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599)
〈 599화 〉봄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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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 있으니 알라우네의 이름에 대한 고민이 내 머릿속을 강렬하게 어지럽혔다. 대체 뭐라고 지어주는 것이 좋겠는가. 이건 개나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알라우네는 인격체다.
마치 농담을 하는 것처럼 별명 붙이듯이 붙일 수가 없다는 말이다. 이름이란 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붙여주면 오랫동안 쓰게 된다.
자신을 이름으로 여기기도 하고.
지금처럼 알라우네라고 계속 부르다간 나중에 진짜로 알라우네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이름을 잘 지어줘야만 한다. 사회의 질서와 안녕을 위하여.
“…”
씨발 뭐라고 붙이지?
알씨라서 그런지 알라딘이라던가, 알카에다, 알리바바, 알바트로스, 알씨카 같은 좆도 말도 안 되는 이름만이 떠오른다. 아니 애초에 이름도 아니잖아, 씨발.
ㅡ그렇다면 근본으로 돌아가보도록 하자.
이세계 와서 내가 누군가의 보호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퓨전유교의 도리를 따르는 편이 낫겠지.
일단 김씨다.
“좋아.”
이름은 한국식으로 짓도록 하자. 한국식이지만 나름대로 잘 부를 수 있을듯한 느낌이 드는 이국적인 이름을.
나는 자고 있는 아내들을 뒤로 한 채 1층으로 내려왔다.
“…아버님?”
“일어났냐?”
“네.”
눈을 비비며 일어난 알라우네가 다소곳한 자세로 앉았다.
나는 그녀의 맞은편으로 가서 앉았다. 시간은 아직 새벽이었지만, 머릿속은 말끔했다. 거의 두 시간밖에 안 잔 것 같은데도 몸에 힘이 넘친다. 간만에 만족할 만큼 사정을 해서 그런 것 같다.
“후후후, 오늘은 일찍 내려오셨네요.”
불을 켠 알라우네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내가 일찍 내려와서 좋은 모양이다. 이렇게나 날 좋아한다는데 이상한 이름을 붙여 줄 수는 없다. 믿던 사람한테 통수를 맞는 꼴이니.
아무튼 나는 검은색 란제리 속옷 차림의 알라우네를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넌 알라우네가 아니다.”
“네?”
내 말에 알라우네가 고개를 갸웃했다.
“알라우네가 몬스터를 지칭하는 명칭이라는 건 알고 있지?”
“…네. 말씀해 주셨으니까.”
알라우네에게는 몬스터일 적의 기억이라는 것이 없다. 기억하는 것은 화분에 심어졌을 때부터의 불분명하고 단편적인 기억들뿐이다.
당연히 자신이 몬스터라는 자각은 없으며, 꽃의 여왕인 알라우네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막 태어났으니까 정보 흡수력이 빠르다. 이런 중대한 시기에 계속 알라우네라고 불린다면 머릿속에 자신의 정체 = 알라우네라는 것이 확실하게 박혀버릴 확률이 높다.
몬스터로서의 에고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퓨전유교의 길을 걷고, 알라우네를 책임지기로 한 이상, 절대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널 몬스터처럼 계속 부를 수는 없으니까 이름을 붙여주려고.”
“이름이요…?”
“그래, 이름. 사람한테는 다 이름이 있어. 너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그거니까. 내가 직접 이름을 붙여줘야만 하지.”
“아버님이… 직접?”
설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일까?
원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명을 하는 것에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이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름, 이름…”
알라우네는 잠시 이름이라고 되뇌이더니, 나를 보면서 싱긋 웃었다.
“네. 아버님이 직접 붙여주신다면 뭐든 좋아요.”
“뭐든지 좋다고?”
“아버님이 붙여주시는 거면요.”
ㅡ다른 사람이 붙여주는 것은 싫다.
어쩐지 그런 뜻으로 말을 해오는 것 같다.
“그래, 내가 직접 붙여주는 거니까 안심하고. 뭐가 좋을지 계속 생각해 보긴 했는데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다.”
“저를 계속 생각해주신 건가요?”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댄 알라우네가 그리 말했다.
“어.”
“후후후, 기뻐요.”
“뭐가?”
“저를 생각해 주셔서.”
“쓰읍.”
“아버님. 그쪽으로 가도 될까요?”
“…와라.”
두르고 있던 담요를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난 알라우네가 나를 향해 사뿐사뿐 걸어왔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내게 안겨들었다. 지금 나나 알라우네나 둘 다 속옷 차림인지라 살과 살이 맞닿으면서 뜨거운 체온이 전해져왔다.
“후후, 아버님. 좋은 향기가 나요.”
“뭔 향기?”
“글쎄요?”
아무튼 알라우네의 등을 만져주면서 이름에 대한 것을 정리했다.
일단 명색이 꽃의 여왕 알라우네니까 꽃의 이름을 붙여주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그런 이름 몇 개를 생각해두긴 했다.
로제, 로즈. 아니면 릴리.
각각 장미와 백합을 뜻하는 이름이다.
어감 자체도 예쁘고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앞에 김씨를 붙이는 순간 개좆같은 이름이 되어버린다는 심각한 페널티가 있다.
김로제, 김릴리.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 이름이 이게 대체 뭐라는 말인가. 그딴 이름을 자식에게 붙여주는 부모가 정상일 리 없다. 물론 알라우네가 내 자식은 아니지만.
그래서.
김아리로 결정했다.
일단 성을 김씨로 정한 뒤에, 알라우네의 `ㅇ` 과 `ㄹ`을 필수라고 상정을 한 채로 생각해 보니까 그게 제일 나을 것 같아서 이렇게 결정하도록 했다.
“지금부터 넌 `김아리`다.”
“…김아리요?”
내 목에 얼굴을 비비던 아리가 나를 올려다봤다.
“아리라고 부를 테니 외워놔라.”
“아리, 아리… 네. 그렇게 할게요.”
아리가 잠시 이름을 되뇌이고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크게 마음에 안 든다던가 불만이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수긍 자체도 빨랐고.
“마음에 드냐?”
“네. 마음에 들어요. 정말로요.”
웃으면서 대답하고는 있는데, 진짜 마음에 드는 게 맞는 건가?
“아버님이 붙여주신 이름인걸요.”
“아니, 내가 붙여줘서 좋은 게 아니라 그냥 좋냐고. 개명할 기회는 지금뿐이야.”
“좋아요.”
뭐, 좋다니 됐다.
마음에 드는 것 같네.
“그럼 아리야.”
“네.”
“퓨전유교 교육 시간이다.”
“알겠어요.”
“새 이름이 생겼으니, 그에 따른 새롭고 올바른 생각을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알겠니?”
아무튼 퓨전유교의 교육이다.
나는 아리를 정상적인 사람으로 키워야 할 의무가 있으니 말이다.
“네. 새롭고 올바른 생각 말이죠? 아버님이 해주신 말씀이라면 뭐든지 따르도록 할게요.”
“아주 좋은 태도다. 그러면 오늘의 말씀부터 시작하자. 일단 내려와서 앉아.”
“…이대로 하면 안 되나요? 잘 들을게요.”
아리는 내게서 떨어지기 싫다는 듯, 나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은 문제없지만 교육 시간에는 자제를 해야 한다.
“교육시간은 안 돼.”
“…네.”
슬프다는 듯한 어조로 말한 아리가 내 위에서 내려오더니 맞은편 소파로 가서 앉았다.
“자, 오늘의 말씀 시작이다.”
그럼 지금부터 교육 시작이다.
“타인에게는 언제나 예의를 지키도록 해라. 내게 악의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면 공격적으로 반응할 필요가 없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물론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나도 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이것이 퓨전유교의 기본 사상이다.
“악의를 보이는 것이 아니면 공격적인 반응을 할 필요가 없다, 는 말이죠?”
“그래. 그대로만 하면 돼.”
그리 말한 아리가 의문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치만 아버님은 처음에는 제게 화를 많이 내지 않으셨나요?”
아니, 그건 니가 몬스터.
“그건… 시발, 미안하다.”
단순히 그때는 알라우네를 믿을 수도 없거니와, 눈앞에 몬스터가 있다면 공격적으로 반응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영약으로 쓸 꽃이 사람이 된 것도 빡치는 일이었고.
근데 이제 알라우네가 아니라 아리다.
“그건 내 잘못이었어. 미안. 잘못했으면 사과를 해야지.”
몬스터 취급을 하면서 화를 낸 것은 내 잘못이 맞다.
“아, 아니에요. 아버님이 사과를 하게 만들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냥 알려주신 것에 대한 의문이랄까… 죄송해요. 화난 거 아니시죠?”
사과를 하니, 아리가 어찌할 줄을 몰라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안 났어. 내가 잘못한 거 맞으니까. 그보다 요즘 말 잘하네.”
“…그러게요.”
“아무튼 지난 일은 잊어라. 너는 오늘부터 새로 태어난 거야.”
“후후후, 네. 그럴게요. 오늘부터는 아버님만의 아리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그래. 그렇게 해.”
나는 그리 아리에게 퓨전유교에 대한 교육을 이어나갔다.
“타인을 너무 신뢰하지 마라.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면 믿을 수가 없는 것이 사람이라는 존재니까. 속아 넘어가는 순간 앰창 구라 안 치고 뒈질 수가 있어.”
도시 바깥으로 한 발자국만 나가도 강도랑 몬스터 새끼들 천지인 세상이다. 이거는 그냥 팩트라서 교육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네. 명심할게요. 아버님 말고는 아무도 믿지 않을게요.”
“내 아내들까진 믿어도 돼.”
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교육을 길게 할 생각은 없다. 길게 해봤자 좋을 것도 없으니까. 그냥 중요한 것만 매일매일 짤막하게 알려주고 이해를 시켜주면 된다.
그리 퓨전유교를 기반으로 한 기초 도덕과 윤리에 대한 것을 집중적으로 교육했다.
어떠한 상황을 예를 들고, 거기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 말이다. 일단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줬다.
아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머리가 상당히 좋은 것인지 뭐 말하는 것마다 금방 이해를 한다.
“그런데 아버님.”
대충 30분간의 짧은 교육을 마치니, 아리가 나를 불렀다. 뭔가 궁금한 것이 생긴 모양이다.
“왜.”
“아버님은… 항상 다른 분들과 2층 침대에서 주무시잖아요?”
“그렇지?”
“왜 저는 안 되는 건가요? 궁금해요.”
성인의 육체를 가진 아리가 찡찡거리기 시작했다.
“저도 아버님이랑 같이 자고 싶어요.”
“그게 말이다. 2층 침대는 나랑 내 아내들의 공간이랄까, 그렇게 정해진 거야. 아쉽지만 우리 아리는 안돼.”
어리광부리면서 같이 자고 싶다는 것은 알겠는데, 2층 방 침대는 나랑 내 아내들만의 공간이랄까, 아리가 들어올 수는 없는 곳이다. 원래 부모자식도 각방 쓰지 않는가.
“왜 안 되는 건가요? 저도 함께하면 안 되나요?”
“이유는 조금 더 크면 알려주마. 아무튼 안된다는 것만 알아둬라.”
“…네.”
아리가 못마땅하다는 것처럼 대답했다.
불만은 있지만 내 말을 거스르진 않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리고 아버님.”
“음? 또 뭐가 남았어?”
오늘따라 좀 수다스럽다.
“아버님을 생각하면… 여기가, 여기가 괴로워져요. 이건… 왜 그런 걸까요?”
“아니, 아리야?”
얼굴을 붉힌 아리가 허벅지를 비비 꼬더니, 그 사이에 손을 집어 놓고는 천천히 문질러대기 시작했다.
나는 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냐.
“하아… 하아… 뜨거워요… 그리고 간지럽고…!”
물론 아리가 나를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고 발정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딱히 처음이 아니었다. 몇 번 봤고, 실제로 나한테 그리려고 하는 것을 몇 번이나 제지를 하면서 말로 교육을 했다.
근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묻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아버님을 생각할 때마다 이렇게… 손가락을 찔러 넣고 휘젓고 싶다는 생각이…! 햐으읏…!”
급기야는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면서 허리를 비틀고는 교성을 터트린다. 지금 자기가 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면서 자위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성욕이 넘치는 상태다.
그것에 대한 지식이나 상식이 없을 뿐이지.
“아리야… 지금 니가 뭘 하는지 몰라서 그러는 건데, 원래 그런 건 혼자 하거나 가장 소중한 사람한테만 보여줄 수 있는 거야.”
“…아버님은 제게 제일 소중한 사람이에요.”
“시발 내가 말 잘못했다.”
아무튼 성교육도 좀 필요할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일단 자위를 중단시키도록 하자.
“야, 일단 손 떼고. 가만히 있어 봐.”
“하아… 네.”
내 말대로 손을 뗀 아리가 연신 허벅지를 비벼대면서 얼굴을 붉혔다.
“…하아, 아버님.”
“왜.”
“아버님이 제게 하얀 것을 뿌려주실 때, 기분이 좋아지시는 거죠…? 저도 아버님이랑 비슷한 걸까요? 아버님도 제가 지금 느끼는 것을 느끼나요?”
이런 똑똑한 녀석 같으니라고.
“그렇긴 한데 말이다, 아무튼 아리야. 지금 니가 너의 거기를 만지는 건… 원래 남한테는 보여주면 안 되는 거야. 혼자서 해야 한다고.”
“혼자서요…? 하지만 저는 아버님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미친 노출증.
“아니다. 그냥 좀. 아무도 없을 때 몰래 하거나 자제를 하는 편이 좋아.”
“하지 말라는 소리인가요?”
아무리 그래도 성욕이 있는데 하지 말라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불완전한 우화일 뿐, 아리의 육체는 지극히 탄력적인 성인 여성의 그것이었으니까.
“그럼… 저는 여기가 괴로워 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혼자서 문지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아버님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말을 무슨 이렇게 조리있게 하냐고…!
“아니, 하지 말라는 건 아닌데, 할 거면 몰래 하라고. 내 말은 그거야. 니가 지금 하고 있는 그건 성욕이라는 것을 혼자서 해결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니까.”
“성욕…? 그럼 이 마음이 성욕이라는 건가요?”
“맞아.”
일단 성교육 좀 해줘야겠다.
“성욕… 알겠어요. 제가 아버님을 보면 느끼는 것. 그것은 사랑과 성욕이었나봐요, 후후후.”
“씨발…! 누구든 좋으니까 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