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1
18화
입술이 부르터 져 있다.
얼굴 곳곳에도 찢긴 상처들이 자글 자글하다.
왼쪽 눈은 거의 감긴 것이나 다름없 었다.
상가 유리창에 반사된 내 얼굴은 집 단 린치의 피해자 같은꼴이 었다. 이렇게 될 걸 예상해서 가상의 친구,
성호를 팔아 두었다. 마침 기말 고사 시즌이기도 해서 제헌절인 내일까지 성호 집에 있는 게 된다.
주머니 안으로 만 원짜리 두 장이 잡 혔다.
성호와 공부하면서 맛있는 거 사 먹 으라며 어머니께서 쥐여 주신 돈이었 다.
PC방으로 향하기 전 공원 화장실부 터 들렀다.
한여름의 열대야 덕분에 방금 빨아 젖은 채로 입어도 금방 말랐다.
가방에서 꺼낸 꾸깃꾸깃한 모자를 눌러쓰자 행인들도 나를 더 이상 눈
여겨 보지 않았다.
PC방의 자욱한 담배 연기가 향수를 자극했다.
아날로그틱한 감성이 아직은 남아 있는 시절.
나는 회원 카드 대신, PC방 사장이 사용 시작 시간을 손수 쓴 표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북미의 메신저에 접속.
조나단을 기다리며 돌아가는 시황을 검색했다.
나락개미라고 불렸던 몬스터가 있 다.
그것들 하나의 크기는 한 탬 정도 되 지 않는,짓밟아 터트릴 수 있는 수준 에 불과하지만.
능력자들이 그것들을 껄끄럽게 여기 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군집성과 먹성.
나 또한 그것들이 한마리만 돌아다 니는 경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백 마리부터 만 마리까지 군집을 이 루며 오로지 단 하나의 목적만으로 움 직이는 것들이 었다. 그것들은 항상 굶 주려 있었다.
진행 방향에 있는 모든 것을 갉아 먹 었다.
그것들이 지나간 자리는 쑥대밭이 되었지만, 만족이라고는 조금도 모르 는 것들로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계속 움직였다.
헤지 펀드와 그들을 추종하는 투기 세력들이 꼭 그랬다.
몰려다니면서 먹을 수 있는 것이라 면 가리는 법이 없었다.
그것들이 동남아시아를 순회중이다.
본시 그것들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 가야 했을 돈들이,거의 다 내 수중으 로 들어왔기 때문에 그것들의 갈증은
더욱 컸을 것이다.
그것들의 행태가 기존의 역사보다 더 과격하게 변했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 이어 인도네 시아까지 한꺼번에 공략하고 있었다.
본래에도 금융 세계에서는 동남아시 아를 한 묶음으로 취급하긴 했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것들의 행태에서 조바심이 느껴진 다.
그것들이 눈치를 챘다.
한 집단이 7월 1일자에 바트화 하락 포지션을 독점했고,그 집단이 모든
전리품을 챙긴 당사자란 사실을.
– J: 썬.
– N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눈치 챈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게만 말해도 조나단이라면,내 가 무엇을 지칭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야만 했다.
– J : 누가 자신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 어 갔는지, 엄청 궁금하긴 할 거야.
– N :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 이어서 인도네시아까지. 한 묶음으로 공격하고 있 습니 다. 서두르고 있는 게 빤히 보이지 않
습니까?
– J: 우리를 의식하고 있다? 좋은 의미 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 N : 계산에 착오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서두르다 보면 실수가 나오는 법이죠. 그 들이 어떤 실수를 할지까지는 저라도 계 산하기 힘듭니다.
– J : 이미 충분해. 디테일은 놓쳐도 돼. 이메일 확인했어?
– N: 예.
– J : 말했던 대로 6인 규모의 데스크를 완성했어. 여기로 초대할까? 그 친구들도 조나단 인베스트먼트의 실제 주인이 누군 지는 알아야지.
– N : 설마,제가 누구인지 말하지는 않
았지요?
– J: 당연히.
一 N : 전에 드렸던 말씀 기억하시지요? 저는 조나단의 그림자 속에 있는 겁니다. 명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나단.
– J : 명심하지.
조나단이 새로운 전척 상황을 보고 하기 시작했다.
그는 회사 분리 작업을 신생 업체에 맡겼고,그 다음에 이어 갈 업체들을 여덟 그룹 선정해 두었다.
그런 식으로 한 작업이 완료될 때마 다 업체를 갈아탄다면.
마지막 회사 분리 작업을 맡을 그룹 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 도 모른 채, 정말로 서류만 보고 일하 게 될 것이다.
– N : 유령 회사가 얼마나 깔릴 것 같습 니까?
– J : 조세 피난처에 둘 것까지 계산하 면,일천여 개. 수수료가 상상 초월이다. 자금은 어떻게 분산할 계획이야? 생각해 뒀겠지?
– N : 아침까지 작성해서 이메일로 보 내놓겠습니다.
– J : 아침? 네가 한국에 있다는 걸 한 번씩 깜박한다니까.
– N : 제프리 K 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 J : 긍정적이야.
– N : 잘됐군요. 투자 회사 인수와 동시 에 하나 더 진행시킬 일이 있습니다.
이메일이고 채팅이고,언제까지 남 의 서 버를 이용할 수만은 없다.
전화도 마찬가지다.
이 메신저 또한 나름의 보안 체계를 알아보고 결정한 곳이지만, 그래도 난 다 긴다 하는 해커들 앞에서는 투기 세 력 앞에 놓인 아시아 국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 N : 프리딕트(Predict)라고 아십니 까?
_ J : 당연.
– N : 최우선 인수 대상입니다.
단순히 서버 때문이라면 프리딕트를 선택할 이유가 없었다.
당장 98년 하반기부터 닷컴 버블이 터지기까지 가시적인 폭등을 기록하 고,시작의 날 이전까지 시가 총액 약 2000억 달러를 이룩하는 것 또한 작 은 이유에 불과하다.
그들이 만든 데이터베이스 언어는 80년대에 이미 업계 표준으로 완전히
굳어졌다.
던전,몬스터, 스킬, 특성,아이템,인 장,박스 확률 등.
극비로 취급되는 데이터들도 그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 안에서 다뤄졌었 다.
각 국가와 길드들이 그들의 값비싼 소스를 가지고 데이터 구축 프로그램 을 만들었지만.
그중 가장 뛰어난 데이터 프로그램 은 그들의 본사가 직접 관여했던 물건 이었다.
이선(그善)의 휘하 길드,레볼루치온 (Revulution).
본 시대에서는 그들의 데이터베이스 가 그들의 무력만큼이나 최고라는 평 이 지배적이었다.
레볼루치온이 쌓은 데이터베이스를 단 한번이라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 었다면,팔악팔선과의 전쟁은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내 개입으로 역사가 바찔 것이 란 건 안다.
내부 개발진의 변동 같은 것 말이다.
그러니 변동 폭을 최소한으로 줄이 는 게 중요한 법이다.
– J : 환장하겠군. IT 까지?
– N : 말씀드렸다시피 돈이 되는 거라 면 가리지 않고 포트폴리오에 넣을 겁니 다. 기회가 되면 다른 IT 업체들에게도 공 격적인 투자를 감행할 예정입니다.
– J : 프리딕트 같은 경우엔 단순히 투 자 개념이 아닌데?
– N : 그러니까 현 CEO 도널드 핀을 최대한 붙들어 놓고 싶은 겁니다.
– J : 경영은 간섭 않고, 회사 성장률을 누리겠다? 하지만 도널드는 회사를 팔지 않을 거야. 적대적 M&A를 성공시켜도 그는 화가 잔뜩 나서 떠 나고 말겠지 .
– N : 우선 순위는 프레딕트가 일 순위 입니다. 도널드에게는 스톡옵션을 비중을 업계 최대로 인정해 주시면 될 겁니다. 연
봉도 물론이고요. 그래도 떠나겠다면 할 수 없겠죠.
스톡 옵션으로 의욕을 보존해 주되, 현 가치 이상의 최대 금액으로 프리딕 트를 매 입하고자 한다.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거대 자본의 주인들은 포브스지에 언급되지 않는다.
그들은 광물과 원유 그리고 곡물들 의 기초 자원들을 독점하고 있거나,
오래된 역사를 뒤적여야 나오는 음모 론 속에 숨어 있다.
그래도 포브스지에서 세계의 억만장 자 순위라고 매해 밝히는 것은 상징적 인 의미가 컸다.
보유 주식의 가치를 환산한 것에 그 쳐도,
그것만으로도 2017년도에 도널드 핀의 자산은 500억 달러, 세계 7위를 기록한다.
거래 수수료 떼고 뭐하고.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나면,태국에서 긁어모은 금액과 흡사한 규모.
그렇게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고 느껴진다.
– J: 차라리 유령 회사 중 하나를 정상 회사로 만들어서 취급하는 게 낫겠어.
– N : 맞습니다. 회사를 분리시키는 이 유가 거기에 있죠.
– J : 응? 조세 문제 때문에 회사를 분리 시키고 있는 게 아니었어?
– N : 아닙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우리의 자본이 제대로 공개되길 원 치 않습니다. 부동산이며 사업체며,이후 로 취급할 물건들을 모두 다 조나단 인베 스트먼트의 이름으로 거래할 수는 없는 법이죠.
-J:음.
一 N : 그럼 앞으로도 착오 없게, 프리딕 트부터 시작합시다.
– J : 알겠어.
– N : 프리딕트 인수를 제프리에게 맡 기지 마세요.
– J : 왜?
– N : 이미 조나단이 그에게 접근했고, 그는 조나단을 알고 있습니다. 조나단 인 베스트먼트는 투자 전문 회사로만 확장하 게 될 겁니다. 조나단 개인 또한 조나단 인 베스트의 대주주이자 CEO 로만 알려질 겁 니 다. 하지 만 다른 곳들은 아니 죠.
_ J : 그럼 당장은 어려워. 시선을 떼지 않겠다는 게 아냐. 항상 주시하고 있겠어 .
나는 팔짱을 끼며 등받이에 몸을 기 댔다.
조나단은 그의 말대로,회사를 분리 시키는 의미를 착각하고 있었다. 단순히 세금 때문이라고?
한참 뒤였다.
– J: 썬, 네 머릿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 얼마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 N : 저번에 확실히 할 걸 그랬군요. 제 실수입니다.
– J : 아니야. 너는 분명히 말했지. 누구 도 주인이 누군지 몰라요 한다고. 나는 그 의미를 착각했어.
– N : 이제는 아셨습니까?
– J: 우리가 프리딕트를 사지만,우리 는 프리딕트를 산 게 아니어야 한다는 거 지.
– N : 맞습니다. 이후의 모든 거 래가 그 렇게 이뤄지는 겁니다.
_ J : 그 과정에서 선택된 유령 업체는 정규 업체로 승격되며. 그 정규 업체의 CEO는 우리와 조나단 인베스트먼트의 존재를 모르는 거로군?
그게 핵심이다.
우리의 회사지만, 그 회사의 경영자 나 직 원은 우리의 존재를 모르는 것.
J : 하지만 커넥션이 존재할 수밖에
없잖아. 베일에 감싸인 우리와 자회사들을 이어 줄 커넥션 말이야.
– N : 그러니까 조나단은 상상 속의 친 구들을 여럿 만들어 둬야겠죠. 디테일한 설계 아래.
내 친구 성호 같은.
一 N : 미리 쫄 것 없습니다. 회사 분리 작업이 완료되면 어렵지 않습니다. 지휘 통제를 담당할 유령 업체들을 선별하고, 그것들을 지휘 통제할 유령 업체들을 또 선별하는 식 으로 몇 층을 쌓아 가는 겁니 다.
J : 어디에서 명령이 나오는지 모르
키♦♦♦♦♦♦.
– N : 당사자들은 바로 윗선에서 나왔 다고 생각하겠죠. 그래서 회사 분리 규모 가 크면 클수록 좋은 겁 니 다. 쌓을 수 있는 층이 많아질 테니까.
_ J : 네 원대한 계획이야 그렇다 치고. 대체 이런 걸 다 어디서 배운 거야.
– N :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감 잡으셨습 니까?
_ J : 그래. 그런데 썬,알고는 있는 거 지? 우리가 하고 있는 일…….
미 당국에 걸리면 종신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 N : 압니다. 프리딕트 인수는 시간 을 두고 준비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것보다 시간이 벌 써 이렇게 됐군요. 돈 벌어야죠. 다음 투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