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of-standard grade analyst RAW novel - Chapter 209
208화
-이 코인은 뜹니다(2)
“이, 일만?!”
티타니아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고액의 투자금이었다.
이현도 잠시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내 예상과는 달라졌지만, 즐거운 오산이었소.”
아카샤가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투자금을 갚지 못한다면 그대를 던전에서 빼 와 내 부하로 삼으려고 했소.”
“미쳤어요?”
넥타르를 야금야금 마시던 티타니아가 비명을 질렀다.
“나쁜 제안은 아니오만?”
“그럼 주인님이 댁처럼 포프터의 몸이 되어야 하잖아요!”
“하하, 적응하면 이 몸도 나쁘진 않다오.”
이현은 자신도 몸을 잃고 붕대로 감긴 채로 살 뻔했다는 생각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이 넥타르만으로도 투자금은 충분히 회수됐겠군. 내가 그대를 꽤 높이 샀다고 생각했는데 과소평가였어. 하하하.”
이번 잔은 느긋하게 즐기면서 아카샤가 참아왔던 질문을 해왔다.
“그나저나 이걸 어디서 구한 것이오? 그 신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정보 상회의 아파스도 모를 텐데.”
에트나 행성에 열린 던전도 많았지만, 지구의 신들이 그곳에 있다는 정보는 아직 흘러들어오지 않은 듯했다.
‘이건 또 비싸게 팔리겠네.’
아카샤의 말을 듣고 이현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진짜 상품은 따로 있었다.
“이건 구한 게 아니라, 만든 겁니다.”
“뭐, 뭐요?”
“주인님?”
아카샤는 물론 티타니아마저 이현의 말에 숨을 들이켰다.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희귀품을 만들었다니?
이현은 진한 미소를 입에 걸며 아카샤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제게 좋은 지식 하나 사지 않으시겠습니까?”
지식을 사지 않겠냐는 말에 아카샤가 전신에서 빛을 번쩍이며 흥미를 보였다.
지식을 거래하는 것이 지식 상회의 수장인 그의 일이었으니깐.
하지만 그것보다 더 아카샤의 흥미를 끄는 게 있었다.
“그게 만든 거라고 했소?”
하지만 아카샤는 곧 그것보다도 이현이 가지고 있는 미지의 지식과 정보가 더 궁금한 듯했다.
이현은 아카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만들어진 지 일주일도 안 된 새 상품입니다.”
“놀랍군, 옛 지구의 신들은 분명 행방불명이라고 들었는데. 그들을 만났소?”
아카샤의 놀란 목소리에 이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만났을 뿐이겠습니까? 제조법도 배워왔죠.”
“제조법을!”
아카샤의 몸이 흥분으로 번쩍번쩍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노래방 미러볼 같아서 이현이 속으로 피식거렸다.
“이거 정말 놀랄 노 자군. 물건만 가져와도 난리가 날 상품인데 그걸 만들어낼 수 있다고?”
“어려운 일이었지만, 해냈습니다.”
이현이 품에서 넥타르를 담은 병을 여러 개 꺼내 들었다.
“이게 그 증거죠.”
“내가 잠시 확인해 봐도?”
“마음껏 하셔도 됩니다.”
“그럼 실례하겠소.”
이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카샤가 서둘러 병을 열어 내용물을 [진실을 꿰뚫어 보는 눈(A)]으로 확인했다.
“허허, 진품이야. 정말 모두 다 넥타르로군.”
아카샤가 넥타르를 확인하자 이현이 싱긋 웃었다.
옹케스토스에 잠시 머무를 때, 이현은 부엉이 글라욱스를 족쳐서 레시피를 알아내었다.
‘던전에는 재료와 도구가 없을 테니까 여기서 구해서 간다.’
구하기 힘든 재료도 있었지만, 옹케스토스의 왕인 두목을 부려서 금방 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구한 재료와 도구를 이용해서 이아코스가 시험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눈앞에 있는 넥타르였다.
‘누가 전생이 술의 신 아니랄까 봐 쉽게도 만들었어.’
디오니소스의 기억과 인간일 때도 술을 만들던 이아코스의 솜씨가 어우러져 넥타르는 훌륭하게 완성이 되었다.
‘재료 조달은 던전에 등록시켜놓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설령 불의의 일로 재료를 초기화시키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옹케스토스에 워터게이트를 열고 다시 구해오면 그만이었다.
‘중요한 건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마음껏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는 거지.’
신들에게 공급할 분량을 제외하면 이렇게 던전 마켓에 팔아서 DP를 수급할 수도 있었다.
‘거기다 아카샤의 반응을 보니 매상이 쏠쏠할 것 같네.’
던전 마켓의 5대 이사 중 하나인 그의 입맛을 만족시켰다.
분명 히트 상품으로 줄줄이 팔릴 게 분명했다.
“전 앞으로 이걸 팔 생각입니다. 제 던전의 주요 상품이 되겠죠.”
“내가 말한 것을 허투루 듣지 않았군. 훌륭하오.”
아카샤는 처음의 만남에서 이현에게 던전의 특산물을 만들라고 조언했었다.
전투로 얻은 아티팩트를 팔아서 DP를 마련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자 단발성 이득에 불과했다.
장기적으로 꾸준히 DP를 벌게 해줄 상품이 중요한 것이었다.
그걸 이현은 훌륭하게 달성한 것이었다.
그것도 넥타르라는 희귀한 영약으로!
“모두 아카샤 님의 조언 덕분입니다.”
“내가 조언했지만, 넥타르를 가져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지. 모두 그대의 공이요.”
아카샤가 겸손의 의미로 손을 내저었다. 그러곤 잠시도 참지 못하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앞으로 그걸 어떻게 팔 것이오? 나는 그걸 도와줄 수 없소만.”
지식 상회는 지식을 거래하는 곳이지 영약을 파는 곳이 아니다.
아카샤가 실적에 욕심이 난다고 하더라도 총관이 정한 규칙을 마음대로 어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현은 아카샤의 지적에 자신도 잘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이걸 아카샤 님께 팔 생각이 없습니다. 대신 지식 하나를 팔까 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식을 팔겠다고 했었지. 그게 뭐요? 혹시 제조법?”
아카샤의 빛이 순간 탁하게 빛났다.
혹시 넥타르의 레시피를 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섞여 나온 탓이었다.
이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레시피는 제 것이 아닙니다. 제가 함부로 팔 수는 없죠.”
이현이 신들에게 받은 것은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팔 권리였지, 제조법을 거래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니었다.
‘지적 재산물을 함부로 팔다간 어떤 취급을 당할지 모른다.’
막말로 이현 일행에게 호의적이었던 신들이 적으로 돌아서면 이현에겐 최악의 결과가 될 터였다.
이현은 탄탈로스와 카리브디스의 전설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럼 내게 팔겠다는 지식은 뭐요?”
아카샤가 의아해하자 이현이 히죽 웃었다.
“제가 이걸 만들 수 있고, 누군가에게 팔려고 한다는 정보지요.”
“음?”
이현의 대답에 아카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걸 팔겠다고?”
“그렇습니다.”
이현이 넥타르 잔을 들어 올려 빛에 비추었다. 황금빛 액체가 다이아몬드 잔에서 매혹적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카샤 님이 말씀하신 대로 이건 잘 팔릴 물건이죠.”
“그렇지.”
이미 자신이 한 말이기에 아카샤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걸 다루고 싶어 하는 상인이 분명히 이 던전 마켓에 있을 겁니다.”
“연단 상회의 상주라면 눈이 뒤집힐 거요.”
“다리를 잡고 매달리는 수준으론 안 끝나겠죠.”
이현이 연단 상회의 점원이 했던 짓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런 상인에게 제 정보를 파는 것. 이건 아카샤 님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일 아닙니까?”
넥타르를 취급하지 못한다면 그걸 가진 자의 정보를 팔아라.
이현이 제안하는 것은 일종의 중개 업무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집 소개하고 소개료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지.’
아카샤도 이현의 말을 이해했는지 낮게 웃었다.
“내가 취급하고자 하는 진리와는 다른 거군. 정보 상회에 어울리는 일이야.”
“하지만 저는 정보 상회에 가지 않고 아카샤 님을 찾았죠. 告楮?”
이현은 넥타르 잔을 아카샤를 향해 내밀었다.
그러곤 진한 미소를 띤 채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카샤 님은 이걸로 아파스 이사에게 한 방 먹이실 수 있을 겁니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군.”
쨍!
아카샤가 마주 내민 잔이 이현의 잔과 부딪치며 맑은 소리를 냈다.
“이 코인은 뜨는 코인이거든요.”
이현이 미소를 지으며 넥타르를 원샷 했다. 거래의 성립이었다.
아카샤와 이현의 계약은 시간을 끌 것도 없이 일필휘지로 끝났다.
계약의 조건은 간단했다.
지식 상회의 수장 아카샤는 도이현의 중개인이 되어 그가 가진 영약을 판매해 줄 판매인을 찾아줄 것.
이현은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아카샤는 상인의 정보를 제공한다.
정보와 정보가 거래되는 지극히 지식 상회다운 거래였다.
‘정확히는 정보 상회에 더 어울리겠지만.’
하지만 넥타르라는 매혹적인 상품과 이현이 추가로 붙인 조건은 아카샤가 이 거래를 거부할 수 없게 했다.
“제가 파는 상품의 매출 10%를 중개 수수료로 아카샤 님께 드리겠습니다.”
“나로서는 매우 고마운 일이지만 그대에게 손해 되는 일이 아니오?”
실적이 바닥에 가까운 아카샤에게는 혹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아카샤는 그 제안을 넙죽 받아들이기보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현에 관한 호의도 있었지만, 상인의 본능이 대가 없는 이익을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 그래서 아카샤 님께 새로운 투자를 제의할까 합니다.”
“호오.”
이미 이현은 약속을 달성해 10,000 DP를 받았다.
100 DP로 출발했던 그가 그걸로 모자라서 거기에 더 투자를 받겠다고?
아카샤가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보통 금액이 아닌가 보군. 얼마요?”
“10만 DP.”
“주, 주인님?!”
이현의 말에 지금까지 숨죽이며 거래를 지켜보던 티타니아가 입을 쩍 벌렸다.
잠시 말을 잃었던 아카샤가 파안대소를 터뜨린 건 그때였다.
“하하하, 고작 100 DP에도 큰 금액이라며 감사하던 F급 던전 보스가 10만 DP라니. 하하하하!”
아카샤가 실컷 웃음을 터뜨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소. 이 상품과 그대라는 존재에겐.”
아카샤가 지난번처럼 허공에 청색 빛의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100,000 DP]빈곤한 지식 상회의 예산을 떠올린 터라 살짝 손가락이 떨리긴 했지만, 10만 DP는 무사히 이현에게 전해졌다.
“감사합니다.”
이현이 함지박 웃음을 짓자 아카샤가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후……. 이젠 내 안목을 믿는 수밖에. 바로 연단 상회의 주인을 부르겠소.”
* * *
쾅!
아카샤의 연락을 받은 연단 상회의 주인, 테자스 이사가 문을 발로 걷어차듯 박차고 들어왔다.
“이봐, 아카샤. 그 말에 거짓 한 점 없지?”
전신에서 맹렬한 붉은빛을 발광하며 오자마자 고함부터 지르는 테자스를 보며 아카샤가 한숨을 내쉬었다.
“체통 좀 지키게. 지금 그게 뭐 하는 꼬락서닌가?”
“아니, 지금 체통 지키게 생겼어? 넥타르라고! 그거 물량 끊겼을 때 찾는 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몰라서 물어?!”
얼마나 흥분했는지 테자스의 몸에서 나오는 붉은빛에 방안이 온통 불타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카샤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이현을 보며 사과를 해왔다.
“내가 대신 사과하겠소. 워낙 불같은 자이다 보니 성격이 저 모양이라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현이 웃으며 고개를 젓자 그제야 테자스의 눈이 이현에게로 향했다.
“뭐야, 웬 인간이야?”
누가 봐도 명백히 이현을 무시하는 태도였다.
옆에서 티타니아가 발끈하며 나서려고 했지만, 이현이 손을 들어 그녀를 말렸다.
하지만 이현의 표정도 좋지는 못했다.
‘던전 마켓의 포프터들은 매번 태도가 똑같네.’
점원에서 상회 주인까지 한결같이 인간인 이현을 무시하고 있었다.
아카샤마저도 티타니아가 아니었다면 이현에게 이렇게 대하지는 않았으리라.
‘그만큼 인간이 격이 낮은 존재라는 거겠지.’
거기까지 생각한 이현은 화가 났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정중히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테자스 님. 저는 도이현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