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5
9 화
다시 시작한 중학 생활에는 별 감흥 이 들지 않았다.
가물가물했던 그때 친구들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하루로 끝났다.
한껏 성장해 버린 이 몸은 교내의 관 심을 집중시켰다. 또 그랬기에 별 사 건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동급생은 물론이고 상급생들도 나를 건드리는
일이 없던 것이다.
중학교 1학년인데 이미 180cm에 단 단한 체구다.
그런 내게는 어린 학생들의 사회보 다도 성년들인 교직 사회가 더 눈에 될 수밖에 없었다.
쉬는 시간.
화장실에 오가면서 본 교무실 복도 창가는 어김없이 너구리굴이 되어 있 었다.
남선생들이 담배를 피우며 주식 이 야기를 하는데,오늘의 표정들은 어제 보다 나았다.
연초부터 한도,삼일, 참로 등의 대기
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어도 아직 은 교직 사회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었다.
하물며 태국에서 시작된 통화 전쟁 이 그들에게 무슨 영향을 끼칠까.
그들에게는 잊그제 산 주식이 오르 고 있으면 그만이 었다.
쉬는 시간이 종료했다는 멜로디가 울렸다.
학생들이 교실로 달아나기 시작했 다.
복도는 그렇게 순식간에 텅 비어 버 렸다.
이 광경과 처음 마주했을 때에는 낯
설다 못해 거북했었다.
그런데 두 달이나 지나 버린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활기가 순 식간에 사라져 버린 채 침묵만이 남아 버린 복도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 억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시민 모두가 죽어 버린 어떤 도시의 광경을 말이다.
하교 후 김포 공항으로 향했다.
조나단의 입국 예정 시간은 오후 7 시.
입국장에서 조나단의 이름이 쓰인 자그마한 피 켓을 들고 기 다렸다.
웹 사이트에서 젊은 조나단의 얼굴 을 이미 확인하였고, 몇 번의 이메일 을 주고받으며 젊은 그가 풍길 분위기 에도 익숙해졌다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플래티넘 박스에서 뜬 방어구 대신 검은색 수트를 입고 마석을 박아 넣은 철퇴 대신 007 가방을 들고 입국 했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기에 가 능한 두 눈이 나와 내 피켓을 번갈아 확인했다.
조나단은 사진에서처럼 상처 하나 없는 얼굴이었다.
윤기까지 흘렀다.
장거리 비행도 그에겐 스트레스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를 만나기 위 해 태평양을 넘어오는 동안,좋은 꿈 들을 많이도 꿨던 모양이다.
“내가 조나단이야.”
조나단이 다가와 말했다.
그에게는 처음 들어보는 생기 넘치 는 목소리에 희망에 들뜬 눈빛이었다.
“자리를 옮기겠습니다. 따라오세요.”
내 입에서 능숙한 영어가 흘러나왔 다. 그가 조금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
었다.
공항 내 레스토랑 중에서도 인기가 없는 곳을 눈여겨봐 뒀다. 조나단의 당당한 구둣발 소리를 등 뒤에 달고선 걸음을 옮겼다.
조나단은 거기에서 이메일의 주인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무리도 아니다. 설마하니 엣된 얼굴 에 책가방을 메고 있는 내가, 이메일 을 보낸 당사자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가 생각하고 있는 남자는 전형적 인 엘리트 동양인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둥글넓적한 얼굴에 젤을 발라 넘긴 머리.
품이 약간이 더 큰 슈트를 입고,안 경을 매만지고 있다가 그를 발견하고 는 악수를 청하는 모습을 떠올리고 있 겠지.
하지만 내가 안내한 자리에는 아무 도 없었다. 그의 맞은편에 앉는 사람 은 입국장에서 부터 그를 안내해 온 바로 나였다.
조나단은 눈을 깜박거 렸다.
무슨 일이야?,라는 식으로 어깨도 으쓱해 보인다.
“제가 메일을 보냈습니다. 조나단. 먼 길을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나단은 나를 오랫동안 응시 했다. 이윽고 그의 커다란 손바닥이 제 얼 굴을 덮었다.
절망 섞 인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가 얼굴에서 손바닥을 떼지 않은 채,손가락 사이로 나를 빤히 쳐다보 았다.
“나는 모든 걸고 왔어. 네 장난질에 말이야.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 아?,,
조나단은 소리는 높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얼마큼이나 격앙되어
있는지는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두 눈 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저 눈이었다.
몬스터 들을 노려보던 눈. 꼭 살아남 고야 말겠다고 중얼거 렸을 때의 눈.
조나단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 다.
그러면서 나를 내려다보는데, 눈가 에서는 당장에라도 나를 걷어차 넘어 트려서는 죽을 때까지 주먹질을 멈추 지 않을 것만 같은 눈빛이 일렁거렸 다.
“월가에서는 사람을 나이로 판별합 니까?”
내가 반문하던 그때.
주문 받으러 왔던 종업원이 되돌아 갔다. 우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몇 살이지? 열아홉? 스물?”
“그렇게 무서운 모습으로 계속 서있 다가는 신고 들어갑니다.”
카운터 쪽을 턱짓해 보였다.
카운터에서는 우리 둘을 두고 레스 토랑 매니저와 종업원이 속닥거리고 있었다.
“이대로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그래 도 바다 건너온 손님에게 선물 하나는 쥐여 보내야,동방예의지국이라 할 수
있겠지요.”
가방에서 어젯밤 작성해 둔 투자 시 안을 꺼내 조나단에게 내밀었다.
조나단은 그것을 낚아채듯이 가져갔 다.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확인하 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앞에서 갈가 리 찢어 버릴 심산이었던 것 같다.
그가 리포트를 양손으로 힘껏 쥐어 서 바로 찢어 버리려다가 갑자기 멈칫 했다.
그의 부릅떠진 두 눈은 리포트 안의 차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다시 앉으시죠”
“작금의 아시아 경제 위기는 미 정부 가 달러를 무한정 빌려주었을 때부터 다 예상되었던 상황 아니 었습니까. 21 세기는 아시아의 세계가 될 것이라느 니,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라느니 추켜세울 때부터 말이죠. 헤지 펀드들 은 거기에 숟가락을 올렸을 뿐입니 다.”
“숟가락?”
쥐고 있던 숟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조나단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 리포트를 처음부터 다시 정독하기 시작했다.
“월가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어떨 것 같아?”
조나단이 방해하지 말라는 식으로 대꾸했다.
하지만 그가 여러 번 정독한다고 해 도 그 리포트에는 가장 중요한 게 빠 져 있었다.
큰 나무만 보여 주고 있을 뿐,뿌리 며 잔가지들은 잎에 가려져 있다.
날짜 말이다.
“추세는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겁니 다.,,
차트가 다시 고꾸라지는 지점을 콕 찍어 말했다.
“서명하기 전까진,대략적인 기일을 말해 줄 생각이 없다? 어쨌든 너는 공 격자들이 태국을 함락시키긴 할 거라 고 보는군.”
“조나단도 월가의 사람이지 않습니 까. 조나단은 어떻게 보고 계셨습니 까? 제 리포트를 보기 전까지.”
조나단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비 단 조나단뿐만 아니 다.
헤지 펀드들이 태국 정부에게 한 방 먹은 다음 날이다. 승리가 확실할 거 라 여겨졌던 전쟁은 누구도 향방을 예
측할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이 현재 월가의 분위기고,다가 오는 7월 2일 태국 정부가 항복 선언 을 하기 전까지 이러한 분위기는 계속 된다.
조용해진 조나단은 리포트만 뒤적였 다.
결과를 알고 있다면 과정을 짜 맞추 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태국 외환 시장과 뉴욕 외환 시장에 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전투의 흔적 들.
그 수많은 차트와 표들이 한 방향을 가리키게끔 정리해 두었다.
조나단은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걸 리지 않았다.
“결국 공격자들이 이기긴 하겠어. 조 건 하나만 추가된다면……
그러면서 조나단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나를 시험하려는 의도가 명백했다.
“거기에 대답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 닙니다. 조나단. 당신이 대답해야죠. 나와 함께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내 말에 조나단은 피식 웃어 버렸다. 그런 다음의 그의 얼굴은 도리어 개운 해 보였다.
“내 돈과 내 이력,거기다 내 시간들
로도 부족한 거냐?”
“경영에서 물러날 생각이라면 충분 합니다. 그러겠습니까?”
조나단은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이 열은 미소를 띠었다.
“나는 모든 걸 걸고 있다. 그런데 너 는 뭘 걸고 있지?”
“기회비용 아니겠습니까. 3월부터 지금까지,조나단이 아닌 다른 사람을 택했다면 얼마를 벌어들일 수 있었을 것 같습니까? 당신과 마주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제가 벌어야 할 돈 들은 사라지 고 있는 겁 니 다.”
조나단은 뭐라 반문하려다가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는 그 정도까지나 염치가 없는 자 는아니다.
월가의 모두가 바트화 하락에 베팅 하고 있었기에,역 베팅의 수익률이 천문학에서나 나올 법한 숫자란 걸 그 도 모르지 않았다.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 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아무리 그래 도 너는……너무나 뜻밖이거든.”
“좋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6 월 3일까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이번에는 왜 6월 3일이지?” 조나단도 황급히 일 어 났다.
내가 유령처럼 사라질까 봐 내 앞을 가로막기까지 했다.
조나단은 내 시선을 따라가 그의 손 에 쥐어진 리포트를 바라보았다.
“아!,,
그가 서두르며 페이지를 넘겼다.
내가 예상해 놓은 단기간의 바트화 환율 차트를 내 앞에 들이 밀 었다.
조나단의 손가락이 차트가 꺾이는 지점을 가리켰다.
단기간의 바트화 상승세가 멈춰지는 지점.
현재 분위기로는 바트화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기에,날짜까지 확실하게 언급하 고 나오는 내가 그에게는 놀라울 수밖 에 없었다.
“여기가 6월 2일인 거지? 그렇지?”
“남은 며칠 동안 우리가 얼마를 놓치 게 되는지, 계산하시는 일만 남았군
요.,,
“추세는 예상할 수 있어도 날짜까지 는 그럴 수 없다. 신이 아닌 이상에.” 조나단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당신은 지금 신을 만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환장하겠군! 내 별의별 인간들을 다 상대해 봤어도,너 같은 녀석은……
“6월 3일까지입니다. 그때까지 결정 을 못 내린다면 우리는 여기서 끝인 걸로 알겠습니다.”
6월 3일.
잠잠하던 이메일 함에 한 통의 메일 이 도착했다.
– 우리 회사 이름은 뭐라 짓는 게 좋을 까?
“반성의 시간입니까?”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조나단에게 그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완전히.”
조나단은 바로 인정하며 고개를 들 었다.
그의 아쉬운 시선은 쓸모없어진 투 자 시안으로 다시 돌아갔다.
바트화 환율이 꺾이는 시점까지만을 다뤄 놓은 시안이 었다.
V 6월 2일
조나단은 붉은 색 펜으로 그 날을 강 조해 적어 놨으면서도, 정작 그 기회 를 활용하지 못했다.
“추세는 그렇다 쳐도 날짜는 어떻게 안 거야?”
“계산.”
“앞으로 공개해 줄 수 있어?”
조나단의 눈이 빛났다.
“재료 정도는 들려 드리겠습니다.”
헤지 펀드들은 이자율이 낮은 엔화 자금을 가져와 반격을 취하고 있는 중 이었다. 이제는 다 알려진 재료라서,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재료만? 레시피는?”
며칠 만에 태도가 돌변해 버린 조나 단은 월가에서 잘나가는 금융 매니저 라기보다는, 한창 때의 젊은이처럼 굴 었다.
조나단의 젊었을 때 성격을 모르는 나로서는 그냥 납득하고 지나갈 일이 었다.
나는 소리 없이 웃었고 조나단도 더 는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조나단에게도 매니저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이 있었다.
“아직까지도 네 이름을 모르고 있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선후.”
“sun. who. 오. 느낌 좋은데? 썬 이 라고 불러도 될까?”
조나단이 밝은 모습을 보이는 순간 은 두 경우뿐이 었다.
97년의 전성기를 자랑할 때와, 마침 내 끝까지 살아남아 던전을 클리어했 을 때뿐.
그 외의 그는 상처를 잔뜩 입은 짐승 같은 사내 였다.
일이 없을 때면 술을 달고 살았으며, 죽은 가족 중에서도 딸의 이름을 그렇 게나 부르고 다녔다.
당시와 비 교하자면.
젊은 시절의 조나단은 밝은 성격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가 마지막에 보였던 얼굴을 지금 도 기억하고 있기에, 현재 내 눈앞에 미소 짓는 조나단의 모습이 보기 좋았 다.
“조나단 앤 썬 인베스트먼트.”
문득 조나단이 말했다.
설립할 회사명을 말하고 있었다.
“지분율은 51대 49로 내가 더 높아,
사실 내 회사라고 해도 크게 다른 말 이 아니겠지만.”
“제 이름은 빼 주시죠.”
내가 말했다.
“부끄럼을 탈 나이는 지난 것 같은 데?,’
“회사 이름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 다. 자본금으로 얼마를 생각하고 있습 니까?”
“썬. 너는 너무 영악해. 그러니까 이 미친 거래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이 겠지. 내가 미쳐서 자본금을 다 대고 지분을 49%나 넘기게 말이야.”
“51%입니다.”
“뭐?,,
“그게 탐탁지 않으면 자본금을 소액 으로 잡아도 상관없습니 다.”
“만 달러라도?”
“마음대로.”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야.,’
“만 달러로 할겁니까?”
“천만에.”
그러면서 조나단이 손가락을 네 개 펼치며 말을 이었다.
“사십만 달러. 더 끌어모을 수 있으 면 좋겠지만,그게 내 전 재산이야.”
그중에 내 지분이 51%가 되니,
204,000 달러를 무상으로 받은 것이 나 다름없어진다.
“썬은 보탤 자금 없어?”
“그런 게 있었다면 조나단을 한국으 로 부르는 일도 없었겠죠 “그런데 왜 나였지? 날 어디에서 어 떻게 알고?”
“웹 사이트.”
“……고작 웹 사이트? 네게는 아무 라도 상관없었던 건가? 북미에 투자 법인을 설립할 수만 있다면?”
북미에 투자 법인? 가능하다면 조세 피난처에서부터 시작하고 싶다. 그러 나 조나단의 전 재산을 감안하면 그럴
수 없었다.
“실망했습니까?”
“아니. 기회가 참 이상하게도 온다 싶은 거지. 간절히 바랄 때는 오는 법 이 없더니.”
간절히 바랄 때는 오는 법이 없더니.
그 말이 마치 데자뷰처럼 느껴졌다. 조나단이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 며 겨우 모아 놓은 포인트로 마스터 박스를 깠을 때,그는 자포자기인 상 태였다.
본래 그에게는 첼린저 박스를 열 만
한 포인트가 쌓일 때까지, 절대 그 이 하의 박스를 까지 않겠다는 원대한 계 획이 있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릴 수 밖에 없던 사건들이 연속으로 일어났 고 그는 마스터 박스를 열어 버렸다.
그래서 그는 마스터 박스에서 특성 이나 스킬보다는 아이템이나 인장이 나오길 바랐다.
당시에 그가 했던 말들을 떠올려 보 면, 아마도 그는 그것들을 팔아서 윤 락가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정신 줄을 놓아버릴 심산이었던 것 같았다.
그랬던 그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마스터 박스에서 극악의 확률을 뚫 고 첼린저급에서 나오는 스킬이 떴던 것이다.
상위 박스의 내용물을 띄우는 걸 직 접 본 것은 그 때를 포함해 두 번이었 다.
고작 두 번.
운발이 기가 막혔던 녀석도 상위 박 스의 내용물을 띄우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조나단은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복수에 나섰었다.
그것이 조나단과의 마지막 기억이 다. 그의 죽음은 풍문으로 들었다.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너를 ‘기 회’라고 인정해 준 것이 감격스러워 서? 지금까지 보여 준 대로라면 썬, 너는 분명히 내게 기회야. 나의 썬이 지. 단 한 번이라도 충분해. 칩은 준비 되어 있어.”
옛 기억에서 벗어났을 때.
흥분으로 가득 찬 조나단의 얼굴이 시선 가득 들어왔다.
“올인하라면 다른 말 없이 따라 줄 겁니까?”
“올인?”
조나단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 다.
“투자할 상품이 바뀐 것뿐이지,내가 트레이더라는 데는 변함이 없어. 썬, 나는 네게 투자했어. 올인? 까짓것 한 다는 말이야.”
조나단의 007 가방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쿵.
그런 소리가 날 만큼 묵직한 양의 서 류가 끊임없이 나왔다.
투자 회사 설립에 필요한 각종 서류 들로, 그가 서명해야 할 곳은 전부 끝
나 있었다.
발기인과 대표 이사 또한 전적으로 미국 시민권자인 조나단일 수 밖에 없 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마지 막으로 내 신분을 증명할, 한국 정부 의 공인 서류를 요구했다.
예컨대 주민등록등본 같은.
그걸 보는 조나단의 미간에 깊은 골 이 패이기 시작했다.
그가 도무지 모르겠다는 투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친절하게 내 이름을 가리켰다.
나선후 (850228 – ******* ) j
“제 신분을 증명할 서류는 현재로선 이것밖에 없습니다. 이게 저고, 이 위 의 두 분은 부모님 입니다.”
“옆의 숫자는?”
“사회 보장 번호와 같습니다. 한국에 서는 주민등록번호라 불리죠. 일단 이 걸로 진행하세요. 여권은 발급되는 대 로 보내겠습니다.”
“그런데 썬, 이 숫자 말이야. 앞이 설 마 생년월일은 아니겠지?”
“맞습니다.”
“설마 85가 1885년은 아닐 테고?” 조나단은 혼자 묻고 혼자 경악했다.
그가 입을 쩍 벌리며 아무 말 못 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가 확인 사살하듯이 물었다.
“열세 살이라고? 열세 살?”
그는 두 가지 의미에서 놀라고 있었 다.
자신의 공동 창업자가 열세 살이라 는 것과 성장이 다 끝난 것 같은 이 몸 이 열세 살이라는 것
조나단은 처음 만났던 날처럼 한 손 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래도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두 눈 동자만큼은 그날과 달랐다.
오히려 당시의 분노보다 더욱 강렬
한 희열이 번질거리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넌……아시안지니어 스였어.”
그는 나의 준비성과 집요함을 가장 높게 평가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와서는,나를 높게 평 가하는 이유는 천재성이 되고야 말았 다.
동양계의 어린 금융 천재.
동양에 품고 있는 어떤 환상을 쫓아 티벳과 일본을 여행하는 서양인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는 조나단의 눈도 영 락없이 그랬다.
예전이었다면 저 눈에 주먹을 꽂아 넣었겠지만 나는 주먹 대신 날짜를 던 졌다.
“6월 둘째 주. 9일에서 13일.”
본격적인 날짜가 거론되자 조나단의 자세가 바뀌 었다.
“그 기간 동안 주가 10% 폭락을 확 신하고 있습니다.”
“그 주에 방콕이 백기를 들 것 같 아?,,
조나단은 내 쪽으로 몸을 좀 더 기울 이고, 눈동자에 서려 있던 흥분도 빠
르게 지워 냈다.
“백기를 드는 건 조금 더 거릴 겁니 다.”
“그럼 6월 둘째 주는 뭐라고 생각하 는데?”
“예전에 제가 했던 말을 기억합니 까?”
“태국은 시작에 불과할 거라는?”
“헤지 펀드 연합 대 태국의 전쟁은 누구도 승패를 예측 할 수 없는 상황 에 접어들었습니다. 오히려 태국이 건 실하게 방어해 낼 거라는 의견 쪽으로 치우친 게, 어제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판단은 다르지.”
조나단이 우리 라는 말을 썼다.
“둘째 주에 태국의 주가가 10% 이상 폭락한다면 반환점이 될 겁니다. 분위 기가 바뀌고,공포가 확산될 겁니다.”
“패닉인 거지.”
“바트화를 공격하고 있는 해지 펀드 연합에 증원군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 습니다. 당연히 공포는 아시아 전역으 로 확산되겠죠. 실제로 헤지 펀드 연 합도 전장을 옮기며 수확을 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들의 최종 목표
그쯤에서 말을 멈추고 조나단의 대 답을 유도했다.
“홍콩.”
조나단은 오랫동안 생각해 왔었는 지,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틀렸습니다. 한국입니다.”
조나단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네 나라라서 그런 거야? 한국은 태 국 등과는 상황이 완전 달라. 공격자 들은 이 나라의 외환을 공격 못 해. 왜 그래.”
“맞습니다. 그들은 한국의 외환 시장 을 교란시킬 수 없죠. 군자금을 가지 고 들어올 수 없게끔 막혀 있으니 말 입니다.”
“그런 거야.”
“하지만 한국을 공격하는 건 헤지 펀 드 연합의 돈이 아닙니다. 동아시아 전역에서 공포가 확산될, 그렇게 응집 되어 마주하게 될. 바로 공포죠. 조나 단. 헤지 펀드 연합들은 지금 공포를 만들고 있는 겁니다. 이 나라에 들어 와 있는 외국 자금들을 철수시킬.”
문득 조용해진 조나단은 태국에서 시작될 금융 위기가 아시아 전역을 휩 쓸고,마침내 한국까지 뒤덮어 버리는 광경을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월가의 사람으로서 장관도 그런 장 관은 없을 것이다.
어느새 조나단의 주먹은 힘 있게 움
켜쥐어져 있었다.
“썬,그래서 너는 그걸 막아 보고 싶 은 거야? 일개 개인이? 그렇다면 엄 청난 애국심이긴 한데. 내 애국심은 여기에 없어.”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라고 다르겠습니까. 우리 같은 사 람의 헌신과 사랑은 오로지 ‘머니’ 로 만 향하죠.”
조나단은 비웃지도 환하게 웃어 보 이지도 않았다.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질 내 말을 기다리고 있 었다.
이 긴 이야기의 결론 말이다.
“전쟁은 헤지 펀드 연합이 치를 겁니 다. 하지만 전쟁이 다 끝난 어느 날 그 들은 알게 되겠죠. 진정한 수혜자가 누구였는지, 경악하고 말 겁니다.”
만일 내일 당장 10%의 하락을 확신 한다 할지라도.
그날의 장이 주구장창 하락만 하다 가 -10% 지점에서 멈추는 게 아니다. 1%가 오르고 2%가 떨어지고.
다시 2%가 오르고 3%가 떨어지는 식으로 출렁거리다 한순간에 공포와 함께 고꾸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레버리지 비율이 높을수록 트레이딩 기술이 디렉팅보다 중요해 진다.
레버리지가 50배라면,상품의 가치 가 1퍼센티지만 하락해도 50퍼센티지 의 손실로 이어진다. 최종 종가와는 상관없이 도중에 2%만 하여도 100% 손실, 즉 투자금 전체를 잃게 된다.
단순하게 말하면 그런 것이다.
미국으로 돌아간 조나단에게서 당연 한 메일이 날아왔다.
– 40만 달러 전부를 레버리지 50배까지 끌어 올리자고? 나를 믿는 거냐? 아니면
네 돈이 아니라고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거냐?
레버리지 50배.
40만 달러의 투자금으로 2000만 달 러의 상품을 거래한다.
수익도 50배. 손해도 50배.
단!
상품의 일시적인 가치가 2%로 하락 한 경우,더 이상은 게임을 지속할 수 없다.
마진콜이라고 하여,경고를 무시했 을 때 거래소에서 강제로 상품을 팔아 해치워 버리기 때문이다.
그것이 레버리지 효과의 가장 큰 위 험이 다.
하지만 조나단은 10월경 헤지 펀드 연합이 홍콩에서 호되게 당하던 때에 트레이딩 실력만으로 자신만의 전성 기를 만들어 낸 남자다.
내가 보여 준 추세를 믿기만 한다면, 그 거친 파도 안에서 제 몸 하나 정도 는 가눌 수 있는 남자가 조나단이란 말이다.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 추세는 의심하지 마십시오. 지금부터 는 조나단이 하기에 달렸습니다. 좋은 소
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조나단은 알 리가 없었다. 주기지수 선물 거래로 레버리지 50배를 동원할 수 있는 기회는,이후로도 지금 밖에 없다.
조나단과 다시 만난 건 6월 14일 토 요일 김포 공항에서였다.
그는 직접 얼굴을 봐야만 한다는 통 보만 던져 놓고선 한국으로 날아왔다. 9일부터 13일까지 한 주간.
그에게는 연락 한 통 없었다.
그랬던 그가 초췌해진 모습으로 나 타났다.
트레이딩을 마치자마자 부랴부랴 서 둘러 온 게 분명했다.
사고 팔고. 다시 사고 팔면서.
정해 둔 틀 안에서 수익을 극대화하 기 까지, 그가 했을 노력이 무엇일지 모르는 바 아니다.
한숨 제대로 못 잤을 한 주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무엇이 그리 급한 지,입국장에서도 나를 찾아 두리번거 리는 모습이 꽤나 조급해 보였다.
눈이 마주쳤다.
갑자기 힘을 내서 성큼성큼 걸어온 그가 대뜸 숫자부터 뱉었다.
“700”
“수고하셨습니다.”
“뭔지 묻지도 않는 거야? 퍼센티지 가 아니라고. 700배야. 700배라고. 2 억 8천만 달러!”
영락없이 괴물에게 달려들 때의 조 나단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온 힘이 들어간 두 팔로 나를 쥐어짜듯이 껴안 았다.
그러면서 ‘우린 미쳤어!’ 라고 소리 를 질러 대는데.
주변의 이목이 모조리 집중되는 것
이야 당연한 일이 었다.
다가오는 공항 경찰에게 고개를 숙 이면서 조나단을 떼어 놓았다.
마스터 박스에서 첼린저 박스의 내 용물을 띄웠을 때에도 그는 이렇게까 지 흥분하지 않았다. 그가 다시 눈에 광기를 띠고 덤볐다.
한 번 더 공항 경찰들에게 양해를 구 해야 했다.
조나단에게선 일주일 내내 눌러 왔 던 만감이 폭발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공항 밖으로 끌고 나오는 동안에도.
주변의 시선은 우리에게서 떠나질
않았다.
“포지션 정리했습니까?”
“당연한 거 아냐? 좀 기뻐해 보라 고!”
조나단이 벌어들인 돈이, 수익률이 예상치보다 높았다.
“환전을 마쳤겠군요? 달러로.”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그 말인즉.
가뜩이나 바닥나고 있는 태국의 외 환 보유고에서 2억 8천만 달러를 우 리가 또 빼낸 것이 된다. 금보다 귀해 진 달러.
현재 태국에서 진행 중인 통화 전쟁
에 영향을 끼치기에 충분한 액수다. 태국이 헤지 펀드 연합에 항복을 선 언하는 날은 다가오는 7월 2일이다. 그날이 바트화의 폭락률은 최고점에 이른다.
여 기까지가 기존의 역사다.
그렇지만 우리의 개입으로 역사가 달라질 수 있다. 태국이 항복을 선언 하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가 있다는 것 이다.
그래도 2억 8천만 달러라면…….
“잘했습니다. 조나단.”
“끝이야?”
“기대치 이상의 실력을 보여 주었습
니다.”
물론 추세를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 이다.
그러면서 또 13세 아시안 소년의 말 만 믿고 거기에 전 재산을 베팅한 것 도, 실력이라면 실력이라 할 수 있겠 지.
“기대치 이상의 실력? 그래. 너라면 그렇게 말해도 돼! 그런데 말야!”
조나단이 제 머리를 벅벅 긁으며 소 리를 높였다.
“70000%. 어디에도 없던 수익률이 야. 40만 달러를 일주일 만에 2억 8천 만 달러로 만들었어. 내가! 우리가! 단
번에 메이저가 되었어! 믿을 수가 없 어. 이건…… 말도 안 돼. 대체 우리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좀 주무셔야겠습니다. 조나단.”
“그중에서도 가장 말이 안 되는 건 너야, 썬. 넌 미스터리야. 가장 그럴듯 한 추측은 네가 중국 수학올림피아드 대상 출신이라는 거지.”
“여긴 한국입니다. 조나단. 대체 얼 마나 못 잤죠?”
그는 비행기 안에서도 잠을 자지 못 한 것 같았다.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데 무슨 말이 야.,,
뻘겋게 충혈 된 그의 두 눈이 내 얼 굴에서 떠나질 않았다.
“일단 진정부터 하죠.”
그의 어깨를 있는 힘껏 눌렀다.
그는 통증조차 호소하지 않았다. 주 저앉은 채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2억 8천만 달러를 앞에 두고 심장 이 터져 버릴 순 없지!”
“어머니. 오늘 성호네 집에서 자고 갈게요. 오늘 아버지 출장이시죠? 문 단속 잘 하시고 주무세요.”
성호는 지어낸 이름이 아니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함 께한 절친한 친구의 이름이다. 물론 이전의 삶에서.
월요일에도 등교하면 같은 교실 안 에 있는 성호의 얼굴을 볼 수가 있다.
시작의 날 이후로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성호를 다시 보게 되었을 때, 처음 에는 진심으로 기뻤다. 친척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다시 만난 어린 성호와 눈이 마주쳤을 때 깨닫고야 말았다.
우리는 다시 친해질 수 없겠구나.
솔직히 말하자면 성호와 친해지는
과정들을 되풀이하는 것을, 포기했다 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니까 어머니께 말씀드린 성호는 진짜 존재하면서도 가상의 친구인 셈 이다.
공중전화를 끊고 룸으로 돌아갔다.
조나단은 샤워만 했지 잠을 자고 있 진 않았다. 샤워 가운을 걸친 그의 앞 에는 잠깐 사이에 맥주 캔들이 널브러 져 있었다.
“오 마이 썬!”
조나단은 여신을 맞이하는 듯한,과 장된 행동으로 나를 웃겼다.
날 웃기긴 참 힘든데.
“정말 안 주무실 겁니까? 내일도 있 습니다. 주말이기도하고요.”
“우리는 헤지 펀드 연합에 속해 있는 거지?”
“내가 환전했을 때 말이야. 그 순간 만큼은 우리가 헤지 펀드였어. 임원이 라고는 단둘뿐인! 2억 8천만 달러 규 모의 헤지 펀드.”
조나단은 잠깐이었지만 통화 전쟁의 주역 중 한 그룹이 되었다는 사실에 심취해 있었다.
더욱이 그의 말대로.
큰손들의 핫머니를 대신 운용한 게
아니라 순전히 그의 자본만으로 이뤄 낸 일이기에 의미를 더 두고 있었다.
“어제는 헤지 펀드의 주인. 오늘은 억만 장자. 죽이는 밤이 야!”
“안 주무실 거면 여기로 와서 앉으시
죠
조나단이 기꺼이 움직였다.
“태국이 변동 환율제를 도입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흡!
조나단의 눈빛이 변했다.
그도 알고 있었다.
태국의 변동 환율제 도입이란,그간 누누이 말해 왔던 항복 선언임을 말이
다.
“그리고 그날을 디데이로,우리의 모 든 자금을 최고 레버리지 수준까지 끌 어올려 베팅한다고도 해 봅시다. 그날 의 바트화 폭락에는 탤리가 없을 겁니 다. 일방적인 하향. 하향. 하향. 눌림 막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딸국,,
조나단이 갑자기 딸꾹질을했다. 그 가 양팔을 홱홱 저었다.
“2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전부 베팅 한다고? 리스크 햇지 없이? 그것만큼 이나 미친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어.”
조나단은 사실을 말했다.
고금을 통틀어 그런 전례는 단 한 번 도 없었다. 움직이는 자본이 클수록 위험에 대비책을 준비해 놓기 마련이 다.
그가 말했던 대로 신이 아닌 이상에, 누구도 내일의 시장을 예측할 수 없 다.
“그렇다면 2억 달러가 얼마가 될 것 같습니까?”
“……내가 그걸 해야 한다고? 난 못 해. 2억 달러가 바트화 하락에 최고 레버리지로 베팅되는 즉시,헤지 펀드 연합은 가만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그들의 몫도 조금은 남겨
둬야죠. 일전에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전쟁은 그들의 몫이라고요.”
“디데이가 어긋나면 우리는 전부를 잃어. 2억 달러를 말이다. 아니, 2억 8 천만달러.”
“그러니까 주무시란 말입니다. 내일 부터 만들 자료가 있습니다.”
바로 이었다.
“조나단이 인출한 2억 8천만 달러. 그게 태국 외환 보유고의 몇 퍼센티지 를 털 었는지만 확인하면 됩 니 다.”
“쉽게 말하는데 쉬운 자료가 아냐.” “왜 2억 달러 베팅이라고 했겠습니 까. 남은 8천만 달러가 어디로 가겠습
니까?”
“……너 정말 열세 살 맞아?”
“태국 중앙은행장과 선 만들 수 있겠
죠?”
“창고 한번 들여다보자고 8천만 달 러나 주자고? 그런다고 계산이 서?” 선다.
역사에 기록된 7월 2일의 상황과 비 교하면 그만이 니까.
“조나단. 방콕에 한번 다녀오세요. 시급합니다.”
“총살감이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그 리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레버리지 비율을 떨어트리고 7월 1
일을 기점으로 잡으면 된다.
수익률은 많이 줄겠지만.
“종이 하나 몰래 보여주는데 8천만 달러입니다. 조나단이라면 거부할 겁 니까? 하물며 8천만 달러는 태국 중 앙은행장 개인에게 들어가지 않을 겁 니다.”
“그럼?”
“태국 중앙은행장. 태국 왕가의 사람 입니다.”
“더 위험해지잖아!”
“어차피 물밑 작업은 우리 말고도 많 은 진영에서 진행 중일 겁니다. 왕가 에서는 패배를 직감했을 테고, 뒷일을
도모하려면…… 8천만 달러 받을 겁 니다.”
조나단은 머리를 박박 긁었다.
“아무튼 그것만 보면 계산이 선다 고?”
“네.”
전쟁은 헤지 펀드 연합이 치르고,실 질적인 전리품은 내가 먹는다.
그래도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는 금 융 위기 역사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눈앞에 두고 빤히 빼앗겨 버린 전리 품들이 얼마나 반짝반짝 빛났는지 봤 기 때문에, 헤지 펀드들은 더 열성적
으로 달려들 것이다.
말레이시아로. 인도네시아로. 흥콩 으로. 우리나라 한국으로.
“썬!”
조나단은 온갖 감정이 혼합된, 알 수 없는 얼굴로 내 이름을 외쳤다.
“1997년은 우리의 전성기가 될 겁니 다. 2억 달러 올인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