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42
6 화
게이트를 넘을 때면 시야가 어둠으 로 가려지는 찰나의 순간이 있다. 이때만큼은 깊은 수렁 속으로 빨려 드는 기분이었다. 치덕치덕한 불길함 으로 가득한 손길이 발목을 잡아당기 는 듯한 기분.
심장의 박동조차 이제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연희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을 뿐이었다.
죽었는지,살았는지.
이태한의 집무실로 도착하자 각성자 한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님은? 우리 마리 누님 말이여!”
성일이 그에게 달려들며 외칠 때. 나 는 바닥에서 눈을 델 수 없었다.
사방에는 피가 흩뿌려져 있었으며 연희의 것이 분명한 발자국 흔적도 핏 물로 찍혀 있었다.
실내를 벗어나지 못한 부근에는 더 많은 양의 핏물이 고여 있었다. 연희 가 쓰러진 자리였다.
연희는 귀환석을 써서 도주해 왔음 에도 얼마 버티지 못한 것이다.
연희의 팔이 바닥을 휘저어 만들어 진 흔적에선 당시에 받았을 고통이 고 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묻고 있잖어 ! 누님은 살아 계시 냐고 오오一!”
뒤에서 성일의 울부짖음이 쩌렁쩌렁 울리는 순간.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 같은 기분과 함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리 멀지 않은 곳!
연희는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연희의 숨결이 포착된 거기까지 어
떤 정신으로 달려갔는지는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성일이 비보를 가지고 온 순간부터 기억이 난도질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연희는 내 앞에 있었다.
연희 같은 능력자가 바이탈 센서를 덕지덕지 붙인 모습은 영 실감이 들지 않는다.
그녀는 정말로 죽은 듯이 병상에 누 워 있었다. 정신을 잃은 상태였어도 일그러진 표정만큼은 풀어지지 않은 채였다.
노년에 병마와 싸우다가 숨이 멎었 을 때에나 보이는 그런 고통스러운 얼 굴이었다.
헤어졌을 때 보였던 밝은 얼굴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게 너무나 믿기지 않았다. 얼이 나가 있 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것이 제발 살 아만 있으라고 빌었던 게 직전이었는 ᅰ—.
처참한 연희의 얼굴을 마주하고 나 니 온몸이 떨려 대기만 했다.
연희는 살아 있어도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바이탈 신호가 미약했다.
심박수는 당장 목숨이 끊겨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 었다.
혹시나 싶어서 그녀에게 뇌력을 주 입해 봤다.
그러나 심박수는 오히려 더 내려갈 뿐,호전되는 낌새가 조금도 없다.
대체 무엇이 연희를 이 지경으로 만 들었단 말인가! 내 연희를!
주먹이 저절로 말아 감겼다.
강력한 스킬들이 본인들을 꺼내 달 라며 내부 깊숙한 곳에서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몸은 계속 부들부들 떨려서 음성도 떨리며 나왔다.
“어떻게 된 거냐……
그렇게 물으며 뒤로 고개를 돌리자 그제야 병실 안의 광경이 시야로 들어 왔다.
협회 힐러진들 외에 의학 교수진들 까지 소집되어 있었다. 그들의 몸에 흥건히 묻어 있는 건 전부 연희의 피 였다.
이태한이 어두운 표정으로 한 발자
국 옮겨 왔다.
“복귀하실 때부터 의식이 없어 보였 습니다. 남기신 말씀은……
그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 다는대답이었다.
“웃기는 소리 말어! 의식이 없는데 어떻게 왔단 말여!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왔으. 누님께서 복귀하셨을 땐 분명히 의식이 있었으! 얼릉 대답 못 혀? 무슨 말씀이라도 남기셨을 거란 말여! 뭘 어떻게 당했는지 알아야 치 료할 것 아녀어어어 一!”
노성(怒聲)이 실내 바깥에서부터 터 져 나왔다.
성일은 이태한을 그렇게 쏘아붙이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가 연희를 내 려다보며 또다시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누님. 이게 무슨 일이당가요! 대답 좀 해 보쇼! 제발요. 제발 눈 좀 뜨세 요오오.”
성일은 차마 연희의 몸에 손을 대지 는 못하고 어 쩔 줄을 몰라 했다.
성일을 뒤로 물린 다음 연희의 상태 를 다시금 확인했다.
이태한이나 협회 힐러진들이 난색을 짓고 있는 건 다른 게 아니다. 연희의 상태를 설명할 길이 없는 거다.
꼭 현대 의료 기술을 빌리지 않더라 도,이태한 정도 급이 되면 대상의 생 명력이 어떻게 꺼져 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법.
연희가 단순히 정신을 잃은 것이라 면 외상이 수습된 지금에 이르러서는 바이탈 신호도 숨결도 모두 정상이어 야만 하는 거였다.
죽음 특성의 부정 효과가 남겨져 있 는 것도 아니니까.
일찍이 정신세계가 파괴된 것이라면 사건 현장에서 즉사해 버리거나 무방 비 상태의 백치가 되어야만 하는 거였 다.
그러나 연희는 둘 중 무엇도 아니었 다.
하지만 나는 연희에게 무슨 일이 일 어났는지 알 것 같았다. 추정되는 게 있었다.
눈앞이 순간적으로 깜깜해져 버린 건 그걸 깨달았을 때였다.
연희가 그 옛날에 얻었던 특성 ‘부활 자’에 대해서 말이다.
이태한이 나와 눈을 마주치며 입술 을 열고 있었다.
“힘드…… 시겠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정신계 각성자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태한은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쓸데없는 짓이다.
아직 연희는 이렇게나 살결이 따뜻 하고 숨도 붙어 있지만, 그녀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이 었다.
죽은 몸으로도 잠깐 살아서 여기까 지 복귀해 올 수 있었던 까닭은 특성 부활자 때문일 것이다.
특성 유지 시간이 끝나는 대로 그나 마 붙어 있던 숨도 사그라지고 말 것 이다.
몸은 식어 갈 것이며 그녀의 목소리 를 다신 들을 수 없게 되는 거다.
그렇게 연희는 진짜 죽음을 맞이하 게 된다.
나를 떠나게 된다.
그게 부정하려야 부정할 수 없는,곧 닥칠 미래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너무도 오랫동안 잊고 살아 왔 다.
시야 안에선 양손이 괴로움으로 파 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거기에 얼굴을 파묻고 말았는데 손 가락 끝마다 주체 못 할 힘이 실렸다.
마치 쥐어짜듯,그것들이 닿는 이마 로 관자놀이로 통증이 찌릿했으나 그
정도 통증 따위론 감정이 수습되지 않 았다.
성일의 목소리가 뒤에서 닿고 있어 도 뭐라 하는지 잘 들리지도 않는 건 그때문이었다.
연희의 몸에는 다수의 오크들에게 공격받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직접 적인 원인이 될 수 없었다.
오크들 따위를 처리 못 할 연희가 아 니다.
그것들의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 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예컨대 그녀의 정신계 능력을 활용 할 수 없었던 상황.
즉,그녀가 오크들의 공격에 노출된 건 정신세계가 파괴된 이후의 일이다.
연희에게 죽음을 선고(宣告)했던 진 짜 사건은 그 전에 있었다.
강력한 정신계 능력을 가진 존재가 연희를 공격했다. 오크들 중에 정신 대결로 연희를 이길 수 있을 존재가 있을 거 라곤 생각되 지 않는다.
연희는 어떤 초월체와 맞닥트렸을 것이다.
사대 정령왕일 수도 있고 남아 있는 고롱들 중에 하나일 수도 있다.
엔테과스토도 내게 악의를 품고 있 을 터라서 용의 선상에 오르지만, 놈 이 손을 쓴 일이라면 연희는 부활자가 발동될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즉사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칠마제 진영에서는 엔테과 스토보다 급이 떨어지되 정신계 능력 이 특출 난 것으로 한정된다.
한 새끼밖에 없다.
루네아 그 잡것 새끼.
올드원 진영에서는 제이둔(더 그레 이트 레드)보다 급이 떨어지는 것들인
데,블루와 실버는 이미 죽어 엔테과 스토의 무릎에 대가리가 박혀 있다. 화이트는 태고에 의문의 죽임을 당 했으니 남아 있는 것으로 한정 지으면 연희를 공격한 초월체는 여덟을 넘지 못한다.
1. 루네아
2. 더 그레이트 골드
3. 더 그레이트 블랙
4. 더 그레이트 그린
5. 불의정령왕
6. 물의 정령왕
7. 대지의 정령왕
8. 바람의 정령왕
연희를 죽인 새끼는 아무리 넓게 잡 아도 그중에 속해 있다.
더 줄일 수도 있다.
정신계 능력이 확인되지 않은 정령 왕들을 소거,세 고룡 중에서도 제이 둔만큼이나 급이 높은 카시안이 있을 거라가정한다면.
1. 루네아
2. 더 그레이트 ?
3. 더 그레이트 ?
루네아 그 잡것 새끼를 포함해서 단
셋뿐이다.
그런데 복수가 무슨 소용이냐.
그것들 대가리를 전부 다 끊어 놓아 도 연희가 살아나는 게 아니지 않은 가.
그딴 복수 따윈 연희가 살아난 다음 에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연희를 살려 낸 다음에…… 그다음 에…… 그러니까 그다음에…….
손가락 끝에 실려 있던 힘들을 의식 적으로 풀었다. 손바닥으로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연희의 모습을 두 눈에 담 았다.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연희를 끌어
안은 채로 시간을 허비할 것 같았다. 지금은 곧 죽을 자를 살려 내는 방법 으로 무엇이 있을지 그리고 어떤 것이 최선인지 궁리해야 할 때지,연희의 마지막 체온을 느끼고 있을 때가 아니 란 말이다.
한편 정신계 각성자로 추정되는 기 척이 병실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시작해라. 당장.”
이름 모를 녀석에게 말했다.
1. 시간 역행의 인장
2. 부활의 인장
3. 불사(不死)의 공능
그것들은 죽은 자든,곧 죽을 자든 전부 다 살려 낼 수 있는 재료들이다. 시간 역행의 인장은 내 기억 속에 잠 들어 있다.
그러나 그것을 복사해 낼 수 있는지 를 떠나,얼마나 초월적인 마나가 필 요할지는 불 보듯 뻔한 일.
불사의 공능도 권능에 걸린 잠금장 치와 연계된 사안.
최우선으로 시도해 볼 법한 것은 ‘부
활의 인장’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것을 복사하는 방법을 깨우치든, 또 아버지께 깃든 그것을 수거하는 방 법을 깨우치든.
어쨌든지 간에 현실 세계에서 벗어 날 필요가 있었다.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정신세계 로 말이다.
“귓구녕 처막힌 거여? 오딘 말씀 못 들었으?”
그러나 정신계 녀석은 위축된 자세 로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긴장을 풀려고 노력을 해 보고는 있으나 두 눈에 깃들어 버린
두려움만큼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와 함께 내 정신세계로 들어갔다 간 목숨을 잃을 거라 판단한 게 틀림 없었다.
본인의 정신이 붕괴되어 버리거나, 운 좋게 살아 돌아와도 뒤처리를 당할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연희의 죽음을 바 라는 숱한 각성자 중에 하나일 것이 다.
정말 그럴 수 있었다.
첫 대면에 녀석에게서 발견한 것은 연희를 향한 역겨운 눈빛이었다.
나는 지금,내 모든 인내심을 다 끌 어올리고 있었다. 지금껏 쌓아 올린 세상이 전부 다 무너지는 느낌과 함께 말이다.
“니,죽고 싶어 환장한 거지?”
“시작해,어섯!”
성일과 이태한은 거의 동시에 움직 였다.
녀석은 내 앞으로 나뒹굴었다.
나는 녀석의 정수리를 한 손으로 붙 잡아 일으켰다.
악력을 조금만 끌어올리는 것으로도 녀석의 아가리에서 비명이 흘러나왔 다.
녀석을 놓아주며 말했다.
“두 번 말하지 않겠다. 시작해라.” 정신세계에서 인도자의 역할은 중요 하다.
불안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지만 그 나마 빠르게 소집시킬 수 있었던 게 이 녀석뿐이라서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 소인 루네아 이옵다니다요. 좋은 소식 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첫 메시지를 시작으로 잡것 새끼의 목소리가 와르르 쏟아졌다.
[ 좋은 소식은 드라고린 레드의 은신처를 발견했다는 것이어요. 그리고 나쁜 소식 은…… 그것을 추적하던 도중에 둠 맨 님 의 여 제사장과 관련된 사건을 알게 되었 사옵니다요. 더 그레이트 블랙이 둠 맨 님 의 여 제사장을 습격 한 것 같사온데,이미 아시는 일 인지요? ] [ 소인 루네아는 둠 맨 님의 여 제사장의 안위가 너무나 걱정되어요. 진심으로 여 제사장이 무사히 생환하여 둠 맨 님의 품 안에 안겨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요.] [ 그러니 둠 맨 님께서 본토로 복귀하신 것이 그 일 때문이라면 소인 루네아의 바 람은 이뤄진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다행이 어요. 하지만 그래도 더 그레이트 블랙의 습격을 받았기 때문에 살아 있어도 한시 가 위급한 상황이겠지요. ] [ 둠 맨 님께서는 여 제사장을 치유하는 데 전념하셔요. 복수도 지령도 소인 루네 아가 상위 군주님들을 어떻게든 설득해서 대신 완수하겠사옵니다요. 소인 루네아의 공로만 알아주신다면 소인 루네아는 둠 맨 님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사옵니다 요. 소인 루네아만 믿으셔요. ] [ 이번을 계기로,소인 루네아의 충정을 중명해 보이겠사옵니다요. ]메시지는 그쳐 있었다.
그러나 눈앞의 세상은 뻘건 색채로 오염된 것 같았다. 입술 사이로 흘러 나오는 숨도 뜨겁게 달아오른 채로 나 왔다.
정신계 각성자를 한쪽으로 치워 버 리고.
그때부터 잡것 새끼를 찾아 게이트 를 쉼 없이 열고 닫았다.
고개를 집어넣고 1 때마다 무수한 광경들이 스쳐 댔다.
이내 잡것 새끼를 발견한 곳은 그것 의 본토였다.
제 일족들이 뭉쳐서 만든 빛무리 안 에서 무력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 이 누추한 곳까진 웬일이셔요. 못 미더 우시겠지만 믿고 기다려 주시면 소인 루 네아의 충정을 중명…….]고개를 됐다.
잡것이 쓰러져 있는 바로 위쪽을 향 해 게이트를 다시 열었다.
한 손을 벼락 줄기로 휘감으면서.
쒜아아악-!
검게 찢어진 틈 속으로 팔을 뻗은 즉 시,잡것 새끼가 움켜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