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808)
〈 808화 〉수도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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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왕.
이미 생각은 하고 있었다.
리샤가 정령계에 대해서 설명을 했었으니까. 이 비인간적인 현상의 원인은 바로 그것일 것이었다.
ㅡ정상의 범위를 벗어난 상급 정령의 힘.
그렇다면?
상급보다 상위개체. 최상급 정령이라고 하면 좀 웃긴 것 같고, 좀 편하게 말해서 정령왕이라는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그래도 역시 실물을 눈으로 보니까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로군.
아무튼 내가 꼽을 준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령왕은 그 이목구비가 없는 마네킹 같은 얼음 면상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ㅡ우우우웅.
무엇보다 저기 떠 있는 아르퀴나.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그저 스태프를 들고 있을 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무게를 잡고 있는 걸 보니까 대단한 마법 능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 이인조가 이 미친 현상을 일으켰다.
보아하니 둘 다 강하다.
그래도 역시 아르퀴나보다는 정령왕 쪽이 더 강하겠지.
그리고.
ㅡ뒤쪽에 열린 게이트.
그곳에서는 아직도 냉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크기는 엄청 크지는 않다. 맨홀 뚜껑보다 약 세 배쯤 커다란 구멍이 허공에 뚫려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 게이트의 너머로 보이는 무한한 빙하의 지대.
저기가 정령계일 가능성은… 높다. 그리고 빙하로 저 지랄판이 난 것을 보면 눈앞에 있는 저 정령왕의 땅일 가능성 역시 높아 보이고.
그렇다.
이 비인간적인 얼음 미로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정령계와 그곳을 다스리는 정령왕이 개입되었던 탓이었다.
ㅡ투욱.
돌연 공중에 떠 있던 정령왕이 하강하더니 바닥에 발을 붙였다. 정말 강인해 보이는 몸뚱이다. 2미터가 넘는 키에 조각 같은 얼음의 근육.
인간의 모습으로 의태를 한 것일까?
아니면 저것이 본래의 모습인가?
정보가 없으니 알 수 있는 것은 없다. 애초에 중급 정령들이 왜 인간과 비슷한 모습인지조차도 의문이지만… 뭐가 됐든, 정령사를 제외하면 정령왕과 조우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겠지.
하지만.
“이봐, 정령왕 나으리. 좋은 말로 할 때 항복해.”
나는 칼을 겨누면서 놈에게 그리 말했다.
ㅡ두근.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극한의 집중력을 펼친다. 이 공간 자체를 주시해야 한다. 뭐가 어떻게 공격을 해올지 모르니까.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용솟음치는 투지를 갈무리해 전신으로 퍼트린다.
ㅡ…!
피가 끓는다.
강대한 적을 앞에 두고 일가실각을 외치던 실장인 김캇트는 이제 없다. 내게는 나를 믿는 동료이자 친구인 성검 뷔갈이. 메르신이. 베리알이. 벌버자가. 살베린이. 가로스가 있다.
무엇보다 내 뒤에는 마누라들이 있다.
나는 그녀들에게 강한 모습만을 보여줘야만 한다. 그녀들을 믿는 것도 있고 내 체면도 있고. 아무튼 힘이 솟는다.
“항복하면 목숨만큼은 살려주지. 나쁜 거래는 아냐.”
ㅡ하아.
말과 함께 뜨거운 숨이 흘러나온다.
공격할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인간 주제에 건방지군.”
정령왕의 목소리는 말 그대로 마법적으로 울려 퍼지는 듯했다. 저런 비인간적인 목소리가 생물체의 성대에서 나올 리 만무했으니까. 천이 넘는 사람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도살할 수 있는 존재만이 저런 끔찍한 음성을 지닐 수 있다.
정령왕은 이 세상에서 제일 가는 연쇄살인마다.
“흐흐흐, 건방지다고 생각하나? 내가 보기엔 네 녀석이 더 건방진 것 같은데 말이야. 지금처럼 제대로 된 힘을 낼 수 없는 상태에서 우리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건 많이 어리석은 것을 넘어서 멍청하지.”
“…”
“얼음의 정령왕이여, 만전의 상태였어도 우리를 당해낼 수는 없을 것인데, 지금처럼 불완전한 상황에서 어찌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을 품고 계시는지? 무슨 마당을 나온 비인간적인 암탉 새끼도 아니고 자신감을 오리알 품듯이 아주 잘 품으시는구려.”
적당히 추측해서 말을 던져보았다.
저 정령왕이 자신의 모든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면 애시당초 기사들이랑 그런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얼음 괴물들을 창조할 것조차 없이 지 혼자 나와서 유격전을 펼친다면 기사들을 전멸시키는 것은 순식간일 테니까.
그런데 녀석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째서?
왜?
아무리 그래도 정령왕이다. 잘은 몰라도 존나 쎌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소드마스터보다 강할지도 모르지.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힘을 사용할 수 있다면.
구태여 이 궁전에 처박혀서 얼음 괴물들을 창조해 힘을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이 내가 자신 있게 말하건대, 없다. 그럴 필요가 없다. 그거는 극심한 낭비다. 전혀 할 이유가 없다.
인간계를 침략하러 온 놈이 생각 없이 노는 기분으로 왔을 리가 없다.
합리적으로 생각해보자.
그렇다는 것은 결국 그런 짓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싸우는 게 아니라, 얼음의 군단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는 것.
ㅡ본신의 전투력이 떨어진 상태.
그래서 아르퀴나의 힘을 보조해서 군단을 창조한 것이라고 추측된다.
놈은 지금 여타의 대악마들처럼 본신의 모든 힘을 사용할 수가 없다. 차원을 넘어온 탓인지, 아니면 불안정한 소환인지. 뭐가 됐든 지금의 정령왕은 약체화가 된 상태다.
아니면 뭔가의 제약이 있다거나.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좋은 말로 할 때 네 녀석의 땅으로 돌아가라. 네가 돌아간다면 아르퀴나의 안전은 보장하지. 사실 어제 인간들이랑 싸워서 힘을 많이 소모한 상태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리 말하며, 등 뒤로 손가락을 튕겨 리샤한테 싸인을 보냈다. 우선 선빵이다. 살려주느니 뭐니 하는 말로 현혹해서 놈이 내 말에 집중하고 있을 때 선빵을 쳐야 한다.
원래 싸움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일단 탐색전은 필요하니까.
나는 아가리를 털면서 충분히 정보를 모았다.
비인간적인 새끼를 인간적으로 대우해줄 필요가 없다. 저것은 인격체가 아니다. 모조리 먹어치워서 없애야 할 아이스크림 새끼다.
“인간들의 간사한 혀는… 그때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군.”
ㅡ까득!
정령왕이 고개를 한번 흔들었다.
“녹고 얼기를 반복해 끝없이 변화하는 얼음은 이해할 수가 없는 현상일 테지. 너네 어머니는 그런 느낌으로 남자를 수도 없이 갈아 치우셨다. 정말 대단한 여자야. 존경해. 그러니 어서 그곳으로 돌아가.”
“…”
“리샤!!!!!!!”
ㅡ파치치치치칙!!
내 신호와 함께 뒤쪽에서 검은색의 번개가 쏘아졌다. 뿐만이 아니다. 과연 아까부터 준비를 했다는 듯, 시꺼먼 전류에서 생성된 마귀 같은 손아귀 역시 정령왕과 아르퀴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흐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이 성공적인 기습에 내 공격을 더하려고 했다. 그것을 신호로 모두가 전술대로 진형을 펼쳤다.
이대로 클라우디의 백업을 받으면서 카린과 함께 들어가 죄다 조져버리ㅡ
ㅡ퍼어어엉!!!!
순간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아닛!!!”
리샤의 흑마법이 전부 상쇄되었다.
ㅡ지이이잉.
감겨 있던 아르퀴나의 눈이 뜨여졌다. 그 눈에서 새하얀 안광이 뿜어져 나온다. 그녀가 투명한 얼음의 보호막을 소환한 것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거대한 얼음창도 수십 개가 만들어졌고, 공중에서 떠다니는 새하얀 마법진들에서도 빔이 쏘아진다!!
리샤의 흑마법을 막아내다니!! 이 씨발 새끼들 역시 정령계에서 힘을 충당 받고 있다, 이것이로군!!!!
“빙수로 만들어주마ㅡ!!!!!”
뭐가 됐든, 우선은 공격이다…!
ㅡ콰앙!
즉시 땅을 박차고 후속타를 주의하면서 돌진한다. 카린 역시 검강을 생성하면서 내 속도에 맞춰서 달렸다. ㅡ퍼엉! 들려오는 폭음. 뒤쪽에서 리샤데스빔이 계속해서 날아들고 있었다. 놈들의 보호막을 두들기고, 날아드는 얼음창을 부수며, 빔이 나오는 마법진을 파괴한다.
그것을 도우려는 듯이 위니아의 블레이즈 빔과 힐데의 지옥화염 마법이 작렬한다.
그럼에도 보호막이 깨지질 않는다.
“마법은 본녀에게 맡기고, 어서 저들을 제압하거라!”
뒤쪽에서 리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이렇듯 마법에 대한 것은 리샤가 어떻게든 해줄 것이다.
리샤의 마법이 보호막에 막히는 것은 처음 봤지만, 그럴 수도 있다. 세상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 다 있으니까. 그런 일이 있다면 우리가 보조를 하면 된다. 리샤가 놈들의 마법에 대처하고 있을 때, 우리가 끝장을 낸다!!!!
“데쟈아아아아앗!!”
그 순간.
ㅡ쓔웅!!!
정령왕이 단 한 걸음을 걷는 듯하더니.
ㅡ화악!!!
초고속으로 나와 카린을 향해 돌진해왔다, 빠르다!! 엄청난 속도…! 얼음으로 된 근육이 부풀었고, 펀치를 하려는 듯 크게 뒤로 젖힌 주먹이 파멸적인 속도로 뻗어져왔다.
일단 피하고ㅡ
“좋아.”
카린의 목소리. 보랏빛으로 회오리치는 맹렬한 검강이 덧씌워진 레어메탈 소드에서 터져 나온 일격이 주먹을 뻗어오는 정령왕을 강타했다.
ㅡ콰쾅!!!!
그것에 처맞은 정령왕이 날아오던 속도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마치 살인 테니스 선수가 휘두른 라켓에 처맞은 테니스볼 같은 기세였다. 저걸 일격에 날려보낸다고?
물론 이것이 끝이 아님을 안다.
“우선 마법사부터 처리한다.”
ㅡ콰앙!
“마녀님의 힘은 유한하지만, 저기 게이트 너머에서 오는 힘은 무한할지도 모르지. 속전속결로 간다! 저 씹년부터 죽여야 해!”
정령왕을 일격으로 날려보낸 카린이 땅을 박차고는 공중에 떠 있는 아르퀴나를 향해 돌진했다. 그래, 그녀의 말이 맞다! 나 역시 카린을 쫓았다. 우선 상대적으로 죽이기 쉬워 보이는 아르퀴나부터 잡는다…!
ㅡ퍼어엉!!
그때였다.
저기까지 날아가 벽에 부딪힌 정령왕이 카린을 향해 다시 포탄처럼 날아왔다.
“인간들 주제에 감히!!!”
그 육체는 단 하나도 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뭐가 됐든 놈은 정령계에서 힘을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저 게이트를 닫지 않으면 데미지를 입힐 수 없어!!!
“모조리 죽여 얼음 속에 처박아주겠노라ㅡ!!!!”
“좆지랄 같은 소리 하네, 이 빙수 새끼가! 누나! 아르퀴나부터 노려!!! 이거 내가 잡아둘 테니까!!”
ㅡ콰앙!
나 역시 쓰러스트를 시전하는 동시에 천마군림보를 밟아 정령왕을 향해 날아갔다.
ㅡ쐐애애액!!
공간이 좁혀지면서 비인간적인 속도감이 느껴진다. 그대로 카린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정령의 어깨에 칼을 박아넣는다.
ㅡ콰득!!!
ㅡ팽그르르르르!!
공격이 먹혀들어갔다.
날아가던 도중에 내게 공격을 받은 것으로 놈의 궤도가 틀리면서 회전했다. 그런데 검기를 덧씌웠음에도 칼이 들어가지가 않는다. 마치 둔기로 찌른 것처럼 둔탁한 소리만이 들려왔을 뿐.
비인간적인 내구도다…!
“잘했어!!”
나를 칭찬한 카린은 아르퀴나의 보호막을 향해 칼을 내질렀다. 어찌 됐든 이 새끼를 방해했다.
ㅡ콰앙!!!
ㅡ퍼엉!
폭음, 폭음의 연속이었다.
“뭣!”
그럼에도, 아르퀴나의 방어막은 깨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아니 저걸 정통으로 처맞고 있는데도 멀쩡하다고? 오히려 카린을 향해 빙속성 마법이 퍼부어졌다.
ㅡ파치칙!
물론 리샤가 그것을 커버한다. 지금 양쪽이 다 서로에게 마법을 퍼붓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아르퀴나의 방어력이 너무 강대했다.
어찌 됐든 놈을 죽여야 이길 수 있을 터.
ㅡ파파팟!!
“끼에에에에에에엨!!!”
함성을 내지른 나는 다시 저편으로 날아간 정령왕을 향해 돌진했다. 저 새끼 저거 바로 카린한테 반응했었다. 지금 놈도 지금 아르퀴나와 게이트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분명 카린에게 또 훼방을 놓으러 갈 터! 내가 막아야만 한다!
어차피 클라우디가 대기하고 있으니 문제될 것도 없어!
“네놈들만 죽이면 나의 궁전을 완벽하게 소환할 수 있겠지. 좋다, 무도한 버러지 놈들이여!! 너희들의 시체를 얼음 속에 가둬 영원히 전시하리라!!!!”
“호로새끼가 아가리는 청산유수죠!! 정령왕 자리 야부리 털어서 땄냐!!!”
“네놈ㅡ!!!”
ㅡ쿠웅!
다시금 진각을 밟은 정령왕이 나부터 처치하려는 듯이 초고속으로 날아왔다.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 거기에 준비 동작조차 필요하지 않는 가속에 피해를 입지 않는 얼음의 육체.
일대일로는 내가 이길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래도!!
“말릴 수 없는 충동데쟈아아아앗!!!”
나 역시 정령왕을 향해 마주 날아가며 검기를 일으킨 칼을 사선으로 내리친다! ㅡ콰앙!! 그리 쏘아진 칼날이 놈의 목을 정확히 강타했다. 그럼에도 놈은 아무런 상처가 없었고.
“빙하로 이루어진 육체를, 그딴 잔재주가 실린 날붙이로 파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나를 향해 얼음으로 된 팔을 뻗어왔다.
“아니.”
바로 녀석의 목에 닿은 칼을 바깥쪽으로 밀어 뻗어져 오는 놈의 팔을 내 크로스 가드에 건 뒤에, “천마파천장.” 뷔갈의 손잡이를 놓고 명치에 일권을 처박는다.
ㅡ쿠웅!!!
하지만 그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놈을 일보 후퇴시키는 것 뿐, 오히려 놈은 내가 팔을 거두기 전에 내 손목을 잡아챘다. 엄청난 내구력에 방어력이다. 마나가 실린 공격을 처맞고도 무사하다니.
ㅡ꽈악.
아무튼 잡힌 손목이 터질 것 같았다. 지금 전투사제 건틀렛이 찌그려지고 한다…! 고통의 엄습! 하지만…!
“정말이지 불쾌할 정도로 뜨거운 살이로군.”
“마치 너의 어머니처럼 말이지.”
“이ㅡ!!!”
ㅡ콰강!!!!
동시에 굉음이 울렸고, 정령왕이 뒤를 돌아보았다.
“캬ㅡ하하하하하하!!!”
카린이 지금 완전히 발광을 하면서 검강을 뻥뻥 터트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 압도적인 폭력이 향하고 있는 곳은 아르퀴나가 생성한 보호막이다.
부서질까?
모른다.
단지 정령왕 이 새끼가 저것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