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58)
〈 58화 〉흑마법사의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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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스릉.
예로부터 말로해서 안되면 칼로 이야기하는 것이 정당한 법도였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 모리스와는 진솔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어 보였다.
“왜? 그걸로 날 죽이기라도 할텐가?”
“죽이긴 누굴 죽여? 사람이 뭔 개새끼도 아니고 죽인다는 말을 그렇게 막 하면 쓰나.”
죽일 생각이다.
그러나 칼을 뽑아든 나와는 다르게 모리스는 여유로워 보였다. 저런 갈취짓을 한두번 하는 것도 아닐테고, 이런 상황은 많이 겪어본 건가? 어찌됐든 이젠 유혈사태 말고는 해결 할 방법이 없다.
“그럼 그 칼은 뭐지? 파티원이 죽는다라… 모험가 생활을 은퇴하고 싶나보군.”
“…”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모험가들이 파티를 만들어 길드에 보고하는 것은 자신들의 안위를 보장받기 위한 절차이기도 하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파티로 꾀어낸 후 살해하는 위장 강도들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길드에 등록된 파티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조사가 들어오게된다. 모리스는 그것을 말한 것이다.
“그것도 여기있는 사람들 전부 말이야. 네명이서 사냥을 나갔는데, 세명만 돌아온다? 그 세명이 모험가 길드에 발이나 붙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가?”
무엇보다 파티원이 죽는다면 주변 모험가들에게 ‘동료를 죽게 내버려둔 놈들’이라는 낙인이 찍혀 기피 대상이 되고 만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의심이 생긴다. ‘저 새끼 저거 돈 뺏으려고 담근거 아니야?’ 하는 의심이.
그렇다면 도시에서의 모험가 생활은 끝장이 나게 된다. 동료도 못구하고, 혼자 다니면서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 되면 다른 도시로 도망치듯 떠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모리스는 그런 모험가들의 생태를 이용해 금전을 갈취하는 불한당이었다.
제법 자신만만한게 이번에도 그 수법이 통할 것이라 믿는듯 했다.
“새끼, 거 혀 존나게 기네. 그래서? 니 뒤지면 우리 셋 다 좆되니까. 닥치고 가죽이나 넘기라고? 이 새끼 그딴식으로 돈 뜯는구만? 안 부끄러워?”
“자네는 말을 비약하는 경향이 있군. 말이 그렇다는거네. 그리고 몇번을 말해야 되는건지 모르겠는데, 가죽을 넘기는게 아니야. 정당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 뿐이지.”
그는 완전히 배를 째라는 식으로 나왔다. 그냥 가죽을 꽁으로 주든가, 아니면 나 죽이고 너네 셋 다 좆되든가라는 식으로 말이다.
정말 굉장한 깡이었다. 관점을 조금만 달리 해 보자면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는 진정한 전사였다는 것이다. 과연 저 모양이니 저 나이 먹도록 E급이지, 암. 나는 저런 사람이 되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겠다.
“캇트 씨,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같습니다. 그냥 넘어가시는게…”
“아니, 깁슨씨. 그래서 저걸 꽁으로 넘겨주자고요? 개인당 5쿠퍼에요, 5쿠퍼. 좆나 큰 돈이라고요. 그리고 이딴식으로 한번 우습게 보이면 개수작을 부려오는 새끼들이 벌떼처럼 늘어날텐데?”
모험가 업계는 한번 우습게 보이는 순간 좆되는 구조로 되어있다. 대표적으로 위니아가 있다. 한번 호구를 잡으니 아주 그냥 영혼까지 부려먹지 않던가. 그런식으로 낮은 랭크의 모험가를 핍박하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여기서 독단으로 모리스를 베어 넘긴다면, 그 불이익이 깁슨과 클라우디에게도 돌아간다. 나는 고민이 되었다… 내 독단만으로 둘의 앞 길에 장애물을 세울 수는 없다. 나도 양심이란게 있는 사람이다.
그것도 개인당 5쿠퍼 정도의 돈이 걸려있다는 이유로 그런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큰돈이지만, 인생 값은 아니니까.
그렇다고 여기서 모리스를 씹창내지 않으면 도저히 발을 뻗고 잠을 잘 수가 없을 것 같다. 내가 칼을 쥐고 이도저도 못하고 있으니 모리스가 뇌까렸다.
“고작 가죽 하나를 빼앗기 위해 사람을 죽이려고 하다니, 과연 야만종이로군. 사실 처음 봤을때부터 불안하긴 했지. 그래도 생각머리는 있어. 날 죽여봐야 좋을거 하나 없으니 말일세.”
씨발.
이 새끼 죽인다.
“깁슨씨, 클라우디씨. 저 새끼 죽이고 싶은데 그래도 됩니까?”
“제발 진정해주세요, 캇트씨.”
깁슨은 아무래도 아직 청소년이라 그런지 잃을 것이 많은 것 같다. 나는 클라우디의 대답을 기다렸다. 다수결의 원칙으로 그녀가 허락한다면 주저없이 칼을 휘두를 것이다. 그녀는 줄곧 팔장을 끼고 가만히 서 있었다.
말없이 서 있던 그녀가 씨익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호오, 제법 사내다운걸? 마음에 들어. 자고로 좋은 사내란 지성과 야만성을 동시에 지녀야 하는 법이지. 요즘은 그런 사내들이 드물어졌는데 말이야. 둘 중 아무것도 없거나, 하나만 가진 녀석들 천지지.”
내게 다가온 클라우디가 내 발 밑부터 머리 끝까지 스캔하듯 훑어보며 말했다. 어쩐지 키도 재고 어깨 넓이도 재는 것 같은데, 난데없는 신체검사에 당황스러워졌다.
“캇트 너는 둘 다 가진것 같네.”
“어… 좋은 겁니까?”
“그럼!”
ㅡ짝!
박수를 친 그녀가 하늘을 바라보며 외쳤다.
“야천투신 헬-칸이시여! 지금 이곳에 그대의 이름을 빌려 결투의 장을 옹립하도록 하겠나이다! 부디 두 투사들에게 그대의 은총을 내려주시옵소서!”
마치 자신들의 신에게 기도하는 듯한 외침이었다. 결투의 장? 무슨 일을 벌일 심산이지?
“캇트, 칼 바닥에 내려놔.”
칼을 내려 놓으라고? 아.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 나는 바로 등에 멘 자루를 벗어 던지고 소드 벨트 역시 풀어서 바닥에 내려 놓았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 나는 팔과 목을 돌리며 스트레칭을 실시했다.
“저기, 모리스라고 했나? 너도 도끼 내려놔.”
클라우디는 모리스에게도 도끼를 내려놓을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모리스가 어디 남의 말을 듣는 사람인가. 그는 당연히 반발했다.
“왜 그래야하지?”
모리스가 의문을 표한 순간이었다.
ㅡ서걱.
엄청난 기세로 두개의 곡도가 선명한 궤적을 그렸다. 마치 기묘한 칼춤 같은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곡도를 휘룰러 모리스의 도끼를 세조각낸 클라우디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하라고 했으니까.”
“어, 어어…”
조각난 도끼가 모리스의 발 밑으로 떨어졌다. 그는 그것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그냥 널 죽이고 끝내고 싶지만, 이 도시가 마음에 들기 시작해서 말이지. 평화적으로 해결을 봐야겠어.”
그런 그를 향해 클라우디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무기 없이 결투를 실시하도록 할게. 가죽에 대한 처분은 승리하는 쪽이 정하도록 하자.”
“겨, 결투? 웃기는 소리로군. 내가 왜 따라야하지?”
“후후. 네 의사는 관계 없어. 나는 이미 헬-칸께 기도를 올렸으니까.”
결투.
그것이 바로 묘안이었다. 무기를 버리고 쌈박질을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었다. 와, 요즘 시발 살벌하게 살다 보니까 덮어두고 죽일 생각부터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평화적인 해결 방법이 있었다니!
나는 곧바로 클라우디에게 찬사의 박수를 보내었다. 그녀는 내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으로 화답했다.
“클클클, 아저씨 이제 좆됐어. 혹시 실장권법이라고 알아? 내가 그거 유단자야.”
나는 위협의 목적으로 절도있게 실장권법의 세가지 자세를 선보였다.
“쿠이쿠이.”
지금부터 합법적인 줘ㅡ팸 시간이다.
내가 성큼성큼 걸어가니 모리스가 말을 더듬으면서 소리쳤다.
“내, 내가 모험가 경력만 20년이 넘어! 이런식으로 행패를 부리면 길드에 알리는 수 밖에 없지. 어, 어느쪽이든, 모험가 생활하긴 더 어려울 것이네.”
“모리스씨 말 더듬으셨어용♡”
즐거워진 나는 만면에 미소를 가득 채운채로 애교를 담아 말했다. 그의 얼굴이 대번에 일그러졌다.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겠지. 나도 일단 죽이고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할지만 생각했지, 주먹질로 해결을 볼 생각은 생각은 전혀 못했었다. 무투가 녀석들도 제법 괜찮은 문화를 가지고 있었군.
“으음, 둘 다 준비가 된 것 같네. 그럼 시작해. 도망치는 사람은 내가 직접 손봐줄 테니까. 헬-칸의 이름으로 벌을 내려 줄거야.”
당황한 모리스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러나 이제 그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깁슨이 도와줄텐가, 아니면 결투를 선언한 클라우디가 도와줄텐가. 이곳에 그의 우군은 없다.
나는 건틀렛을 낀 주먹을 꽉 쥐었다. 그것은 말 그대로 강철의 주먹이었다.
“ㅡ아무도 말릴 수 없는,”
“시, 실수 하는거다! 네놈들!”
나는 모리스의 앞에 섰다. 그도 도망칠 수 없음을 깨달았는지 어설프게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젊은 나와는 다르게 녀석은 액면가부터가 50대였다. 저런 늙은 몸뚱이로 한창 물이 오른 젊은 육체를 이긴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약자멸시 ON.
“충동 데쟈아아아앗!!”
나는 그대로 사자후를 터트리며 혼신의 힘을 담아 펀치를 내질렀다. 이 순간 건틀렛은 방어구가 아니었다. 그저 손에 끼우는 형태의 살인적인 병기였다.
ㅡ퍼억!
“강철주먹 맛을 봐라-아!!”
경쾌한 타격음이 울려퍼졌다. 그 찰진 소리와 함께 모리스의 안면에 적중한 주먹에서 믿을 수 없는 쾌감이 팔을 타고 올라와 뇌까지 도달했다. 짜리한 쾌감, 나는 투지를 불태웠다.
“쿫헙!”
모리스의 얼굴 살이 요동치면서 샛노란 이빨들이 우수수 튀어나왔다. 그 광경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보이는 듯 했다.
“크허어헉!”
그는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굴렀다. 크리티컬 히트 적중이었다. 이어지는 연속 공격. 넘어진 상대에게 딱 어울리는 기술이 있다. 나는 크게 점프를 하면서 녀석에서 엘보를 꽂아넣었다.
“저지먼트 엘보!”
“커, 커헙!”
그의 육체는 나름대로 단단했지만, 세월의 풍파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물렁살이 더 많았다. 쓰러진 그에게 온갖 종류의 타격기가 들어갔다. 이 순간 나는 찜질의 달인이었다. 그것도 주먹 찜질의 달인.
“잘한다! 워후!”
클라우디가 탄성을 터트렸다.
말하자면 라운드 걸(Round girl)의 응원에 안 그래도 희미했던 내 주먹에서 자비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크학! 크흐윽! , 그만! 그만해…! 카학!”
그렇게 정신 개조의 시간이 이어졌다. 심판이었던 클라우디가 내 승리라며 들꽃의 잎을 가득 뜯어 내게 뿌려줬지만, 모리스의 주치의가 된 입장으로선 아직 치료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 더 연장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이번엔 태고의 달인 요법이다.
나는 클라우디가 세 조각을 낸 도끼자루를 양손에 집어들었다.
ㅡ상쾌한 땀이 흘렀다.
“후우, 아저씨 이제 착해졌어?!”
“겔겔겔겔…”
결국 모리스를 완전히 씹창을 내고 나서야 결투는 끝이 났다. 그는 입에서 게거품을 뿜었다.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만족감과 그를 여엇한 사회 구성원으로 재사회화 했다고 생각하니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뿌듯함이 솟아 올랐다.
“흐흐흐, 정말 좋았어! 이건 분명 헬-칸께서도 즐겁게 구경하셨을거야!”
만면에 미소를 지은 클라우디가 내 등짝을 팡팡 때리며 말했다. 갑옷이 우그러지는 것만 같은 타격이었다. 언제 이런 적이 한번 있었던 것 같은데.
“자, 네가 이겼어. 그러면 가죽은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나는 모리스의 배 위에 걸터 앉았다. 가죽은 어떻게 할까, 역시 팔아서 나누는게 좋겠지만, 그리하면 모리스의 몫으로도 돌아가는 것이 있기에 꺼려졌다.
모리스만 빼놓고 우리끼리 나누는건 조금 마음이 아팠다. 그는 내 환자였으니까. 어느샌가 우리들에겐 의사와 환자를 초월한 정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면… 아, 그게 좋겠네.”
그러면 뭘로 해야 할까. 내가 꿀꺽하자니 깁슨이 걸린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이 가죽은 클라우디씨가 가지세요.”
“어? 나?”
그녀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예. 애초에 해결한 것도 클라우디씨가 손을 써 준 덕분이고. 애초에 이 스케일 울프놈들 가죽도 다 벗겨 주신게 그쪽 아닙니까. 그거 수고한거 따지면 그냥 클라우디씨가 가져가는게 가장 나을 것 같지 싶네요.”
깁슨은 사태 해결에 기여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클라우디에게 넘기기로 했다. 가죽을 벗기는 것도 기술이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시간도 더 걸렸을 것이고, 어설픈 실력으로 벗겨내 상태도 안 좋아져서 제 값을 받지 못했을 것이었다.
“…좋아. 그리 말하니 내가 받아갈게.”
“그걸로 엿이라도 바꿔 먹으세요.”
“엿?”
“맛있는거 사 드시라고.”
가죽을 받아는 클라우디는 한동안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왜요. 부끄럽게.”
“…아무것도 아니야. 자, 그럼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