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100)
〈 100화 〉Zombie Pa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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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한테 말 안했나!”
“니는 진작에 팔았잖아 색갸.”
“아, 제기랄!”
“묵히는 것보단 먼저 파는게 좋다매. 킬킬.”
셋이서 잡담을 하면서 걸으니 금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골목길을 노려 보았으나 강도는 보이지 않았다. 세명이나 있어서 그런가, 보통은 간보는 놈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말이다. 아무튼 안 보이면 좋은 것이다.
나는 앞장서서 걸었다. 조금 기억이 애매하지만 골목을 몇번 도니 곧 리샤의 상점을 찾을 수가 있었다.
“여, 여길 들어간다고?”
“존나 무섭지? 씨팔 안에 존나 무서운 마녀가 살고 있어. 개 좆같은 놈들은 다 잡아먹는데. 빈민가의 강도들이 주식이라더군.”
나는 겁을 주듯 구라를 치면서 말했다. 콥슨은 아예 날아갈 듯이 경악했다.
민간신앙을 맹신하는 모험가들이 그렇듯, 마녀란 악몽속에서나 나오는 두려운 존재인 것이다. 그런점에서 대단히 이세계 원주민스러운 콥슨이었다.
“마녀!”
“클라우디, 들어갈래? 저번엔 안 들어갔었지?”
“아니, 괜찮아. 밖에서 기다릴게.”
클라우디 역시 이번에도 들어가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어지간하면 나랑 붙어다니는 그녀도 이 마녀의 상점은 많이 불쾌한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네. 나는 괜찮던데.
“야, 콥슨. 가자.”
“나, 나도 밖에서 기다리지!”
콥슨이 덜덜 떨기 시작했다.
“겁쟁이 쉑.”
ㅡ끼익.
그렇게 혼자 들어오게 됐다. 문을 여니 안쪽은 몹시 어두웠다. 보니까 창문들이 전부 커텐으로 가려져 있는 상태였다. 과연 마녀의 피부가 하얀색인 이유가 있었군. 자외선 차단이 좋은 피부를 만드는 것이다.
“조금 이른 시간이 아니니?”
“아, 반갑습니다. 마녀님. 오랜만이군요.”
“이번에도 좋은걸 가져 왔구나.”
순간 어둠이 밝혀지며 흑마법사 리샤 레온그린이 나타났다. 은발적안의 로리 마녀… 졸린듯 눈을 비비는 그녀는 굉장하게도 속이 비쳐보이는 검은색 네글리제만을 입고 있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잽싸게 우향우를 두번 시전해 뒤를 돌아보았다. 저런 체형이면 나이가 몇살이든 간에 범죄였다.
“무슨 일이니? 아아, 복장이 문제로구나. 이제 괜찮단다. 다시 돌아서렴.”
“…”
돌아서니 어느샌가 그녀는 완벽한 고딕 드레스로 갈아입은 채였다. 이것도 마법인가. 헛기침을 한 나는 좌우를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인사는 방금 했고… 마녀님, 제가 이런걸 가져왔습니다.”
“이미 봤단다. 거기 내려 놓으렴.”
“맨 책상에다가요? 굴러 떨어지면 어떡해요.”
“…쿠션을 꺼내줄게.”
그녀가 꺼내준 보라색의 작은 쿠션 위에 오브를 올려 놓았다. 오브는 속에서 마치 인류의 원초적인 운명을 저주하는 절규가 울려 퍼지는 듯, 불길했다. 그만큼 색이 혼탁했다.
“이걸 보니까 딱 마녀님 얼굴이 떠오르더군요. 어떻습니까? 굉장히 질이 좋은 오브가 아닙니까? 마치 인류의 죄악이 담겨 있는듯한 탁한 색입니다.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안쪽에서 사악한 죄인들의 절규가 울려 퍼지는 것 같지요. 이것을 손에 놓은 이후로 단 한숨도 제대로 자질 못했습니다, 저 색! 저 오브! 가장 더러운 시궁창도 이 오브에 비한다면 1급수의 맑은 물에 불과하겠지요! 당장이라도 들이킨 자신이 있습니다… 아아, 절망이여! 절망의 오브여! 너는 어쩜 이리도 시꺼먼 색이니! 마치 내 머리털 같구나!”
나는 오브를 가리키며 온갖 공치사들을 늘어 놓았다. 최대한 가치를 높여볼 생각이었다. 그리 사기꾼들의 그것처럼 열변을 토해내어 오브의 가치에 대한 설명을 하니, 중간부터 과몰입을 하게 되어 아예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경악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사실 난 오브에 관해선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랬던 것이다.
“후후후, 마치 카나리아처럼 지저귀는구나… 아이야, 애인은 있니?”
“에… 예? 갑자기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
“흐음… 있는거니? 아무것도 아니란다. 아무튼 네 설명과는 다르게 이 오브는 그다지 질이 좋지가 않구나.”
엘리제랑 똑같은 말에 나는 노골적으로 실망을 하고 말았다. 오브를 집어든 그녀가 그 속을 들여다 보며 말을 이었다.
“풀죽지 말거라. 은화 30매 정도는 챙겨줄 수 있으니까.”
“ㅡ!”
기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나는 속으로 비명을 삼켰다. 어떡해! 텔레토비들이 나오고 있어! 너무 기뻐서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텔레토비들이 나오는 것이 바로 그 징조였다. 급박한 와중에도 라마즈 호흡법을 떠올린 나는 천천히 숨을 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내게 팔겠니?”
“물론, 물론, 물론입니다앗ㅡ!!! 감사합니다!! 마녀님!”
그 이후로도 뭔가 잡담을 더 나누었다. 어느샌가 내 손에는 은화가 가득 들려져 있었다. 하나, 둘 셋… 다 해서 30개였다. 10개씩 나누면 딱인 금액. 정중하게 인사를 한 나는 밖으로 나왔다. 또 오라는 말에 그렇겠노라고 대답했다.
“후, 후앗, 하하하하하하!!!”
“나왔군.”
“이상하게 웃지 마.”
얼마를 받았냐는 콥슨의 질문에 ’30’ 이라고 선언하듯 말했다. 그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오열하듯 정말이냐고 물었다. ‘그래.’ 그 대답에 콥슨은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받아라, 이「10실버」를.”
숭고하게 그에게 은화 열매를 넘겨 주었다. 클라우디의 주머니에도 직접 넣어줬다. 그길로 골목을 빠져 나왔고, 콥슨과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까먹을 뻔 했는데, 획득했던 사망한 모험가의 패도 건네 주었다. 엘리제는 모험가가 아니라서 필요가 없단다.
“그럼 캇트, 이제 방으로 돌아갈까?”
둘이 되자 대담해진 클라우디가 벽에 나를 밀쳐 놓고는 내 고간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예 바지를 당겨서 손을 집어넣으려는 그녀를 밀쳐내었다.
“기다려. 교회 한번 들르자.”
“…”
“아니, 삐지지 말고.”
그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지못해 내 손을 잡은 클라우디를 끌고 구세천국회 교회로 갔다. 받은 달란트 50장에 여태까지 모아둔 달란트를 합치면 아슬아슬하게 [구세천국회 그리브]를 살 수 있을지도 모르다. 계속 할인중이니까, 운이 좋다면 씹가능이다.
지금이 거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내일 나가봐야 언데드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축제는 끝날 것이고 내 태권도의 공격력을 향상시킬 그리브는 영원히 물건너가고 말겠지.
금속으로 된 그 정강이와 발등을 보호하는 그리브는, 방어력의 증가 말고도 내 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것이었다.
“그래도 여기는 사람이 많네?”
“뭐, 돈 없어도 쇼핑은 좋아하는게 사람이니까.”
구세천국회의 연병장에는 제법 사람이 많았다. 이쪽 상품이 질이 좋아서 그런가, 이른 아침인대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애초에 다른 곳에 비해서 전시를 깨끗하게 잘 해놓지 않았는가. 그래서 손님이 많은 것이다.
정돈된 것이 마치 교회 부속 백화점 같은 느낌이다.
잠시 클라우디의 손을 놓고 목적지인 그리브가 전시되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시대를 보니, 다행히도 아직 팔리지가 않았다.
“아 씨발 근데 가격이.”
그런데 가격이 아슬아슬하게 모자랐다.
“씨발.”
할인을 했음에도 무척이나 아까운 수준으로 달란트가 모자랐다. 깎아 달라고 이야기를 해 볼까? 아니, 그래봤자 이렇게 많이 깎았는데 멀 더 깎으려고 하냐고 할 것이다. 분명 그렇다. 공짜를 바라지 말라는 설교까지 듬뿍 보태주겠지.
그러면 클라우디한테 조금만 보태 달라고 해?
아… 시바 왠지 그건 안되겠다.
애인한테 돈 빌린다는게 좀 꺼려져.
아니, 돈이 아니라 달란트긴 한데, 뒤졌다 깨어나도 빌리지는 못하겠다.
쫀심이 있지, 시바.
“아, 씨발 존나 사고 싶은데.”
이걸 어쩌냐, 씨발 진짜. 아.
“하아…”
한참을 서성이던 나는 결국 한숨을 토해냈다.
걍 포기하자.
인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냥 번 돈으로 대장간 가서 사면 되겠지. 축복은 뭐… 엘리제 만나면 덕담이라도 한마디 해 달라고 부탁을 해 볼까.
“거기, 거기 키가 크신분!”
그때 누군가가 나를 불러 세웠다.
장신구를 담당하던 수녀였다.
그때 뭔가 번뜩이듯 생각이 났다.
“나요?”
“그래요! 장신구에 관심 있으시죠!”
성큼성큼 그곳으로 다가갔다. 수녀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달란트 없다고 매몰차게 쫓아낸 전력이 있는 수녀였다.
“저기저기, 백년해로의 반지에 관심 있으신가요? 단돈 40달란트입니다! 애인분께 선물하시면 그야말로 백년해로입니다!”
“백년해로란 말을 참 좋아하시는군요.”
“물론이지요! 얼마나 좋나요, 백년해로!”
반지는 은색 한쌍과 금색 한쌍이 있었다. 뭘로 사는게 좋을까, 클라우디의 귀걸이가 금색이니까 깔맞춤을 해서 금색으로 할도록 할까. 무슨 헬-칸의 색이 금색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번뜩이는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녀에게 반지를 선물할 생각이다.
“이거 금색 한쌍 주세요!”
“네! 80달란트입니다!”
“뭐? 야! 40달란트라매!”
“네?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세요! 40달란트는 은색이고! 이 금색은 80달란트라구요!”
그런거냐.
“아이구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했네요. 그러면 금색으로 주세요.”
“네엣! 여기 있습니닷!”
무려 80달란트라는 거금을 주고 금색의 반지 한쌍을 구입했다. 어차피 축제 끝나면 쓰지도 못할거, 이번 기회에 클라우디에게 나의 마음을 전해보도록 하자. 그 길로 클라우디를 찾았다. 그녀는 병장기 코너에서 무기들을 보고 있었다.
“클라우디.”
“아, 왔어? 그리브는?”
뭔가 말하려는 그녀를 구석으로 잡아 끌고 갔다. “앗, 뭐야.” 혼잡하니 조용한 곳이 좋을 것이다. “일단 따라와.” 잠깐 길을 찾으니, 한적한 곳을 찾을 수가 있었다.
“손 줘봐.”
“손을?”
“일단 내밀어.”
단 둘이 된 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 것을 요구했다. 클라우디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가락을 잡고 주머니에서 꺼낸 반지를 끼워주었다.
ㅡ끼웟.
내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으, 으응? 이건?”
“이게 내 고향 풍습인데 말이야… 애인한테는 이렇게 반지를 선물해주는 그런 풍습이 좀 있거든? 그러니까 서로 평생 같이 살자는 의미인데… 반지 보니까 딱 네 생각이 나더라.”
이세계는 몰라도 한국은 프러포즈할때 반지를 사서 주고는 한다. 물론 드라마로 본 지식이다. 그래도 로맨틱 한 것은 똑같으니까, 부끄럽지만 고백을 하듯 말을 이었다.
“그래서 사 왔지. 봐라. 나랑 똑같은거다. 사랑의 증거라고.”
얼굴에 열이 심각하게 올랐다. 나는 내 손을 펼쳐 반지를 보여주었다. 클라우디의 표정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그대로 반지? 풍습? 이라고 작게 중얼거리면서 내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
얼굴이 빨개져서는 어쩔줄을 모른다는 듯이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어지간히도 부끄러운 모양이다.
“뭐야? 싫어?”
그 모습이 귀여워 살짝 짓궂게 말했더니,
“응?! 아, 아니! 그, 그런거 아니야! 전혀 싫지 않아! 좋아! 엄청 좋아! 아, 아으으으… 아으으… 그, 그러니까. 이게 그… 아니, 그런데 그, 그리브는? 그거 사고 싶어 했잖아?”
말을 심각하게 더듬으며 좋다고 대답을 한 클라우디는 다급히 화제를 돌렸다. 이미 볼장 다 본 사이인 주제에 이렇게 부끄러워 하는 것을 보니 나도 덩달아서 심각하게 부끄러워졌다.
“그리브 비싸더라. 그리고 뭐 그딴것보단 너한테 반지 하나 선물하는게 더 낫지. 이렇게 좋아하는걸 보니 잘 생각했네. 내 마음 받아 줄거냐?”
남자답게 그 손을 잡았다.
“…캇트.”
완전히 ‘그런’ 얼굴이 된 클라우디가 촉촉한 눈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아, 이거 생각을 잘못했나.
방 안에서 했어야 되는건가. 일 났네 이거.
“달란트 남은거 다 꺼내봐.”
“어?”
“빨리 꺼내.”
“어… 여기.”
그러나 그녀가 한 말은 내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당황스러워서 그녀의 요구대로 남은 달란트를 전부 꺼내서 그녀에게 넘겨줬다.
“자.”
달란트를 받아든 클라우디가 홱 돌아서더니, 교회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머야?”
뭐지? 뭐가 잘못됐지?
인지를 초월한 상황에 심각하게 당황을 하고 만 나는 반쯤 패닉 상태에 빠져서 방금의 고백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머릿속으로 복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런 프로포즈 처음 하는거 맞다. 근데 시발 처음 치곤 존나 잘하지 않았냐? 뭐가 문제였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으니 발소리가 들렸다.
클라우디가 돌아왔다.
“클라우디? 그건?”
그녀는 뭔가 커다란 상자를 들고 있었다.
“…나도 달란트 모아둔거 있다구.”
그리 말한 그녀가 상자 속에서 내용물을 꺼냈다.
구세천국회 그리브였다.
“받아. 반지를 준 보답이야.”
“…고맙다.”
클라우디는 내 달란트와 자신의 달란트를 합쳐서 구세천국회 그리브를 사온것이었다. 그리브를 받아 든 나는 기쁨으로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지경이었다. 당장이라도 클라우디를…
“…”
그녀와 시선이 맞았다.
부끄러워 빨개진 얼굴로, 내 눈을 피하면서 입술을 깨무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벌건 대낮을 넘어서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키스를 했다.
축제는 끝이 난 것이다.
그러나 내 축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지 않을까.
뭐어, 언제나 그렇듯이 축제의 시작과 끝은 애인과 함께하는 것이 진리인 법이다. 그것은 현대든 이세계든 다를바가 없다.
애인이 없는 축제에 무슨 의미가 있으랴. 그녀의 존재가 내 축제나 다름 없다.
지금이 폭죽이 터지는 여름 밤이 아닌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간신히 입을 뗀 우리는 웃고 웃으며 손을 잡고 방으로 돌아갔다.
모텔엔딩 뭐냐고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