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534)
〈 534화 〉쓸모 있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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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꺼먼 악마의 피가 흘러내린다.
바닥에 대자로 뻗은 선동가의 육체에서 흑색으로 일렁이는 데몬강기가 벗겨졌다. 마치 낙엽이 흩날리는 것처럼 검은 껍질이 떨어지자 본래의 육신이 드러났다.
한없이 작고 초라한 육체다.
아무래도 뻠삥이 된 근육은 악마의 힘이었나 보다.
악마… 이 녀석의 육체로 완전해지고 싶었던 것이냐?
고작 그런 것이 사람의 신념을 깨부수면서까지 할 일이라는 것이냐?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쿨… 쿨헉!”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그가 피를 토하면서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심장은 이미 폭발했지만, 그에게는 아직도 악마의 힘이 미량 남아있었다.
“이, 이곳이… 노동자, 들의… 낙원인가…”
그가 몽롱해진 눈으로 손을 뻗었다.
악마의 힘은 거의 다 벗겨졌다. 곧 생명의 불씨가 꺼질 것이다. 죽음에 이르러 그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아니, 제정신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아무튼 그렇다.
나는 그를 내려다보면서 대답했다.
“그래. 여기가 바로 사회주의 지상락원이야.”
많은 이들이 지상낙원을 꿈꾸었다.
냉전의 시대. 그리고 그보다 이전 시대에서. 각기 다른 사상을 가진 인간들이 스스로의 모든 것을 바쳐 낙원을 창조하기 위해 지식을 짜내었다.
“사, 사회주의… 지상락원…?”
하지만 인간의 손으로 낙원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다수의 인간들이 마음속에 악마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낙원이라는 곳은 꿈속에나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낙원이지.”
나는 힘겹게 입을 여는 그에게 손으로 사회주의 지상락원을 그려 보여주면서 말했다. 낙원이라는 것이 꿈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면, 적어도 죽음 직전에 그 정도 꿈을 꾸는 것 정도는 허락될 것이니까.
사실 이 새끼 때문에 피해자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니 참작하겠다.
“넌 그곳에 온 거야.”
빛만이 있는 공간. 노동자들의 웃음소리만이 존재하는 공간. 사회주의자들은 죽어서, 노동자들만이 존재하는 락원으로 간다고 마르크스가 말했던가. 그곳에서는 분쟁도 고통도 없다.
모두가 평등한 하나의 빛 덩어리일 뿐…
“그… 렇군… 나는, 트, 틀… 리지… 않았어…”
그는 내가 손으로 그린 사회주의 지상락원의 전도를 보면서 흥분한 듯이 말을 토해내려 했다. 시꺼먼 피가 말과 함께 울컥 쏟아진다. 그는 지금 낙원을 보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나와 함께… 영원히… 평등과… 권리를…”
ㅡ투욱.
그 말을 끝으로 손이 떨어진다.
ㅡ숨이 멎었다.
선동가는 눈을 뜬 채로 사망했다.
나는 그의 눈을 감겨준 뒤에 바닥에 박아둔 천마신검을 뽑아들면서 소리쳤다.
“악마는 처치했소!!! 당장 자리에 무릎을 꿇고 체포에 응하시오!!! 죄가 없다면 풀려날 것이고, 죄가 있다면 벌을 받게 될 것이오!!!”
“…”
“사제님…”
내 말에 노동자들이 얌전히 무릎을 꿇었다.
이 중에 다른 악마 숭배자들은 없는 것 같았다. 도와주는 녀석들이 있기는 했었다. 근데 안 보이는걸 보면 오늘은 나오지 않은 것인가?
도망을 쳤을 수도 있다.
“시티가드 여러분! 저항하지 않는 자에게 폭력을 사용하지는 말아 주시오! 이제 그들은 얌전히 체포에 응할 것이니!”
“아, 알겠습니다!!!”
“사제님 말대로 폭력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 자들을 체포하라!”
시티가드들이 내 부탁에 따라 얌전하게 노동자들을 굴비 꿰듯이 연행을 해갔다.
악마를 본 충격일까, 아니면 자신이 믿었던 자의 진실을 봤기 때문일까. 그들은 영혼이 빠져나간 인형처럼 체포에 응했다.
“캇트.”
그리 서 있으니 뒤쪽에서 클라우디가 나를 부르며 허리에 손을 둘러왔다.
“정말 잘했어. 아주 깔끔해. 누가 봐도 사제가 악마를 처치했다고 받아들일거야. 후후후, 역시 캇트는 재능이 있어. 능력이 좋아.”
“아아.”
그럴 것이다.
“…이거 죽은거 맞지?”
위니아가 스태프의 끝으로 선동가의 시체를 쿡쿡 찔러보면서 물었다.
“그래… 죽었지.”
악마는 내 천마파천장을 심장에 처맞고 소멸했다.
그리 시티가드들이 노동자들을 연행해갔다. 뒤늦게 나타난 상급대장이 내게 감사와 찬사를 늘어놓았다.
`악마 숭배자와 그에게 세뇌된 사교모임 체포작전` 이라고 명명된 사건은 이렇게 종료가 되었다.
* * *
그 다음 날부터는 제법 바빴다.
이미 정리해뒀던 문서를 바탕으로 상급대장과 협조해 보고서를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이 대규모 체포 작전은 나의 주도로 실행이 되었으며, 퍼펙트하게 성공했다는 사실이 공식화가 되어 시장의 인증까지 받았다.
물론 현장을 털어서 나온 부수입 또한 내 주머니로 흘러들어왔다. 이거는 근데 별로 크지는 않았다.
다음으로 시장과 상급대장을 대동하여 다시 면담을 실시했다.
이제 곧 사건발표와 함께 도시 차원에서 내게 감사패와 보상을 증정하겠다고 한다. 명예 시민증까지 발급을 해준다니 말 다했다. 이런저런 티켓도 받았다.
“존나 완벽하군.”
일은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
솔직히 활동을 하지 않은 악마 숭배자들과 선동가를 지원하던 놈들은 잡지 못했지만, 사건을 두 개나 시마이 쳤으니 그것보다 완벽한 것이 없었다.
나는 내가 해결한 두 사건의 대한 공문을 읽어내려가면서 성녀에게 제출할 보고서의 결론 부분을 채워 넣었다.
존나 큰 건 해결했구만.
“클라우디, 위니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나는 펜을 놓고 옷을 챙겨 입었다.
“깜둥이가 시장이랑 갔다고 했던 그곳?”
“어. 거기 개맛있더라. 먹고 싶은거 다 먹고 가자고.”
거기가 맛있긴 했다.
“캇트, 그 서큐버스도 데려가야 하는거 아니야?”
“아, 힐데.”
힐데가르트도 데려가야 할까?
일단 도중에 만난다면 같이 갈 의향은 있다. 누가 뭐래도 그놈이 제일 큰 도움을 준 것이 팩트였으니까.
“냅둬, 언니. 뭐 같이 가.”
위니아가 뒷머리를 로브 바깥으로 펼치면서 말했다.
“도와준건 고맙긴 한데 나는 아직도 수상해 죽겠어.”
“흐응, 나쁜 뜻은 없는 것 같던걸?”
“깜둥이 노리고 있다는게 나쁜 뜻이야. 난 반대.”
“후후후, 이 언니에게 반대를 하다니. 위니아도 이 젖가슴처럼 많이 커버린 걸까?”
클라우디가 위니아를 뒤쪽에서 끌어안으며 밑가슴을 잡아 들고는 말했다.
“아 몰라, 젖 잡지 마. 아앗, 민감하단 말야! 언니 항복!”
오우야.
아무튼 그녀들을 대동하고 바깥으로 나갔다.
나가자마자 힐데가르트가 모습을 드러낼 줄 알았는데 보이질 않는다. 밤에 올 생각인가? 바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시장과 밥을 먹으러 갔을 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주문할 수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었다. 어차피 일도 끝났겠다 들어가자마자 처먹고 싶었던 것을 펑펑 시켰다.
사실 시장이 이용 티켓을 줘서 공짜였으니까.
그렇게 이날은 평화롭게 보냈다.
다음날 아침, 상급대장이 나를 직접 찾아왔다.
“흐흐흐, 반갑소. 상급대장 나리.”
“오늘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사제님. 그럼 가시지요.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고맙소.”
바로 그를 따라갔다.
이제 시장이 직접 보상을 준다고 한다.
ㅡ우글우글.
그를 따라 광장으로 가니까 사람들이 벌떼같이 모여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을 우회하여 나무로 된 단상 옆쪽에 있는 천막으로 들어갔다.
“잠시 기다리고 계시면 시장님께서 부르실 겁니다. 예법은 신경쓰지 마십시오. 도시의 영웅에게 그런 것을 요구할 사람은 없습니다.”
“흐흐흐, 알아서 잘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뭐, 그런 절차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장이 날 불렀고, 나는 텐트에서 나가 단상 위에 섰다.
상장을 받는 것도 군대 있을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놋쇠성천사회의 준사제 김캇트. 이 자는 도시의 치안과 안녕을 위하여 온몸을 다 바쳤으며, 그로서 악마와 그 숭배자들을 일망타진하는 작전에서 아주 큰 공을 세웠다. 준사제에게 이 감사패와 보상금을 수여하도록 하겠다.”
시장이 종이를 읽어내리더니 내게 직접 감사패와 돈주머니를 넘겨 줬다. 제법 묵직하다. 한 50실버 정도 들어있나? 이거 부수입도 쏠쏠하게 올리는구만.
“감사합니다, 시장님.”
성녀의 임무는 제법 돈이 되는 것이었다. 일단 현지에서도 보상을 받고 성녀한테도 직접 보상을 받는다. 말 그대로 따불이다. 제법 할만한 일인 것 같다.
“흠흠, 내가 더 고맙지. 그럼 어디, 모여든 시민들에게 한마디 해주시게. 좀… 안심을 시킬 수 있다거나,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말로 해줬으면 좋겠군.”
시장이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내 양손을 붙잡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도시에 숨어든 악마들은 처단했소!”
내 일 처리는 확실하니까.
“이제 걱정은 없을 것이오! 하지만 악마들은 인간의 나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존재! 항상 주의하고, 조심을 하도록 하시오! 수상한 것이 보인다면 즉시 시티가드에 신고를! 악마들을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시장님과 시티가드들이 밤낮없이 일을 했기 때문이오!!”
나는 적당히 시장과 시티가드를 띄워주면서 시민들에게 간단한 주의사항을 설파했다. 이 정도 연설이면 마무리까지 아름답다.
ㅡ와아아아아아!
ㅡ놋쇠성천사회, 만세!
ㅡ만세!
내 말이 끝나자 시민들이 환호를 하면서 만세를 시전했다. 시장 역시 흡족해진 얼굴이었다.
“흠흠. 교단 측으로도 따로 공문을 보내놨다네. 그리고 최고급 마차도 수배를 해뒀으니, 그것을 타고 가면 될 것이네. 거듭 말하지만 정말 잘해주었다네. 고맙군.”
최고급 마차라.
집 가는 길은 편할 것 같다.
“흐흐흐, 제가 더 감사합니다, 시장님.”
그리 시상식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갔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아니, 뭐 오늘 밤에 도시 최고의 술집에서 찐하게 대접을 해준다는데 관심 없어서 거절했다. 딱 봐도 여자 붙여주겠다는 말 같은데 내가 미쳤다고 거기를 가겠는가.
“캇트님!”
“아, 힐데왔냐?”
숙소로 돌아가려고 하니, 어디선가 나타난 힐데가르트가 나를 불렀다. 이 년은 볼 때마다 얼굴이 참 밝다.
“고생하셨어요! 일은 정말 잘 해결이 된 것 같아요!”
“흐흐흐, 그래. 잘 해결 됐구만.”
“저 고맙죠?”
녀석이 애교를 부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존나 고맙다, 씹새. 너는 이제부터 내 데몬 프렌드야.”
비록 힐데가르트가 데몬이며, 엘리제를 공격한 씹놈이기는 했지만, 녀석은 내게 존나 큰 이득을 두 번이나 안겨줬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퓨전유교의 도리상 친구가 될 수밖에 없다. 원래 친구끼리는 싸울 수도 있는 법이니까.
“섹스 프렌드요?”
“아 씨발아.”
“후후후, 그래도 친구라고 말씀해 주셨네요! 네! 좋아요! 그럼 저희 오늘부터 친구예요! 아, 그래도 저는 친구보다는 주종관계가 더 좋은 것 같으니 그렇게 여길게요.”
왜 스스로 노예가 되려고 하는가.
“캇트님. 참을 수 없게 되시면 저를 불러주세요. 며칠 동안 쭉 확인했는데 아내분들만으로는 만족을 못 하시던걸요. 후후후, 두 명의 여자를 밤새도록… 정말 대단하세요.”
“이 새끼 관음은 대체 언제 했냐?”
“매일요.”
이런 미친새끼…!
“이거, 제 수정인데요. 그것을 꽉 잡고 마나를 흘려보내주시면 언제든지 저를 부르실 수 있을거에요. 아, 그래도 저 교회에 넘기겠다고 이상한 곳에서 사용하시면 안 된답니다?”
그녀가 젖가슴 사이에 손을 집어넣고 뒤적거리더니 골프공만 한 크기의 핑크색 수정구 같은 것을 내게 건네줬다.
속이 비치는 것을 보면 유리로 만든건가? 이세계 금속일 수도 있다.
리샤한테 한번 보여주도록 하자.
“이런걸 나 줘도 되냐?”
“그럼요. 캇트님은 제 주인님이신걸요. 이미 저는 꿈속에서 캇트님의 것을 입에 머금었을 때… 흐으읏! 그때부터 저는 완벽한 포로가 되었답니다! 그럼 다음에 봬요! 다시 만날 그 날까지 얌전히 캇트님 생각만 하면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ㅡ쪽!
손으로 키스를 날린 힐데가르트가 윙크를 하면서 사라졌다.
“미친 서큐버스 같으니라고.”
저 새끼가 내 데몬 프렌드라니.
바로 숙소로 돌아갔다.
이미 클라우디와 위니아는 귀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깜둥이 왔네. 언니 나가자.”
나는 바로 배낭을 둘러메면서 말했다.
“클라우디. 위니아. 시장이 최고급 마차 하나 수배해 줬대. 흐흐흐, 가는 길은 편할 것 같다.”
“어머.”
“그거 잘됐네. 그럼 출발.”
그렇게 우리는 숙소를 나섰다.
와, 진짜 여기에 이주일 넘게 있었다.
돌아가면 카린이랑 리샤한테 한 소리 들을 것 같다.
이게 내 주 업무가 출장이다 보니까 이렇게 되네.
그리 성문 앞에 도착하니, 말 두 필이 이끄는 커다란 마차 하나가 대기를 하고 있었다. 가서 물어보니까 우리 마차 맞단다. 바로 짐을 싣고 탑승했다.
ㅡ드르륵.
곧 주변에 있던 몇 대의 마차와 함께 출발했다.
바퀴가 움직이니까 눈이 스스르 감겼다.
일단 돌아가면 바로 교회 들렀다가 집으로 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