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93
2 화
서울의 전일 호텔로 숙소를 옮긴 까 닭은 좀 더 풍요롭고 다채로운 휴식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통행금지 구역으 로 선포된 과천에서는 아무래도 한계 가 있었다.
오늘의 메뉴는 양식이다.
더 이상 우리는 음식을 대할 때 무엇 에 쫓기는 사람처 럼 급급하지 않았다.
내가 그려 왔던 풍경,그 서울 시가 지를 내려다보며 운치를 즐기면서 먹 었다.
연희도 바게트 빵의 속을 뜯어내면 서 거기로 시선이 향해 있었다.
“앞으로 조심해야겠어. 나…… 시작 했거든.”
내 앞에서 나신이 되는 걸 부끄러워 하지 않는 연희라도 그것을 말할 때만 큼은 초경 이 막 시작된 사춘기로 돌아 가 있었다.
어쨌거나 연희의 마법이 시작됐다.
생물학적 여성들만이 할 수 있는 진 짜 마법.
그 말인즉,이제 각성자 사이에서도 아이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는 아이를 가지기에는 애 로 사항이 많았다.
언젠가 연희가 말했던,우리가 아이 를 가져도 되는 세상이 오기 전까
고개를 끄덕이며 핏물이 완전히 가 시 지 않은 스테 이크를 썰 었다.
그때 육즙과 함께 밀려 나오는 핏물 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몬스터 피에 중독된 이가 적 지 않았는데,그들은 지금 무엇으로 그것을 대체하고 있을까?
부정 환각을 일으키는 몬스터 피에 중독된 치들은 대게 약자들이었다. 이 날이 오기만을 간절히 바라 왔던 자들 이었다.
부정 환각을 통해 본토의 문명을 간 접 적으로나마 경험하길 원했었다.
이제는 그토록 바랐던 본토에 돌아 왔기 때문에라도,몬스터 피를 갈구하 지 않으려나?
생각은 계속 꼬리를 물고 이어져 강 화제에까지 닿았다.
마석으로 대몬스터용 병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처럼 몬스터 핏물로는 각 성자들의 한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강
화제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보다 개량되어 민간 인들에게도 사용되기에 이르렸었다.
지금쯤이면 세계 각국에서 몬스터 사체를 가지고 연구에 돌입해 있을 것 이다.
가르고 찢고 분해하고,쓸모없는 DNA 지도를 만들며,마석을 비롯한 내장 기관들을 각기 따로 담아 영구 보존 처 리하는 등.
몬스터 군단이 인류의 첨단 화력을 견뎌 낼 수 있었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무슨 생각 해?”
직접 읽어 보라는 말은 하지 않았 다.
주변인들에게 감응을 여는 것이 얼 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는,그녀의 행 적이 절실히 드러내 줬으니까.
“강화제. 알아?”
연희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그녀의 시선도 나처럼 그릇에 고여 있는 핏물로 향했다.
“어디에서부터 발원됐는지를 모른 다. 마석 병기와는 다르게.”
강화제의 출현 시기는 마석 병기보 다 훨씬 빨랐다.
“만들 수는 있고?”
“그럼 생각할 거리가 없겠지. 내가 만들어 버리면 되니까.”
“기다리면 네 수중에서 나오게 될 거 야.”
연희는 제법 우아함을 찾은 손길로 스테 이크를 썰었다.
그러고는 나이프로 스테이크며 접시 며, 뜯다가 그만둔 바게트까지 하나하 나가리켰다.
“이것들 전부가 네 수중에서 나왔던 것처럼 말이야. 어떤 경로를 통해서인 지는 몰라도, 그 시작은 네 주머니잖 아. 그렇지?”
종국에는 그리되겠지만 확답을 내릴
수는 없는 문제다.
지분을 정리하기 시작할 테니까.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에서 푼 1조 달러 규모의 천문학적인 자금은 그룹 의 창고 안에 잠재되어 있는 돈이 아 니었다.
시작의 날부터 지금까지,세계 주가 의 미친 듯한 폭락을 방어하기 위해 문자 그대로 속옷까지 탈탈 털어서 쏟 아부었다.
창고 속 현금은 세계 각국의 기업 주
식들로 바뀌어져 수많은 유령들의 이 름으로 봉인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 때문에 세계 자본의 흐름이 경색 됐다.
거래량이 전과 다름없어 보이는 것 은 그러한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 자전 거래(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같은 계 열들끼리 주식을 사고파는 행태)가 꾸 준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
거기서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수수료 도 결국 내 주머니 안에서 돌고 있는 꼴이라지만, 계속될수록 바깥으로 샐 수밖에 없는 자금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푼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앞서 말했던 세계 자본 의 흐름이 꽉 막혔다는 것이다.
돈은 돌고 돌아야 한다.
내 안에서만 고이게 두는 것은 하나 같이 야수인 각성자들을 강제로 가둬 두는 꼴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 다.
썩어 문드러지다가 불만이 폭발하 듯,세계 경제는 일시에 폭발할 수 있 었다.
그리고 그 충격은 시작의 날과는 비 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시작의 날에 자산을 대거 청산하여 가진 것이라고는 현금뿐인 이들이 우
리 옆 테이블에도,그 옆 테이블에도 즐비했다.
그들은 소수에 속하지 못했다.
세계가 다시 안정을 찾을 거라는 데 베팅을 하지 않은 자들이다.
세계는 이러한 자들로 인해 인류 역 사상 가장 많은 현금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전 세계는 동시다발적 으로 하이퍼인플레이션(통화량의 증 가로 화폐 가치가 하락,모든 상품의 물가가 치솟는 현상)이 들이닥치게 되 는 것이다.
그것이 앞서 말했던 시작의 날보다
더한 충격이란 말이다.
거기에 중국에 가할 경제 제재의 충 격까지 보태지면 지금까지 공들여 쌓 은 금자탑은 밑기둥부터 무너져 버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은 내 지시가 없었어도,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지분 중 일부를 급히 매각해서 1조 달러를 유치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이다.
현재 거기를 선두 지휘하고 있는 김 청수의 작품일 테고.
결론은 이거다.
우리는 장악하고 있는 세계 기업들
의 지분들을 시장에 풀어야 한다.
세계에 넘쳐나는 현금들을 다시 거 둬들여야 할 때다.
크게는 세계 전체의 하이퍼인플레이 션을 막기 위해서.
중간으로는 경색된 세계 자본의 흐 름에 물꼬를 트기 위해서.
작게는 기존 경제의 원활한 성장을 위해서.
그 과정에서 대중들은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을 비롯한 내 주머니 기업들 에게 오히려 손가락질을 할지도 모른 다.
자신들이 내게서 무엇을 받았는지도
망각한 채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더 큰 부를 누리게 된 것처럼 보일 테니까.
헐값에 사들였던 것을 다시 비싸게 파는 거니까.
지분을 다소 정리하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대량의 지분들 은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할 테니까.
세계 각성자 협회는 인류에게 새로 운 시대의 부흥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 전에 나부터가 유례없는, 금융 호황기를 선사해 줄 생각이다.
또한 중국에 가할 경제 제재로 인한 충격은 그것으로 상쇄시킬 것이고.
“쉴 땐 쉬어야 한다면서? 역시 세계 의 주인은 쉬려야 쉴 수가 없는 건가.” 노트북을 꺼내자 연희가 눈웃음을 말아 감았다.
“그럼 그거 내가 먹는다?”
사태는 급박했었다.
그분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기에는 시장의 위험스러운 징조가 너무도 눈 에 띄었다.
최고경영자인 조나단에게서도 이렇 다 할 연락이 없었다.
시작의 날을 어떻게 방어했는데? 여 기서 물거품이 될 수는 없었다.
사실 김청수 딴에는 조나단 투자 금 융 그룹의 CFO(최고재무책임자) 자 리를 걸고 감행한 일이었다.
세계는 승전의 기쁨에 취해 있지만.
그를 비롯한 조나단 투자 금융이란 거대 항모가 치르고 있는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김청수는 연기금을 크게 운 용하고 있는 국가들과 세계의 큰손들 에게 1조 달러대 지분을 급히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가진 건 현금뿐이었다.
시장의 현 가치가 아니라,그 이상을 불러도 제발 팔아만 달라고 사정을 해 오기 시작한 곳들이었다.
세계 경제 시스템에 1조 달러대 윤활 유를 칠하는 것은 그렇게 문제가 없었 다.
평상시라면 몇 개월에 걸쳐 거래가 진행되었어야 할 일들이 급행으로 하 루 만에 체결되었으니까.
“됐습니다. 소폭이나마,세계 주가가 동반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김청수의 사무실 문이 벌컥 열 렸다.
“보고 있습니다.”
김청수는 보고자와 같이 안도할 수 없었다.
보고자는 사무실에 감도는 무거운 기운을 감지했다.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의 수석 트레 이더이자 김청수의 직속이기도 한 그 였다.
“설마…… 인가되지 않은 거래였습 니까?”
“그렇습니다.”
“맙소사.”
“책임은 내 선에서 지겠습니다. 여러 분들은 시장을 계속 주시하세요. 겨우 잔불 하나 밟아 놨을 뿐입 니 다.”
보고자는 차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무려 1조 달러 규모 의 거래였다.
상관인 브라이언 김의 모국 한국으 로 치자면,그 나라의 GDP에 육박하 는 거래였다.
이는 그룹 전체의 자산이 얼마인지 는 상관없이 금융 역사에 한 획을 그 을 빅딜 중에 빅딜이었다.
그걸 최고 책임자의 인가 없이 저질 러 버리다니?
아무리 재무 책임자라도 그간의 공 로가 무색해지는 이야기 였다.
“그리고 매각 자금은 세계 각성자 협
회로 이관하겠습니다. 워싱턴으로 협 조 공문 띄우세요. 자금 활용에 대해 선 이 번호로 연락하시 면 됩 니다.”
보고자에게는 김청수의 그 말이 유 언처럼 들렸다. 문은 매우 조심스럽게 닫혔다.
시작의 날 이후부터 한번도 숙소에 들어간 적이 없었지만,그날 밤은 유 독길었다.
후회가 없지는 않았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세계를 이끌고 있는 주역 중에 하나가 자신이었다.
별 볼 일 없이 월가를 떠돌던 자신을 그분께서 거둬 주신 이후로 승승장구,
온갖 모험과 영웅담의 주인공이 되어 왔었다.
그러한 삶도 이제 파국이 보인다. 돈 이 아무리 많으면 무엇 하랴. 바하마 군도에서 왕족 같은 삶을 살 수 있으 면 무엇 하랴.
인간이란 세간의 존경과 명예를 먹 고 사는 동물인데.
김청수는 그분의 질서에서 떨어져 나간 다음의 삶을 생각하기 어려웠다.
가뜩이나 그분의 밑에서 세계를 움 직여 왔던 한 사람으로서,초야에 묻 혀 버리기에 자신은 아직 너무나 젊었 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지 않은가. 전에 는 공상이라고 치부되었을 외계 문명 들을 향해,언제나 그렇듯 인류는 또 다시 나아갈 것이다.
그 문명들에는 또 어떤 새로운 물질 과 자원들이 있을까. 그것은 또 우리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까.
그 위대한 이야기들에 자신의 이름 은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튿날이 었다.
그때도 김청수는 손등으로 눈을 비 비며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메일이 도착했다.
자신을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의 CFO 브라이언 김 대신,김청수라고 만 지칭하는 사람은 가족을 제외하고 는 세상에서 단 한 명밖에 없었다. 메일의 발신지는 그분이었고 자신의 목을 치는 메일이라고 생각됐다. 그런데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김청수. 훌륭한 조치였다. 협회로 1조 달러를 이관한 것 역시.」
김청수의 전신이 파르르 떨렸다. 자신의 권한을 실감하며,이루 다 말
할 수 없는 흥분이 전율로 일어났다.
「활동할 수 있는 기력이 남아 있기를 바란다. 자세한 건 이하 자료로 첨부하였 다.」
첨부된 자료는 세 가지 였다.
하나는 앞으로 지분을 정리함에 있 어서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조건들, 다른 하나는 대중 경제 제재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였다.
김청수는 마지막 하나를 인쇄해 주 머니에 넣고 앞선 두 자료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옮겼다.
그런 후에 바깥에 대고 소리쳤다.
“바로 차 대기시켜 놓으십시오! 워싱 턴으로 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