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89)
〈 89화 〉Zombie Pa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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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퀘에에에에에에에!
“으아아아아!!”
돌연 포효한 구울이 펄쩍 뛰어오르더니 마치 꿈나라를 여행하는 산토끼마냥 이리저리 질주하기 시작했다. 사람을 형상을 한 채 네발로 걸으며 그 지랄을 해대니 순식간에 공포가 넘쳐올랐다.
나는 무서운 거에 약하단 말이다!
“동경식종이다아아아!!!!”
“저게 구울?”
“그, 그렇다네! 클라우디 양!”
구울의 피부는 짙은 회색이었다. 생긴 것은 대머리라는 점을 뺀다면 사람이랑 똑같아 보였다. 그러나 디테일한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었다. 눈은 마치 폐수를 담았다는 듯이 시꺼매서 흰자가 없었고, 송곳니 역시 튀어나와 있어 악질적인 지네같은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혀가 무슨 카멜레온 마냥 길었다. 그 긴 혀를 휘날리고 있는대다가 손톱도 무슨 맹금류의 그것처럼 억세고 날카로운 것이 말 그대로 식인괴물(食人怪物)이었다.
“진정해라, 바바리안! 우리 셋이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그, 그래!”
나는 콥슨과 동시에 칼을 뽑았다.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 구울 역시 뼈와 살로 이루어진 존재다. 칼을 박아 넣는다면 시꺼먼 핏물을 토해내며 죽을 것이 틀림 없었다.
두당 달란트가 다섯장인 놈들이긴 해도 세명이서 협공하면 제아무리 날고기는 녀석이라도 죽을 것이 분명했다.
ㅡ퀘에에에에에!
입을 벌린 구울이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저, 저저! 저놈 저거 존나 빨라!”
“크으! 점점 가까워진다!”
자세를 잡고 공격을 받아치려는 그때, 클라우디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양 손에는 두 자루의 곡도가 들려있는 채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늠름한지 그만 오줌을 지릴뻔 했다.
“하아… 빨리 내려가고 싶은데 말이야. 가만히 있어. 내가 끝낼게.”
그리 말한 클라우디가 뛰어드는 구울을 향해서 튀어나갔다. 그 모습이 순간 흐릿하게 보였다. 도움닫기 따위는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속도가 붙은 구울의 속도를 초월했다.
그 놀라운 질주에 감탄을 하는 것이 일초.
ㅡ쉬시시시식!
그리고 다시 일초가 지났을때 상황은 끝나 있었다.
ㅡ후두둑!
하늘에서 완전히 씹창이 난 구울의 살더미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녀는 팽그르르 회전하며 솟아오른 구울의 머리통을 낚아챘다.
“받아.”
“어, 예.”
“시체에서 쓸만한거 다 챙기고.”
얼떨떨하게 머리통을 받아든 나는 그것을 바로 자루에 넣고 콥슨과 함께 시체를 뒤졌다.
구울이 씨팔, 일초만에 잘게 다진 고기가 됐다.
“야무지게도 처먹었군.”
시체는 개복 수술을 한 것 마냥 복부가 텅 비어있었다. 양념게장에 밥을 비벼먹은 듯한 비쥬얼의 너무나도 끔찍한 광경이었으나, 일단 챙길 것은 챙겨야 했기 때문에 역겨움을 꾹 참고 옷가지를 잘라냈다.
그냥 사람 시체를 보는거랑 몬스터에게 파먹힌 시체를 보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후자쪽이 더 큰 역겨움을 선사했다.
“이런 밥도둑 새끼 같으니라고.”
그의 시체에서는 달란트 12 장과 1 실버가 조금 넘는 현금을 채취할 수 있었다. 콥슨이 놈이 떨어뜨리는 메이스를 주워오는 사이에 신발도 벗겼다. 잠시간의 역겨움을 참을 대가 치고는 비싼편이었다. 곧바로 기분이 풀려버렸다.
“끝났어? 이제 빨리 내려가자.”
잠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클라우디가 재촉했다. 빠르게 걸으며 내 손을 잡아 끄는 것이 어지간히도 도시로 돌아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니, 왜 이렇게 급한거지.
“클라우디, 너무 급한거 아냐? 어차피 일찍 끝났으니 천천히 내려가도 된다고. 급할거 없어. 아니, 애초에 급할수록 돌아가란 말도 있잖아. 아예 돌아갈까?”
그리 농담을 하며 물으니 클라우디가 콥슨의 눈치를 살피는 듯, 그의 얼굴을 흘겨 보았다. 그리고는 내 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뜨거운 숨결에 귀가 간지러워 몸이 움츠러 들었다. 신음이 나오려는 것을 억눌렀다.
“그치만 흥분했단 말이야.”
“예?”
“하아… 흐를것 같아. 참기 힘들어.”
“예?”
그것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발언의 수위를 제한해야 할 정도로 말이다.
이것은 국제적인 문제였다.
“아니 갑자기 왜 흥분했어.”
“그야 네가 멋진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멋진 모습? 지금 설마 내가 사람 써는 모습을 보고 흥분한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 그리고 더 이상 말 시키지마. 쟤가 들을지도 모르잖아.”
“이 누나가 지금 뭐라는거야!”
나는 발작하듯 소리치며 그녀를 밀쳐냈다.
그녀의 정열적인 성적 충동은 조금 과한 감이 있긴 했지만, 설마 그런 시선으로 나를 보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누나 정신차려!”
“누, 누나 라고 하지마! 나는 너보다… 그, 그게…”
“너보다 뭐? 이미 다 알고 있어! 클라우디 네가 나보다 누나란것 쯤은!”
“…!”
클라우디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지금이야말로 그녀의 진정한 나이를 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내가 봤을땐 저 귀걸이들의 수가 단서가 될 것만 같았다.
“자아, 클라우디 누나! 슬슬 나이를 밝혀봐라!”
“흐앗!”
나는 기습적으로 그녀의 후드 안쪽으로 손을 넣어 양쪽 귀를 잡아 쥐었다. 그러자 그녀가 신음소리를 내면서 무력화가 되었다.
“누나가 몇살이든 상관 없으니깐 말이지, 흐흐흐!”
“흐읏! 크, 그만! 귀 잠깐!”
귀걸이가 여섯개라…
설마 십년에 하나? 아니면 이십년에 하나?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것은 본인의 입으로 직접 들어야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과도한 애정행각은 자제해 줬으면 좋겠군. 내 마음이 너무 아프지 않나. 늙으면 죽어야지. 나는 왜 여자친구가 없는 것인가.”
“…”
“…”
그때 주걱턱을 삐죽 내밀고 우리를 노려보던 콥슨이 숙연하게 말해왔다. 그 철학적인 화두에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어졌다.
“출발하지. 바바리안이 못 마신다고 하니까 오늘은 혼자 마셔야겠어. 생각해보니 다른 친구들은 전부 크라스하임에 있겠군. 제기랄.”
그 유감스러운 분위기에 장내는 침묵에 휩싸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클라우디의 귀에서 손을 떼었다. 우리들은 그리 조용해진 산을 내려왔다. 언데드조차 없어 을씨년스러운 산이었다. 낮아진 콥슨의 텐션 만큼이나 산은 음울했다.
“…다 내려왔네.”
산을 다 내려오니 인도가 보였다. 인도를 따라 고개를 넘으니 이스반트의 성벽이 보였다. 그쯤해서 말 없이 콥슨에게 자루를 넘겨 주었다. 슬슬 교대할 때였으니까.
그 상태로 성문을 통과할때까지 우리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제기랄! 뭐라고 말을 해 보게! 왜 이렇게 조용해진 것인가!”
“어… 미안…”
“크으!”
아무튼 대장간에 들러서 한손검 세자루와 도끼 하나, 그리고 메이스를 팔아서 1 실버 정도의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니라 아낌없이 주는 개강도 새끼들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상점에 신발 다섯 켤레도 팔아 처분했다.
그리 도합 2실버를 획득하고도 장신구를 팔아 다시 1실버를 먹었다.
“이제 정산을 해보자고.”
10 실버가 조금 안되는 현금을 셋으로 나누고 달란트 79 장 역시 셋으로 나눴다. 개인당 3실버 15쿠퍼에 달란트 26개씩을 챙겼다.
“머미 대가리 하나랑 좀비 대가리 두개. 그리고…”
“구울 머리가 하나라네.”
언데드들을 잡은 대가는 고작해야 8 달란트일 뿐이었다.
이것 역시 교회에 가져가서 바로 환전했다.
“호오, 이것은 구울이 아닙니까? 이걸 잡으시다니, 대단하시군요.”
“그런가요?”
“제법 강한 언데드니까요. 저는 처음 보는군요.”
그리하려 정산이 끝이 났다. 대가를 정확히 셋으로 나눴다.
받아든 금전을 정리한 콥슨이 손을 흔들며 돌아섰다.
“다음에 보도록 하지…”
“그래, 잘가라.”
그의 등은 몹시도 초라해 보였다. 그는 도심 속으로 사라졌다.
“캇트.”
콥슨이 사라지니 클라우디는 거리낄 것이 없어졌는지 내게 노골적으로 들러붙기 시작했다. 내 팔에 밀착을 한 그녀는 강한 힘으로 나를 끌고 가려 했다. 그 황소 같은 힘에 저항하기란 불가능했다.
“누나라고 놀린거, 용서 안해줄 거야. 각오 해.”
“잠깐 기다려! 아직 대낮이라고!”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밖에서 내 귀도 만졌겠다.”
백퍼센트 영혼까지 빨릴 것이 분명했기에 나는 안간힘을 쓰며 저항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강력한 전사이자 다크엘프의 혼혈인 괴물 같은 여자였다. 그대로 질질 끌려가고 말았다.
죽음을 각오하고 체념을 하려는 그때, 성벽의 옆에 작은 노점을 세운 엘리제가 보였다. 순간 희망의 끈을 발견한 내가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어? 어? 엘리제! 엘리제냐!”
“…아, 성도님이시군요.”
“칫.”
엘리제가 다가오니 클라우디가 나를 놓아줬다. 벌떡 일어선 나는 엘리제에게 손을 흔들었다. 격한 반가움이 느껴졌다.
“이쪽이다!”
“캇트, 그래봤자 네 운명은 변하지 않아.”
“다만 늦추고 싶을 뿐이다.”
“미룰수록 힘들어지는 법이지.”
부르르.
몸이 떨렸다.
일단 보니까 엘리제는 종교 노점을 설치해 놓고 영업을 하고 있는 중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세라는 없는건가?
“언데드 정화를 하고 오시는 길이십니까?”
“그래. 그런데 오늘은 몇마리 못잡았다. 언데드 씨가 말랐어.”
“그렇습니까? 그건 위안이 되는군요.”
언데드가 없어져서 위안이 되는 건지, 자기가 정화를 못하니까 차라리 언데드가 없어서 위안이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뭐, 전자겠지만.
“그런데 세라 씨는 없나? 둘이 같이 있는거 아니었어?”
“어제 제가 놀러… 아니, 자리를 비웠던 관계로 오늘은 저보고 혼자 맡아 달라고 하더군요. 어딘가 구경을 가신 것 같습니다.”
“그렇구만.”
뭐, 적당적당한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그것보다 마침 만나신 김에 저희 점포를 구경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영 손님이 없어서 심심하던 차였습니다.”
“그거 좋지! 클라우디, 빨리 구경가자!”
“…하아.”
나는 미소를 지으며 클라우디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내게 몸을 맡겼다. 광명성십자회 쪽에서 무슨 물건을 팔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노점에 다가가니 엘리제가 설명했다.
“아시다시피 저희 광명성십자회에서는 축제 지원 인원으로 저와 시스터 블라렛 둘 만을 차출한지라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추기경 님께서 이르시길, 사악한 존재들의 정화에 힘쓰는 이들을 위해 좋은 무구를 후원해야 한다 하셨으니, 나름대로 괜찮은 것들을 가져오기는 했습니다.”
“호오.”
작은 노점에는 열개 정도의 무구들이 진열 되어 있었다. 서슬퍼런 날이 지극히도 흉흉해 보이는 처형용 대검부터 은빛으로 빛나는 금강저(金剛杵)에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수류탄으로 추정되는 모독적인 물건까지.
말 그대로 성전을 준비하는 광신자들의 연장 같은 것들이었다.
“봐 주십시오, 어떻습니까? 아, 이 처형검은 비익천제위의 구마성좌에 있는 광명성천사 크샤나디엘의 축복을 받은 대장장이가 만들었다는 전승이 내려오고 있는 무구입니다.”
“뭐, 뭐라고?”
“그런데 자천성 성천 교리탐구회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크샤나디엘이 지고하신 아이저마르트 님의 수족이 아니라 베르데의 전령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추기경 님의 명령으로 반출을 한 것이지요. 그래도 나름대로 가치는 있으니 관심이 있으시다면 구매를 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라고 하는 처형검의 가격은 무려 5000 달란트였다.
“…이거 살 수는 있냐?”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이런 것이 팔릴리가 없겠지요. 아마 홍보나 다른 목적으로 겸사겸사 가져가라고 하신 것 같습니다.”
나는 진열되어 있는 물품들을 살펴보았다.
흥미로운 물건은 많이 있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가장 싼 것이 200 달란트짜리 신성한 단검이었다. 그건 조금 탐이 났다. 클라우디 역시 마찬가지인지 눈을 빛냈다.
“이 단검은?”
“아아, 제사용 단검입니다. 교리의 재해석으로 제사의 순서와 구성이 바뀌어서 몇년 전부터 안쓰게 된 물건이지요. 신성력으로 벼려진 철로 만들어 내구도가 아주 좋습니다.”
클라우디는 단검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내려놓았다. 그리 엘리제와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조금 떼웠다. 엘리제는 장사가 되지 않으면 차라리 세라와 교대식으로 포교 활동이나 정화 활동에 나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 그렇겠네. 장사 안되는데 뭐라도 해 봐야지. 그것보다 네크로멘서는 잡힌건가?”
“추척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자세한 경과를 들은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 만일 잡힌다면 꼭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군.”
아무튼 클라우디가 빨리 가자는 신호를 자꾸만 보내와서 이쯤 하고 끊기로 했다. 나는 엘리제에게 인사했다.
“뭐, 물건 잘 구경했다. 잼썼네. 달란트 대박 터지면 또 올게.”
“안녕히 가십시오.”
그리 엘리제를 뒤로 하고 대로변으로 나왔다. 클라우디가 나를 노려보았다.
“이제 저항하지 않으마.”
나는 양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무저항의 제스처를 보냈다.
“…나 이미 엄청 젖었거든? 각오해.”
일났네.
눈이 위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