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44
12화
희생자는 레드쉽이라는 아이디를 썼 던 남자였다.
일악 놈은 레드쉽을 작업하는 동안 에도 엠콥과 블랙아이에게 꾸준히 쪽 지를 보냈다.
그러나 엠콤은 일절 답장을 하지 않 았으며,블랙아이가 놈에게 넘 어가기 일보 직전에 살인 사건이 터진 것이었
다.
놈이 언제부터 사전 각성자들을 사 냥해 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이전에 사냥감을 물색하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었을 것이고, 놈부터가 성장이 완숙해지지 않았을 시기였을 것이다.
쉬운 일이었다.
엠콥의 계정이 등록된 주소지, 결제 지불 카드,모뎀을 임대한 주소지 일
체가 한 남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름은 와인드 러치.
그 또한 닷컴 붐과 흥망성쇠를 함께 한 자라 할 수 있다.
닷컴붐의 수혜를 입은 모든 기업의 창립자들을 다 숙지하고 있는 건 아니 다.
다만 향후 유력 IT 업종의 전신(前 身)인 업체와 창립사 정도는 꿰고 있 어야 했다.
예컨대 와인드는 온라인 음악 시장 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자였다.
뮤직테카(Musicteca.com)를 설립.
음악 콘덴츠를 다운로드 당 지불 방
식으로 판매하는 방식을 최초로 도입 했다.
그리고 닷컴붐에 힘입어 100만 개가 넘는 음악 트랙과 비디오 라이브러리 를 축적하며 디지털 음악 유통을 주도 하게 된다.
하지만 닷컴버블이 터졌을 때 그의 사업도 온전치만은 못했다.
성장한 속도 그대로 추락하고 만다.
그의 실종에 대해선, 크게 좌절하여 떠났던 여행에서 변고가 생겼을 거라 던 것까지가 과거의 이야기 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우연히 찾은 던전 안에서 죽고 말았
든지. 아니 면 놈에게 사냥 당했든지. 둘 중에 하나였을 거라고 보여 진다.
“뮤직테카? 그런 기업이 있었어?” 조나단이 반문했다.
“온라인에서 음악을 유통하는 업체 지.”
“세상 참. 빨리도 변해 가는군.”
“리스트에 넣어.”
조나단은 수첩을 꺼 냈다.
그가 지난번에 건네줬던 쪽지를 꺼 내 목록을 추가시 켰다.
그런 다음 지시하지 않았던,뮤직테 카의 매집 현황을 찾아왔다.
“연기금 펀드에만 들어가 있다.
2.5%. 앞으로 우리 순 재산으로도 적 극 매입하도록 하지. 그건 그렇고. 뉴 욕 증시에 새로운 매수 세력이 뛰어들 었어. 이 자식들도 상당히 공격적이 야.”
나는 고개를 끄덕 였다.
질리언 쪽일 게 분명했다. 조나단도 나와 똑같은 심증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그쪽에도 연기금과 억만장자들이 붙기 시작했으니까.”
나는 별 일 아니 라는 듯이 대꾸했다.
“어느 정도 규모야?”
조나단이 깊은 관심을 보였다.
“2000억 달러.”
“환장하겠군. 연기금 비중은?”
“60%. ”
“연기금이 1200억 달러나 모였단 말 이야?”
조나단은 본인부터가 사천 억 달러 이상의 연기금을 모집하는 데 성공해 놓고도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즉, 세계 각국에서 뉴욕 그룹과 맨 섬 그룹에 투입한 연기금이 오천억 달 러 이상이었다.
“뉴욕 증시만 과열된 게 아니란 말인 데……
조나단이 정확히 짚었다.
세계 각국의 연기금들이 자금을 운 용하는 패턴에도 엄청난 변화가 생겼 다.
각국의 연기금 운용 본부에도 자산 운용하는 엘리트 팀이 따로 있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각국, 각 연기금 위 원회들은 우리 두 그룹에 대한 투자 비율을 엄청나게 끌어올렸다.
캘 퍼 스 (CalPERS: 캘리포니아 공무 원 퇴직 연금)를 보라.
그들은 미국 내 다른 연기금들의 투 자 패턴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그 캘퍼스에서 그들의 총 운용 자산
1300억 달러 중 300억 달러를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에 전격 위임했다.
총 비중의 23%를 말이다.
이제껏 우리 같은 다른 투자 기관에 연기금을 위임해 왔던 수준은 기껏해 야 총 비중의 1%를 넘 지 못했던 것을 고려해 보면.
23%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수치인 지는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엄청난 짓을 캘퍼스 투자 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이다.
“확실히 러시아발 금융 전쟁이 모두 에게 충격적이긴 했지만.”
조나단은 나를 새삼 대단하다는 듯
이 쳐다보았다.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고 나면,미 처 못 들어온 연기금들도 들어오기 시 작하겠지.”
“더 들어오는 건 없지?”
내가 물었다.
“규모가 너무 커졌으니까. 이건 너한 테 안 보여 준 건데. 알고 있는지 모르 겠네.”
조나단이 음흉한 미소와 함께 일간 지 하나를 찾아왔다.
어제 자의 한 캘리포니아 일간지.
전면 기사는 캘리포니아 퇴직 공무 원들의 시위를 다루고 있었다.
그들의 소중한 연금을 헤지 펀드가 전신인 투자 그룹에 왜 맡겼냐는 것이 다.
상당히 큰 규모의 시위였고,캘리포 니아 주지사까지 나서 시위대를 설득 하는 사진이 박혀 있었다.
내가 물었다.
“로비 했어?”
“전혀. 알아서 보따리 짊어지고 온 거 알잖아.”
“그럼 알아서 처리하겠군.”
“그렇겠지.”
연기금을 맡긴다는 것을 단순히 투 자 행위로만 치부하기엔 중요한 문제
가 남아 있다.
그 자금으로 사들인 지분의 주주권 을 우리가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기간 동안.
조나단은 연기금과 질리언의 투자 그룹에 대해서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 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내게는 더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골드 온라인에서 가지고 온 서류들 을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시해야 할 건은 또 있었다.
블랙아이가 일했던 주소지로 향하면 서 전화를 걸었다.
존 클락에게.
〈예.〉
< 아닙니다. 주시만 하면서 특이 사항을 보고하기만 하면 됩니다.〉
< 고양이와 같은 종족인지요?〉
〈그럴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나단이 발간했던 저서는 아직까지 도 인기가 꺾이지 않았다. 그것은 들 어가자마자 보이는 서점 메인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는 척하면서 서점 곳곳을 눈으로 훑었다.
그렇게 크지 않은 서점이었다.
블랙아이의 이름은 티나.
나는 조나단의 책을 들고 여자에게 향했다. 과거 월가인으로 살았을 때 정열적으로 연애를 했었던 그녀도 붉 은 머리칼의 소유자였다.
티나는 그녀의 아이디답게,붉은 머
리에 흔치 않은 검은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서점 직원들과 융합되지 않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책을 정리하고 있는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티나의 명찰이 형광등 아래에서 반 짝이던 때였다.
“이 런 종류의 책을 찾고 있습니다.”
그녀의 얼굴 위로 흠칫 놀라는 기색 이 스쳤다.
“아…… 그게……
그녀가 머뭇거리며 시간을 끌고 있 던 그때.
우리를 주시하던 서점 매니저가 접 근했다.
티나는 서점 매니저와도 눈을 마주 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서점 매 니저는 그런 그녀를 못마땅한 시선으 로 쳐다보았다.
“죄송합니다. 손님. 무엇을 도와 드 릴까요.”
티나에게 했던 말을 똑같이 들려줬 다.
서점 매니저는 책에 박힌 조나단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는 B코너에 있 다며 친절하게 답했다.
티나와 서점 매니저 사이에는 별 다
른 대화가 없었다. 그럼에도 티나는 늘 있는 일인 둣,서점 매니저의 뒤를 따라갔다.
서점 구석에서 티나를 향한 서점 매 니저의 질책이 시작됐다.
책을 찾는 척하며 둘의 대화를 엿들 었다.
종합해 보면 티나는 원래 그렇게 멍 해 빠진 직원이 아니었는데, 몇 주 전 부터 고객 응접을 하지 못할 만큼 정 신이 딴 데로 빠져 있었다.
끝나길 기다렸다가 다시 다가갔다. 서점 매니저가 2층으로 올라간 때였 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곤란하진 않 으셨나요.”
그러며 나는 그녀를 제대로 살폈다.
소매로 드러난 팔은 야들야들하기 만 하다. 또한 내가 접근한 걸 눈치채지 못하고 또다시 놀라는 걸 보면 감각 또한 형편없다.
손가락과 귀에는 장신구 하나 없다. 버클이나 신발 또한 박스에서 나오는 내용물이 라고 볼 수는 없었다.
생김새 또한 팔악팔선은 물론.
그 휘하의 S급 능력자들 누구와도 닮 은 구석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이 여자는 우연희 같은 팔
자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쯤에서 흥미가 꺼져 버린 게 사실 이었다.
그러나.
일악이 이 여자에게 다시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었다.
저녁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기도 해 서 시간을 조금 더 내기로 했다. 건너 편 레스토랑은 서점의 출입 현황이 보 이는 자리였다.
거기에서 그녀가 퇴근하길 기다렸 다.
오후 8시경이 그녀의 퇴근 시간이었 던 모양이다.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그
녀는 유니폼을 입었을 때보다 더욱 위 축된 모습이었다.
그때부터 미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녀는 어떤 위협을 의식하고 있었는 지 문득 멈춰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윽고 그녀가 올라간 맨션에서 불 꺼져 있던 층 하나가 밝아졌다.
그녀의 주거지다. 계정 기록과 일치 했다.
그때.
맨션 골목에서 거구의 사내가 모습 을 드러냈다. 그도 내 시선을 따라서 불 켜진 층을 올려다봤다. 그러며 엄
숙한 어조로 말했다.
“세 번째 고양이입니까.”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크게 팽창 된 그의 두 눈은 깜빡거리지도 않았 다.
존 클락은 와인드 러치와 티나를 일 악 놈에게 대입시키는 것 같았다.
“모두가 그놈처럼 위험하진 않습니 다. 누구는 기업가로 누구는 작은 서 점의 직원으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습 니다. 하지만 우리 관리에 두고 주시 해야 할 필요는 있지요. 직원들은?”
“이쪽입니다.”
존 클락이 어둠이 가득한 골목 안으
로 나를 유도했다.
그는 셋을 대동해 왔다.
못 보던 얼굴들이 었다.
첫날의 기동대처럼 근육질들은 아니 었다. 그들은 피자 트럭으로 위장해 놓은 차량에 배치된 직원들로,트럭 안에는 도청 장치를 비롯한 통신 장비 들이 가득 차 있었다.
한편.
그의 직원들이 나를 보는 시선은 딱 그것이었다. 그들은 내게 조금의 호기 심만 보일 뿐 특별난 눈빛을 보내오지 않았다.
그러며 행동거지가 조심스러워진 것
을보면…….
인근의 레스토랑으로 옮긴 자리에서 존 클락이 그 점에 대해서 밝혔다.
“직원들은 우리가 정부에 고용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 다.”
존 클락 또한 확답을 듣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에게 나는 초현실적인 사건을 쫓 아 움직 이는 은밀한 존재이 지 않은가.
무리도 아니다.
“우리는 정부 휘하에 속해 있지 않습 니다.”
믿든 믿지 않든지 간에 확실하게 말 해 두었다.
“조직을 어떤 식으로 구상할지는 생 각해 봤습니까?”
“무장 군인을 제공하는 업체가 있습 니다. 사격장과 표적을 만드는 회사를 만들던 회사였는데, 민간 보안 사업에 뛰어든 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가 계속 말했다.
“정보기관에 종사했던 인원들 또한 현직, 전직 가리지 않고 영입 중에 있 으며 성과가 있습니다. 보셨다시 피……
존 클락은 위장 트럭에 있던 직원들 을 말하고 있었다.
“무장 군인 제공 업체는 인수 쪽으로
가닥을 잡고 시작하지요.”
“비용이.”
“언제나 비용은 상관없습니다. 신탁 회사와 함께 준비해 놓겠습니다.”
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스테이크 를 썰었다.
존 클락은 붉은 핏물이 흥건히 새 나 오는 거기에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새삼 굳어진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의심하지 마세요. 우리는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도 의심이 든 다면 당신들에게 지급하고 있는 돈과 보상만 생각하십 시 오.”
포크로 썰어 놓은 고기를 푹 찍어.
질겅질겅.
씹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걸 명심하시
「인가자 외 출입 금지. – 화이트워터 一」
푯말이 붙여진 철망을 지났다. 훈련소는 약 천만 평 규모로 광활한 숲과 들판 위에 세워져 있었다.
트럭에 나를 태운 남자는 내가 돈줄 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내가 탄 좌석에 앉았던 사람들 을 줄줄 읊었다. 경찰국과 국방부의 수뇌부 이름들이 참 많이도 흘러나왔 다.
경찰과 군인들의 훈련을 위탁받는 것 또한 이 민간 보안업체의 큰 수입 원 중 하나였다.
“꼭 특수 부대 출신만 계약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의지만 있지만 있다 면 가리지 않습니다. 예컨대 나이가 지나쳐 버린 사람들도 의욕을 보인다 면 말입니다.”
그가 차를 멈춰 세웠다.
잠시 뒤 몇 사람이 불려 나왔다. 전
투 복장에 권총을 오른쪽 다리에 찬 게 인상적이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셔도 됩니 다. 얼마든지요.”
남자는 자신 있게 말했다.
우리 앞에 불려 온 사내들은 실전 투 입이 가능한 자들이었다.
그의 말대로 군복무 경험은 없지만 어지간한 군인들보다 나아 보였다.
여기는 민간 기업이면서도 군사 훈 련소를 그대로 복사해 놓은 듯한 곳이 다.
당장 보이는 훈련 광경만도 실전을 방불케 했다.
특히 특수 부대 출신들이 따로 모여 있는 곳에선 모의 테러를 가정한 경호 훈련이 진행 되고 있었다.
“다음 주면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 는 요원들입니다.”
남자는 그 곳의 왕자 이름 하나를 댔 다.
왕자를 안전하게 퇴각시킬 수 있는 방법이나, 반격을 가하게 되는 전술 등등.
그는 본격적인 돈 이야기 전에 밑밥 을 깔기 시작했다.
어차피 민간 보안 업체는 월가만큼 이 나 돈으로만 움직 이는 세상이 다.
훈련소로 모이는 사람들도 오로지 돈,그들을 전장으로 보내는 이들도 오로지 돈만 본다. 또 그것이 이 사업 의 핵심이다.
기업 마크가 찍힌 전투복을 입힐 때 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자 같은 중요 인사,유전,군사 전략 기지, 다이아몬 드 광산 등을 지키지만.
기업 마크가 찍히지 않은 전투복을 입힐 때는 한 나라를 전복하고 그 나 라의 수장을 끌어내 리는 일을 한다.
뻔하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부터 이들의 임무는 하 나가 될 것이다.
일악 추살(追殺).
나는 길어지는 이야기에 따분한 시 선을 보냈다. 그러며 잘라 말했다.
“거두절미하고 금액을 불러 보십시 오. 합당한 금액으로.”
신탁 법인과 조직의 행동 자금을 위 한민간조사법인.
그렇게 두 개 법인 설립을 끝낸 것으 로 뉴욕에서 남은 일은 없다 할 수 있 었다.
골드 온라인에서 제공하게 될 로그
인 정보들을 민간 조사 법인에게 넘기 는 것이 진짜 마지막이었다.
서울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긴장을 풀고 한숨 자려고 했었다. 그때 금융 잡지와 일간지들이 눈길 을 끌었다.
항공사에서는 일등석 승객들을 위한 그것들을 준비해놓기 마련이다. 사자가 고기를 마다할 리 없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는 법 은 없다.
내 손길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 했다.
〈오늘 돌아갈 거다. 준비해 놔.〉
휴대폰에 대고 말하면서 잡지 하나 를 끄집어냈다.
< 몇 시 도착이야?〉
〈7시. 준비물들 받아 적어.〉
포브스 표지 모델을 장식한 인사는 또 조나단이 었다.
그는 금융계에서 완전한 스타로 굳 어 졌다.
러시아발 금융 전쟁 이후 투자 금융 그 까지 조직화하면서,거기에 대해서
는 어느 누구의 이견도 없을 것이다.
어떤 금융 잡지에서든 내가 펼치고 있는 일들을 찾을 수 있게 되 었다. 당장의 포브스지에서만도 조나단과 질리언의 이름이 보인다.
「1998년 세 계 자산 운용사 순위 12월말 집계 (단위 $)
1위.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 : 5,090억 2위. AAGA : 4,900억 3위. 어드밴스가드 그룹 : 4,530억 4위. AP 머건: 4,087억
5위. 도이체에셋 : 4,036억 6위. 실버만: 3,920억 7위. 질리언 투자 금융 그룹 : 3,350억 8위. 사우스 인베스트먼트: 2,900억 9위. 파트너쉽 맨: 1,950억 10위. 블루스톤 그룹: 1,810억」
어디까지나 자산 운용만을 다룬 순 위였다.
예컨대 4위의 AP 머건, 5위의 도이 체에셋,6위의 실버만은 세계 명문 은 행들로 그들이 총 자산은 조 달러 규 모를 거뜬히 넘는다.
위 순위에서 나온 은행들의 이름은
사실 그들의 한 개 부서를 집계한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만일 자산 운용 일부분만이 아닌,총 자산 순위로 집계했다면 모든 순위가 은행들의 이름으로 채워졌을 것이다.
그래도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이 기 록한 1순위는 의미가 크다.
연기금뿐만이 아니다.
세계의 억만장자들이 그들의 자산을 맡길 자산 운용사를 고려할 때 뉴욕 그룹을 리스트에 올려놓을 수밖에 없 게 되었다.
하물며 아직 민간 자금을 받지 않았 음에도 1순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궤도 안으로 진입했음을 뜻했다.
‘세계 경제를 장막 뒤에서 주무르는 새도 뱅크’ 라는 타이틀 안으로 말이 다.
지금부터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닷컴붐과 닷컴버블, 연이은 두 번의 기회가 지나고 나면 진짜 타이틀을 거 머쥘 수 있으리라.
이제 그만 눈 좀 붙이 려는데.
불안하던 한 녀석이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건방지게 어디서 훈계야! 잔말 말고 더 가져오지 못해?”
날카로운 목소리가 일등석 승객들의 단잠을 깨웠다.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인사였 던 것 같다.
금융 잡지들을 다 훑어보던 짧지 않 는 시간 동안에도, 녀석이 주구장창 술을 시켜 대긴 했었다. 그때부터 낌 새가 보였다.
이십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우리나라 남자였다.
녀석 덕분에 일등석 칸 분위기는 엉 망이 되었다.
외국인 승객 몇이 승무원들에게 항 의해 보지만 승무원들은 녀석을 통제
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승객 중에는 녀석을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 같은 경우 엔 동승자에게 괜히 휘말리지 말고 조 용히 있으라고 충고하기까지 했다.
그때 나는 녀석이 어느 재벌가의 사 람인지 알 수 있었다.
한실 그룹. 항공,기계,식품 그리고 유통업계의 1위.
어쨌든 나도 철없는 애송이하고 시 비 붙는 건 질색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녀석은 싸우지 못해 안달이 난 녀석이었다. 고분고분한 승 무원들만으로는 녀석의 욕구가 채워
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녀석의 두 눈은 술기운까지 더해져 심각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녀석이 눈을 부라린다. 다음 번 희생 자를 찾아 일등칸을 훑는다.
그렇게 여러 번의 욕지거리는 내게 도 향했다.
“눈 안 깔아? 건방진 놈의 쉐끼 !”
ᄌ文
"77.
한심한 녀석.
우리나라 시국이 어수선한 것도 저 런 녀석을 키운 그 아비들 탓이다. 나는 국내 일간지로 녀석의 시선을 차단했다.
그때 익숙한 이름이 시선 안으로 들 어왔다.
그러면 그렇지.
가뜩이나 IMF로 힘든 우리나라에서 는 김청수의 활약을 놓칠 리가 없었 다.
「21세기형 인물. 세계 금융을 주무 르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김청수.
김청수 ‘조나단 투자 금융그룹’ CIO -이직 반년 만에 초고위직 선임.
세계 최대 규모의 운용 자산(약 5천억 달 러)를 자랑하는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을
지휘할 사령탑으로, 순혈 한국인인 김청수 최고투자책 임가(CIO)가 선임됐다.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은 일명 ‘러시아 금융 전쟁’에서 막대한 수익률을 올리며 지난달까지 공격적인 인수 합병에 나서, 지금의 그룹 체계를 갖췄다.
위 러시아 금융 전쟁에서 최고수석총괄 매니저로 기용된 김청수 최고투자책임가 는,경제학과 응용수학을 국내 유수의 대 학에서 전공했으며 대민은행 해외투자부 서에서 7년 이상 몸담으며 각종 투자를 맡 아 사업 확장에 크게 기여한 전력이 있다.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의 CEO 조나단은 그를 가리켜 때가 만나 본 천재 중 한 명’ 이라고,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영입 이
유를 밝히 기도 했다.」
수트 차림의 내 모습을 처음 봤기 때 문일 것이다. 우연희는 순간 나를 알 아보지 못하다가,정신없이 손을 흔들 기 시작했다.
“캐리어 찾아야지?”
그녀가 물었다.
하지만 나는 짐 하나 없었다.
돈이 많을 때의 장점이다.
어차피 가장 중요한 아이템들은 목 걸이와 반지 그리고 배지의 형태로 몸
에 부착하고 다닐 수 있는 것들이었 다.
한편 기내에서 소란을 피우다 곯아 떨어졌던 녀석이 시선 안에 있었다.
녀석은 검은 정장을 입은 수행원들 에게도,녀석의 우리나라 애인으로 보 이는 여자에게도 일국의 왕자나 다름 없었다.
그러던 녀석이 갑자기 우리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를 특정한 줄 알았다. 하지만 녀석 의 시선은 우연희에게 꽂혀 있었다.
우연희도 녀석을 아는 눈치였다.
녀석이 말했다.
“이사장님을 여기서 뵙는군요. 제가 입국한다는 소문이 이사장님께도 들 렸습니까? 하핫.”
녀석은 기내와는 딴판으로 굴었다. 멋진 신사를 자처하듯 멀껑한 모습.
“안녕하세요.”
우연희가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그때 녀석의 시선은 내게로도 향했다. 하지만 그 난리를 쳐 놓고도 나를 몰 라보는 기색이 었다.
녀석의 눈에서 이채가 번뜩였다. 썩 좋은 느낌의 빛은 아니다. 경쟁자를 보는 시선에 가깝다. 우연희에게 관심 있는 녀석이었나.
“애인분?”
녀석이 물었다.
“네.”
우연희가 되도 않는 거짓말을 하는 까닭이야 뻔했다.
녀석은 빙그레 웃었지만, 녀석도 우 연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간파 한듯한 미소였다.
“다음에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죠. 언 제 방문하시 겠습니까?”
“스케줄을 확인하고 연락드리겠습니 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녀석은 수행진과 여자를 이끌며 자 리에서 떠났다. 우연희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저번에 말했던 후원사 사람이야.”
“한실 그룹?”
“이창호 실장을 알아?”
새희망 의료 법인은 비영리에 가깝 게 운영되며 사회적으로 훈훈한 이야 기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때는 암 울한 IMF라서 약간의 미담이 라도, 정 부의 지시 하에 크게 부풀려지곤 했 다.
그런 새희망 의료 법인에 누구보다 빠르게 접근한 자들이 바로 한실 그
룹.
한실 그룹에서 새희망 의료 법인을 후원하는 이유야 그룹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였지만,오늘 쓰레기가 우연희 를 대하는 태도를 보니 이유 한 가지 가 더 추가된 것 같았다.
“모를 수가 없지. 기내에서 그 난리 를 폈는데. 가까이 두지는 마라.”
“술 냄새가 나더니만.”
우연희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역 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우연희를 내 려다보았다.
쓰레기는 어떤 점에서 우연희에게 매력을 느꼈던 것일까.
우연희가 미인이긴 하지만 통상적인 미인은 아니다. 작고 귀여운 여동생 타입에 가깝다. 쓰레기에게 성적으로 어필될 리는 없다.
우연희의 외모가 아닌 다른 면에서 호기심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컸다.
예컨대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저 두 눈.
또렷하고 당찬 수준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힘이 느껴진다.
그녀가 그 눈으로 말했다.
“바로 김제로 갈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