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1502)
〈 1502화 〉 검머외전 – 이계의 마신
-?
-??
-??
-?
-???
-?
-?
초당 수만 개에 가까운 물음표들이 터져 나오면서 코멘트 창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테에에에에엥
-테챠아아아아아앗
-붕쯔붕쯔
-쿠이쿠이
새롭게 떠오르는 익숙한 낱말들.
그래.
뉴턴 선생님. 이 세상에서는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실장권법을 잊지 못한 자들이 이렇게나 많이 남아있습니다. 나로 인해 15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지금 이곳에 실장권법이 강림했다.
코멘트를 치는 자들의 평균 연령이 보이는군.
물론.
당연히 난 그딴 걸 지구인들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지구 최강의 무술이니 뭐니 인터넷에 물어봤다는 것은 그냥 즉흥적인 구라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는 말하고 싶었다.
실장권법에 대해서.
그것도.
이계에서 온 천마신이라는 입장에서 그것을 반드시 언급하고 싶었다.
하여.
속이 후련하다.
“그래서 실장권법이라는 것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알아보았는데, 동작부터가 터무니없더군.”
나는 모르는 척 고개를 저으면서 실장권법의 어설픔을 질타했다.
당연히 나는 실장권법의 어설픔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여태까지 써오긴 했지만 그냥 이름과 기합소리만 빌려온 수준이었고, 진짜로 사용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내 무술은 어디까지나 순수 실전용이다.
“정말 지구인들은 그 실장권법이라는 것을 최고의 무술로 삼고 있나? 실전성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비효율적인 동작들의 향연이었다.”
지금 내가 친 구라의 설정은.
내가 인터넷으로 지구 최강의 무술에 대한 것을 알아보았는데, 어떤 미친놈이 실장권법이라고 답변을 해서 이계의 천마인 내가 그것을 보다 자세하게 알아본 상황이다.
말하자면 이계에서 온 신이 지극히 괴악한 인터넷 문화인 실장권법에 대한 것을 알아보고, 그것을 유뷰트 생방송으로 전 세계에 송출하고 있다는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그 어이없는 상황을 마주한 시청자들이 미친 듯이 키읔자를 남발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에에에에에에에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족히 수백만 명분에 달하는 키읔자들.
당연히 코멘트 창에는 그게 구라라고 말하는 사람과 실장권법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워낙 코멘트가 많아서 순식간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것보다 세월이 세월인 만큼 모르는 녀석들도 다수 있는 것 같았다.
하긴.
15년이라는 간극이 있으니까.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아무튼 지구의 문화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너희들 중에 진정으로 무에 관심이 있는 자가 있다면 그런 무술은 익히지 않는 편이 좋다. 실장권법? 그런 걸 익힌다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참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계신이 실장권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적 실장권법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국인들도 간간이 보이는군.
“그런데 `ㅋ` 이라는 문자가 계속 나열되는군. 무슨 뜻인가?”
짐짓 모르는 척을 하면서 물어보았다. 물론 나는 지구 출신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내 물음에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지구인들도 있기는 하지만 코멘트가 워낙 많아야지.
“흐음, 소통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구나.”
아무래도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지구인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았다. 역시 소통하는 건 공개 기자회견이 더 나을 것 같군. 이거 유튜브는 간단하게 발표하는 것에만 써야겠다.
ㅡ두근.
순간.
ㅡ두근.
심장이 뛰었다.
“…”
아예.
아예… 내가 직접 실장권법을 시연해 보면서. 그 동작의 비효율성과 터무니 없음에 대한 것을 직접 설명해주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흐음.”
하지만 나는 그 충동을 간신히 참아냈다.
거기까지 해버리면 진짜 참피천마라고 불리게 될 것이다. 그것은 유쾌하지만 결코 위엄있는 것은 아니다. 참자. 여기까지만 하고 끊는 거다.
“아무튼 지구인들이여.”
바로 주제를 넘겼다.
“너희들의 문명 수준은 아주 높지만 외차원 게이트와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괴수들 때문에 20년 전에 비해서 사회 혼란이 가중되었다고 들었다.”
간단하게 포교 활동을 좀 해보도록 하자.
“내 기꺼이 너희들을 돕도록 하마. 그러니 나를 숭배하라. 너희들에게 나의 가르침을 내려주도록 하겠다. 나는 무의 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의와 도덕의 신이기도 하다. 나는 황제로서 정의와 도덕의 이념으로 나의 세상을 통치하고 있는 중이다.”
그 말에 다시금 코멘트 창에 질문들이 쇄도하기 시작한다.
이계를 어떻게 통치하고 있느냐, 종교의 이름은 무엇이냐. 그곳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 수 있냐. 우리들도 이계로 갈 수 있느냐 하는 물음들. 물론 하나하나 답변해 줄 수는 없다.
아무튼 오늘은 이쯤 하면 됐겠지.
“그럼 다음에 보자꾸나, 지구인들이여.”
적당히 생방송을 진행한 다음에 방송을 꺼버렸다. 뭐 한 번에 너무 오래 해도 좋을 건 없다. 천천히. 조금만. 감질나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더 모이는 법이니까.
“어. 방송 끝났다. 그럼…”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이었다.
“캇트 당신!!!”
그녀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를 치면서 성큼성큼 다가왔다.
뭐지?
“음? 왜? 뭐야?”
“실장권법이라는 것이 이런 거였나요!”
ㅡ처억!
리즈가 분노한 얼굴로 내게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었다. 화면 안에는 실장권법을 전개하면서 검은 인간한테 처맞는 녹색과 적안의 오드아이… 아.
언제 이렇게 스마트폰에 익숙해져서는.
“이런 괴상한 그림을 보고 여태까지 따라 했었던 건가요! 네! 대답하세요!”
“깜둥이 빨리 말해! 이게 맨날 깜둥이가 하던 쿠이쿠이 붕쯔붕쯔야?!”
“너 이 새끼…”
적응이 너무 빠르다니까.
“아니 그게 말이야… 그 일종의 유머라고 해야 할까…”
“깜둥이 좀 혼나야겠다. 아니. 애초에 그걸 지구인들한테 왜 공개 발표를 해?”
그거야 뭐.
재미있으니까.
“테에에에엥.”
나는 그녀들에게 귀를 잡힌 채 끌려갔다.
* * *
아무튼 그런 시간도 지나갔다.
나는 쉬는 시간을 즐김 겸 소파에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나에 대한 것을 검색했다. 일단 뉴스부터 좀 뒤져볼까 하는데.
ㅡ이계의 천마가 언급한 `실장권법` 그것은 어떤 무술인가?
ㅡ지구 최강의 무술? 그 실체를 낱낱이 밝힌다!
ㅡ(긴급속보) `실장권법` 한국이 아니라 일본의 무술로 밝혀져!
ㅡ(밀착취재) 실장권법의 창시자! 뉴턴은 누구인가!
ㅡ천마가 언급한 세계 최강의 무술, 실장권법
ㅡ(전격비교!) 일본 고류 무술 실장권법 vs 한국 전통 무술 태권도!
ㅡ(팩트체크) 실장권법은 일본 고류 무술이다? 정답은 OK!
ㅡ실장권법을 배워보자!
아주 그냥 개지랄이 나 있었다.
“흐흐흐.”
구라 안치고 보고 있으니까 웃겨 뒤집어질 지경이었다. 그래. 잘했다, 김캇트! 지구에 왔으면 이 정도 어그로는 끌어줘야지! 내 별거 아닌 농담 한마디에 세상이 뒤집어지고 만 것이다!
“이게 바로 권력이고 힘이다.”
무릇 천마라면.
가볍게 한마디 한 것만으로도 세상을 뒤집을 줄 알아야 한다. 다음엔 벨기에 새끼들이 콩고분들 대학살 한 이야기를 다뤄볼까? 분노를 일깨워 지구인들의 공감을 산 다음 퓨전유교를 퍼트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지구에도 퓨전유교를 퍼트리고 싶었다.
ㅡ충격! `실장권법`은 사실 한국의 헌터 길드였다?!
“머여.”
아주 터무니없는 기사가 하나 올라와 있었다. 보니까 한국 헌터 길드 중에 실제로 실장권법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길드가 있다고 한다. 기자들이 그 길드의 길드장을 찾아 취재하는 사진이 찍혀 있었다.
“흐흐흐, 미친놈.”
유쾌한 친구들이로군.
아무튼 내가 쉬는 와중에도 그녀들은 온갖 음식들을 섭취하며 영화를 보거나 컴퓨터를 만져보거나 하면서 노는 중이었다.
“아! 캇트님! S급 헌터가 온 것 같아요!”
“어, 그래?”
그런 와중에 힐데가 내게 말했다.
슬슬 올 때인가.
“그럼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네!”
“다녀오거라.”
* * *
“아, 나오셨군요 천마님!”
“반갑네, S급 헌터 권찬휘. 일정을 알리러 왔나?”
“예! 그렇습니다! 바로 내일모레 진행할 수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이틀이라. 그리하도록.”
“감사합니다!”
권찬휘가 내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아, 그런데 천마님?”
허리를 숙인 권찬휘가 나를 조심스럽게 올려다 보면서 말했다.
“왜 그러지?”
“그… 실장권법이라는 것은. 제가 알아보니까 그냥 인터넷 안에서 사용하는 유머였던 것 같습니다. 결코 지구 최강의 무술이 아닙니다.”
아니.
그거 신경쓰고 있었던 거냐고.
“뭐라? 아아, 그렇군. 이해했다. 그런 터무니 없는 것이 최강의 무술일 리가 없지. 누군가가 이 내게 장난을 친 것이렷다.”
“그런 것으로 추정됩니다.”
“흐흐흐, 유쾌한 친구야. 인터넷이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었군.”
“하하하, 그렇습니까. 그런데 천마님? 그 유튜브 생방송은…”
“정말 신기하지 않나? 귀찮은 짓을 할 필요 없이 방 안에서 그런 식으로 발표를 할 수 있다니. 역시 지구의 문물은 참 신비로워.”
“…잘 다루셔서 놀랐습니다.”
“말했듯 타차원의 지식을 흡수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선입견 따윈 버리고 그저 사용하기만 한다면 설령 그것이 무엇이라고 해도 익숙하게 다룰 수가 있지.”
그것이 바로 나 천마 김캇트다.
“그렇군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런데… 가르침을 내려주신다 하셨는데, 그 말은?”
나는 그리 묻는 권찬휘의 낯빛에서 조금의 의심을 읽을 수가 있었다. 그래. S급이면 대한민국 최고위직이다. 내 행보에 주목하고 있겠지. 그것도 정부 인사들과 공유하고 있을 것이고.
이계에서 온 신이 가르침을 내린다?
그건 그들을 동요시키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그렇다. 내 지구인들에 대해서 알아보니 가르침이 좀 필요한 것 같더군. 나는 무(武)와 정의(正義)와 도덕(道德)의 신으로서 지구인들에게 가르침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다.”
“…”
“아무튼. 권찬휘.”
“예?”
“내 왕비들이 지구의 의복에 관심을 가지더군. 확실히. 우리 세상의 그것과 완전히 다른 계통의 의복인지라, 나조차도 호기심이 생길 정도였다.”
“백화점에 연락을 넣어 두겠습니다. 원하시는 모든 옷을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고맙군.”
알아보니 S급 괴수가 일으키는 피해는 기본 조단위에서 파도를 치고 있을 정도였다. 그것을 단번에 죽여 피해를 방지했으니 이런 걸 부탁하는데 있어서 부담 따윈 없다.
그럼 내일은 내 여자들 데리고 지구 백화점 쇼핑이나 해볼까.
현대식 의복을 입은 그녀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침이 질질 흘러나올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