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768
767화
103. Declaration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모두에게 적용되는 건 절대로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틀린 말도 아니다. 특히나 현대 농구 란 배경 속의 저 사내에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단 말이 어쩌면 진짜일 수도 있다는 걸 설명하는 좋은 모델이 될 것도 같았다.
투웅-, 철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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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랜드)
“좋네요. 빅터 올라디포. 레이업. 그리고 앤드원이었습니다. 오늘 경기를 정말로 잘 풀어나가고 있는 스퍼스입다만, 우린 좀 더 이 사내의 득점력을 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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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2쿼터 7 : 50
SPURS 41 : 37 PACERS
On Court
San Antonio Spurs
PG : No. 09 토니 파커 (6-2)
PG/SG : No. 05 디죤테 머레이(6-5)
SG/SF : No. 33 재비어 크로포드(6-6)
SF/PF : No. 22 김민혁 (6-9)
PF / C : No. 12 라마커스 알드리지 (6-11)
VS
Indiana Pacers
PG : No. 02 대런 콜리슨(6-2)
SG/PG : No. 01 랜스 스티븐슨(6-6)
SG : No. 04 빅터 올라디포(6-4)
PF : No. 21 테이더스 영 (6-8)
PF / C : No. 11 도만타스 사보니스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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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지난여름에 있었던 OKC와 인디애나의 트레이드를 논할 때, 이 두 팀만을 끌어들여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연장선을 이어 작년 12월 우리와 OKC 사이의 트레이드를 끼워 넣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5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긴 했지만, 사실상 3각 트레이드라면서 말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세 팀 모두에게 성공적인 트레이드였다는 결론으로 귀결이 되곤 했다. 인디애나가 트레이드카드로 받은 두 명의 영-건이 뛰어난 모습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빅터 올라디포와 같은 경우에는 인디애나의 새로운 심장이 되어, 리그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슈팅가드로 성장한 상태다.
‘Already Super-Star’
많은 중계진들이 올라디포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수식어였다.
철썩-!
‘물론, 내게도 그런 말을 하지만 말이야.’
득점이 그리 많이 나오지 않고 있는 전반 전은 믿었던 몇몇 자원들이 부진한 탓에 빚 어진 결과였다. 우리 스퍼스에서는 폴 조지와 알드리지, 인디애나는 보그다노비치와 사보니스의 슈팅 컨디션이 썩 좋지 못했다.
그래서 현재 양상은 나와 올라디포 중, 누가 집요한 수비를 뚫어내느냐로 진행이 되고 있었다. 재비어와 테이더스 영의 집중력이 워낙에 좋았던지라, 이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팅-!
” 이런—!”
보라. 오늘 알드리지는 사보니스, 알 제 퍼슨을 상대로 영 재미를 보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폴 조지 역시 마찬가지다. 1쿼터에 빅터 올라디포를 상대하느라 워낙에 많은 에너지를 수비에 쏟아냈고, 이는 곧 그가 가진 치명적인 단점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바로 그가 점프 슈터라는 것 말이다. 여 기에 수식어 하나를 더 가져다 붙이자면, 꽤나 기복이 심한 점프 슈터라는 것이었다. 결국 폴 조지는 현재까지 단 2점에 그쳐있는 상태다. 그리고 지금까지 기록한 총 슈팅의 숫자는 7개.
폴 조지가 르브론 제임스를 뛰어넘지 못한 이유. 단순히 르브론이 더 뛰어난 선수 여서가 아니라, 인디애나가 마이애미를 극 복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공수겸장의 포워드이지만, 양쪽 모 두에서 동시에 엘리트 레벨로 뛰지는 못한다. 그래서 카와이 레너드의 트레이드 때 우리가 드래프트 1라운드 픽을 받은 거다. 이 드래프트 픽 한 장이, 카와이 레너드와 폴 조지의 차이를 설명해준다.
하지만 오히려 내겐, 폴 조지가 더 좋은 팀메이트다.
“우린 폴이 필요해요, 당신도 알죠?”
“…”
다시 올라디포에게 실점을 허용하고, 점수는 이제 41 : 40이 되었다.
‘제이브로는 안 돼.’
내 친구에게는 미안한 말이었지만, 올라 디포는 확실히 재비어를 상대로는 큰 자신 감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상성이 좋기 때문인지, 아니면 폴 조지와 재비어의 신장/ 윙스팬 차이가 그에게 좀 더 편안함을 주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올라디포가 날뛰는 것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폴 조지가 코트 위에 필요하단 것만은 분명했다. 휴식을 취한 시간 도 4분이 다 되어가니 다시 투입되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선에 내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이번 공격이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 중에는 있었지만, 테이더스 영의 수비는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였다.
‘잉그램도 없고.’
어쩌다 이런 로테이션이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의 난 스위치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단히 큰 애를 먹고 있었다. 테이 더스 영의 파이트-스루가 좋은 것도 있지만, 머레이와 재비어의 스크린이 조금 부족했던 것도 있다.
만약 마누라든가 잉그램이 코트에 있었더라면, 내가 스위칭 디펜스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좀 더 쉬워졌을 지도 모른다. 이 부 분은 하프타임, 폽에게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일단 볼을 건네받아야…’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빅맨들의 도움을 받아, 엘보우까지 비교적 편안하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다운스크린을 통한 오프-더-볼. 하지만 테이더스 영은 이 모든 것을 예상하고, 또 알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현재 내가 직접 볼을 운반하지 않는 이 상,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고 직접 볼을 운반하자니, 처음부터 끝까지 볼을 가지고 플레이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를 쓰고 움직여 엘보우에서 패스를 어 찌저찌 받아들지만, 순식간에 밀착한 테이 더스 영은 위협적으로 팔을 움직여 농구공을 강탈할 것처럼 가로채길 시도했다. 집중력은 물론이거니와 분석적인 부분에서도 오늘 이 남자는 완벽한 준비가 되어있었다.
‘정말 귀찮네. 이것 참.’
네이트 맥밀란이 원했을 풍경은 내가 이런 수비에 밀려, 다른 곳으로 패스를 보내는 것일 게 분명하다. 폴 조지와 알드리지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그가 게임을 플랜대로 이끌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내 리듬을 망가뜨리는 일 이었다.
폴 조지와 알드리지의 문제가 약간의 행 운이 섞인 것이었다면, 지금의 이 수비는 그가 본래부터 세워놓은 계획의 일부였던 것 같다. 딴에는 공격에서도 뭔가 계획을 세워 왔겠지만, 사보니스와 보그다노비치의 부진은 그로써도 예상치 못한 문제였을 거다.
결국은 그것 때문에, 많은 긍정적인 부분 에도 불구하고 스코어에서 앞서지 못했다. 리그 전체 공격 1위인 우리를 첫 20분 30 초 동안, 단 41점에 묶어뒀는데도 말이다.
이건 분명, 인디애나의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는 내게,
‘이번 포제션은 기필코.’
무겁지만,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책임감을 안겨다 줬다.
차라리 점수가 쭉쭉 벌어졌다면, 나도 조 금은 허탈해 하지 않았을까?
나는 이제 더 이상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기세와 흐름을 타지 않은 순간이더라 도, 지난 여름동안 쌓아 온 훈련의 성과를 믿는 것은 이러한 이들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온 몸을 활용해 테이더스 영과의 거 리를 벌렸고, 마찬가지로 온 몸을 활용해 안으로 뛰어들었다.
분명 카메라로 보았다면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쏘아 올렸을 슈팅이겠지만, 주심의 휘슬은 울렸고 난 자유투를 얻어냈음에 기 뻐했다. 헌데, 문제는.
“이어지지 않았어-! 사이드라인 아웃!”
“뭐라고??”
주심의 콜이 자유투가 아닌 사이드라인 아웃을 가리켰단 것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이게 자유투가 아니라고?? 그럼 대체 어떠한 상황에서 자유투를 얻을 수 있는 건데?!?!”
펄쩍 뛰며 주심을 향해 달려 나온 포포비치를 코칭스태프들이 뜯어 말리지만, 이번 에는 나도 조금도 판정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지금의 파울은 분명 최종 스텝을 밟은 과정에서 이뤄졌고, 몸이 잡아채진 직 후에 슈팅을 던졌으니 연결 동작이 맞다.
허나, 지금 내려진 판정은 연결동작 이전의 평범한 홀딩파울이었다.
‘젠장, 아무리 그래도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판정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폽과 토니가 앞장서서 날 대신해 맞서 싸우고 있다 보니 딱히 항의를 하기도 쉽지 않았다. 최근 들어 불리한 콜을 받고 있다고는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솔직히 납 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판정은 뒤바뀌지 않았고, 결국에 난 찝찝한 기분으로 경기에 임해야만 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슈팅은,
팅-!
“…”
림 안쪽을 맞고 높이 튀어 올랐다.
* * *
□ 경기결과
SPURS 91 : 99 PACERS
Min-Hyuk Kim / 34분 49초 출전
: 27PTS / 4AST / 7REB / 4TO / 3PF
: 11/27 FG, 5/13 3P
: +/-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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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경기 2승 2패. 동부원정 3연전이 포함 된 스케줄이었음을 감안하면 마냥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패배한 경기의 내용이 라든가 직전까지의 성적을 생각했을 때에는 조금도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었다.
2,3쿼터에 있었던 이해할 수 없는 판정 몇 개가 완전히 리듬을 망가뜨려 놓았다. 분명히 난 오늘, 최소한 6개 이상의 자유투를 시도했어야만 했다.
“분명 실망스러운 패배였습니다.”
“…”
“하지만 그게 판정 때문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거짓말. 요즘 나는 부쩍 거짓말이 늘었다.
“우리가 승리하지 못한 것은 인디애나가 그럴 만한 경기를 펼쳤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홈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았고, 반면에 우린 쉬운 슈팅들을 성공하지 못했어요. 단지 그 뿐입니다. 다른 것이 경기의 승패에 영향을 미쳤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고작 파울콜 한두 개가 경기의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말이다. 물론 그것이 결정적인 클러치 상황에서 나온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래서 NBA의 주심들은 공통적으로 클러 치 상황에서는 관대한 편이다.
누구도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하고, 이런 성향은 현대로 향해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었다. 왜냐하면 SNS를 통한 협박과 비난을 감수하고 싶진 않으니까 말이다.
허나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꼭 클러치 상 황이 아니더라도 주심의 잘못 된 콜 하나가 경기에 심각한 영향을 줄 때도 있다는 거였다. 특히나 오늘 경기처럼, 시종일관 박빙으로 진행이 된 시합에서는 더욱 그랬다.
내가 얻지 못한 세 번의 파울 콜로 인한 여섯 개의 자유투. 그리고 이 중 두 개는 인디애나의 속공으로 이어져 4점을 허용했다. 단순히 이 상황만 미루어봤을 때, 우린 6득 점을 잃었고 4점을 쓸데없이 실점했다.
만약 이 상황이 바뀌었더라면, 스코어는 97 : 95 우리의 승리였을 거다.
주심의 불리지 않은 파울콜로 리듬이 망 가지고, 좋지 못한 슈팅을 던졌던 것은 그 다음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다.
“하지만 포포비치는 당신이 분명 불공정 한 판정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말했어요.”
“…”
그래.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의 이 질문 들이 이어지게 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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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Post Game Interview
1. 그렉 포포비치
On 최근 4경기에서 2패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진 않아. 승리하지 못했다는 것은 패배할 만 했다는 거거든. 애틀란타 전에서는 전반적으로 집중력이 부족했어. 그리고 오늘은 일단 인디애나가 제법 강한 팀이라는 게 있겠지. 다음으로는 우리가 받았어야 할 자유투 개수가 부족했다는 걸 들 수 있을 거야. 비단 오늘뿐만이 아냐. 최근 몇 경기에서, 우린 자꾸 피해자가 되고 있어. 당연히 난 그렇게 되길 원치 않았지. 하지만 자꾸 그렇게 상황이 진행된 다는 거야.”
On 불리한 판정에 대해
“난 야오가 뛰었던 시기를 기억 해. 그 때는 난 상대하는 입장이었고, 사실 우리에게 조금 행운이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 그런데 아마 오늘은 인디애나가 그런 생각을 했을 거야. 테이더스 영이나 랜스는 알 고 있을 걸? 그들이 수비를 하는 것에 있어서 오늘 판정 덕분에 얼마나 수월했었는지 말이야. 물론 지금도 나는 여전히 운이 조금 없었던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벌써 열흘 이 넘었어! 자꾸 그럼 나도 달리 생각할 수 밖에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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폽은 날 대신해, 했어야 할 말들은 한 것 뿐이다. 그로 인해 사무국으로부터 경고나 혹은 벌금을 받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만약 벌금을 매긴다면 판정이 석연찮음을 인정하는 셈이기에, 비공식적인 루트로 정중한 경고가 올 확률이 높긴 했다.
[ ” 고객님의 의견에 대해서는 대단히 송 구스럽게 생각하며… ” ] 물론 고객이란 단 어를 사용하진 않겠지만, 대충 저런 식일 거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를 하죠. 하지만, 주심들이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들은 신이 아니에요. 가끔은 실수를 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통해 이득을 볼 때가 있죠. 무슨 뜻인지 아시죠? 누군가는 피해를 본단 겁니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에요. 그런 것들도 전부 농구니까요.”
“고마워요, 킴.”
“고마워요.”
인터뷰를 끝마치고 가방을 들어 올린 나는 곧장 마이크가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을 향해 걸어갔다. 오늘 가족들에게 경기장에 굳이 찾아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것이 다 행이다. 그들의 앞에서는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긴 싫었으니까.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스태프들이 날 위로하는 한 마디씩을 건네 왔고, 최 대한 밝은 표정과 얼굴로 대답한 뒤에 씁 쓸함을 곱씹길 반복했다. 내일은 내일의 새로운 태양이 뜨는 법이고, 나의 기분으로 인해 다른 이들이 괜히 눈치를 보길 원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패배를 한 날이면, 알아서 선수들의 기분을 살피는 편이긴 했다.
“헤이. 기다렸어. 대체 언제쯤 오나 했지.”
“아직 안 갔어요?”
“하하. 그래. 널 보고 가려고 했거든. 잠깐 앉을까?”
폴 조지는 절대로 모르겠지만, 지금 그가 앉은 곳은 프리-시즌 때 포포비치와 이야기를 나눴던 장소였다. 당시에 그는 단 몇 마 디의 말로, 나의 부부생활과 NBA에서의 삶 모두를 훨씬 나아지게 만드는 마법을 부렸었다.
“힘든 날이었어. 안 그래?”
“네, 그러게요.”
우리가 힘든 하루에 대한 보상을 받는 방법은, 오직 승리를 거두는 일뿐이다. 상황 이 달랐다면 또 모르겠지만, 플레이오프. 나아가서는 그 이상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승리 이외의 것으로 하루를 달래긴 어렵다.
솔직히 나는 리빌딩 팀에서의 삶이 얼마나 큰 인내를 요할지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절대로 리빌딩 팀에서 뛰는 선수들을 감히 평가할 수 없다. 그들 나름대 로, 분명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미래를 바라보며 오늘의 패배를 참아내는 일이란. 그리고 그 속에서 억지로 보람 과 위안을 찾아내는 일이란, 나로서는 상상 조차 하기 힘든 것이었다.
“젠장. 난 오늘 좀 더 잘해야만 했어.”
“…저도 마찬가지에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좀 더 잘했어야죠.”
“훗. 그러게 말이야.”
정말로 묘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일명, 정강이뼈가 두 동강난 모임의 일원이기도 한 나와 폴 조지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한 팀에서 뛸 것을 상상하지 못했었다. 지금도 그는 그런 이야기를 했고, 당시가 기억이 나는지도 내게 질문을 던져왔다.
기억이 나지 않을 턱이 없지 않은가? 그 시절의 나는 고작 미드-메이저에서 뛰는 대학선수였고, 반면에 폴 조지는 미국 국가대표의 일원이었다.
“내가 전에 했던 말을 기억해?”
“어떤 거요? 만약 몇 년 전 일을 말하는 거라면, 당신과 함께 연습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간 것 외에는 생각도 나지 않는 다고 말해두죠.”
“4하하. 그 때는 나도 기억나지 않아. 내가 말하려는 건, 폽의 이야기야.”
“그거라면 기억이 날 것도 같네요.”
피식하고 웃어 보인 폴 조지가, 몸을 등 받이에 기대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솔직히 난 지금도 믿기지 않아.”
“뭐가 말이죠?”
“카와이 레너드 없이, 네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그렇게 밀어붙였다는 게 말이야 내가 봤을 때, 파이널 시리즈보다 컨퍼런스 파이널에서의 워리어스가 훨씬 더 힘 겨운 승부를 펼쳤던 것 같아. 그 때 집에서 TV로 보며 생각을 했었지.”
폴 조지는 순간, 작년 봄으로 되돌아 간 것 같았다.
“카와이를 잃은 스퍼스의 심정이 어떤지는 그냥 짐작만 가능할 뿐이었지. 그래서 난 가장 간단한 방법을 택했어. 너 대신, 내가 그 자리에서 뛰었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을 했지.”
“…”
조금 간단한 질문이 아니었을까? 폴 조 지였다면 케빈 듀란트에게서 그토록 고전을 하진 않았을 거다. 나와는 전혀 다른 방 식으로 워리어스를 괴롭히고, 어쩌면 보다 더 긍정적인 결과물을 도출했을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폴 조지는 내 상각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때서야 보이더라.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거라고.”
“그건 너무 극단적인 생각이에요, 폴.”
“아니. 정말이야. 물론 분명 나였다면 전혀 다른 방법으로 경기를 풀어가려고 했겠지. 하지만 과연 그들에게 1승이나 거둘 수 있었을까? 아니. 그렇지 않거든.”
대체 어째서? 어째서 이 사내는 자신감이 부족한 것일까.
“왜 내가 L.A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을 거라 생각해.”
“그야 고향이라서 아니에요?”
카와이와 마찬가지로, 폴 조지 역시도 대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는 캘리포니아 팜데일(Palmdale)에서 성장했으며, 학창시 절에는 코비 브라이언트를 동경하는 전형 적인 웨스트-코스트의 삶을 살아왔다.
폴 조지가 첫 등번호로 24번을 선택한 이유 역시, 코비 브라이언트가 NBA 진출 당시에 24번을 달고 뛰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폴 조지가 레이커스에서 뛰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것은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더군다 나 딩시에 처한 상황 역시도,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고자 한다는 믿음의 뒷받침이 되었다.
한창 최고의 선수로 향해갈 무렵의 치명적인 부상. 회의적인 시각을 딛고 성공적으로 복귀했으나, 자신도 모르게 적극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하는 플레이를 펼치게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폴 조지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르브론 제임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사실은 회의가 들었어. 대체 무엇 때문에 내가 NBA에서 이렇게 뛰고 있는 것일 까라고 생각을 했지. 분명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야.”
“…벽에 부딪쳤나요?”
“그래, 그렇지. 중요한 건, 내가 그랬다는 사실을 깨달은 게 얼마 되지 않았단 거야.”
“당신은 더 나아갈 수 있어요. 왜냐하면, 빌어먹을 정도로 좋은 선수거든요.”
“하핫.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거 정말 다행이네.”
과거 대표팀 시절, 케빈 듀란트가 폴 조 지가 모든 것을 갖춘 남자라며 칭찬을 한 적이 있었다. 마이애미 시절의 르브론 제임스도 폴 조지가 이끄는 인디애나가 동부에서 가장 힘겨운 상대라 밝혔었고, 모든 전 문가들이 포지션 랭킹을 정할 때 이 사내를 제외시키지 않는다.
아까는 카와이와 비교했을 때 공수겸장 이란 측면이 부족하다고 말을 했지만, 냉정 하게 따졌을 때 이 사내는 리그에서 세 손
가락 안에 꼽히는 공수겸장의 포워드이다.
다만 카와이 레너드의 클래스가 좀 더 뛰 어난 것뿐이다.
“난 네가 요즘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뭐, 매일같이 승리를 원하니까요.”
“아니, 그런 게 아냐. 마음껏 날뛰지 않고 있잖아. 그렇지?”
“…”
“레이커스 후반전이 여전히 기억나. 넌 말 그대로 미쳤었거든.”
“그냥 운이 좋았죠.”
과연 내가 운이 좋았다고 말을 했을 때, 그걸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었다. 이제는 뭔가 대내외적으로 그럴듯한 핑계거 리를 새로 찾아야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운이라고? 절대 아냐. 왜냐하면 내가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을 했었거든. 마치 작년 네 컨퍼런스 파이널 경기를 보는 느낌이었어. 나라면 절대로 그런 일들을 해낼 수 없었을 거야. 사실 이건, 내가 처음 스퍼스에 왔을 때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였지.”
호기심이 동해 즐거우면서도, 동시에 부끄러운 일이었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내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건 말이다.
“만나는 이들마다 전부, 네 이야기를 했어. 네가 이 팀에 얼마나 놀라운 에너지를 주고 있는지. 그리고 믿기지 않는 일들을 척척 해내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물론 바깥에서 보았을 때도 네가 굉장하다곤 생각했지. 하지만, 이곳에서 본 너는 더욱 놀 라웠어.”
“…근데, 왜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죠?”
사실 지금 이건, 화제를 돌리고 싶어서 한 말이다.
왜냐하면, 온 몸이 근질거렸으니까.
“하하. 그러니까, 내가 말하려는 건 이거야.”
크게 한 번 숨을 내쉬며, 폴 조지가 말했다.
“우선, 조금만 더 거기서 기다려. 곧 가까이 갈 테니까.”
“물론이에요. 저도 함께 나아가고 싶거든요.”
“그리고 둘 째.”
“…”
“넌 모레만큼은 절대로 망설일 필요가 없어.”
모레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의 시합이 예정된 날이었다.
“난 그를 넘어서지 못해서 도망쳤지. 그걸 부정하지 않겠어.”
인디애나를 떠나고자 했던 결심의 진짜 이유를 털어놓은 그가 몸을 일으켜, 고개를 들어 올린다. 보이는 거래 봤자 조명에 비춰진 회색빛의 천장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사내역시도, 자신만이 바라볼 수 있는 어떠 한 장면을 그리고 있는 듯 했다.
어쩌면 그것은 과거 르브론 제임스의 팀과 치열하게 다투었던 인디애나 시절의 자신과 그 동료들일 수도 있다. 만약 그 외의 것이라면, 난 짐작조차 못하겠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무엇이었건 간에, 나는 뒤에 들려 온 이야기에만 집중하게 되어버렸다.
왜냐하면 그것은,
“하지만 이 팀에서는 아냐. 우리는 이길 거야.”
폴 조지가 조금씩 이 팀에 녹아들게 되었다는 증거였으니까 말이다. 그의 승리 선언은 단순히 모레 경기에 대한 필승을 밝히는 게 아니었다.
덕분에, 오늘의 패배가 조금은 위로가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