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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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불멸의 권능의 소유자?!
‘불멸……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말에 과거 신공표의 말을 떠올렸다.
[전욱이 하늘과 땅을 가르면서 봉인했던 인간종족의 권능은 불멸(不滅)을 포함한 몇 가지라고 들었다. 다만 그때까지는 너무 강력한 존재가 재림하는 걸 방지하는 차원이었기에 인간에게는 권능이 많이 남아 있었지. 그러던 게 봉신전쟁을 치른 후 2차로 완전히 봉인된 것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걸 타고난 인간이 한때 신조차 위협했다는 전설이 있었다. 아마 전욱도 경계심을 느껴서 거둬갔다는 걸 갑골문을 통해 배웠었다.]……
나는 그 기억을 곰곰이 되새기며 생각해보았다. 눈앞에 있는 놈이 아무리 미래를 보아서 다 알고 있다해도 곧이곧대로 설명해준다는 보장은 없다. 거짓을 섞을 수 있으니 중요한 건 내가 내 머리로 생각해야 했다.
‘그렇다면 불멸의 권능은 전욱이 봉인하기 전에 가장 강력한 권능 중 하나였단 거군. 그리고 신공표가 살던 은주시대에는 불멸의 권능이 봉인되어서 존재치 않았던 거야. 이 탁록대전의 시대에는 존재했던 거고 그 소유자가 소녀인 건가……’
나는 생각을 끝마치고는 유소에게 말했다.
“불멸의 권능이 뭐길래 황제의 봉인을 풀 수 있는 거지? 그건 내가 알기로 황제가 외신에 버금가는 존재를 봉인하는 대신에 [다음 굴레]에서 봉인되는 대가를 치르게 되어있다. 강력한 주문인 만큼 엄청난 반작용이 생기는 게 바로 그 봉인일 텐데 한낱 인간의 초상능력으로 그걸 해제할 수 있다고?”
내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심지어 저 봉인은 선지자조차 분석하는 데 삼 년 이상이 걸릴 거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강대했고 외신을 봉인하는 부작용 그 자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최상위 신격조차 어쩔 수없이 봉인되는 저 봉인을 일개 인간이 푼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러자 유소가 말했다.
“반대로 생각하시는 건 어때요?”
“반대로?’
“그 정도로 강대한 불멸의 권능이었기에 신들이 이후에 봉인한 거겠죠. 또한 소녀가 그걸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황제가 지닌 비장의 한수로 취급되는 것이기도 해요. 그만한 격이 있다는 것뿐.”
“……!!”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다. 불멸의 권능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직접 내 눈으로 본 적은 없고 지금 간접적으로 설명만 듣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할 말이 없어서 어물쩡거리자 유소가 말을 이었다.
“또 하나, 불멸의 권능이 뭔지는 저도 정확하게 몰라요.”
“무슨 소리요? 황제의 봉인을 풀었다면 당연히 봉인 해제 능력 아니겠소.”
그러자 유소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 으며 말했다.
“볼 수 있는 미래를 끝까지 보았지만, 불멸의 권능이 무엇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제 언니인 소녀 또한 그게 정확히 뭔지 모르고 끝까지 그 실체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 무슨 그런…… 뭔지도 모르는 능력을 휘두르는데도 소녀가 인류 최강의 능력자란 말이오?”
“네, 그래요. 설명이나 해석이나 기술 따위가 없어도 소녀가 최강이라는 건 분명해요.”
“굳이 그 실체를 말해보자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능력일 거예요.”
“뭐요, 그건.”
나는 툴툴대다가 뭔가 생각나서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소녀가 당신의 언니라고? 그게 정말이오?”
“흥, 참 빨리도 묻는군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친 유소가 창밖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맞아요. 큰오빠 열산이 갓난아이 던 우리를 마치 부모처럼 키워줬죠. 하지만 언니는 몇 년 전에 황제 공손헌원을 따라가 버렸어요.”
“음 ……”
첫째가 열산, 둘째가 소녀, 셋째가 유소인 삼남매라는 건가. 나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자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당신네 삼남매가 그렇게 강력한 능력자라면 부모도 대단한 능력자겠구려.”
“…. 글쎄요. 그 얘기까진 하고 싶지 않군요.”
왜인지 말을 흐린 유소는 약간 우울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당신이 언니를 찾는 김에 데려와 주면 좋겠어요. 물론 언니는 두 번 다시 탁록촌의 땅을 밟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죽기 전에 얼굴 정도는 다시 보고 싶군요.”
엥?!
나는 기가 질려서 말했다.
“뭔 소리요? 난 찾기만 한댔지 구출은 수락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미래를 다 알고 있다 해서 그렇게 재수 없는 소리를 하다니. 아무리 그래도 자기 혈육을 또 보고싶다 생각하는 게 정상이 아니겠소.”
“그러게요.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절대적인 예지력 때문에 기대조차 못 하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요.”
유소가 마치 비아냥거리는 듯 말했다.
“……”
나는 순간 뭔가가 욱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유소를 살짝 매섭게 쳐다보며 말했다.
“좋소. 그럼 당장 소녀가 있는 곳을 말해보시오.”
“어쩔 셈인가요?”
나는 약간의 호기를 실어서 외쳤다.
“가능하면 내가 그 소녀란 사람을 탁록촌에 데려와 보겠소. 당신의 예언을 깨버리겠다 이 소리요.”
“당신 능력으론 불가능하니까 관두세요, 후후.”
“웃기는군. 내가 [큰 굴레]를 넘은 순간부터 모든 미래가 바뀐 게 아니었소? 그렇다면 내가 바로 당신이 읽을 미래를 바꿀 유일한 사람일지도 모르지.”
“…… 알았어요, 마음대로 해봐요.”
뭔가 포기한 듯 한숨을 쉰 유소가 말했다.
“전륜성왕의 첫 번째 의뢰. 내 언니인 소녀가 있는 곳은 바로 서왕모(西王母)의 궁전입니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는 장소겠지요?”
“……..!!”
“다행히 언니는 만신전으로 가진 않은 거 같아요.”
흠칫
나는 그 장소를 듣자마자 바로 어딘지 알 수 있었다.
어찌 모르겠는가! 전생하면서 서왕모의 궁전 근처에 몇 번을왔다 갔다했는데!
그 근처에서 싸우기도 미친 듯이 싸워서 지형까지 외우고 있을 정도였다.
나는 혹시하는 마음에 말했다.
“서왕모의 궁전이라면…… 소녀는 지금 서왕모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건가? 그건 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하죠?”
“서왕모는 여와의 화신. 여와는 복희와 함께 질서진영의 우두머리이니 황제의 편이 된 소녀가 어찌 반대진영의 측근에 있을 수 있겠소.”
진짜 이상한 일이었다. 애초에 이 시대 이전의 초고대부터 복희여와 남매와 황제 공손헌원은 철천지 앙숙이라 천지를 뒤엎으며 싸우고 있었는데, 황제의 봉인을 바로 풀어줄 정도로 황제의 수하가 된 소녀가 서왕모의 궁전에 기거하고 있다니?
“지금 상황이 좀 복잡하긴 해요.”
유소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렇다 해도 전 모든 전후사정을 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건 당신이 오기 전의 전후사정. 앞으로는 어찌 될지 모르니 섣불리 말할 수가 없군요.”
“무슨 소리지? 미래는 몰라도 과거를 이미 알고 있다면 충분히 내게 그 사정을 말해줄 수 있는 게 아니요.”
“말했듯이, 미래를 아는 건 꼭 이득이 되는 게 아니라 독(毒)이 될 수도 있어요. 과거의 지식 또한 마찬가지. 그리고 정보를 말해줄지 아닐지는 예언자에게 존재하는 유일한 선택권.”
유소가 약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 당신이 소녀 언니를 구출할 수 있다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당신에게 그에 관련된 정보를 주진 않겠 어요.”
그녀는 왠지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언니는 죽지도 않을 거고 제 힘으로는 감히 그녀의 운명을 측정할 수도 없으니까요.”
나는 황당해져서 유소를 바라보며 말했다.
“즉…… 자기 혈육을 구출하든말든…… 나보고 처음부터 끝까지 알아서 하라? 지금 상황설명도 알면서 안 해주는 거고?”
“그런 셈이죠.”
“미친 것 같군! 황제나 서왕모가 얼마나 난폭한 놈들인지 알고 하는 말이오? 그들은 인간세상따위 손가락 하나로 뒤집어엎는 놈들인데 일개 인간의 목숨이 끝까지 보증될 리가 없소.”
“알아서 하세요. 더 할 말이 없어요.”
빠직
나는 속에서 열불이 나는 걸 느꼈다. 왜인지 유소가 자꾸 내 속을 긁는 소리를 하니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알았소, 내 맘대로 하지!!”
이렇게 되면 오기로라도 구출해주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것이다!
유소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다음으로 두 번째 의뢰인 동방삭의 거취가 필요하겠군요.”
“명계에서 그놈은 찾기는 쉽다고 했는데 잡기가 어렵다고 하더군. 천하제일의 신법을 쓰기에 빨라서 못 잡는 건가?”
“빠르기도 하지만 못 잡는 건 다른 이유가 있어요.”
“그게 뭐요?”
이어진 유소의 말은 뜻밖이었다.
“동방삭 또한 혼돈의 재능을 지닌 자예요. 그가 지닌 재능은 바로 무문(無門)이라고 해요.”
“무문? 그건 뭐하는 능력이오?”
“동방삭이 문’이라고 인식한 모든 것을 무시하고 통과해 버릴 수 있는 능력이에요.”
“…….?”
“직접 상대해보면 무슨 능력인지 알 거예요.”
“알았소. 뭐 엄청 세서 못 잡는 건 아니란 거겠지.”
“그건 그래요.”
그냥 좀 특이한 초능력자 하나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겠지!!
내가 동방삭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때 유소가 말했다.
“동방삭은 지금 남미대륙에 있어요.”
“남미대륙??! 당신이 어떻게 그런 표현을 쓸 수 있소.”
“미래를 봤으니까요.”
“아무리 미래를 봤다지만…… 그런 것까지 알 수 있소? 어떻게.”
유소가 미래의 지식과 어휘를 쓰는 게 이상해서 반문하자 유소가 말했다.
“미래를 미리 안다는 건 책을 미리 읽어보는 것과 같아요. 게다가 눈앞의 당신은 미래의 지식을 일부러 숨기지 않고 공유하는 사람이니 당신이 겪은 미래의 일을 간접적으로 해석해서 지식을 얻는 건 이상하지 않죠. 그리고 당신이 만나서 누군가에게 정보를 듣는 것 또한 제 예지에 있기 때문이에요.”
“음…… 근데 그놈은 뭐하러 거기까지 갔지?”
유소는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다.
“당신에겐 시간이 많이 없어 보이니 약간 천기를 누설해 보죠.”
“응?”
“잠시만요.”
그러자 유소가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는 듯했다.
‘미래를 읽는 건가?’
내가 신기해서 유소를 쳐다보자 유소가 잠시 후 눈을 뜨며 말했다.
“…… 미래에는 [마야]라고 불리는 장소인 것 같군요. 그는 거기에서 뭔가를 얻으러 남미대륙에 찾아갔어요. 이 정도만 말해도 당신은 알아서 찾아갈 수 있는 것 같네요.”
“!!”
마야?
나는 그 단어를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좀 예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했고, 나는 나중에 다시 정신을 맑게 해서 기억을 떠올리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유소에게 말했다.
“알았소. 나는 전륜성왕이 말한 과업을 하러 갈 테니 다음에 봅시다.”
“그러세요.”
저벅
내가 유소의 집을 나서자, 몇 걸음 가지 않아서 웬 거대한 장한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내가 물끄러미 그 장한을 쳐다보자, 그는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밖에서 얘기하는 걸 다 들었다. 그래서 두 장소 중에서 어디에 먼저 갈 것이냐?”
나는 팔짱을 끼며 대꾸했다.
“남의 얘기를 엿듣다니 비열하구려, 열산.”
“질문에 대답해라. 나는 내 혈육의 이야기이니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소녀 말인가?”
“그래.”
열산은 험상궂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유소가 말한 대로 나는 저 두 아 이를 어릴 때부터 업어서 키웠다. 그런데 몇 년 전에 난데없이 황제 공손헌원이 소녀를 유혹했고 소녀는 어째서인지 놈을 따라가고 말았지. 염제 신농의 직접적인 가호가 돌보는 이곳에 있으면 아무리 황제라도 소녀를 데려갈 수 없는데.”
“네가 따라오지 않아도 좋다. 나는 방금 전 소녀가 서왕모의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즉시 탁록촌을 나가서 그 아이를 되찾아 올 것이다.”
“그럼 혼자 가면 될 것인데 굳이 내게 행선지를 묻는 이유가 뭐요?”
열산이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말했다.
“유소에게 들어서 네가 무척 강력한 전사라는 걸 알고 있다. 아무리 나라도 강대한 대신(大神)을 상대로는 두려운 게 사실이니, 너와 힘을 합치고 싶다. 당연히 소녀 주변에 황제의 심복들이 호위하고 있을 것이니 그자들을 상대해 다오.”
“……”
“그러니 동방삭 같은 놈은 내버려 두고 바로 나와 소녀를 구출하러 서왕모의 집에 가자. 빨리!”
나는 열산이 무척 조급해하는 게 느껴졌다. 여태껏 유소가 열산에게 소녀의 행방을 한번도 말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내게 행방을 말해주자 마음이 급해진 것 같았다. 언제 소녀가 강력한 신들에게 해를 입을지 두렵다는 마음으로 보였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나도 구출할 생각이 굴뚝같소. 그러나 우선순위는 동방삭을 먼저 상대하는 것이라 생각하오.”
“뭣이!! 영 알지도 못한 곳에 있는 비렁뱅이 같은 놈을 찾으러 가는 게 어째서 먼저란 말이냐!”
열산이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침착하게 대꾸했다.
“유소는 소녀가 당장 해를 입지는 않을 거라 했소. 그 말은 시간이 아직 많이 있다는 소리이고, 시간이 있다면 이쪽이 준비를 든든히 해서 가는 게 더 구출에 성공할 확률이 높단 얘기 아니겠소?”
나는 이런 비슷한 경험이 워낙 많아서 이제는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있었다. 보나마나 소녀를 구출하는 일은 엄청난 난이도가 있기에 지금 당장 도전하려 하면 계란으로 바위치기 꼴이 될 것이다.
“난 동방삭을 찾으러 가면서 내 나름대로 수련을 해서 더 강해질 생각이오.”
나는 열산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랑 같이 갑시다. 나라면 당신에게도 더 강해질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소.”
“……!!”
열산은 혹하는지 무척 고민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대신 네 말대로 되지 않는다면 나를 기만했으니 가만두지 않겠다!”
“그땐 맘대로 하시오.”
이로써 잠재적으로 열산이 동료가 된 건가?
그 때 낯익은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후우. 역시 백웅 당신은 열산 아저씨를 쉽사리 세치혀로 농락해 버리는군.”
저벅
마을 한편에서 근육질에 앞머리를 가린 푸른 머리칼의 청년이 한숨을 쉬며 걸어 나왔다. 한 손에 작대기를 들고 있던 그 소년은 일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었기에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청양(靑陽)이라 했던가?”
“맞습니다.”
“그리고 그 옆은 상아(悌城)……”
어느 새 청양을 뒤따라오고 있던 적발적안의 소녀, 상아가 소리를 빽 질렀다.
“친한 것처럼 이름 부르지마!”
상아가 성질을 내고 있자 청양이 나를 주시하며 말했다.
“사실 우리도 당신과 촌장님의 대화를 다 들었습니다.”
“…… 이놈의 탁록촌은 엿듣기가 취미인가? 개나소나 다 엿듣고 있군.”
내가 어이가 없어서 투덜거리자 청양은 멋쩍은 듯 말했다.
“이 탁록촌에 사는 모든 인간은 [바깥] 인간들보다 훨씬 신체능력이 뛰어나니까요. 게다가 가진 능력이 뛰어나면 미세한 소리까지 다 잘 들려서 본의 아니게 다 듣게 된 겁니다.”
“그래, 잘 엿들었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어디를 가든 간에 사실 알 바는 아닙니다. 소녀 님을 구출하는 일에는 관심이 있지만 유소님이 우리의 관할이 아니라 하셔서 잊고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당신이 방금 열산님과 얘기하던 게 신경 쓰이는군요.”
“……?”
청양이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아……. 그 말이군.”
“당신이 가진 특별한 기술을 우리에게 전수해줄 수 있다면 우리도 당신을 돕겠습니다.”
“흠……”
특이한 놈이다. 소녀를 구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는데 왜 강해지는 것에 욕구가 충만한 거지? 나는 이유를 물어보기로 했다.
“넌 상대의 시간을 멈추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던데 어째서 더 강해지고 싶은 거냐?”
“그래 봤자 인간이니까요.”
“이 탁록촌에서야 그럭저럭 살 만 하지만, 대륙을 돌아다니면 저는 순식간에 죽고 말 겁니다. 그러니 더 강해지고 싶다는 것뿐입니다.”
나는 그제야 청양이 가진 욕심이 뭔지를 알아챌 수 있었다.
이 녀석은 탁록촌에서 벗어나서 살고 싶어 하는군……’
나는 힐끔 옆에 있던 상아도 쳐다보았다. 그러자 상아가 말했다.
“나도 청양과 마찬가지야. 언제까지고 신농 님의 보호에만 의존하긴 싫어.”
“그렇군…….”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그들에게 말했다.
“나도 어차피 당분간 이 마을에 머물면서 수련을 할 것이오. 그동안 당신들에게 무공(武功)을 좀 가르쳐 주겠소.”
어차피 나도 동료들의 봉인을 풀면서 신력 수련을 해야 하던 참이다.
이들에게 무공을 가르쳐서 강한 동료로 성장시키면 임무를 하기 좋으 리라.
“무공? 그게 뭐지?”
“자연의 기를 수련하여 체내에 흡수하여 더욱 빠르고 강하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오.”
내가 무공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 해주자 열산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건 나도 할 수 있는데?”
“응?”
“흐오오옵!!”
쿠구구구구
열산이 크게 숨을 들이쉬자 폭풍 같은 기의 흐름이 몰아치며 순식간에 열산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그 순간 눈에 내공을 집중해서 열산의 모습을 살폈는데, 놀랍게도 자연지기는 단 하나의 거부반응도 없이 그대로 열산의 몸 안에 곧이곧대로 들어간 것이다!
‘뭐, 뭐야?! 이 새끼는 혈도나 단전 같은 게 따로 없나?!’
세상에 자연의 기가 숨 한 번 들이쉬니까 그대로 자기 힘이 되는 게 가능할 줄이야?! 대라신선도 그렇게는 못 한다!
그 무시무시한 축적율에 내가 경악하고 있을 때 열산이 숨 들이쉬기를 멈추고는 전신에 힘을 팍 주며 근육을 불끈거리기 시작했다.
“끄그극!”
우드득 우드득!!
잠시 후 열산의 전신이 시뻘겋게 물들더니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기를 증폭시켜서 내뿜기 시작했다. 그건 실로 내가 가진 내공을 몇 배나 뛰어넘을 정도의 가공할 기력이었기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열산이 말했다.
“숨을 쎄게 들이쉬면 힘이 쎄지는 건 기본상식이지!!”
나는 혹시나 해서 청양과 상아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 둘도 눈을 꿈벅이더니 말했다.
“열산 아저씨만큼은 아니지만 비슷 하게 할 수 있습니다.”
“나도.”
나는 그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놈들은 단전호흡이나 기공수련이 아예 필요 없다……’
혼돈의 재능을 각성한 고대인들은 아예 신체구조 자체가 현대인들과 다르다는 것을.
나는 좀 더 고대인들이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열산과 청양, 상아 셋에게 직설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 무공은 내가 아는 한에서 가르쳐주지. 대신 당신들도 자기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내게 알려주시오.”
그러고는 힐끔 열산을 쳐다보았다.
“당신부터 상세히 말해주면 좋겠군.”
지금까지 봐온 경험으로 보면, 틀림없이 이 중에 가장 강력한 존재는 열산이다. 열산의 능력부터 파악하고 있어야 이 탁록시대에서 살아나갈 활로를 찾을 수 있으리라.
“음?”
열산이 어리둥절하다가 말했다.
“나야 뭐 힘쓰는 걸 잘 한다.”
“그렇게 단순하게 말하는 건 좋지 않소. 저번에 보니 만귀전의 귀신들이나 외계의 사도를 입으로 빨아들이던데 어떻게 하는 것이오?”
“숨을 크게 들이쉰다.”
“……”
나는 열산이 나를 놀리나 싶어서 쳐다보았지만 열산의 눈빛은 진심으로 보였다. 남을 속일 성정으로 보이지도 않았기에 내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청양이 한숨 을 쉬며 말했다.
“후우 – 열산 아저씨는 자기 능력을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개발한 적도 없습니다. 다만 제가 볼 때 아저씨의 능력은 육체 그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