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52
2 화
우연희는 괜찮았다.
기절해 버렸지만 외관상으로는 화 성 던전 때에 비하면 상당히 괜찮았 다.
기절해 버린 것도 뇌에 공급될 혈 액이 부족하기 때문이지 다른 심각 한 부상이 따로 존재해서가 아니었 다. 내게서 가져갔던 복부의 자상
또한 완전히 지혈된 상태였다.
그런데도 왜 기절해 버렸냐 하면, 뒤처리를 부탁하며 마리의 손길을 썼기 때문이었다.
이튿날.
그녀의 창백했던 낯빛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그녀가 말했다.
“실망했지? 아이템이 나왔어야 했……
우연희는 다 잡은 보스 몬스터를 그녀에게 인계했던 일을 언급하려 했다.
그러나 차마 말을 다 끝내지 못했
다.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귀부터 틀어막았다.
아니나 다를까,시작되고 있었다.
감각 등급이 상승하게 되면,오감 이 극도로 확장되는 현상을 겪는다.
빛은 너무도 눈부시며.
동료의 작은 숨소리는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들리며.
잡티 하나조차 또렷하게 보이며.
누구도 맡지 못하는 어떤 냄새는 시궁창보다 더한 지독한 악취로 느 껴질 만큼 강렬하게 느껴진다.
그녀가 부쩍 괴로워진 눈빛으로 나 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아 무것도 없다.
“말했었지. 확장된 감각이 가라앉 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최 소가 일주일. 한 달이 넘게 갈 수도 있는 일이지.”
나도 더 이상은 죽치고 앉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 우연희가 깨어났다.
“가려고?”
반사적인 외침이 나왔다.
“내가 곁에 있어 봤자 더 악화될 뿐이야. 넌 지금 혼자 있어야 해.”
“곁에 있어 줘.”
그건 우연희가 몰라서 하는 소리였
다.
“남은 식량들은 냉장고에 넣어 놨 어. 커튼은 열지 말고 불도 켜지 마.”
“진짜 가려고?”
그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우연희의 얼굴은 몇 번이나 구겨졌다. 내 목 소리에 더불어 자신의 내뱉은 목소 리까지 웅웅 울려 대고 있을 거다.
모르긴 몰라도,내 체취까지도 고 약하게 느껴질 것 이다.
나는 우연희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거봐라. 내가 곁에 없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니까 그러네. 괜찮아졌
다 싶으면 연락해.”
“선후야……
“잘 견뎌 내라. 우연희.”
애송이,너는 네가 생각했던 것보 다 대단한 존재가 될 거다.
그 말을 삼키며 병실에서 나섰다.
우연희는 보스전 퀘스트와 모든 퀘 스트 완료로 받은 골드 박스 두 개 에서 감각을 연달아 띄우며 감각을 한 등급 상승시킬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큰 성취지만 진짜 성 취는 따로 있었다.
그녀에게 다 잡은 보스 몬스터를
넘겨준 것으로,그녀가 얻게 된 박 스들에서 말이다.
우연희가 보스 몬스터 처치와 던전 파괴 조건을 각성자 차순위로 달성 하며 얻은 것은,자그마치 첼린저 박스와 마스터 박스였다.
그녀의 말처럼 실망이 컸던 것은 사실이었다.
내게 인계가 가능한 아이템과 인장 이 나오길 바랐으니까.
그런 실망이 무색하게도!
그녀는 보유 중이던 스킬,환희의 초 상위 버전 격인 발데르의 정숙을 마스터 박스에서 띄웠다.
그런데 이어진 첼린저 박스에서 무 려,이악(그惡)의 스킬을 띄워 버렸 다.
이시스의 시선.
정신계 딜링 스킬 중에서는 최고봉 이라 일컬어졌던 것이다.
대상의 정신을 지배할 수 있는 스 킬은 비단 그 스킬만이 아니었다. 이시스의 시선이 특히나 두려웠던 이유는 대상의 정신을 조작하는 일 또한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거의 신의 영역이다.
그래서 누구든 이악을 피해 다녔 다.
우연희가 이시스의 시선을 S급까지 성장시킬 수만 있다면,이악이 차지 했던 절대적 악명은 그녀의 것이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우연희는 이악처럼 악한 성품 의 소유자가 아니긴 하다.
그러나 훗날.
시험의 장을 겪으며 여러 인간 군 상들의 추악한 면을 겪게 된다면 어 떻게 변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때문에.
애송이를 제대로 육성시키고.
훗날까지 같은 곳을 보며 함께 달
려가기 위해선,전제 조건이 하나 생겼다.
금강역사의 수호 장갑이 없더라도, 그녀를 압도할 수 있는 순 능력을 항시 유지해 놔야 한다는 것!
인간관계가 로맨스 영화처럼 달콤 하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내가 왔던 세상에서는 배신과 투쟁 의 연속이었다.
시험의 장이 예기되어 있는 이상, 그러한 미래만큼은 나도 어쩔 수 없 는 일이다.
던전 공략이 예정보다 빠르게 끝났 다.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탈주의 인장이 아직 남아 있는 데 다가 F급 던전이라면 이제 나 혼자 서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섰다. 그러 니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강릉의 던전은 장벽과 위장 물이 완공되려면 아직 멀었다.
북미로 장소를 옮겨 인간 장벽을 세워 놓는 걸로 시간을 활용하기로 했다. 다만 그곳 일대는 아직 매입 해 두지 않았다. 가는 길에 급하게 추진해야 할 일.
물론 이렇듯 서둘러서 진행하고 있 는 건 나답지 않은 방식이긴 했다. 인정해야 할 일이었다. 애송이의 성장세에 자극을 받고 있었다.
< 결제는 창구에서 카드로 하겠습니다. 예약만 잡아 주십시오.〉
< 네. 항상 우리 코리아 항공을 애용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
핸드폰을 끊으며 사무실 안으로 들 어갔다.
금고 안에 담겨 있는 통장은 마지 막으로 확인했을 때와 조금도 다르
지 않았다. 소중한 나의 부적은 오 늘도 안전하다.
여권을 챙긴 자리에 광대의 단검과 보호 장갑을 집어넣었다.
광대의 단검은 세관에서 걸릴 물건 인 반면에,보호 장갑은 금강역사의 수호 장갑을 획득하면서 쓸모없어진 아이템이었다.
비단 보호 장갑뿐만이 아니라,예 민한 자들의 배지도 비슷한 처지.
본 감각이 E 등급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F 등급의 배지로는 더 이상 예전 같은 효과를 낼 수 없다.
마지막으로.
혹시나 싶어서 시험해 봤으나 역시 나였다.
[ 예민한 자들의 배지를 사용할 수 없 습니다. ] [ 사용자의 능력에 비해,아이템 등급 이 낮습니다. ]마침 창밖이 어두워졌을 때였다. 강화의 인장을 쓰기엔 제격인 시간 대였다.
하지만 망설여진다.
예민한 자들의 배지는 광대의 단검 과는 의미가 달랐다.
착용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각을 한 등급 상승시켜 주기 때문에 애송 이 시절에는 최고의 아이템 중 하나 로 손꼽혔다.
무턱대고 강화를 시도해 보기에는 가치가 상당한 아이템이다.
효과가 좋은 아이템일수록 등급이 높아질수록 강화 실패 확률이 높아 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고민했다.
언젠가는 우연희 외에도 다른 애송 이들을 파티에 넣어야 할 때가 분명 히 올 것인데,그때를 위해 남겨 둬 야 하는지.
다시 쓸 수 있도록 강화에 도전해 야 하는지…….
본 시대였다면 고민할 것도 없었 다. 마켓에 팔거나 필요한 인장과 교환했을 테니까.
그때도 배지는 크림을 할으며 이쪽 을 응시하는 고양이처럼 나를 유혹 하고 있었다. 어서 나를 강화시켜 봐,빨리 말이야.
그런 식으로.
좋다.
가 보는 거다!
이게 성공하면 감각 등급을 D급까 지,역경자를 터트리면 C급까지 끌
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던전 공략 은 더욱 수월해질 테고.
[ 인장 ‘강화’ 를 사용 하였습니다.] [ 강화 하시겠습니까? ] [ 대상: 예민한 자들의 배지 ]가자!
[ 인장 ‘강화’ 가 제거 되었습니다. ]F 등급 인장 특유의 빛이 나타났 다.
그 구리빛 빛무리가 애간장을 태우 기 시작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배지를 노려보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성공이냐! 실패냐!
[ 강화에 실패 하였습니다. ]젠장…….
나도 모르게 배지가 올려진 손을 있는 힘껏 주먹 쥐었다.
그런다고 시스템의 악랄한 손길이 미치지 않을 리가 없겠으나,본능 같은 것이었다. 역시 가만히 놔둬야 했던 것일까.
그런데 손아귀에 파묻힌 작은 금속 의 촉감이 여전했다.
배지가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한 줄의 메시지가 멋지게 떠 올랐다.
[ 수집자가 발동 하였습니다. ]그래. 이거지!
끝내주는 타이밍 아닌가.
수집자 특성이 발동했다고 해서 실 패 리스크를 전부 없애 주는 건 아 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이 있던 것이 다. 그러니까 메시지가 뜬 것일 터.
“후!”
오랫동안 참고 있던 숨이 한 번에 토해져 나왔다. 예민한 자들의 배지 는 날려 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아 이 템이 다.
하물며 이 배지를 잃어버린 일악 놈의 심정은 어땠을까?
배지를 금고 안에 넣은 뒤에 컴퓨 터로 자리를 옮겼다. 떠나기 전 볼 일이 남아 있었다.
던전을 공략하는 동안 확인하지 못 했던 이메일들이 가득했다.
조나단과 질리언 그리고 제시카와 제이미가 보내 온 결산 자료 외에도
조세 포탈 대행업체와 보안 훈련 및 무장 공인 제공 업체에서 온 메일 들.
존 클락의 보고서도 주 간격으로 두 통 들어와 있었는데 일악 놈의 행방을 텍사스 안까지 좁혔다는 내 용이었다.
보내야 할 회신들은 몇 분으로 끝 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다.
진행 혹은 불가 정도의 간략한 결 제를 내릴 뿐이나,그러한 결제를 하기까지 살펴야 되는 자료의 양이 방대했다.
일단 노트북으로 자료들을 옮긴 다
음 공항으로 향했다.
도중에 존 클락에게 연락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 지금 뉴욕으로 들어갑니다.〉
< ……고양이 사냥입니까?〉
< 알겠습니다. 따로 주의해야 할 사항 이 있는지요?〉
< 주의 사항이랄 건 없습니다만,요원 편에 2주분의 생존품이 든 전투 배낭을 준비해 두면 좋겠군요. 나이프도 함께
말입니다.〉
< 총은 필요 없으십니까?〉
< 필요 없습니다. 다시 말해 두죠. 저 와 연락이 닿지 않았을 때 고양이를 보 게 된다면,제 연락을 기다리지 말고 해 야 할 일을 하십시오.〉
그때 불현듯 든 생각이 하나 있었 다. 존 클락의 조직이 완비된 이상 다른 팔악팔선에게도 슬슬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된 것 같았다.
팔악팔선은 시작의 날에 세상에 나 타났지만,한 녀석만큼은 아니다.
그 녀석은 이 시절에도 사회적인 명성과 부를 축적해 나가고 있었다. 다른 녀석들과는 달리 녀석의 신상 은 확실하다.
본 시대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 단 체였던 레볼루치온의 주인.
바로,이선(그普).
당장 노트북을 꺼내 몇 번의 클릭 질만으로 녀석이 경영하는 회사의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으며,녀석의 면상과 함께 인사말까지도 볼 수 있 다.
< 관찰 대상에 한 명이 추가되었습니
다. 대상의 신상은…….〉
존 클락은 오래전부터 해 왔던 일 처럼 자연스럽게 대꾸해 나갔다.
그에게선 어떤 위화감이 조금도 들 지 않았다.
돈 때문에 시작한 일이나 초자연적 인 현상을 다루고 조직을 갖춰 나가 면서,그는 이 미스터리한 이야기에 매료되어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 다.
어쨌든 그는 한 번도 선을 넘은 바가 없었다. 그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