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6
12화
녀석이 쓰던 오딘의 분노는 진짜 천 둥이 었다.
지닌 힘에 비해 철없이 구는 어린놈 이었어도, 놈이 뇌력을 부여한 것들만 큼은 진짜가 되었다.
일개 몽둥이가 플래티넘 상자 이상 에서나 나올 법한 공격 아이템으로 변 했다.
먹다 남긴 솜사탕 같은 주먹질이 뇌 신의 일격으로 변했다.
녀석이 휩쓸고 가면 사람이고 몬스 터고,사지가 남아 있는 게 없었다.
성난 야수가 물어뜯었다가 아무렇게 나 뱉어 놓은 듯한 팔다리들이 새까닿 게 타 있었다.
그것들이 뇌력이 잔존해 있는 땅 위 를 나뒹굴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녀석은 볼일을 끝내고 그 자리를 떠 났지만,나는 애송이들의 시신을 수습 하지 못했었다.
녀석이 땅과 허공에 남겨 놓은 푸른
불꽃들은 그곳을 체르노빌처럼 만들 어 버렸었다.
스킬,오딘의 분노에는 그만한 파괴 력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초여름의 날씨.
에어컨 덕에 호텔 룸은 선선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리를 숙이자 땀방울들이 빗줄기처럼 떨어졌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하지만 능력치가 오를 만한 약간의 낌새도 보이지 않았다. 육체 단련으로
올릴 수 있는 능력치가 아직 남아 있 는데…….
어쨌든 본격 적으로 던전을 공략하기 전까지 준비를 해 둬야 한다.
싁싁.
F급 견졸이 앞에 있다 치고 필요한 움직 임들을 복습했다.
더는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지칠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
다행히 조나단은 귀가해야 할 시간 전에 연락해 왔다.
조나단의 목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 네 말이 맞았어.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굴지 뭐야. 총살은 면한 셈 이지.〉
〈 그래서 몇 프로입니까?〉
< 20퍼센티지 초반. 아슬아슬해.〉
조나단이 말하는 아슬아슬함이란 태 국의 현 상황을 말하는 게 아니 다. 태국의 외환 보유액이 그의 생각보 다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고, 과연 이
통화 전쟁이 헤드 펀드 연합의 승리로 귀결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말이 었다.
계산을 끝마쳤다.
< 올인으로 합의 마친 겁니다. 조나단. 이의 없겠지요?〉
< 그 얘긴 창고 한번 보자고 피 같은 8천 만 달러를 쏟아부었을 때 다 끝난 거 아 냐?〉
〈다행이군요.〉
< 이거 하나만큼은 분명하지. 결과가 어 떻게 되든,우리는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거 야. 그리고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미치게 된 것이길 바라고 있는 거지. 그래서? 그
래서 디데이는 언제야?〉
우리의 무대는 태국 주가지수 선물 시장에서 외환 선물 시장으로 옮겨졌 다.
〈맞습니다.〉
조나단의 숨소리가 흑흑거 리며 들려
드래곤 펀드 같은 대표적인 헤지 펀 드가 한 나라를 공격하면 후발대들이 따라붙는다.
그리고 그 후발대의 규모는 선봉대 를 압도한다.
헤지 펀드가 무서운 이유는 거기에 있다.
그들 자체의 자본력보다도 그들을 추종하는 투기 자본들과 세계의 은행
그들의 관계는 마치 팔악팔선과 세 계 헌터들의 관계와 흡사하다.
그들 몇이 앞장서 싸우는 것만으로 도 한 나라를 파국에 치닫게 만든다.
정확할 수밖에.
조나단이 97년의 전성기를 자랑할 때마다 해지 펀드들을 지칭했던 별명
이.
바로 그 말이 었으니까.
< 그러니까 썬,네 계산이 맞는다면 우리 는 세계 투기 자본들의 돈을 긁어모으게 되겠지. 이 한방에.〉
< 제 계산이 틀리길 바라시는 것처럼 들 립니다만?〉
< 맞혀도 문제라고. 내 약한 심장으로는 그 결과를 버틸 수 없을 거다.〉
< 조나단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 한 사람입 니다. 쓸데없는 생각으로 벌써부 터 쫄지 말고, 공략 준비에 만전을 기하십 시오.〉
< 공략? 그것도…… 좋은 표현인데?〉
말하자면 97년의 7월 2일 바트화 폭 락은, S급 던전을 독점할 수 있는 기 회나 다름없을 것이다.
7월 1일.
오늘은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는 날이었다.
역사적 인 순간.
언론에서 축포가 터져 대는 홍콩의 앞바다를 계속해서 보여 주는 건 어쩌 면 당연한 일이 었다.
영국군이 철수하고 중국 인민해방군 주홍콩 부대가 주둔하게 되는,똑같은 자료 영상들도 틈만 나면 틀어 대는 하루였다.
“아들. 홍콩이 어떻게 영국 땅이 되 었는지 알아?”
아버지께서는 오늘따라 일찍 퇴근하 셨다.
인사드리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려 는 내 등 뒤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부 딪쳐왔다.
아버지 의 뜻은 명백했다.
소파로 돌아와 앉았고,어머니께서 는 과일을 깎아 오셨다.
“네 엄마가 그리도 좋아하는 중국 영 화 있잖냐.”
“황비흥 말씀이시죠?”
어머니는 소리 없이 웃으셨다. 어머 니는 그 영화를 참 좋아하셨다.
“당신도 들어. 뭘 봐도 알고 봐야지. 당시 무대가 아편 전쟁이야. 서양 제 국주의 열강들이 아시아를 습격하기 시작한 전쟁이지.”
그러면서 아버지의 설명이 쭉 이어 졌다.
과거의 기억보다 아버지는 내 교육 에 열성적이셨다.
아편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고.
난징 조약이 체결되어 홍콩이 할양 되기까지 어떤 역사적인 사건들이 있 었는지.
아버지는 그러한 설명들을 교육의 일환으로 보고 계셨다.
그런데 역사는 반복된다고,
현대판 아편 전쟁이 아시아에서 또 일 어나고 있는 중이 었다.
서양 투기 자본들은 아편 대신 달러 를 밀어 넣어 경제 생태계를 약화시켜 놓은 다음,선박의 포화 대신 그 나라 의 화폐를 쏟아붓는 걸로 공격한다.
말했던가.
역사는 반복된다고?
미래에서도 아시아에 끔찍한 내전이 일어나게 된 것은, 사실 팔알팔선의 가치관 충돌 때문이라기보다는 아시 아 땅에 봉인되어 있는 S급 던전 하나 때문이었다.
주체는 팔선의 한 놈과 놈의 추종자 들.
길드명부터가 서구 인종주의 색깔이 뚜렷한 놈들이 었다.
놈들과는 좋은 기억이 있으려야 있 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얼굴을 일그러 트리며,험상궂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 버 렸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황급히 시선부터 내려트렸다.
“짜식아. 화장실 급하면 급하다고 말 해야지. 씻고 쉬어라.”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오늘 회사에서는 별일 없으셨죠?”
“그게 중학생이 할 소리냐. 그래 별 일 없었다,인마.”
핸드폰은 물론이거니와 삐삐도 없었 다.
조나단과 연락을 주고받을 통로는
오로지 이메일뿐으로 이메일 함이 지 금까지도 조용했다
2억 달러의 자본으로 거 래할 수 있는 외환은 1〇〇억 달러 규모.
우리가 그 전부를 7월 2일 하락에 올 인하고 싶다고 해도,우리와는 반대편 에 있는 포지 션들이 받아 줘 야만 가능 한 일이다.
조나단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이 유가 바로 그 때문이 었다.
가뜩이나 바트화를 다루는 시장은 좁다.
통화에도 급이 있다.
달러가 S급이라면 바트화는 F급이
다.
외환 선물 시장에서 바트화가 거래 되는 양이 하루에 1〇〇억 달러 미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바트화가 폭락되지 않을 걸 우려하 는 게 아니라,내가 원한 만큼의 거래 가 체결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그러니까 우리가 하려는 일은, 내일 자 폭락의 포지션을 독점하는 일이었 다.
새로고침.
새로고침.
한 시간 간격이던 클릭질이 삼십 분 에서 또 십 분으로 줄어들었다.
아무것도 없던 메일함에 조나단의 메일이 들어왔을 때.
흡!
내 눈도 부릅떠 졌다.
그때 마우스 버튼을 클릭하는 속도 는 전광석화와 같았다고 자부한다. 제목 없는 메일의 내용은 그 한 줄뿐 이었다.
하지만 의자를 박차며 일어서게 만 들기에는 조금의 부족함도 없는 문장 이었다.
– 공략 준비 완료
오래간만에 들어 보는 말이 었다.
손바닥이 손톱에 파일 만큼 주먹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보급품이 잔뜩 든 가방을 짊어지고 서 던전에 들어가야만 할 것 같았다.
그때마다 우리는 과연 살아나올 수 있는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으면서도, 던전 속으로 몸을 던졌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던전에 들 어갈 때와 흡사하게 심장부터 떨려 오 지만,정작 심장을 떨리게 만드는 원 인부터가 달랐다.
목숨을 걸지 않으면서도 대박을 확 신할 수 있다.
힘들게 쌓아 온 포인트가 운발 하나 에 무용지물이 되었을 때의 허망함이 란!
그 감정을 형용할 말은 위대한 한글 로도 존재하지 않았다.
자.
이제 내 앞에 상자 하나가 다시 놓여 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엇이 나올지도 알고 있다.
천문학적 인 규모의 달러 !
내가 할 일이라곤 단지 기다리는 것 뿐.
우리는 내일을 독점했다!
– 수고하셨습니다. 청산 시점은 제가 결 정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나 역시 한 문장을 덧붙 이기로 했다.
안락한 영아기 시간을 보냈기 때문 일까. 벌써 평화라는 타성에 젖은 것 일까.
따지고 보자면 역행한 이후로 일 년 도 안 되는 시간을 보냈지만,치열하 게 살아왔던 본 시대가 정말로 오래된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이 문장은 초심을 잃지 말 자는,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타닥타닥.
_ 공략 준비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