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852
851화
112. He’s Real. But You’re Not. (3)
2018년 4월 3일. 샌안토니오, 텍사스. 9800 에어포트 불러바드. 샌안토니오 국제 공항.
우리가 이겼다. 이는 이틀전에 펼쳐진 휴스턴 로케츠와의 경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하루 전, 알라모 돔에서 펼쳐 진 빌라노바와 미시건의 NCAA Division 1 챔피언십 매치업을 의미하는 것이다.
빌라노바 와일드캐츠는 67,831명이 모인 알라모돔에서, 미시건을 79 : 62로 제압했다. 이로써 빌라노바는 토너먼트 첫 경기부터 시작해 결승전까지 상대했던 팀 모두를 10점 차 이상으로 제압하는 역사를 만들어 냈다.
내가 전에 미쳐 날뛴다고 표현했던 돈테 디빈첸조는 31점을 기록하며 토너먼트 MVP로 선정됐고, 신입생 오마리 스펠만도 4개의 오펜보드를 비롯한 양 팀 최다인 11 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자신이 왜 괴물 신인으로 평가받았는지를 증명했다.
로욜라-시카고가 만들어낸 드라마가 사 라진 NCAA 토너먼트에는 압도적인 강인함과 그 앞에서 무기력한 차가운 현실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무렴 어때.’
중요한건, 우리가 이겼다는 것이다.
“Aight, Folks!”
원정을 떠나기 전 모두가 모인 자리, 의기양양하게 걸어 나가 목소리를 높이는 내게 수많은 야유가 쏟아진다. 몇몇은 날 배 신자 취급했고, 어떠한 이는 내게 행복하냐 고 물어왔다.
행복하냐고?
“오우, 그렇고말고.”
말해서 뭣하겠는가.
난 공짜로 3천 달러를 벌어들였다.
“Chop Chop Ladies! 여러분은 지금 패 배의 눈물로 젖은 2천 달러를 지금 당장!! 제게 지불해야만 해요. 지금 제가 말하는 게 무슨 뜻인지 알죠? 오우, 그렇죠. 당신들은 패배했고, 우리가 이겼다는 거죠.. 다시 말해, 패배자. 그리고 승리자.”
“Hell Yeah-!!”
한창 수금(?)에 열심인 브랜든 잉그램만 이 내 목소리에 호응을 해오고, 다른 동료 들은 오늘 오전에 급히 준비해 두었을 100 달러짜리 스무 뭉치들을 내게 건넸다. 오늘 일찍이 아니었다면 어제였을 수도 있고.
아무렴 어때.
“난 지금 막 3천 달러를 벌어들였거든, BABY!!!”
“…I hate you.”
판돈 2천 달러를 제외한 추가된 금액만 큼이 지금 내 손에 들어와 있다. 헌데 내가 밉다고 말한 머레이의 목소리가 대수겠는가? 난 정확히 내 분배금액만큼을 제외한 전부를 잉그램에게 건넸고, 우린 돈지랄(?)을 하는 커머셜 래퍼가 되어 마음껏 지금의 이 순간을 즐겼다.
때마침, 우리 듀오를 위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악이 울려 퍼진다. 크리스 브라 운(Chris Brown)과 타이가(Tyga)의 A-Yo가 잉그램의 휴대폰을 통해서 울린다.
브랜든 잉그램이 먼저 외친다, . ” We Popin’ like …”
“A-Yo!!!”
최근 이 음악이 우리가 훈련 때 가장 많이 듣는 것이라고 말을 했었던가?
“헤-이!! 넌 평생 우리처럼 될 수 없거 든?”
“그래? 내가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데도 말이야?”
나와 잉그램을 제외하고 몽땅 짜증이 난 이 곳에서, 흑인음악을 즐겨대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 만 굳이 말해 뭣하겠는가? 나는 나의 춤-스승이기도 했던 리온에게서 배운 동작을 활용하여 그들의 입을 다물게 할 뿐이었다.
그리고는 어느새 입에 밴 구절을 따라 부 르기 시작한다.
“아아—잇! Aye Baby this ma nu shit.”
“하아- 누가 얘한테 평생 이렇게 굴어도 흑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해줄래?”
“I’m the Yellow Richie Rich with the Roof Missing-
“아아아악-!! COME ON!!!”
내 애드립을 예상하지 못한 스마트가 머리를 감싸 쥐며 멀어지고, 그를 대신하여 곁으로 다가온 잉그램과 한껏 포즈를 잡아 가며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총 10명이 참 여한 이번 내기에서, 제외가 되었던 이들은 전부 투-웨이거나 최저수준의 계약을 한 이들이었다.
그리고 내게 할당 된 금액을 제외한 남
은 15,000 달러를. 브랜든 잉그램은 박쥐처럼 아무나 이기라고 외친 남은 동료들을 위해 사용을 할 예정이었다. 시즌이 끝나고 다함께 AR’s를 방문할 계획인데, 과연 스마트가 이를 알고도 우리를 계속 적대시 할 지가 궁금하다.
이제는 더 이상 궁금증을 이어갈 이유가 없었던 내가 스마트에게 사실들을 말하자,
“I’m a buggie ass…”
스마트는 어느새 잽싸게 배신을 하곤, 우리의 옆에서 함께 춤을 춰대고 있었다.
“즐거워 보이는군. 쇼는 전부 끝났나?”
“아뇨, 폽. 솔직히 좀 더 즐겨야만 할 것 같아요.”
“좋아. 전부 준비가 끝났나보군.”
NCAA Division 1 토너먼트를 두고 펼 쳐진 짧은 여흥을 마무리 할 때였다. 공항 어딘가에서 스태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 고 돌아온 포포비치가 우리의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우린 각자 짐을 짊어지며 어느 덧 익숙해진 전용기가 준비되어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갔다.
이럴 때면 문득, 특별함이 일상이 되면 더 이상 특별할 것이 없다던 스테이시의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전용기를 탄다는 것이 어느새 당연해진 나는 더 이상의 특별한 감정들을 느끼고 있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누 군가에겐, 이것이 매우 특별하다고 말을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여전히 난 때 묻지 않고 순수한(?) 상태가 아닌가 했다. 물론 입 밖으로 이런 말을 내뱉었다가는 어떠한 말을 들을지 모르긴 하다.
“We’re going to CALI!!”
일단은 조금만 더, 지금의 이 들뜬 기분을 이어가보고자 할 뿐이다.
원정을 기분 좋게 시작한다고 해서, 손해 볼 것은 전혀 없었으니까.
* * *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1100 사우스 플라워 스트리트. 더 팜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CA. 1100 S Flower St. The Palm Los Angeles).
할리우드(Hollywood). 캘리포니아의 중 심지에서 북서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다보면, 산타모니카 대로(Santa Monica Blvd.)를 따라 펼쳐진 명물을 만나게 된다.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 할리우드 힐스(Hollywood Hills)가 바로 그것이다.
본래 1923년, 할리우드 랜드라는 부동산을 운영하던 H.J 위틀리(H.J Whitley)가 당시 의 CEO였던 친구 해리 챈들러 (Harry Chandler)에게 부탁하여 세운 광고판이 이 랜드마크의 시작이었다.
내가 이걸 어떻게 아느냐고? 왜 말했지
않나. 우리 팀에는 늘 지역의 명소와 명물에 관한 역사를 달달 외우고 다니는 스태프가 있다고 말이다.
“아, 제발요. 이제 그만 주문을 좀 하면 안 돼요?”
“그럴 수는 없지. 이건 전통이라고.”
“하아- 이런.”
메시나의 이야기를 듣기 지겨웠던 머레이가 주린 배를 움켜쥐며 짜증을 부려보지만, 전통이라는 단어로 마누가 이를 간단히 묵살해버린다. 다시 목소리가 이어지고, 이 명물과 관련된 이야기는 작년 30만 달러를 들여 정비한 내용까지 이어지고 나서야 끝 이 났다.
곳곳에서 참아왔던 숨이 터져 나오는 모습을 보며, 나는 과연 과거에도 메시나의 연설(?)이 이런 모습으로 끝이 났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렇고말고. 토니가 전에는 어땠는지 알아?”
“아- 그만 둬, 마누. 난 지금 이것을 매우 즐기고 있다고.”
“그거야 네가 늙었으니까 하는 말이지!”
“오우. 마치 넌 아니라는 것처럼 말하 네?”
티격태격하기 시작한 두 베테랑을 내버려두며, 메뉴판을 펼쳐든다. 더 팜(The Palm)은 L.A와 뉴욕, 워싱턴 등에 분점이 있는 고급 레스토랑 체인점으로, 100점짜 리 식사는 아니더라도 안정적으로 80점 이 상의 메뉴를 기대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내일과 모레 연달아서 L.A의 팀들과 백 투백을 치를 예정이었기에, 오늘의 이 저녁 식사가 가지는 의미는 생각보다 훨씬 더 커 다랬다. 결전을 앞두고 가지는 좋은 시간만 큼이나, 앞으로 이어질 힘든 일정을 잘 견디 게 해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가 메뉴를 결정하고, 주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웨이터 두 사람이 종이에 결정 된 음식들을 몽땅 적어갔다. 몇몇은 그냥 고기면 된다는 주의지만, 몇몇은 정말로 엄청나게 까다롭다. 고기의 굽기를 결정 하는 데에만도 5분이 걸릴 정도로 말이다.
우리가 식탁에 자리를 잡은 것이 벌써 40분도 훨씬 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게 바로 우리 스퍼스의 모습이다.
언젠간 이런 규칙과 전통들에 관해 말할 때가 있을 거다.
“대체 이게 누구야?”
“응?”
테이블이 채워지기 시작할 무렵, 근처 멀 지 않은 곳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방향은 내 정면이었고, 그래서 난 스마트와 나누던 대화를 잠깐 중단하고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이런 레스토랑 체인점에 서는 절대로 마주치지 않을 거라 믿었던 남 자가 있었다.
바로 유명한 커머셜 래퍼인 50Cent와 그의 무리들이었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가 동부가 아닌 서부를 대표하는 뮤지션 중에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이 조금 우습게도 느 껴졌지만, 어쨌든 그는 현재 대표적인 레이 커스 팬으로도 유명했다.
아마도 50Cent 역시 사람들과 저녁을 먹으러 온 것 같았는데, 그는 눈에 쉽게 띄는 우리들을 알아보곤 먼저 인사를 건네 왔다. 우선은 가장 먼저, 폽에게 걸아가 손을 내밀었다.
“전에도 몇 번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뵌 적이 있죠.”
“그래. 그랬었지. 자네도 저녁을 먹으러 왔나?”
“네. 여긴 그냥 실패하고 싶지 않을 때 오는 곳이니까요. 그거 아시죠?”
“후훗. 그래. 그거 잘 알지.”
“괜찮다면, 다른 친구들과도 인사를 해도 될까요? 만약 방해가 된다면…”
“아니, 괜찮네. 마음대로 하게.”
뭐랄까. 난 지금 막, 조금 실망을 한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내가 알고 있던 50Cent의 이미지는 무뢰한에 가까웠다. 거친 단어들을 내뱉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안하무인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일 거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아주 예 의바른 중년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그도 40대가 되며, 많은 분노들을 해소하거나 혹은 가라앉힌 것일 수도 있다.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우선적으로 인사를 나누던 50Cent의 시선이 멀리에서 내게 고정되고, 개인적으론 정말 놀라울 만큼 사람 좋은 미소로 다가온 그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해온다. 그래서 나 역시도,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와 함께 손을 맞잡았다.
“저는 언제나 편견에 투쟁하는 사람을 좋아했죠.”
“하하. 그보단 발버둥에 더 가까웠긴 하 지만요.”
“아무렴 어때요? 발버둥도 못 치는 사람이 대다수인걸요.”
“그야 그렇죠.”
여러 번 반복하지만, 정말 의외였다. 50Cent 라는 남자가 이토록 친근감을 발 휘할 수 있는 사람일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대강 우리 모두와 인사를 나눈 50Cent가 인사와 함께 자리로 돌아갔는데, 그의 자리는 우리의 테이블 바로 옆이었다.
말인즉 목소리가 조금 높아지면, 어느 정도 들을 수 있는 거리였다는 말이다. 잠시 뒤, 50Cent의 일행 중 하나라고 짐작되는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가 말하길, ” 뭐하러 저딴 녀석하고 인사를 하는데요?”
“뭐? 지금 너 누굴 말하는 건데?”
“킴인지 팀인지 하는 녀석…”
아무래도 나를 두고 하는 말인 듯 하다.
“나 말릴 생각 하지 마.”
그리고 이에 발끈한 스마트가 일어서서 걸어가려던 찰나,
“이봐!! 지금당장 꺼져!!”
“뭐라고요??”
50Cent의 테이블에서 먼저 소란이 빚어졌다. 내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누군가의 말에 커티스 제임스 잭슨 3세(Curtis James Jackson M)가 말하길,
“I SAID, FUCK OFF!! 쟤는 진짜배기지 만 넌 아니잖아!!”
“…흠- 굳이 나설 것도 없겠네.”
“그러게 말이야.”
50Cent는 대체 언제까지 나를 놀라게 할 생각이었을까? 난 이것으로 끝일 거라 고 생각을 했었는데, 자신의 일행을 식당 밖으로 쫓아낸 그는 잠시 뒤에 우리의 테이 블로 값비싼 레드와인 여덟 병을 선물하는 호의를 보이기까지 했다.
내게 다가온 지배인은 ” 커티스씨가 당신에게 사과하고 싶다더군요. ” 라 말을 하며, 지금의 이 선물이 자신의 일행이 범한 실언을 사과코자 하는 의미에서 준 것임을 명확히 했다.
‘워-우.’
정말 사람은 오래살고 볼 일인 것 같다. 50Cent 로부터 한 병에 2,200달러짜리 와인을 여덟 병이나 선물 받을 거라고 과연 누가 생각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것도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말이다.
++++
2018년 4월 4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 니아. 900 윌셔 불러바드. 인터컨티넨탈 로 스앤젤레스 다운타운(Los Angeles, CA. 900 Wilshire Blvd. I nterc ontinental Los Angeles Down Town).
플레이오프가 코앞으로 다가온지라, 포포비치는 이번 백투백을 앞두고 몇몇 선수에게 휴식을 부여하려고 했다. 일단은 오늘 경기에서 토니와 마누, 폴 조지가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고, 내일은 알드리지와 날 쉬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오전부터 나와 포포비치는 살짝 의견대립을 하고 있다.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기에 백투백 일정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나와 만약 그러다가 부상이라도 딩자면 어쩔 것이냐 고 말하는 포포비치다.
그래서 이렇게 오전부터, 우리 두 사람은 까페테리아에 앉아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 고 피력하는 중이다. 남은 경기를 모두 출 전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시즌 내 출장경기 횟수는 75경기가 될 텐데, 나는 어쩐지 이 것이 모자라다 생각하고 있다.
“하아- 대체 뭣 때문인가?”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폽. 이건 제 스폰서 계약과도 상관이 없고, 알잖아요? 이번 에는 라바 볼도 시끄럽게 굴지 않았죠. 그 냥 컨디션이 좋은 거예요.”
“-MVP 때문도 아니고?”
“아- 제발요. 제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요?”
“…”
내가 폽의 지시사항을 거스르는 일은 결 코 흔하지 않다. 기껏해야 한 시즌에 두세 번 정도가 전부일 건데, 그럴 때에는 전부 이런 행동을 할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난 그냥 경기에 더 많이 뛰고 싶었을 뿐이다.
이미 와 계약한 총 80경기 출전은 부상이 없는 이상 확정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우리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한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난 절대로 그런 상황으로 내 자신을 몰고 가지 않을 거다.
그리고 또한 볼 패밀리도 이번에는 나를 가만히 내버려뒀다. 솔직히 우리는 이번 레 이커스 원정을 앞두고, 라바 볼이 MVP와 관련 된 수많은 말들을 쏟아낼 거라고 예 상했다. 예를 들어, 우리 아들이 진짜 MVP 라고 주장하는 것 따위를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디에서도, 라바 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이런! 아뇨! MVP는 정말 어떻게 되더라 도 상관이 없어요! 지금 제가 신경을 쓰고 있는 건, 오로지 팀의 승리와 우승을 하는 것뿐이라고요! God, 폽! 전 정말로 괜찮아요. 그리고 당신은 반드시 절 믿어줘야 하고요!”
“…”
나는 들은 적이 있었다. 티미로부터, 마누 로부터, 그리고 토니로부터. 스퍼스의 모든 것이었던 이들 세 사람으로부터 나는 포포비치 스스로가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그의 곁에 존재하는 두려움의 정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포포비치는 두려워했다고 한다. 시간이 라는 절대적인 존재가 그들의 젊음을 앗아가는 것에 대해, 비로소 이 농구를 더욱 사랑하게 된 50대가 은퇴를 바라보게 되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는 이것을 늦추고자, 기꺼이 어떠한 날을 포기하는 방법을 선택 했었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프랜차이즈 리더가 될 거라고 믿었던 카와이의 내구성과 겹치 게 되면서, 포포비치가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저는 당신이 걱정하는 게 뭔지 알아요.”
내가 이따금 무릎이나 엉덩이에 통증을 느낄 때에도, 포포비치의 눈은 은연중에 내 정강이를 향해 있었다. 실제로 나와 같은 부상을 입은 폴 조지는 여전히 외상 후 트 라우마 때문에 심리치료를 받고, 운동능력 자체도 확실히 전보다는 많이 모자랐다.
하지만 난 다르다. 과거 이런 부상을 입었던 것이 맞는지가 스스로 궁금할 만큼, 아무런 문제없이 매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오히려 당시의 경험은 내게 좋은 몇몇 습관 들을 안겨다줬고, 부상을 이겨내기 위해 몸을 단련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경기를 앞두고 혹은 훈련 때마다 진행하는 모든 루틴들 속에는 부상에서 멀어지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들이 항상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가올 여름을 통해, 난 좀 더 강인해질 거다.
“전에도 말했지만, 폽. 전 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해요.”
“그게, 이렇게 고집을 피우는 것인가?”
아마도요. 저는 다음 시즌엔 80경기를 뛰고 싶어요.”
“너무 이르군. 아직 플레이오프가 시작되지도 않았어.”
“네. 그냥 제 바람을 말하는 것뿐이죠. 그리고…”
“그리고?”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 할 말은 끝났어요. 나머진 당신의 판단을 따르죠.”
그만 돌아가 봐도 좋다는 포포비치의 말 에, 난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베이터의 앞으로 향했다. 걸어가는 길에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는데, 폽은 고민에 젖은 표정으로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얼굴을 긁어대고 있었다.
괜히 그에게 쓸데없는 고민을 안겨다 줬 나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기회가 왔을 때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 같았었다. 내가 나 아가고 싶은 한 발은 그 어떠한 곳보다 하 나의 시즌 동안 많은 경기를 뛰는 것에 가까이에 있다고 믿고 있다.
바로 이것이다. 내가 나아가고 싶은 한 발 ‘괜찮아요, 폽. 우린 해낼 수 있어요.’
그것은 바로, 포포비치가 지니고 있는 두려움을 함께 떨쳐내는 일이었다.
* * *
ㅁ Post Game Interview
1. 그렉 포포비치
On 로테이션
“그래. 일단 오늘은 결정했어. 하지만 내 일은 아직 조금 고민하고 있는 중이야. 조금 더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아. 알잖아. 우린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선수가 부상이라도 당해버리면 지난 6개월간의 노력이 몽땅 수포로 돌아 가고야 말거든.”
On 클리퍼스
“매우 거칠게 나올 거야. 왜냐.면 아직 플레이오프에 대한 희망이 남아 있잖아?
동기부여라는 측면에서는 우리보다 더 앞 설 수도 있어. 즉, 분명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거란 점이지. 하지만 절대로 이런 경기들을 포기하진 않을 거야. 무엇보다, 이 팀에는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녀석들이 있거든. 그들이 계속해서 이 팀에 영감을 불 어넣을 거야.”
On 닥 리버스(킴이 올 시즌 최고의 선수 다 발언)
“난 닥을 매우 잘 알지. 그는 절대로 립서 비스로 이런 말을 하는 남자가 아니거든. 그래서 녀석에게 좀 더 자랑스러워해도 된 다고 말을 해줬어.”
* * *
철썩-!!
“…”
“살살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잖아요. 안 그래요?”
.
.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1111 사우스 피게로아 스트리트. 스테이플스 센터.
ㅁ 1쿼터 9 : 04
SPURS 20 : 16 CLIPPERS
경기 전 인터뷰에서, 닥 리버스가 나를 극찬하는 일이 있었다. 그는 최소한 올 시
즌에 한정하여, 내가 NBA에서 가장 뛰어 난 선수일지도 모른다고 말을 했다. 불필요 한 논쟁을 피하고자 가정을 많이 담긴 했지만, 어쨌든 이 사람으로부터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경기 전부터 친근함을 표현해오는 닥 리 버스의 앞에서, 나는 고맙지만 그래도 열심히 뛰겠다고 농담을 던졌었다. 그리고 9분 이 지난 현재, 난 그것을 몸소 증명하는 중이다.
슈팅을 던진 자리 바로 옆에 서있던 닥 리버스에게 한 마디를 던지며, 열심히 백코트를 하여 수비 진영으로 돌아간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클리퍼스의 감독은 이마를 긁적이는 중이었는데, 난감하다는 얼굴을
좀처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분명 현재까지 클리퍼스의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4점 차 뒤져있는 상황이었으니 무리도 아닌 것 같긴 했다.
“아이스-!!”
클리퍼스의 공격으로 경기가 이어지고, 탑에서 핸들링을 하던 오스틴 리버스가 핸 드-오프 플레이를 통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자 한다. 하지만 스마트와 잉그램의 좋은 수비대처가 이번에는 이 비효율적인 가드 로 하여금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이도록 만 들었다.
굳이 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던진 오스 틴 리버스의 슈팅이 림을 외면하고, 리바운
드 다툼 속에서 흘러나가는 볼을 향해 내가 달려들었다. 간신히 볼을 쥐어 사이드라 인에서 폴짝 점프를 해, 포제션을 확보한다.
이 후 운동에너지와 중력에 맡긴 내 몸은 벤치에 앉아있던 이들에게로 향했고, 다치 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보호해준 동료들 덕 분에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삑-!
오히려 빠르게 공격하는 우리를 저지코자, 루 윌리엄스가 의도적인 파울을 범한다.
“저기요, 폽.”
“? ? ”
그리고 난 다시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가
며, 폽의 곁에 잠깐 멈춰 섰다.
“당신이 아무리 걱정해도, 전 이 일을 멈 추지 않아요.”
“…”
“포제션을 다시 가져올 기회가 있다면, 전 언제나 기꺼이 몸을 날릴 겁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당신의 앞에 설 거예요.”
“대체 무슨 말인가?”
“뭐, 그냥 그런 거죠.”
플레이오프가 정말 곧 있으면 시작된다.
그렇기에 지금 이 타이밍이 결코 나쁘지 않다고 믿는다.
“Move On. 다음 단계로 더 나아가는 겁니다.”
“…”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폽을 남겨 두고 열심히 앞으로 달려 나간다. 다시 슬 쩍 돌아본 그는 또 한 번 고민하는 듯한 표 정이었는데, 하루에 두 번이나 폽이 저런 표정을 짓도록 만든 적이 예전에도 또 있었는가 싶다.
곧 어렵지 않게 처음이라는 답을 도출해 낼 수 있었던 나는 생각했다. 우리가 가진 두려움이란 때론 다른 이들도 당연히 두려 워 할 거라고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서, 그에 관한 말을 꺼내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게끔 한다.
내가 두려우니, 당연히 누군가도 두려울 거다. 그렇기에 굳이 말 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폽의 두려움은 나의 두려움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 힘든 시즌 끝에, 아무것도 손에 쥐는 것이 없는 경 우다. 우승도 우승이지만, 스스로가 좀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면 지난 1년이라는 시간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 것과 다름 없다.
그렇다면 대체 우린 무엇 때문에 노력이 란 것을 하고 있나?
“이 봐!! 왜 또 혼잔데!!!”
생각을 이어가는 걸 방해한 닥 리버스의 커다란 외침은 혼자가 된 날 가리키며 내뱉는 것이었다. 인사이드로 투입되었던 농구
공이 내게로 전달되어 오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슈팅을 던진 나는 결과를 확신하며 뒤 로 돌아섰다.
그리고 거기에는 나와 마찬가지로, 결과를 확신한 닥 리버스가 고개를 푹 숙인채로 괴로움을 떨쳐내려 하고 있었다.
철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