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1807)
검머외전
“좋아.”
이걸로 내 분노를 유발했던 모든 존재들과 긍정적으로 화해를 했다. 폭력으로 시작된 관계지만 그 끝은 평화. 그렇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적을 두들겨 패고 나면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이것은 퓨전유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ㅡ화르륵!
바로 사탕수수밭으로 통하는 게이트를 열고 그 안을 보았다.
“크흑!”
두르반이 죄수 같은 행색을 한 채 사탕수수를 수확하고 있었다. 어찌나 보람차게 일하고 있는지 눈물까지 줄줄 흘리고 있을 지경이다. 사실 뭐 일을 존나 많이 하긴 하지만, 술독에 빠져 사는 것보단 저렇게 생산적으로 지내는 게 백배는 더 낫다.
“르반아.”
“뭣…!”
“거기서 간수들 말 잘 듣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10년 뒤에 보자!”
“잠깐만!!!”
ㅡ파앗.
다시 게이트를 닫고 일상으로 복귀.
르반르반 르반이는 저곳에서 간수들과 함께 즐겁게 살아갈 것이다. 이거 참 경사라고 할 수 있겠군.
“흐흐흐.”
근데 이거 좆같은 놈들만 연속으로 만나니까 기분이 좀 다운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사람을 만나야지.
나는 바로 이스반트로 향했다.
“아닛!!!!!!! 이거 위대한 천마신!!!!! 아닙니까!!!!!! 이게 대체!!!! 무슨일!!! 입니까아아아앗!!!”
ㅡ파아아아앙!
나를 보자마자 반가움을 토해낸 레일라가 공룡처럼 포효했다. 마치 미사일이 터진 것 같은 굉음. 그러나 괜찮다. 이미 여기에 올 때부터 소리 차단용 역장을 두른 상태였으니까.
“어. 그래. 위대한 천마신님 왔다. 레일라 잘 지냈냐?”
아무튼 참 한결같구나.
“물론입니다!!!!!! 이거 극한의 반가움이 느껴지는군요!!!!!! 천마신이야말로 그동안 잘 지냈는지요!!!”
“흐흐흐, 나는 당연히 존나 잘 지냈지.”
“그야말로 만수무강 그 자체!!!!!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ㅡ넙죽!
과장스럽게 허리를 숙인 이스반트 영애가 마치 집사처럼 손짓하면서 나를 안으로 안내했다. 이 비인간적인 텐션을 좀 보소. 날개가 없어도 목소리에서 나오는 충격파만으로 날아다닐 사람이 바로 레일라였다.
아무튼 귀빈 대접이 아주 죽여주는군.
그렇게 귀빈실로 들어가 앉으니 레일라가 직접 차와 과자를 내줬다.
“뭐야. 하인들은 어디 가고 직접 대접을 해줘?”
설마 다들 고막이 터져서 그만둔 것인가?
“천마신이 오셨는데 직접 대접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렇네. 뭐 별일은 없었고?”
“아무 일도 없습니다! 그저 평안하게 살아가고 있을 뿐이니까요! 세상이 이토록 평안한 것을! 뭔 일이야 있겠습니까! 오호호호호호홋!”
레일라가 손등으로 입을 가리면서 크게 웃었지만.
나는 알아.
“구라.”
딱 봐도 뭔 일 있는 분위기다.
“니 무슨 일 있지?”
“네. 사실 소음을 견디지 못한 하인들이 다수 그만뒀습니다.”
ㅡ침울.
순식간에 침울해진 레일라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이게 말이 됩니까아앗!!! 소음 때문에 그만두다니!!! 이제 하인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울 지경입니다!!! 좀 어떻게 좀 해주십시오!!!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이고. 이게 진짜 그렇게 됐네. 미친 거 아니냐? 소음 때문에 그 이스반트 영애가 하인을 못 구해?”
“그렇습니다! 제가 봐도 미친 것 같습니다! 뭐, 그래도 그렇게 불편하지만은 않군요! 권위를 내려놓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뭔가 수행자 같은 말이로군.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레일라의 얼굴에 힘든 기색은 없었다.
그냥 텐션 높고 즐거울 뿐.
“뻥치지마. 귀족이 하인 없이 어떻게 살아. 소음차단 아티팩트 좀 보내줘?”
“그리해준다면!!! 그저 감사!!!!!”
레일라가 극한의 감사를 표했다.
“크으! 이걸로 한시름 놓았군요! 아티팩트가 들어온다면 다시 하인을 부릴 수 있을 것입니다!!! 몹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목가적인 삶도 좋지만 역시 귀족으로 살아온 탓에 하인 없인 못 삽니다!!!”
그래. 이 미소와 텐션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소음차단 아티팩트쯤이야 얼마든지 사줄 수 있어.
“어. 그래. 넉넉하게 보내주마.”
“아, 그러고 보니 둘째를 잉태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 곧이다.”
“경사스러운 일입니다!!!”
ㅡ짝짝짝짝!
ㅡ짝짝짝짝!
나는 레일라와 함께 박수를 쳤다.
“후후후! 경사입니다, 경사! 그런데 이번엔 무슨 일로 내려온 것입니까?”
“뭐 이유가 있어서 찾아오나. 이스반트가 내 마음의 고향인 것을.”
좆같은 놈들을 봤던 것도 다 이스반트였다.
그러니 찾아온 것이지.
“역시!!!!!”
마음의 고향이라는 말에 레일라가 크게 기뻐했다. 나는 이스반트를 아끼는 사람이다.
“그럼 마음의 고향인 만큼!!! 특수 개발 같은 것을 하면 어떻겠습니까!!!”
갑자기 사업 이야기를 꺼내는 거냐?
“여기 할 거 뭐 있냐?”
“사실 그게 문제지요. 요즘 이스반트는 한적합니다.”
“한적이라.”
눈앞에 있는 이 사람 때문에 별로 한적하지는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한 도시에서 하루에 배출되는 소음의 총량… 그걸 데일리 데시벨. 줄여서 DD라고 해보자.
이스반트의 DD를 측정한다면 아마 천마신국에 있는 다른 모든 도시를 압도하고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겠지. 한 행성에서 나오는 DD가 100이라면 이스반트에서 나오는 DD는 90일 테니까.
“나름 유명한 곳이지만 그래도 변방 쪽이기 때문에! 인구 유출이 조금 되고 있습니다! 유머로 말하긴 했지만, 하인을 구하기 힘들어졌다는 게 빈말은 아니었던 것이지요!”
세상에 인구 유출이라니.
“어쩌면 이스반트도 인구가 계속 감소해, 유령도시가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슬픔!!! 이 꼴을 두고 볼 생각입니까!!!”
“이거 큰일이로구만.”
이스반트는 내 추억이 깃들어있는 곳이다. 크라스하임에 고통이 깃들어 있다면 이스반트에는 말 그대로 추억이 깃들어 있지.
이렇게 높은 곳에서 풍경을 보고 있으니 절로 옛날 생각이 난다. 그런 도시가 유령도시가 된다면… 내 마음이 도려내질 것이 분명.
“좋아! 이스반트 문화를 지켜보자!”
“아주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스반트를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 방법이 뭐가 있을까?”
“사람들이 이스반트에 관심을 가지게 해주십시오!”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
그건 아주 간단하다.
* * *
“빨리! 중대 발표 할 거니까 들어!”
ㅡ파앗!
내 아내들에게 신호를 보내자.
“캇트. 무슨 일이야?”
“깜둥아? 뭐야?”
1분도 되지 않아서 내 아내들이 찾아왔다. 신호만 보내면 바로 내 뜻이 전달이 되니까. 그런데 들어온 아내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야. 우리, 어? 만삭의 임산부들. 이렇게 보니까 곧 출산하겠어?”
들어오고 있는 그녀들의 배가 다들 남산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다. 이제 달을 거의 다 채웠다. 곧 태어나겠지.
“후후후, 이제 일주일 안에 태어날 것 같구나.”
리샤가 웃으면서 배를 쓰다듬었다. 정말 애정이 넘치는 손길로.
“그래서 무슨 중대발표를 한다는 게냐?”
“별건 아니고. 이제 다들 만삭이잖아? 애 태어나기 전에 가족사진 좀 찍자!”
이제 가족사진을 찍을 것이다!
“어머! 가족사진! 그거 좋네요, 캇트님! 빨리 찍어요!”
“캬흐흐, 뭔가 했더니. 그래. 애들 태어나기 전에 좀 찍어 줘야지. 그런 건 다 찍어야 한다고.”
“맞네. 깜둥이 잘 생각했다. 그럼 사진 찍자!”
바로 그녀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아, 옷은 뭘 입어야 할까요? 간만에 찍는 사진이니 좀 실물로 입고 싶은데.”
“흐흐흐, 이거 진짜 옷이 이제 의장용이 되었구만?”
“그치만 이 디바인 의류가 편하잖아요. 아무튼 캇트씨? 제대로 단장해야 하니 시간 좀 정하죠.”
“그러자고.”
다들 자기 힘으로 옷을 만들어내서 두르고 다니는 중이다. 그런 만큼 실물 옷을 입을 일이 없다. 그래도 가족사진을 찍는 만큼 분발할 생각인지 실물 옷을 입겠다고 한다.
일종의 기념이니까.
“그럼 이후 일정을 캔슬해야겠군. 간만에 옷 좀 입어보도록 하지.”
“옷 입는 건 오랜만이네요.”
카디아의 말에 아리가 대답한다.
진짜 오랜만이긴 해.
“아, 성도님? 사진은 어디 가서 찍을 생각입니까?”
“이스반트!”
그 말에.
“아아! 이스반트에 가서 찍는 것이로군요!”
엘리제가 감탄했다.
“이스반트!”
“아아!”
엘리제 뿐만이 아니라 전부.
“그렇다면 복장은 그때처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좋지!”
그 말에 다들 올타꾸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스반트에는 비단 내 추억만 있는 게 아니니까. 근데 카디아한테는 많이 없구나. 미안해.
“캇트. 가족사진이면 애들도 같이 찍을 거지?”
“당연히 그래야지. 가서 옷 입고 와. 애들은 내가 부를 테니까.”
“응. 그렇게 할게. 후후후, 가족사진이라니. 애들 태어나고 나서도 또 찍을까?”
“물론!”
바로 그녀들이 단장을 하러 갔고, 나는 애들을 부르러 갔다.
그 첫 타자는 당연히 니크.
“니크야! 나와라! 가족사진 찍으러 가자!”
“뭐? 가족사진?”
“어. 니 동생 태어나기 전에 같이 찍어야지.”
“그렇다면야. 알았어. 준비할게.”
그런 식으로 내 애들을 싹다 모았다.
* * *
“파파. 가족사진 찍어요?”
즈벨이가 물었고.
“그래. 다 같이 찍으러 간다.”
“으음, 아빠. 근데 어디로 가?”
슈카가 그런 질문을 했다.
“이스반트에서 찍을 거다.”
“이스반트? 아! 파파가 살았던 곳!”
“알고 있지?”
“네! 다 들었으니까요!”
즈벨이가 신이 나서는 말했다. 그동안 가본 적은 딱히 없지만 나한테서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말했지? 아빠도 옛날엔 그냥 평범한 인간이었다고. 이스반트는 그 영혼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란다.”
“이 괴물 같은 아빠가 인간이었다니… 난 믿을 수 없어.”
“우리 카이나. 아빠가 또 안아줘요 해줄까?”
“아니! 장난이야 아빠!”
아주 그냥 건방진 녀석같으니라고.
“뭐가 됐든 파파. 파파 옆자리는 클레어 자리야.”
“어이고, 우리 레어. 아빠 옆자리는 예약이 아주 많은데?”
“그래도오. 클레어는 파파 옆자리할래애.”
클레어가 내 허벅지를 껴안고는 그 보라색 머리를 비비면서 애교를 부렸다.
“오케이. 그럼 레어는 아빠 옆자리.”
“파파! 저도요!”
“어. 즈벨이도 옆자리.”
레어랑 즈벨이가 내 양 옆자리를 차지하게 되니, 이어서 아이샤랑 힐다. 그리고 리카랑 디엘이까지 자리 경쟁을 실시했다.
근데 아빠 옆자리는 두 개밖에 없어.
그마저도 엄마들이랑 경쟁해야 한다.
아무튼.
이스반트에서 가족사진을 찍는 걸로 가족여행 같은 걸 홍보해볼 생각이다. 천마신국의 인간들은 유행에 민감하다. 그리고 그 유행을 만드는 것은 바로 나다. 약간 김캇트 특수를 이용해서 이스반트를 관광지로 만들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