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In-Seven-Billion Irregular RAW novel - Chapter 1448
1455화 함정 (2)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요하스 성국에서 대기 중일지도 모를 대천사들과 천사군이 이동 포탈을 타고 에센시아 제국으로 넘어오는 것이다.
그걸 위해 필요한 조건은.
대천사 앙겔스가 에센시아 제국 수도 안으로 들어가 이동 포탈을 가동시켜야 한다.
이중 무엇 하나만 막혀버리면 대천사들이 에센시아 제국으로 넘어올 일은 없겠지만.
아쉽게도 지금 우리가 그 이동 포탈을 열어야 하는 입장이라.
결국 답은 하나다.
이동 포탈을 다른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
대천사 앙겔스가 의아하다는 눈치로 내게 물었다.
“거래?”
“네. 거래요.”
“무슨 거래를 말하는 거지? 이미 우리 사이에서 주고받을 건 다 정해진 것 아닌가?”
“아뇨. 이건 굳이 따지자면…… 대천사 앙겔스. 당신의 문제일 겁니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자 대천사 앙겔스가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냈고.
그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
“이대로 이동 포탈을 타고 요하스 성국으로 넘어가게 되면. 꽤 곤란한 상황이 되지 않습니까? 이를테면.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을 빼돌리는 일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음…….”
“얼마 되지 않아 감찰원의 대천사 유니티가 증거를 가지고 천사군으로 되돌아갈 겁니다. 거리가 있으니 아직 도착은 못 했겠군요.”
대천사 유니티를 언급하자 대천사 앙겔스의 표정이 바로 굳어버렸다.
그도 잘 안다.
이대로 천사군으로 돌아가게 되면.
바로 철창신세를 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대천사 유니티도 원거리 연락망 정도는 가지고 있을 테니.
지금쯤 천사군의 감찰원에 해당 사실이 전해졌을 테고.
그를 잡기 위한 부대가 기다리고 있겠지.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천사군은 그에게 우군이 아니라.
적군이나 마찬가지였다.
“요하스 성국으로 몰래 가도 모자랄 판에. 대천사와 천사군이 우글거리는 소굴로 돌아 간다라…… 그 정도로 생각이 없진 않겠죠?”
내 말에 대천사 앙겔스가 충분히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대로 돌아가면 감찰원에 잡혀 들어가겠군.”
“거기다 에센시아 제국의 헤르마늄 광산과 관련된 일들까지 전부 토해내야 할 겁니다.”
대천사 앙겔스가 에센시아 제국으로 파견 온 진짜 이유는.
에센시아 제국의 헤르마늄 광산에서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을 추가로 얻기 위함이었다.
그게 감찰원의 눈을 피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내전을 빠르게 앞당기기 위함인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어느 쪽이 되었든.
지금 당장 대천사 앙겔스가 잡혀 들어갈 것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대천사 앙겔스가 소속되어 있는 공화정에서 그를 이대로 잡아가게 두진 않을 것이다.
그가 잡혀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을 은닉했다는 증거가 될 테니.
공화정에서는 어떤 식으로는 발뺌하려고 할 테지.
슬쩍 대천사 앙겔스를 보다가 한 마디를 더 꺼냈다.
“그리고 공화정에서는. 굳이 약점이 될지도 모를 당신을. 살려두려고 할까요.”
내 말에 대천사 앙겔스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낙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건 그냥 빈말이 아니었다.
만약 내가 공화정의 머리라면.
앞으로 문제가 될 만한 소지를 그냥 끊어내는 편이 훨씬 이득일 테니까.
혹여라도 대천사 앙겔스가 감찰원에 잡혀 들어가 모든 사실을 불어버리기라도 한다면.
그땐 공화정 전체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뭐 한 번에 몰락할 정도로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파급력이 있었다.
그만한 위기를 과연 그냥 두고 볼까.
아님 죽여서 입을 막아버릴까.
그렇게 잠시 기다려주자 대천사 앙겔스가 나를 보며 백 년은 늙어버린 얼굴로 말을 꺼냈다.
“지금은 천사군과 마주치지 않는 게 좋겠군.”
“네. 바로 그겁니다.”
보통 감찰원의 대천사는 그 소속을 알 수 없도록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대천사 유니티 역시도 마찬가지고.
눈앞의 대천사 앙겔스에게 정체를 밝힌 것도.
그가 마왕들에게 죽을 것을 뻔히 알고 있으니 굳이 숨기지 않았을 테지.
당연히 그런 감찰원의 대천사는 천사군에 다수가 섞여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천사군과 마주친다?
이건 그냥 잡아가 달라는 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공화정 역시도 마찬가지.
아직은 모른다 해도.
조만간 대천사 앙겔스의 목을 노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 마디로.
대천사 앙겔스는 지금.
최대한 몸을 사려야 했다.
“혹시 믿을 수 있는 천사들이 있습니까? 누구 말도 듣지 않고 당신의 말만 따르는 녀석들로요.”
내 물음에 대천사 앙겔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있다. 내가 직접 기른 녀석들이지.”
“좋군요. 그럼 일단 에센시아 제국 수도로 갑시다.”
“음.”
“그리고 어쩌면 제가 당신의 동아줄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게 무슨 뜻인가?”
“감찰원에서 아무리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을 찾으려고 해도 아예 찾을 수 없다면. 문제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건…….”
막상 가자고 하니 대천사 앙겔스도 쫄리는 모양이었다.
감찰원에 잡혀가거나.
공화정에 목이 날아가거나.
둘 중 하나인데.
쉽사리 발이 떨어지겠는가 싶기도 하고.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 존재 자체를 없애버려야 당신이 삽니다.”
“크흠.”
만약 공화정에서 이미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을 어디론가 빼돌렸다면.
이 모든 일이 물거품이 될 테지만.
그 전이라면 시간이 있다.
그리고 대천사 앙겔스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공화정에서는 아직 이쪽의 상황을 전혀 모른다.
대천사 앙겔스가 증거를 넘겨주었다는 사실조차도.
이건 대천사 유니티에게 직접 확인한 사실이기도 하고.
아직 그녀는 그 증거를 이용해서 공화정을 압박하지 않았을 테니.
공화정은 눈치조차 못 채고 있을 것이다.
굳이 대천사 앙겔스에게 공화정을 언급한 건.
그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였다.
자신을 믿는 공화정이.
자신을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머리에 심어주기 위해.
당연히 그런 내 의도는.
아주 제대로 먹히고 있었다.
지금 대천사 앙겔스에게 있어.
공화정은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무서운 적으로 변해 있을 테니까.
* * *
대천사 앙겔스를 데리고 챠밍과 함께 에센시아 제국 수도로 날아오자 미리 들었던 대로 수도의 전방위로 천사군, 에센시아 제국군, 연합군들이 포위하듯 진을 치고 있었다.
“혹시 은신할 줄 압니까?”
대천사 앙겔스에게 물어보자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아무리 대천사라고 해도 모든 스킬을 쓸 순 없는가 보네.
그런데 전혀 의외의 말을 들었다.
“위대한 대천사는 어디에서도 결코 숨지 않는다.”
속으로 피식 웃고는 품에서 은신 망토를 하나 꺼내 그에게 던져주었다.
“그럼 아마 이번이 최초로 은신을 하는 대천사가 되겠군요.”
“큼.”
그도 눈이 있으면 아주 잘 보일 것이다.
우르르 진을 치고 있는 저 수많은 대군을.
그들에게 들키지 않고 에센시아 제국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물론 우린 정면으로 들어가진 않을 테지만.
혹시라도 누군가 우릴 발견하게 되면 일이 귀찮아진다.
특히 천사군에 있는 대천사 베이넌.
반대로 대천사 앙겔스도 지금은 대천사 베이넌을 마주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곧 은신 망토를 두른 대천사 앙겔스가 은신 상태가 되자 챠밍과 함께 어디론가 이동했다.
바로 에센시아 제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수로.
만약 적이라면 수로를 지키고 있는 감시병들에게 들키는 순간 벌집이 되겠지만.
수로 앞에 도착했어.
알았어. 수로의 감시병들에게 알려둘게.
애초에 수로를 지키고 있는 녀석들이 우리 편이라.
“잠수하죠.”
먼저 챠밍이 수로로 뛰어들자 대천사 앙겔스도 마지못해 잠수했다.
그렇게 셋 다 수로로 잠수해 수로의 끝에 다다르자 수문이 자동으로 올라갔다.
딱 우리만 지나갈 수 있을 만큼만.
그리고 우리가 수로를 넘어가자 바로 수문이 다시 내려가 틈을 막아버렸다.
지상으로 올라가자 미리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마왕 헤르게니아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한껏 반가움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아아. 시간이 금이라서.”
괜히 시간을 지체되어 공화정에서 초고순도 헤르마늄 광석을 빼돌리면 날리는 돈이 다 얼만가.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싼 물건인데.
그러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흘깃 대천사 앙겔스 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혹도 달고 오고.”
“말했잖아. 소중한 고객님이다.”
“흥. 알 게 뭐야. 대천사 따위.”
대천사 앙겔스가 화난 표정으로 마왕 헤르게니아를 노려봤지만.
그녀 뒤로는 마왕 하킨을 비롯한 세 명의 마왕이 더 서 있었다.
“젠장. 여긴 어딜 가나 마왕들이 득실거리는군.”
제국 수도에 오기 전에도 마왕들에게 죽을 뻔했는데.
여기도 딱히 다를 게 없었다.
대천사 앙겔스 입장에서는 그저 쓴웃음만 지을 수밖에.
그나마 그에게 위안이라면.
이곳의 마왕들은 그에게 위해를 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랄까.
흉흉한 눈빛을 쏘고 있는 마왕들에게 내가 손을 저어 보였다.
“정말 비싼 거래에요. 흠집 내지 마시죠.”
그러자 마왕들이 아쉽다는 듯 입맛만 다셨다.
마왕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전에 마왕 하킨에게 축객령 당한 그 수정으로 된 마왕이던가.
아마 일전에 있었던 일들은 다 푼 모양이었다.
“팔이나 날개 하나만 꺾어도 안 되겠나?”
“안 됩니다.”
“쳇. 비싸게 굴기는.”
그런 수정 마왕에게 슬쩍 흘리듯이 말했다.
“팔 하나에 당신의 마왕성 하나면 어떻게 계산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뭐?”
“그만큼 비싼 거래라는 겁니다. 대천사의 팔 하나에 마왕성을 걸어야 할 만큼요.”
누가 보면 일개 마왕군이 마왕에게 보일 수 없는 무례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수정 마왕은 전에 일이 있었던지라.
마왕 헤르게니아와 마왕 하킨을 번갈아 한 번씩 쳐다보고는 바로 혀를 찼다.
“젠장. 알았다.”
괜히 한 번 나섰다가 또 축객령을 당하긴 싫었는지 수정 마왕도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런 나와 마왕들의 대화를 들은 대천사 앙겔스는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날 보면서 놀란 듯 물었다.
“너…… 대체 정체가 뭐냐.”
“음. 그냥 지나가는 마왕군이죠.”
확실히 좀 이상하게 보이긴 할 것 같다.
바로 마왕의 입을 다물게 만드는 마왕군이라니.
이건 마왕과 마왕군의 상하 관계를 고려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
그리고 이런 일은 여기서만 일어난 것도 아니었다.
마왕 케만과 4군단 마왕들을 상대로도 비슷한 상황이었으니.
“휴. 여긴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군.”
“마왕과 대천사가 한자리에 있는데 칼을 겨누지 않는 지금 상황만 할까요.”
“하하. 그렇군.”
시선을 돌려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물었다.
“이동 포탈은?”
“응. 이미 찾아놨어.”
대천사가 직접 성력을 불어넣지 않으면 작동되지 않는 이동 포탈이라는 사실을 듣고는.
그녀도 이동 포탈을 부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거기다 굳이 에센시아 제국 수도를 비울 필요도 없어졌고.
무엇보다 에센시아 제국 수도를 비워줬다가는.
대천사 베이런이 수도로 들어와 이동 포탈을 가동시킬 수도 있었다.
한 마디로 제국 수도를 내어주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동 포탈의 위치는 굳이 그녀가 찾을 필요도 없이 대천사 앙겔스가 위치를 알려줬었다.
이미 한배를 탄 상황이라 숨길 이유도 없으니까.
그렇게 대천사 앙겔스를 데리고 이동 포탈이 설치된 위치로 도착했다.
“준비는?”
“끝났어.”
“그렇단 말이지? 그럼. 이제 넘어가 볼까? 요하스 성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