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06
18화
제시카는 깊게 고민한 만큼 많은 말 을 쏟아 내진 않았다. 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이 묻어 나오는 말들이 었다.
그녀는 내 곁에 남기로 결정했다. 그다음에야 제시카와 질리언은 모든 진실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인류가 올드 원과 둠 카오스의
싸움에 휩쓸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 었고,다른 제사장들이 아는 바와 같 이 내가 여섯 번째 마제인 둠 맨이라 는 사실까지도 알게 되었다.
특히 시작의 장의 정체를 알게 된 후 부터는 두 우주적 존재의 싸움에서 선 악(普惡)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는 걸 깨닫게 된 것 같았다.
우리 인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멋 대로 징집해 버린 올드 원이나.
다른 차원의 종족들을 흡수하여 군 단으로 부리고,또 그 싸움의 전리품 으로 포악한 약탈을 감행하는 둠 카오 스나.
두 우주적 존재는 서로를 잡아 삼키 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돌아가는 길은 무거운 침묵뿐이었 다.
각자 본인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나 같은 경우엔 성(星) 드라고린의 세계관과 관련된 것이었다.
여기에서 신마대전으로 불리는 시기 에 어떤 전쟁이 펼쳐졌었는지는 알고 있는 바가 적다.
하지만 시작의 장에서 올드 원이 우 리에게 주야장천 말해 왔던 게 있었 다.
힘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증명하라.
에이션트 드래곤이라는 존재들은 이 를 증명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 혈맥을 잇고 있다는 이 유만으로 날 보자마자 역경자를 터트 린 것 같은 공능을 보였던 드라고린은 또 뭐란 말인가.
애당초 여기를 창조하고 온갖 방어 장치들을 심어 놓을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면 우리 인류를 왜 전장 의 한복판에 떨어트려 놨던 것인가.
본인들끼리만 지지고 볶고 할 일인 것을…….
젠장할 새끼들.
이기적인 새끼들이다.
체스판 위의 졸병들을 내려다보면서 팔자 좋게 신선놀음이나 하고 있을 것 이다.
그런데 주의할 게 있다. 얼마 안 되 는 정보만으로 그것들의 목적과 방법 을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
흐름을 읽어 내야 한다.
눈앞의 사건만 쫓다간 투자 시장에 서 돈을 잃기 바쁜 개인 투자자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예컨대 나는 세계 증시를 끌어올릴 심산으로 금리를 인하시키고 있는 중 이다.
중국과의 경제 전쟁이란 악재가 이 를 저지하지 못할 거란 것도 알고 있 었고,한 손에 움켜쥐고 있던 지분들 도 다소 풀어서 물길을 원만하게 터 주었다. 그게 장기적 인 흐름이다.
하지만 그런 시국에서도 개인 투자 자들은 돈을 따지 못한다.
중국이 금본위제의 화폐 개혁을 천 명했을 때 손해 보고 팔고.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면 다시 샀 다가 각성자들이 어디서 문제를 일으
켰더라 하면 또 손해 보고 팔고.
사고 팔기를 반복하다가 점점 자신 의 재산만 축내기 일쑤다.
반면에 정보를 움켜쥐고 있는 자들.
클럽의 회원들과 휘하 금융인들 그 리고 클럽의 장기적인 계획에 접근할 수 있는 제3의 자본 세력들은 일희일 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협회가 제대로 자리 잡기 전 부터 시장에 들어와 대세 상승기에 올 인하고 있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하지만 내가 둠 카오스와 올드 원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그것들의 행태가
참 이기적이란 것뿐이다.
그것들의 정체는 무엇인지,왜 서로 를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는 지,왜 구태여 졸병들만 내세워서 지 지부진한 싸움을 지속하고 있는지,무 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그런 진실에 대해선 예측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것이다.
다른 둠들은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에이션트 드래곤은?
주둔지로 돌아왔던 때였다.
못 보던 자들이 합류해 있었다. 강을 건너온 자들이 었다.
강변에는 그들이 타고 온 모터 달린 고무보트가 올라와 있었다.
다른 민간 기업의 로고를 전투복에 박고 있는 자들로 주둔지의 협회 깃발 을 발견하고선 경계 지역을 넘어온 것 같았다.
들려오는 대화들은 그리 관심을 가 질 사안이 아니었다.
민간 기업의 용병들은 협회의 점령 지가 어디까지인지 확인받고자 했고, 협회 소속의 용병들은 자신들이 확인 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정석 적인 대답을 내놓고 있었다.
이제 막 들었어도 그들의 대화가 겉
돌고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상부에 확인받으면 되는 거 아닙니 까?”
협회 소속 용병들 중 하나는 그때 내 가 돌아온 걸 발견하였다.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자 먼 거 리지만 내 뜻만큼은 전해진 것 같았 다.
“여기는 협회 최고 지도부의 작전 지 역입니다. ”
“최고라면 어디까지 말입니까?”
“그쪽들이 알고 있을 제일 끝. 그분 들의 이름까지 거론해야겠습니까?”
“아……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혹 시 도움이 필요 한 게 있을까요 ?”
“그쪽 각성자분들 중에 치유 능력을 보유하신 분이 있다면 와 달라 해 주 십시오. 강제사항은 아닙니다만. ”
조슈아의 기척은 멀리 언덕에서 느 껴 졌다.
질리언 부부를 게이트로 돌려보내 놓고 나서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대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천막 들을 응시하고 있는 조슈아에게선 누
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는 위태로운 분위기가 팽배했다.
혹 힐러들이 본인을 의식해서 힐링 에 집중하지 못할까 봐 자리를 옮겨 둔 것으로 보였다.
그와 그의 공대원들은 반드시 죽어 야 하는 무대에서 살아남은 소수들이 라 연대가 끈끈했다. 네크로맨서의 로 브만으로는 감춰지지 않는 상실감을 느끼며 그 옆에 앉았다.
“5km 남쪽에 도시 하나가 있더군. 칼도란 가문의 본거지인가?”
우리는 끝내지 못했던 대화를 이어 나갔다.
“예.”
“같이 갈 텐가? 전리품을 내팽개치 면 죽은 이들만 억울하지.”
“……여기의 이권에는 개입하지 않 기로 한 것 아니 었습니까?”
“네 그룹의 이름으로다. 협회가 한 것이라고는 부상자들을 수습해 준 것 뿐이지. 어쨌든 너희들이 홀린 피에 준하는 전리품이 있으면 좋겠군. 홀리 나이트 중에서도 강자에 속하는 가문 이니.”
“그렇다면…… 저 혼자서 충분합니 다. 고작 그런 일에 마스터께서 나서 실 필요는 없습니다.”
조슈아의 어깨를 툭툭 쳐 준 후 자리 에서 일어났다.
“아니,함께 가지.”
그는 다 털고 일어난 것처럼 보여도 부상이 남아 있는 몸이다.
“조슈아.”
“예.”
“여기에 올드 원의 힘이 깃든 아이템 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나?”
전화(戰火)를 정면으로 맞닥뜨린 땅 중에 하나였다.
사방 군데로 뻗쳐 있는 도로들이나 도시 밖 민가들은 파괴되어 있었다.
역병이 거둬지지 않은 지대도 광활 히 펼쳐져 있었다.
조슈아의 설명에 따르면,홀리 나이 트 칼도란이 농성을 지속하다가 먼저 군대를 이끌고 나와 전장을 옮겼다고 했다.
그때 칼도란 가문의 주력들이 빠졌 던 모양이다.
역병에 대치하는 능력을 보여 줬다 던 녀석들까지.
그래서 성벽 위에 잔존해 있는 자들 은 일반 병사들뿐이 었다.
그런데 칼도란 가문의 문장이 찍혀 걸려 있어야 할 깃발은 내려가 있었 다.
그 자리에 투항을 의미하는 백기가 걸려 있을 뿐만 아니라 성문도 열려 있었다.
그 안으로였다. 우리가 나타나기만 을 기다리고 있던 자들이 보였다.
커다한 보석함을 힘겹게 안고 있는 노인이 중심이 었다.
고급스러운 의복을 입은 무리,도시 의 지배층들이 동참해 있었다.
귀족들이겠지.
“현명하군.”
여기에는 이미 전황이 알려진 것 같 았다.
대대로 소용돌이 대지의 수호자를 자처했던 가문이 통치하고 있던 도시 였다.
그런데 통치자가 무너지자 도시의 귀족들은 투항 쪽으로 뜻을 모으고 기 존의 통치 가문을 제압해 버린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확신할 수 있던 데에는 성벽 에 걸린 시체들에 있었다.
칼도란의 식솔들일 것이다
조슈아가 내 눈빛을 받고는 앞장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의 어깨선을 따라 녹색 오라가 피 어오르기 시작했다.
쿨 타임이 충전되지 않은 오시리스 의 영역 대신 언제고 개방할 수 있는 역병의 운무(雲露)를 준비해 놓은 것 이다.
한편 노인을 필두로 도시의 귀족들 이 조슈아의 걸음걸이 하나하나에 반 응하고 있는 걸 보면 조슈아에 대한 공포가 이미 새겨져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나서서 공포감을 조성할 필요 는 없어 보였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다른 군사 적 음직임은 느껴지는 게 없었거니와
이들의 투항은 일단 의심할 데가 없었 다.
조슈아가 지나친 길을 따라 걸었다. 노인은 조슈아와 가까워지질 기다렸 다가 보석함을 두고 뭐라 뭐라 말하기 시작했다.
도시를 통치하는 상징이 들어 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조슈아는 보석함을 건네받지 않고 그들이 열어 준 길을 그대로 지 나쳐 갔다. 노인과 귀족 무리는 내 뒤 로 멀찍이 따라붙었다.
조슈아는 도시의 중심부,높게 솟은 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내 걸음 속도에 보조를 맞췄는 데,그러다 도시의 귀족들은 내가 조 슈아보다 윗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았다.
그들이 술렁거리며 사색이 되어 갈 때.
우리는 빼곡한 민가 지역을 지나 상 가 지역까지 들어와 있었다.
도로는 일찍부터 비어 있었고 창문 들은 닫혀 있었다.
그래도 살짝 열려 있는 창문들에선 침공자에 대한 호기심과 공포심으로 얼룩진 눈알들이 굴러다녔다.
그런데 이것들 봐라?
처음으로 매복이 분명한 기척들이 포착되었다.
본격적으로 5층짜리 상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되는 이 도시의 중심지에 서였다.
조슈아는 크큭,하는 짧은 코웃음 소 리를 냈다. 하지만 걸음은 멈추지 않 았다.
대신 그의 어깨선을 따라 피어오르 고 있던 녹색 오라들이 안개로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주인에게 생명을 받은 또 어떤 존재들처럼 갖가지 악령(惡靈) 같은 형태로 말이다.
안개에 스며들어 있는 녹색 빛은 짙 었다. 그것들이 상가 건물들의 마지막 층 창문을 향해 쏜살같이 퍼져 날아갔 다.
거기의 나무 창틀 사이로 조슈아가 보낸 악령들이 스며들어 갈 때마다 다 양한 신음 소리들이 튀어나왔다.
방어막을 띄운 자들이 창밖으로 몸 을 던져 대기 시작한 시점도 바로 그 때였다.
그때도 내가 개입할 필요성을 못 느 꼈다.
조슈아의 걸음을 늦출 수 있는 자는 거기에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 멍청한 것들은 비명을 지르며 또 역병의 녹색 운무에 휘감기며.
그렇게 조슈아를 향해 쏟아져 내렸 다.
하지만 그것들이 기대했던 결과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들의 몸은 두 동강이 난 채 조슈 아가 지나쳐 간 자리로 떨어져 댈 뿐 이다.
조슈아의 8개 스킬 중 하나는 하누만 의 꼬리와 흡사했다.
싁싁一!
불타는 꼬리 대신 죽음 특성을 채찍 형상으로 띠고 있었고 범부의 눈으로
는 절대 쫓을 수 없는 속도에 의해 휘 둘러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그르록,피가 끓어오르 는 신음 소리들이 들린 쪽들은 차마 몸을 던질 용기는 내지 못한 채 죽어 가는 이들이었다.
길은 허공에서 쏟아져 버린 핏물들 과 그 시체들로 너저분해지는 중이었 다.
구태여 다시 씻고 싶은 생각은 없었 다. 조슈아를 지나쳤다.
앞에서 돌아본 그쪽은 더 가관이다. 조슈아가 지나친 자리로만 시체들이 늘어져 있으며 피 웅덩이가 만들어지
고 있었다.
게다가 빠른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 기 때문에 독성(毒性)의 증기가 올라 오고 있는 것만으로도 뒷거리는 뿌예 지고 있었다.
또한 조슈아가 상가 건물들로 올려 보냈던 운무들이 제 목적을 마치고 다 시 바깥까지 퍼져 나와 있었다.
그것들은 내려앉은 구름의 모양을 띠고 있었다. 거리 전체를 위협하는 자태로.
추가 공격이 없어진 시점에서였다.
조슈아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은 거리가 시작되는 지점
에서 멈춰서 버린 귀족 무리 쪽으로 향해 있었다.
이제 도시의 귀족들이 해야 할 일이 분명해졌다.
본인들이 직전의 습격과 관계없다는 것을 항변하는 일이다.
통치 가문의 사람들을 죽여서 성벽 에 내건 자들이 아닌가.
그들과 관계없는 습격일 공산이 높 으나,그들은 눈앞의 벌어진 광경에 공포로 넋이 나간 나머지 누구 하나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발발 떨기만 할 뿐.
그때 스르르-
거리에 띄워져 있던 녹색 구름들이 내려앉았다. 귀족들을 향해서 였다.
독성의 증기로 뿌예진 데다가,녹색 구름에 휩싸여 있기까지 해서 그들이 발버둥 치기 시작한 광경은 그리 뚜렷 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어떻게 죽어 가는 지 지켜보자고 개안이나 감각을 끌어 올릴까.
어쨌거나 귀족들을 덮친 녹색 구름 은 작은 크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조슈아에게서 멈추지 않고 계속 피어오르던 녹색 운무들은 도시 상공에 집중되고 있었다.
겹쳐지고 확장되면서 상공 전체를 꾸준히 장악해 나가는 중이 었다.
그때는 달빛이 보다 강해지던 무렵 이었다.
그랬기에 녹색 구름을 통과하며 기 울고 있던 달빛들은 어느새 녹색 빛깔 을 띠며 도시를 밝히고 있었다.
역병이 도시 전체로 내려앉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보였다.
도시의 모든 거주민들을 몰살시키고 도 남을 역병 구름은 상공을 채운 채 로 제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중이었 다.
그나마도 조심스럽게 열려 있던 창 문들이 바쁘게 닫혔 댔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 요”…’
도시 전체가 녹색 빛에 잠긴 채 그런 울부짖음을 토하고 있을 때.
조슈아가 내게 시선을 가져오며 물 었다.
“여기서 멈춰도 되겠습니까?”
그도 도시의 거주민들을 몰살시킬 마음은 없던 것이다.
전투는 끝났다.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자가 존재하 지 않는 땅에 그 어떤 가치가 있겠는 가.
누가 그와 그의 공격대를 위해 황금 을 바치겠는가.
“여긴 네 그룹의 차지다. 얼마든지.”
그러자 조슈아가 얼어붙어 있는 도 시의 경비병 하나를 특정해 보석함을 가리 켰다. 들고 따라오라는 거 다.
보석함은 빠르게 녹고 있는 시체들 에 파묻혀 있었는데 견고한 점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다시 도시의 통치 가문이 대 대로 살아온 본거 지를 향해 갔다.
거기서 무엇이 나오든 또 도시 전체 의 무엇이든지 간에.
녹색 밤의 주인과 그 부하들의 차지 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