-1을 유지하는 중이다. 1-3-1은 2-3 지역방어를 공략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격 전형이고, 보통은 하이-로를 진행했던 예년과는 달리 BQ가 리온보다는 부족한 인사이드진과 함께 하이-로를 하지는 못한다.
-> 엘보우에 선 민혁이 듀렐에게 스크린을 걸어 공간을 확보하고, 핸들러가 안쪽으로 파고드는 것은 지역방어의 공략인 Out-In-Out과도 동일한 방법이다. 다만 패스가 아닌 드리블로 Out-In 과정을 만드는 것일 뿐이다.
->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남은 공격수들의 오픈찬스를 바라보게 되는데, 얼마나 연습이 잘 되어있느냐에 따라 공격 옵션의 갯수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
스크린을 받아 하이포스트로 파고든 듀렐을 향해 세 명의 수비수가 달라붙었다.
퀸 테일러(Quinn Taylor)가 전방의 시야를 효과적으로 차단해 재비어에게로의 패싱 레인을 차단하는 동안, 크리스 스미스오 제일런 무어가 스틸을 노리고 수비범위를 좁힌 것이다. 기튼스에게로 향하는 길은 그레이슨 무어(Grayson Moore)가 막아섰다.
“헤이!!”
“…….”
페넌트레이션&킥-아웃.
이것 또한 2-3 지역방어를 공략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술 중에 하나다. 유타 스테이트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모든 패싱레인을 차단했다고 믿었겠지만, 난 스크린 후에 쉐인 렉터를 밀치며 윙으로 이동해 공간을 만들었다.
2000년대 이 후 NBA에서 손꼽히는 가드인 스티브 내쉬와 크리스 폴.
이 두 사람의 특징은 극단적으로 뛰어난 볼-핸들러라는 사실이다.
듀렐이 그들만큼 뛰어나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는 여러 명의 수비수들 사이에서 볼을 간수할 만큼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바로 이 점이 이번 공격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난 그저 거들 뿐이야. 안 그래?’
우린 한 개인으로는 불완전하다. 설령 그것이 마이클 조던이나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나는 농구공을 높이 쏘아 올리며 생각했다.
바로 이 부분이 농구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이다.
‘들어갔어-!’
철썩-!
“…….”
다시 한 번 싸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난 백코트를 하며 벤치를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동료들은 수건을 휘두르고, 손가락 세 개를 높이 펴들며 지금의 기분을 마음껏 느끼는 중이다.
그리고 난 듀렐이 백코트를 하길 기다렸다, 그와 손바닥을 마주쳤다.
“좋은 패스였어.”
“몇 번이든 할 수 있는 일이야. 만약에 네가 슈팅을 놓치지 않는다면 말이지.”
“하하. 그거 무서운 이야기네.”
오늘 경기가 펼쳐지기 전, 난 우리를 향한 많은 의심의 시선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미드-메이저에서의 첫 번째 시즌이 워낙에 실망스러웠던 데다, 특별한 전력보강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더 높은 위치에서도 충분히 경쟁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저, 지난 시즌은 여러모로 운이 없었던 것뿐이다.
‘그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거니까.’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샤퀼 오닐이 떠나고 난 뒤의 코비브라이언트에게, 르브론이 떠난 후에 남겨졌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어째서 그것밖에 하지 못하느냐고, 어째서 그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느냐고 말이다.
그럼 나는 거기에 이렇게 답을 해주고 싶다.
만약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정말로 농구를 모르는 것이라고 말이다. 하나의 팀이 구성되는 일은 너무나도 복잡한 일이어서, 하나의 퍼즐조각이 사라진 것만으로 미완성으로 남거나 혹은 부품이 사라져 완전히 망가져 버릴 수도 있다.
하물며 그것이 한 팀을 구성하는 핵심이라면?
[ “지금 세대는 킴과 조엘을 위한 거예요.” ]난 스탠리가 코치 K의 앞에서 했던 말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낯선 무대에서 조엘 혼자서 팀을 이끄는 일은 매우 어려운 것이었을 게 분명하다. 만약에 지난 시즌 부상이 내가 아닌 그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우린 각자 커다란 역할을 등에 업었고, 그것을 또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나의 팀이 나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은 영광스럽고 뿌듯한 일이지만, 동시에 이를 올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요구되기도 한다.
만약에 내가 과거로 돌아가 ‘Decision Show’ 직 후의 르브론에게 한 마디를 할 수 있다면, 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신은 겁쟁이야. 실패를 하는 것이 두려운 단순한 패배자에 불과하다고.’
실패는 쓰고 괴롭다.
때로는 그 실패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더 이상 이를 참지 못하고 탈출을 시도한다. 좀 더 쉬운 길을 걷는 방법이, 마치 스스로 왕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방법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다.
난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하길 바란다. 계속해서 말해왔지만, 코트를 떠나기 전까지는 펼쳐질 앞날이 언제나 가시밭길이기를 바란다.
최소한 나라는 사람에게 있어서, 농구는 반드시 어려워야만 하는 것이었다.
“내가 잡았어!”
“앞을 봐, 듀렐! 앞을 보라고!”
기튼스와 재비어의 더블팀에 가로막힌 크리스 스미스는 괴로워했고, 그는 결국 아무렇게나 농구공을 바닥에 굴려버렸다. 몇몇 선수들이 이를 향해 달려들어 보지만, 유타 스테이트에겐 불행히도 이는 듀렐의 손에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공격 진영에 홀로 넘어와 있었던 내게 도착했다.
내가 패스를 받아 돌아선 순간, 벤치에서 또 한 번 벌떡 일어서는 동료들을 보았고 난 가볍게 뛰어올랐지만 묵직한 덩크를 힘껏 꽂아 넣었다.
바닥으로 가볍게 양발로 착지를 한 순간, 난 깨달았다.
‘바로 이거야.’
바로 이것이 내가 볼-게임을 사랑하는 이유였다.
다만 이 감정을 정확히 정리할 수 있을 때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하지만 장담할 수 있다. 그 시간이 결코 길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은 그저, 지금의 감정을 조금 더 길게 끌어가고 싶을 뿐이다.
삐이이이-
[ “타임아웃. 에이지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이에게 스스로 성장을 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는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열심히 해오고 충분히 발전했다 믿다가도, 벽이 하나 나를 가로막으면 제자리로 돌아간 것처럼 느끼곤 한다.
그렇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2014년 3월의 광란 이 후, 1년이 넘도록 답답하게 막혀있던 무언가가 속 시원히 뻥하고 뚫려버린 기분이다.
“…….”
“에이, 뭐 해? 안 들어갈 거야?”
“조금만 더.”
“뭐?”
조금만 더 이대로 있고 싶었지만, 난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쉬웠지만, 쓴 입맛을 다시며 재비어를 향해 걸어야만 했다. 난 그의 등을 두드리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것 또한 분명히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쁜 일도, 그리고 좋은 일도. 결국 시간이 지나게 되면 그것은 과거의 일이 되어버린다.
그곳에 나 자신을 남겨두고 오는 것보다, 더 바보 같은 행동은 없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나일뿐.
미래의 내가 어떠한 모습일지도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
□ 경기 결과
WSU 83 : 64 USU
(WSU 3W 0L)
(USU 1W 2L)
Min-Hyuk Kim : 28Min(25PTS/4AST/5REB/2STL/1BLK/2TO/2PF)
(7/16 FG , 3/7 3P, 4/5 FT)
(+/- : +22)
[ 김민혁 25득점, 조엘 볼럼보이 16리바운드. 지난 시즌 어딘가 부족해보였던 웨버 스테이트가 완전체가 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결국, 에이스의 귀환이었다. – WSU 홈페이지 ] [ 이번 한 경기로 WSU는 MWC의 팀들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긴장하지 않는다면, 이 뛰어난 재능들로 뭉친 팀에 먹혀버릴 거라고 말이다. – Fox Sports ]**
x F-Messenger
{ “저에요. 니콜라스. 왜 당신이 이 꼬마를 지켜보는 지 알 것 같아요. 헌데 정말로 괜찮겠어요? 이 꼬마는 진짜로 로터리를 향해 가고 있다고요. 뭐, 물론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요. 다음은 4일 뒤 아담 스테이트에요. 그것도 보고를 하죠. 그럼.” }
**
{ “이봐, 맷. 난 이번 경기를 팀에 보고했어. 그리고 솔직히 말하는 건데,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 꼬마에겐 뭔가가 있어. 그건 진짜야. 너도 알지? 난 이 꼬마의 경기를 전부 재생해서 봤어. 하지만 경기장에서 직접 본 무언가는 달라. ㅇㅇ가 엿봤다는 것도 바로 이걸까? 일단은 좀 더 지켜봐야겠어. 그럼, 저녁에 보자고.” }
++++++++++++
2015년 11월 14일. 솔트레이크시티, 유타. 사우스 500 이스트. 엘리트 스킬 트레이닝 센터.
본래라면 오늘 가벼운 회복훈련이 진행되어야 했겠지만, 스탠리가 자리를 비우면서 콜린은 몇몇 이들에게 따로 훈련을 가져도 좋다는 허락을 내렸다. 그래서 나와 조엘, 카이런은 각자가 다니는 트레이닝 스쿨로 향하기로 했다.
산소탱크에 들어가 30분간 짧은 수면을 취한 나는 직 후에는 곧장 러닝머신에 올라타 문을 닫고 물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워우-! 물 온도가 너무 차가운 거 아냐? 여긴 유타라고!”
“하하.”
“진심이라니까? 감기라도 들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이 주에서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게 최고의 사치인 법이야. 설마 아직도 그걸 모르는 거야?”
샤워기에 손을 가져다대더니 깜짝 놀라는 데이브를 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을 뿐이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것도 좋지만, 차가운 물이 회복을 하는 데에 있어서는 훨씬 더 낫다.
물론 데이브가 이것을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닐 거다. 그는 그저, 내게 농담을 걸고 싶은 것일 뿐이다.
“지루한 거예요?”
“왜 아니겠어. 말라가 지금 저기서 잔뜩 날 노려보고 있다니까?”
“하하.”
지난여름부터 있었던 BYU 여성 수구팀 선수들의 훈련은 두 개의 계절이 바뀐 지금도 계속되는 중이었다. 그리고 데이브는 현재 말라의 감시에 단단히 가로막혀, 늘씬한 몸매에 딱 달라붙은 운동복을 입은 여자들을 감상할 기회를 잃어버린 상태이다.
우린 남자이고, 그래서 난 그의 좌절에 깊은 공감을 보내고 있다.
“하아- 이럴 땐 차라리 혼자인 편이 나아.”
“워우- 지금 그 이야기 조금 위험한 것 알죠?”
“젠장. 아무튼, 스탠리는 대체 어디를 간 거야?”
“온타리오에요.”
“캐나다 온타리오?”
“온타리오가 거기 말고도 또 있었어요?”
나는 좀 더 장난을 치고 싶었지만, 우울해하는 데이브를 위해 좀 더 친절한 설명을 보태주기로 결정했다.
스탠리가 팀을 잠깐 떠난 이유는 바로 2016 클래스의 리쿠르팅 때문이다.
“워우- 역시, 빨라졌네.”
“하하. 그렇죠? 사실 카이런을 데려 올 때도 좀 늦기는 했죠. 커밋의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했던 거니까요.”
“그래.”
대학들의 리쿠르팅 시기 또한 수준별로 차이가 난다.
메이저 컨퍼런스와 같은 경우에는 11월이면 어지간히 전부 결정이 나고, 늦어도 12월이 끝나기 전에는 이듬해의 신입생 리쿠르팅이 완료가 된다. 그리고 미드-메이저는 보통 12월에 시작해, 1월이면 끝이난다.
반면에 마이너는 1월 이후부터 일정을 시작해 커밋이 가능한 마지막 날까지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상위 컨퍼런스의 팀과 계약을 하지 못한 선수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격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누구?”
“저도 잘 몰라요. 코비? 코비 맥……아무튼 뭐 일 거예요”
2016년 클래스에도 대형 고졸들이 즐비하다.
치열한 리쿠르팅 끝에 캔자스로 진로를 결정한 조쉬 잭슨(Josh Jackson)을 비롯해, UCLA로 향한 론조 볼(Lonzo Ball)과 워싱턴의 마켈 펄츠(Markelle Fultz)와 같은 녀석들 말이다. 이들은 내년 곧바로 NBA로 진출 할 재능들이다.
“누구를 말하는 지 전혀 모르겠어.”
“하하. 그렇겠죠. 우리는 여전히 메이저는 아니니까요.”
“뭐, 그래도. 어제는 제법 잘하긴 했잖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내 질문에 데이브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충분히 잘한 경기가 아니었느냐는 그의 말에, 난 그렇다고 인정을 하면서도 여전히 내 100%를 쏟아 부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래도 80%쯤은 되었을 거다.
“가끔 느끼는 거지만, 넌 진짜로 욕심이 많아.”
“하하. 그래요? 전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는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뭐, 그렇기 때문에 네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겠지만 말이야. 잘 치르고 난 경기 뒤에 항상 넌 더 불만을 표출하지.”
데이브의 말을 들으며, 나는 천천히 러닝머신 위를 걷기 시작했다.
물이 엉덩이 위까지 차올랐기 때문이다.
‘으웃- 춥네.’
온도를 조금 높여 따뜻한 물을 쏟아 부을까도 생각했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물속에서 걸을 수 있는 최대치만큼의 속력을 내고자 결정했다.
삑,삑,삑,삑.
이제는 힘차게 걷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 될 만큼의 모습이 되었다.
“사실 거기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응? 뭐가 말야?”
“방금 전에 당신이 한 말이요. 잘 치른 경기 뒤에 제가 더 불만이라는 말요. 작년에 우리가 SMU를 만났던 걸 기억해요?”
“어디?”
“서던 메쏘디스트요. 래리 브라운이 감독으로 있잖아요.”
“아, 그래. 기억났어.”
데이브가 정말로 생각이 난 것인지는 미심쩍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도 완전히 생각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아주 작은 의심을 사그라트리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 그가 제게 다가와 말을 했어요. 승리 뒤에도 어째서 그렇게 개운치 않은 표정으로 서 있는 거냐고요.”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저도 모르겠다고 했죠. 정말로 모르겠었으니까요. 그런데 래리는 이런 모습을 보는 게 자신의 농구 인생 중 두 번째 일이라고 했어요.”
“그럼, 처음은 누군데?”
“레지 밀러요.”
“…….”
잠깐 침묵했던 데이브는 사실, 앨런 아이버슨의 이름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고 한다.
“그렇죠? 사실은 저도 그랬다니까요?”
“앨런과 래리는 애증의 대표적인 관계였으니까. 난 두 사람이 얽힌 게 많다고 여겼는데. 아무튼, 그래서 어떻게 됐어?”
“뭐가요?”
“레지 밀러에 관한 것 말이야! 해답을 얻었어?”
“…….”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답하기 조금 곤란했다.
나는 레지 밀러에 관한 자료를 모으려다 표면적인 것들밖에 알 수 없어서 좌절했고, 윌리에게 곧장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 뒤에 일어난 일은 데이브에게는 절대로 말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난 이렇게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뇨. 알다시피, 레지 밀러에 대한 자료는 거의 존재하지 않아서요. 그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인지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어째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는지는 나오지 않으니까요.”
“하하. 그야 그렇겠네.”
“…….”
그러고 보니, 당시의 난 레지 밀러의 자료를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윌리에게서 받은 메일을 열어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의 난 어쩐지, 그것을 반드시 읽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러고 싶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대로.’
당장 노트북 앞에 앉아, 메일을 확인해 봐야만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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