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521)
〈 521화 〉준사제 김캇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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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다. 관심 있나? 물론 대가로 움직이는 자에겐 그만한 보상을 해준다는 것이 본교의 기본 사상이다.”
보상을 약속한 카디아 성녀가 이야기부터 들어보라는 식으로 말했다.
언제나 그렇듯 병력이란 모자란 법이다.
그래서 용병이든 모험가든 사용을 하는 것인데, 역시 그런 외주를 주기 위해서는 믿음과 신뢰가 필요하다. 그녀는 오늘 하루 나를 끌고 다니면서 그것을 시험해 본 것이다.
교회의 인정을 받은 준사제라고는 해도 초면이지 않은가. 알아볼 필요는 있다. 결국 하루 동안 같이 다니면서 신뢰를 샀기에 일을 한번 맡겨보려는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보다 쓸만한 인력을 외부에서 찾는다는 것은 제법 힘든 일이다. 시킬 수 있다면 시키는 것이 좋겠지. 뭐, 준사제지 않은가.
그래도 이렇게까지 한다는 것을 풀이해 보자면, 성녀가 맡길 일이라는 것은 어지간한 사람들에게는 시키기가 좀 곤란한 일이라는 뜻이 된다.
실력문제? 아니면 신뢰의 문제인가?
어느 쪽이든 힘든 일일 것 같지만, 보상을 준다면야 손해는 아니다. 그게 바로 내 일이니까.
근데 또 데이트로 퉁 치자고 하면 그건 씨발련이고.
“흐흐흐, 그럼 들어보고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설마 보상을 지금처럼 데이트 같은걸로 퉁 치시는건 아니리라 믿습니다.”
“흐음? 본 성녀와의 데이트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제법 즐긴 것 같았는데 본 성녀의 착각이었나보군.”
아니, 이년아.
“수도에도 본 성녀보다 아름다운 여인은 흔치 않다. 사내로서 이 정도 영광이라면 충분한 보상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되는군.”
날카로운 눈빛으로 내 얼굴을 바라본 성녀가 자신의 가슴 앞섬을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드러난 가슴골은 제법 깊다만 젖으로 나를 홀리려면 적어도 위니아 정도 되는 가슴을 달고 와야 할 것이다.
이 새꺄, 아무리 예뻐도 그게 배 채워주냐.
내 아내들은 실제로 채워준다.
다른건 몰라도 성녀가 미모를 무기로 삼는 짓을 노골적으로 하는 여자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알면서도 당하는 새끼들이 참 많겠군. 근데 난 매혹 면역이야.
“흐흐흐, 성녀님 개오바입니다…! 그런게 어디 있습니까! 데이트로 만족이 되냐니요!!!”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항변했다.
어쩌면 이 여자는 진심으로 열정페이를 시전하려는걸지도 모른다…!
감히 이 고급인력 김캇트를 무료로 부려 먹으려 하다니!
베르데의 성녀라도 용서할 수 없다!
“데이트로 만족이 안 된다라, 그렇다면 더 깊은 관계를 원하는가? 훗, 사내에게 직접적인 구애를 받게 되다니 변방까지 온 보람이 있어.”
“뭔 소릴 하십니까!”
“답을 주자면 그것은 조금 곤란하겠군. 신앙에 몸을 바친 여인인지라 사내에게 안기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달까, 뭐. 이번 기회에 생각은 해보도록 하지.”
“아이고! 성녀님! 저한테 왜 이러세요! 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놈입니다아앗!!!”
나는 벤치 아래로 내려와 무릎을 꿇으면서 절규했다. 마이페이스도 정도가 있지 씨발! 이런 식으로 뷔갈의 시체를 날먹하려 하다니!
그건 지옥에 있는 뷔갈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 새끼는 내 이득이 되는 것을 이번 생의 최고 가치로 치고 있는 놈이다. 이것은 그의 잔혹한 죽음을 모독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그리 울부짖으니, 피식 웃은 성녀가 말했다.
“훗, 농담이다.”
다시금 가슴골을 뒤적거린 카디아 성녀가 담배갑을 꺼냈다.
“악마의 시체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심지어 온전하다면 더더욱. 그런 귀한 것을 날로 먹을 생각은 없지. 당연히 대가를 치러줄 것이다. 준사제는 성기사들과는 달리 놀리는 맛이 있군.”
시발아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역시 성녀는 자애와 사랑의 아이콘이다.
“역시! 자비롭고 정의로우신 놋쇠성천사회의 성녀님! 과연 자애와 사랑으로서 살아가시는 절세의 미녀이십니다! 황금빛 머리칼도 너무 아름다우시고, 몸매 역시 제 가슴을 울리는 것 같습니다!”
“듣기가 좋군.”
ㅡ뒤적뒤적.
내 아부를 듣고 있던 카디아 성녀가 다시 한 번 가슴골 사이에 손을 집어넣고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주머니를 거따 달고 다니나?
“아니, 뭐 거기가 주머니도 아니고…”
“젖 주머니라고 보자면 틀린 말은 아니지.”
“…”
…이 여자 섹드립을 좀 좋아하네.
아무튼 카디아 성녀는 가슴 사이에서 뭔가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의 작은 유리병을 하나 꺼냈다. 병의 안쪽에는 뭔가 하늘색으로 반짝이는 액체가 담겨 있었다.
ㅡ휘익.
내 눈을 본 그녀가 갑작스럽게 유리병을 던졌다.
물론 어렵지 않게 잡아챘다.
근데 이거 왜 이렇게 따뜻하냐.
가슴골 사이에서 데워진 것인가?
어쩐지 좀 흥분이 될 것 같다.
돌아가면 위니아한테 파이즈리 해달라고 해야지.
“그 악마, 토막이 난 것만 뺀다면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서 상당히 가치를 높게 치고 있다. 그 정도면 만족할만한 대가가 될 것이겠지.”
“…그러시다니 다행입니다만, 이건 뭡니까?”
작은 유리병은 나름대로 고급스러운 디자인이기는 했다. 황동 색 뚜껑에도 기하학적인 무늬가 들어가 있다. 성수… 라고 하기엔 이런 반짝이는 하늘색 액체는 처음 본다.
“본 성녀가 직접 제조한 성수다. 부정한 존재에게 아주 치명적이지.”
서, 성수!
허구한 날 성수만 받는 김캇트!
“애미!”
그런데 성녀가 직접 제조한 성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는 즉시 천 조각을 꺼내서 유리병을 소중하게 감쌌다. 모르긴 몰라도 성녀가 직접 만든 성수라면 존나 최상급일 것이 분명했다.
“감사합니다!”
이건… 마음에 드는군.
고마워, 뷔갈.
“마음에 든 모양이군. 뭐, 악마를 처치하는 것에 사용해도 좋지만 마셔도 무관하다. 건강에 상당히 좋을 테니.”
“건강 말씀이십니까?”
“높은 자리에 있는 종교 지도자들이 괜히 젊어 보이겠는가. 전부 신성력이 넘치는 탓에 그런 것이다. 본 성녀의 힘이 담긴 성수니, 마셔도 손해가 될 일은 없겠지.”
“오오!!!!”
성녀가 보증한 건강기능 식품이라니!
이것은 팔아도 존나 비쌀 것이 분명했다.
“물론 비매품이니 외부로 유출하는 일은 없도록.”
“크흑. 아쉽습니다.”
마시든 사용하든 뷔갈의 시체를 넘긴 대가로는 충분할 것이다. 칼밥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내게 이런 건강식품은 필수 요소나 다름없으니까.
근데 이거 다섯이서 나눠 먹을 수 있나.
건강식품이라니까 나눠 먹고 싶은데… 뭐 일단 리샤한테 보여주도록 하자.
“그러면 일 이야기로 돌아가지.”
“뭐든지 분부만 해주십시오.”
“성수를 받으니 의욕이 넘치는군. 아주 좋은 태도다. 때로는 신앙으로 움직이는 사람보다는 대가로 움직이는 사람이 써먹기가 더 좋은 법이지.”
“옮으신 말씀이십니다. 근데… 성녀님은 말을 좀 무섭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무섭게 말인가?”
눈빛 때문에 그런가, 마치 어딘가의 보스 같은 기운을 풍기고 있어서 뭔가 기이한 일을 시킬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본 성녀의 인상이 사나워 보인다는 것인 인정하지. 뭐, 시킬 일이라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현재 주변에서 악마들에 의한 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지. 알고 있나?”
“당연히 알고 있습죠.”
“본교의 병력만으로는 전부 해결하기 어려운바, 외부 인력을 사용할 생각이다. 준사제는 참 적합한 인재야. 굳이 병력을 붙여주지 않아도 알아서 해결할 정도의 능력이 있지 않나. 이번 일에 제격이지.”
사실이긴 하지만, 부탁하는 사람을 이렇게 띄워준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흐흐흐, 성녀님께서 칭찬을 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말하는 뉘앙스를 들어보면 나는 성기사 대용으로 사용하기 편한 인력인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일은 성기사들에겐 시키기가 조금 곤란해서 말이지… 그 머리가 굳은 놈들은 싸움은 잘해도 다른 일에는 영 쓰기가 애매한 구석이 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말했다.
“무력 부대가 그 정도면 충분히 쓸만한 것 아닙니까? 싸우는게 바로 성기사들 일일 텐데요.”
“세상에는 싸움질 말고 머리를 써야 하는 일도 많다. 성기사들은 그런 쪽으로는 머리를 잘 쓸 수가 없지. 악마나 이교도가 연관된 일이라면 더더욱.”
성기사들은 질 좋은 교육을 받고 있지만, 결국 폭력 집단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들은 악마나 이교도를 보면 눈이 돌아가 버린다.
사악한 집단을 격멸하고 파괴하기에는 더없이 쓸모가 많지만, 그 외라면 사용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이 성녀의 설명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뭔가 단순히 파괴하는 일은 아니라 이겁니까? 그럼 조사나 수색이겠군요.”
본업이 모험가라 그런 쪽은 내 전문이다.
“비슷하다. 역시 머리가 잘 돌아가는군.”
아예 제집 안방처럼 벤치에 기대며 다리를 꼰 성녀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일을 조용히 해결할만한 눈치도 있지. 준사제는 목적이 있다면 악마나 이교도가 눈앞에 있어도 분노를 참아낼 수 있는가?”
“당연히 참을 수 있습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순간의 분노 정도는 억누를 수 있지요.”
“훗, 정말 좋은 태도야… 성기사들은 그런 융통성이 없어.”
ㅡ끄르르르륵!
나는 데몬게이트를 목격한 성기사들이 발작을 하려고 했던 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 성기사들은 그래서 미친놈들이다. 사악한 존재를 보면 분노조절장애가 폭발한다.
“준사제는 단점이 없는 성기사 같아서 참 마음에 들어. 적절한 상황에서 타협을 할 줄 아는 인재야말로 써먹기가 편한 법이지.”
“흐흐흐, 맞는 말씀이십니다.”
성녀가 입술을 쓰다듬으면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제 본격적인 일 이야기를 시작할 생각인 것 같다.
“본 성녀가 이쪽 교회에 와서 받은 정보를 취합해 보니, 이교도나 사교도, 또는 데몬소환술자같은 사악한 집단의 출현 정황을 읽어낼 수 있었다. 사실 이전부터 비슷한 일이 있었더군. 보고를 받아서 알고 있다.”
이 주변에 이교도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내가 아는걸 성녀가 모를리는 없다.
“그중에서 놈들이 숨어들었다고 판단이 되는 도시가 하나 있다. 준사제가 그쪽으로 잠입해서 그 부정한 놈들을 색출해줬으면 좋겠군.”
“예?”
말하자면 이교도 색출 작업인가?
난이도가 조금 높은 것 같은데.
“아니, 그런 중요한 일은 성기사들 시켜야 하는거 아닙니까?”
“지금 성기사들은 악마를 처단하는 것에 주력한다. 색출 작업은 우선순위가 한 단계 낫지. 그리고 그런 것은 성기사들이 잘하지 못하는 일 중에 하나다.”
카디아 성녀는 성기사를 언급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색출 작업을 시키면 어찌어찌 한 마리를 붙잡고 나서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것이 본교의 교인들 성격이지. 그래서야 꼬리를 잡을 수가 없어. 아주 골머리가 썩이는 일이다.”
하기사 성기사들이 이교도를 보고 그냥 넘어갈리가 없다. 취조를 하려고 해도 너무 폭력적이라서 순간의 분을 이기지 못하고 박살을 내버릴 확률이 높다.
“정보를 얻어내지도 못하고 그렇게 죽여버리면 다른 이교도들은 더욱 깊숙하게 숨는 법이지. 애초에 성기사들의 존재 자체가 그들의 경계심을 끌어올린다.”
“이해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그럴 것 같군요. 근데 저 혼자 한다고 해도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이해는 한다만 내가 그냥 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일 같다.
“보고에 의하면 빈민가에 숨어든 이교집단을 격파했다고 하더군.”
아, 엘리제랑 그거.
“그런 일 말고도 다른 일도 해냈다는 것은 그만한 재능이 있다는 소리다. 본 성녀는 준사제가 이 일을 맡아줬으면 좋겠군.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만큼 보상은 확실히 해주도록 하지.”
구미가 당기는 일이긴 하다.
보상을 약속했으니까.
“근데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겁니까?”
“준사제의 능력에 실망을 하게 되겠지. 본 성녀는 아주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뭐, 실패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페널티도 딱히 없음이라.
사실 성녀에게 실망을 사도 딱히 나한테 손해는 없다.
“도시에 이교도가 침입하는 일 자체는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니,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정보와 시간만 있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오히려 조금 방치를 해뒀다가 한꺼번에 격멸을 하는 방법도 나쁘진 않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에 띄었다면 해결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것도 이런 사건이 일어난 도중이라면 더더욱. 그렇기에 맡기는 것이지. 준사제에게 묻겠다. 본 성녀가 부여한 임무를 수행하겠는가.”
다리를 반대편으로 꼰 성녀가 내 얼굴을 응시하면서 대답을 요구했다. 역시 아름다운 얼굴이긴 하다.
뭐, 페널티가 없다면 찔러보는 것이 나 김캇트의 방식이다.
“알겠습니다. 성녀님께서 맡겨 주신다고 하시니, 최선을 다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보상이 굉장히 탐이 나는군요. 흐흐흐, 엄청날 것 같습니다.”
“훗, 보상으로 데이트 이상을 원하는 것인가? 본 성녀도 여자가 될 기회로군.”
“현물!!!!로 주십시오!”
“농담이다.”
아무튼 성녀는 내게 도시의 이교도 색출 임무를 부여했다. 자세한 지령이 담긴 문서는 교회로 돌아가서 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