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21)
외전5. 그 후 (2)
정장을 입은 미녀는 회사에서 바쁘게 일하며,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를 보고 일정과 약속을 확인했다.
해가 지고 나자 그녀는 운동복을 입고 가로등이 켜진 도시를 달렸다. 잠시 후, 달리기를 멈춘 그녀는 땀을 닦으며 스마트워치 떠오른 운동데이터를 확인했다.
이어서 서성전자 로고가 떠오르며, 광고가 끝났다.
– 엘리 킴 또 광고 찍었네.
– 진짜 저 외모에 골든게이트 변호사는 사기 아님?
– 서성전자 광고니 모델료도 장난 아닐 듯~
– 강진후랑 결혼하고 나서 엘리 킴 몸값 떡상했음. 프랑스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들이 광고 찍자고 줄을 서고 있다고 함.
– ᄒᄒ 미리 광고 찍은 베스터가 대 박이지. 광고 찍기 전에 비해 주가 두 배 뛰었던데.
– 임진용이 강진후랑 친해서 모델로 써줬나 봄.
– 좋겠다~ 남편 잘 만나서 광고도 찍고.
– ᄏᄏᄏ 그 반대 아님? 여기저기서 광고 찍자고 난리인 거 다 거절했는데, 서성전자라서 그나마 하나 찍어 준 거지.
– ㅇㅇ 그게 정답. 모델료 비싸봐야 강진후 재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데.
– 서성전자 다니는 친구 말 들으니, 임진용이 직접 부탁했다네요.
– 다른 건 모르겠고, 존나 예쁘긴 함.
– 강진후 좋겠다~ 돈도 많은데 와이 프도 예쁨~
– 개객끼ᅮᅮ 존나 부럽 ᅮᅮ
– 피쉬앤칩스 광고나 한번 더 보러 가야겠다.
– 피칩피칩~
서성전자 스마트워치 광고가 공개 됐다. 이 광고는 한국뿐 아니라, 스마트워치가 출시되는 전세계에 나간다.
“광고 반응 좋네.”
택규의 말대로 대체로 호평이었다. 내가 봐도 예쁘긴 하다. 외모만 예쁜 게 아니라, 지성미와 건강미가 넘쳤다.
결혼 이후 엘리한테는 광고제의가 넘쳐났다. 모델료는 할리우드 톱급 배우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다들 섭외를 못해서 안달이었다. 특히 명품 브랜드들의 적극적이었다.
다 거절했지만, 서성전자 광고를 찍은 이유는 임진용 회장이 세 차례나 찾아와 직접 부탁했기 때문.
광고를 보고 나니, 연관 동영상으로 베스터 광고와 함께 로열 피시앤칩스 광고가 나타났다.
일전에 광고를 찍었던 베스터는 또 다시 주문이 폭증했다. 그리고 로열 피시앤칩스 광고영상 조회수는 또 다시 폭증해 이제 1억 조회수를 눈앞에 뒀다.
”이쯤 되면 로열 피시앤칩스 프랜차이즈 차려야 하는 거 아닌가?” ”괜찮은 생각이야.”
참고로 ‘로열’과 ‘피시앤칩스’ 둘 다 고유명사라서 상표권등록이 안 된다. 때문에 이미 ‘로열 피시앤칩스’라는 상호로 영업하고 있는 가게가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상호는 베낄 수 있어도 마스코트(?)는 베낄 수 없다.
엘리를 모델로 내세워 로열 피시앤칩스 광고 2탄을 찍으면, 가맹점 100개 모집하는 건 일도 아니지 않을까?
물론 본인은 절대 안 하겠다고 하겠지만.
* * *
전세계를 휩쓴 금융위기는 가라앉았지만, 진짜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이미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4 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으로 봐야할지, 아니면 새로운 산업혁명의 시발점으 로 봐야할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JN 배터리로 인해 전기차로의 전환과 산업변화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며, 유가는 30달러 초반까지 폭락했다.
지금이야 배터리와 전기차 분야에서 우리가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가만히 손 놓고 있으면 다른 업체들이 수년 안에 따라 붙을 것이다.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기술을 고도화시켜서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려야 한다.
그 외에도 VRMMORPG 개발지원과 새만금 개발, 대북사업 등 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다행히 그 모든 일들을 진행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다.
OTK컴퍼니가 이번 위기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약 1조 달러. 내가 1년 만기로 발행한 채권을 갚기 위해 조금씩 자금을 회수 중이긴 하지만, 대부분 주식과 채권, 그리고 신흥국 외환시장에 들어가 있어서 정확한 수익은 청산이 끝난 뒤에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현재 평가가치는 1조 달러를 넘는다. 이게 얼마나 엄청난 금액이냐면, 한국이 가진 외환보유고의 두 배가 넘는다.
운용자산 규모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를 훌쩍 넘었고, 웬만한 국부펀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엄청난 자산이 우리의 손에 쥐어진 것이다. 돈은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만든다. 우리는 앞으로의 구상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정부는 새만금 개발과 함께 남북철도 연결사업, 그리고 개성공단 재개를 추진 중이다. 대북사업은 러시아가 추진 중인 시베리아 개발사업과도 연계되어 있다.
허창민 대통령과 비소츠키 대통령은 아세안, 한국, 북한, 러시아, 중앙 아시아, 동유럽을 잇는 하나의 경제 블록을 만들기로 합의를 보았다.
미국, 중국, 일본은 그 자체로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한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내수규모가 작고 수출의존도가 큰 만큼 주변국들과 같이 성장해나가야 한다.
속내야 어떨지 몰라도 중국과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지지했고, 노르웨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도 투자 참여의사를 나타냈다. 두 나라 모두 원유 의존도가 큰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생각이었다.
전세계가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여기에 일본은 빠졌다.
“일본 쪽 반응은 어때요?” 내 물음에 상엽 선배는 웃으며 말했다.
“저희 쪽에 계속 접촉해오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 속이 타들어가고 있을 겁니다.”
한국과 러시아가 손을 내밀지 않자, 일본은 우회적으로 아세안 국가들과 접촉을 했다. 하지만 그 나라들 역시 부정적이었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일본계 자금이 일시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아세안 국가들은 큰 피해를 보았다.
평소에는 우산을 빌려주다가, 막상 비가 내리자 우산을 뺏어간 셈이다.
만약 우리가 시장에 자금을 쏟아 붓지 않았다면,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은 외환위기로 모라토리 엄이나 디폴트를 선언했을 것이다.
다행히 그 뒤에 세계경제가 급반등했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 경기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각국 증시는 낙폭을 거의 다 회복했다.
그런데 일본은 그 전에 돈을 빼는 바람에 손실을 복구하지 못했고, 오히려 욕만 먹는 신세가 됐다. 이렇게 되자 일본은 당황했다. 위기가 심해지면 신흥국들이 자신들한테 손을 벌릴 거라고 예상하고 현금을 확보했는데, 위기는 소멸됐고 그 나라들은 일본 대신 한국과 OTK컴퍼니를 찾았다.
일본 산업계에서는 향후 신산업에서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추월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정치권의 대책을 촉구했지만, 자민당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아직 당론도 정하지 못했다.
일본은 이전과는 달리 한국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며 손을 뻗었다. 경제블록에 참여하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과의 청구권협정을 해결해야 한다.
내가 중재안으로 제시한 금액은 700억 달러. 게다가 여기에 ‘배상금’ 이라는 단서를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본은 말도 안 된다며 맞섰다.
이대로 합의한다면, 일본 입장에서는 거의 굴욕외교나 다름없고 잘못하면 정권이 날아갈 수도 있다. 때문에 결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거다.
택규가 말했다.
“한마디로 아직 배가 덜 고픈 거지.”
“맞는 말이야.”
일본은 그동안 기술과 자본을 무기로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그 700억 달러 없어도 개발을 진행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끝까지 안 하면 자기들 손해지. 그로 인해 오카자키 총리가 퇴진하든, 정권이 바뀌든 그건 알 바 아니다.
“700억 달러 배상금을 지불하는 선행조건 없이는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겠다고 전해요.”
지금 일본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아쉬우면 자기들이 숙이고 들어오겠지.
우리는 그것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다.
* * *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결혼식에 와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게 예의다.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어떻게 감사인사를 할까 고민하다가 집에서 가든파티를 열기로 했다.
우리는 화창한 날 정원에 테이블을 내놓고 파티를 개최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정재계에서 참여 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했지만, 다 무시하고 결혼식 때 왔던 지인들만 초청했다.
상엽 선배를 비롯한 회사 사람들이 왔고, 유리도 아버지와 류철균 회장을 모시고 왔다. 임진용 회장과 임수미 사장은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양하나, 민하영, 안네케 공주도 찾아왔다. 택규는 그녀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난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택규는 과연 누구랑 결혼할까요?”
그러자 엘리가 말했다.
“전 누군지 알 것 같은데요.”
난 깜짝 놀랐다.
“어! 정말요? 누구예요?”
“흐음, 글쎄요.”
현주 누나는 헨리와 건이와 함께왔다.
“어서 오세요.”
“벌써 사람들 많이 왔네.”
택규는 누나를 위아래로 보며 눈을 껌뻑거렸다
“왜 그래?”
“누나 살 좀 찐 것 같네. 요즘 운동 안 해?”
“시끄러.”
어머니는 건이를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건이도 왔구나. 그새 많이 컸네.”
건이는 이제 혼자 걸어다니고, 말도 곧 잘했다. 어찌나 귀여운지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나와 엘리도 아이를 낳으면 저런 느낌이려나?
어머니는 하루 빨리 손자를 보고 싶지만, 괜히 부담 줄까봐 말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자 엘리가 먼저 어머니한테 말했다.
“어머님이 진후 좀 뭐라고 해주세요. 전 당장 아이 갖고 싶은데, 진후는 자꾸 천천히 갖재요.”
“어머, 그러니?”
어머니 표정을 보니, 끝나고 나면 잔소리 한바탕 하실 것 같다.
올 사람은 거의 다 왔다. 난 주변 사람들에게 와인을 따라주었다. 그런데 현주 누나는 손을 저었다.
“난 괜찮아.”
“안 드시게요?”
“앞으로 한동안은 술 못 마셔.”
“어째서요?”
이해를 못하는 나와는 달리 엘리는 바로 알아챘다.
“어! 제시카 설마 임신했어요?”
현주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택규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뭐!? 누나 또 임신했어?”
“뭘 그렇게 놀래? 내가 임신한 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사실 놀랄 일은 아니다. 아까 택규가 살찐 것 같다고 하더니, 제대로 본 모양이다.
택규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 되었다.
“정말이에요?”
“어머! 너무 잘 됐다.”
“임신 축하드려요.”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박수를 치며 축하해주었다.
현주 누나는 배를 만지며 말했다.
“둘째는 딸이었으면 좋겠는데.”
택규는 팔짱을 낀 채 말했다.
“누나 닮은 딸이면 키울 때 고생 좀 할 텐데.”
“시끄러.”
“우리 누나 이러다가 셋째까지 낳는 거 아니야? 아악!”
난 등짝을 얻어맞는 택규를 보며 생각했다.
맞을 줄 알았다.
그래도 누나가 부정하지 않는 걸 보면, 정말로 셋째 욕심까지 있는 건가?
현주 누나와 헨리의 표정은 행복으로 물들어 있었다. 잘 어울리는 부부다.
* * *
손님들을 일일이 응대하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난 잠시 쉬러 엘리와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빅원 때 얘기해줘요.”
“전에 해줬잖아요.”
“한번 더 해줘요. 또 듣고 싶어요.”
엘리는 틈날 때마다 내가 했던 일들에 대해 하나씩 질문했고, 난 그때 마다 어떤 예지를 봤고, 어떻게 해석해서 움직였는지를 말해주었다.
엘리는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내 얘기를 들으며, 때로는 안타깝다는 듯 때로는 신난다는 듯 탄성을 내질렀다.
“재밌어요?”
“그럼요. 이렇게 재밌는 얘기는 처음 들어봐요. 책으로 써볼 생각 없어요?”
난 피식 웃었다.
“사람들이 믿어줄까요?“
“안 믿으면 어때요? 그냥 소설이라고 하면 되죠.”
당연하지만, 택규와 엘리 외에 다른 사람에게 말해줄 생각은 없다.
처음 택규와 손을 잡고 투자할때 만 해도 여기까지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가끔은 나조차도 믿기지 않는다.
“어떨 땐 모든 게 꿈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어느 날 눈을 뜨면 모든게 사라져 있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
엘리는 가끔 내가 어딘가 멀리 가 버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나 스스로가 그런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 말에 엘리는 두 손으로 내 양쪽 볼을 붙잡았다.
“왜 그래요?”
그녀는 대답 대신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감촉과 따뜻한 숨이 느껴졌다. 한참 후, 그녀는 천천히 입술을 떼며 물었다.
“이래도 꿈같아요?”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제 좀 현실 같네요.”
난 창문 너머로 정원을 보았다.
모두가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택규는 양하나, 민하영, 그리고 안네케 공주와 얘기를 나눴고, 현주 누나와 헨리는 아이와 함께 놀았다.
엘리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챘는지 웃으며 말했다.
“진후는 분명 좋은 아빠가 될 거예요.”
“정말요?”
“그럼요. 진후는 좋은 사람이니까요.”
내 옆에는 세상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현명하고 매력적인 여자가 있었다. 그녀를 보고 있으니, 마음속에 불안감은 사라지고 강한 확신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내가 손에 넣은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