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누가 이기든 막타는 내 거다
-콰과과과과.
전투기가 저공비행으로 하늘 위를 가르고 지나간다.
귀청을 때리는 굉음은 건물 유리창이 깨지지 않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분명 나 때문일 것이다.
외곽에서 서울 중심인 종로까지 날아왔으니까.
고공비행으로 발견이 안 되니까 도심 위를 저공비행까지 하며 찾으려 한 것이었다.
‘공군 입장에서는 황당하겠지.’
레이더에 떴다가 출동하면 사라지고, 그러다가 또 나타나고 말이다.
아마 미확인비행물체(UFO)라고 착각하지 않을까.
군바리들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이먼의 감지범위를 완벽하게 피하려면 날아가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으니까.
-휘우웅.
찬바람이 부는 건물 너머로 서울 레지던스가 보였다.
실비아가 장기투숙을 하고 있는 곳이다.
종로에 위치한 숙박업소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장소.
그 때문인지 창문에서 보이는 객실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망원경을 꺼내 건너편 객실, 정확히는 실비아가 머무는 곳을 살펴보았다.
‘어? 혼자가 아니네.’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과 함께 있었다.
아마도 그가 러시아에서 온다는 그레이라는 네오휴먼인 모양이었다.
레슬러나 이종격투기 선수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엄청난 덩치는 비단 초능력이 아니더라도 위험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직접 대면하지 않아 확실한 건 아니지만 저런 몸이라면 스컬을 상대로도 쉽게 당하진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던 그들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분주하게 짐을 싸기 시작했다.
급하게 도망이라도 가듯이.
‘케이시가 연락했구나.’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갑작스런 움직임을 보일 리가 없다.
예상할 수 있는 원인은 스컬.
그놈들이 움직였고, 그걸 알아챈 퀸시가 케이시를 통해 두 사람에게 전언을 보낸 것이 분명했다.
‘정말 그놈들이 한국에 있었나보구나.’
해골바가지가 움직였다면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하나는 직접 퀸시의 움직임을 입수하고 나선 것과 해달이 흘린 정보를 바탕으로 움직인 것.
전자라면 한 템포 느릴 가능성이 높지만 후자라면 꽤 빠르게 당도할 것이다.
내가 정확한 위치를 알려줬으니까.
그때 그들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게 보였다.
‘갑자기 왜 저러지?’
마치 독에 당한 것 같은 모습이다.
두 사람은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고 있었으니까.
그 순간 그 원인이 자신이라도 하다는 듯 문이 열리고 해골가면을 쓴 괴인이 나타났다.
“이번엔 가면이라······”
킴과 리우는 트렌치나이프의 너클이 해골모양이었다.
그런데 저놈은 딱 봐도 ‘내가 스컬이다’라고 광고하고 있는 걸 보니 그 두 놈보다 윗줄인 것 같았다.
“뭐 어쨌든 타이밍 좋네.”
싸워라, 싸워.
누가 이기든 막타는 내 거다.
***
‘어, 어떻게 이렇게 빨리······’
그레이는 실비아의 앞을 막아서며 침음을 삼켰다.
아무리 사이먼의 능력이 대단하다지만 이건 퀸시의 내부에 배신자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실비아, 괜찮아? 일어설 수 있겠어?”
“……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답했다.
척 보기에도 자신보다 더 상태가 심각해보였다.
그때 해골가면이 입을 열었다.
-여자 쪽이 실비아 크리스탈, 사이코메트러겠군.
그 말에 그레이와 실비아는 눈을 부릅떴다.
이름과 능력까지 알고 있다니.
역시 배신자가 조직의 정보를 흘린 것이 분명했다.
‘어떤 X 같은 놈이 배신을······’
그레이는 누군지 잡히기만 하면 모가지를 비틀어버릴 것이라 다짐했다.
하지만 흥분은 잠시.
그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침착하게 마음을 다스리며 케이시를 불렀다.
-케이시, 케이시.
일단 조직에 알려야 했다.
배신자가 있다는 것을.
-케이시, 내 말 안 들려? 대답해!
몇 번을 시도해도 대답이 없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텔레파시를 주고받았는데 말이다.
그건 그레이만이 아니었다.
“그레이, 케이시가 답을 안 해요.”
“너도 안 돼?”
“……네.”
두 사람은 순간 케이시가 배신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믿을 수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케이시와 연락이 두절된 이유를 달리 생각할 수가 없었다.
“실비아, 틈을 봐서 빠져나가.”
“그, 그레이······”
“내 말 들어. 둘 중 한 명은 이 일을 알려야 해.”
그때 기계적인 음성이 해골가면에서 흘러나왔다.
-그레이 알렉세이. 회색곰으로 불렸던 러시아 국가대표 레슬러로군.
그는 사이먼으로부터 상대에 대한 정보를 받은 것이었다.
“그래, 내가 그레이 알렉세이다. 넌 누구냐?”
-스컬.
“망할 자식, 이름도 없는 거냐.”
-곧 죽을 놈들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지 않나.
그 순간 해골가면이 짓쳐들었다.
노골적인 살기는 그레이의 뒤에 자리한 실비아를 향하고 있었다.
“이놈!”
그 순간 그레이는 능력을 사용했다.
배리어(Barrier).
사이킥 에너지를 유형화해 방어막을 만드는 초능력으로 상대를 가두는 방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헉!”
헌데 어찌된 일인지 능력이 사용되지 않았다.
몸에 이상현상이 생기는 것과 더불어 초능력까지 발현되지 않다니.
아무리 컨디션이 저하되고 집중이 안 되는 상황이라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쉬익.
그때 그레이의 안면에 무언가가 날아왔다.
상대에게 눈을 떼지 않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보기 힘들 정도의 속도.
-콰앙. 으직.
맞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주먹질이라는 것을.
게다가 그 위력은 한 방에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다.
“크헉······”
여태껏 맞아보지 못한 종류의 펀치.
그레이는 공격을 허용한 오른쪽 안면이 통째로 날아간 듯한 느낌마저 받았다.
순간 죽음의 공포가 느껴졌고, 그는 어깨를 움츠리고 팔을 들어 올려 얼굴을 가드했다.
-죽음이 두렵나, 그레이 알렉세이?
해골가면의 어깨가 흐릿하게 흔들릴 때마다 그레이의 몸이 휘청거렸다.
예의 펀치가 가드를 하지 않은 몸 구석구석에 꽂혔기 때문이었다.
-실비아 크리스탈,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그는 그레이를 상대하며 실비아를 견제했다.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제약을 가하는 것이었다.
“네 상대는 나다!”
그때 중심을 낮춘 채 돌진하는 그레이의 태클이 해골가면을 향했다.
하지만 가드를 내리자마자 속사포 같은 강격이 얼굴에 쏟아졌다.
어이없게도 2미터가 넘는 거구의 태클을 입식타격만으로 멈추려는 것이었다.
-콰앙, 쾅, 쾅!
그레이는 정신이 날아갈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전진했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를 붙잡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회색곰이 아니라 소가 맞는 것 같군.
펀치세례가 멈추자 그레이의 시야에 해골가면의 다음 동작이 들어왔다.
그의 다리는 위를 향해 쭉 뻗은 상태였다.
이어서 발뒤꿈치 찍기가 그레이의 정수리에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꽈앙! 콰직!
대리석으로 된 바닥에 쩌억 갈라지며 그레이가 얼굴부터 바닥에 처박혔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죽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타고난 피지컬 덕분일까.
그레이는 죽지 않고 의식이 흐릿한 상태였다.
‘괴, 괴물······’
스컬의 킬러들을 상대해 죽여 본 경험도 있었다.
그중에는 능력을 전부 소모해 배리어없이 상대한 적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역시 네오휴먼을 사냥하는 헌터라고 해야 할까.
눈앞의 상대는 차원을 달리했다.
-이게 인간의 힘이다, 그레이 알렉세이. 초능력에 의존하는 너희 네오휴먼은 결코 가질 수 없는 힘이지.
재능을 타고 난 자들이 극한의 시련을 이겨내고 얻은 잠재력.
제이크 반은 스컬의 수장이자 히스테리칼 스트랭스와 플로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었고, 스컬 내에서는 그들을 헌터라 불렀다.
-육체의 리미트 해제. 과거 노르드인들은 이 힘을 버서커라 불렀지.
그가 그레이의 머리를 밟고 있는 다리에 힘을 주자 바닥이 퍼퍼퍽 하고 다시금 터져나갔다.
‘실비아······’
고통은 물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빈사상태에서 오로지 실비아의 안전만을 떠올리고 있었다.
‘살려야해······’
강렬한 의지와 함께 오른손이 뒤통수를 밟고 있는 다리를 붙잡았다.
생각하고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그레이는 한 손으로 바닥을, 한 손으로 해골가면의 발목을 붙들고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끈질기군.
그 한 마디와 함께 겨우 머리를 든 그레이의 안면에 어퍼컷이 작렬했다.
-콰앙!
“커헉······”
공격을 허용 당하자 그레이의 상체가 바로 세워졌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로 두 팔을 늘어뜨렸다.
제이크 반이 의도한 대로였다.
-의지는 높게 사주마. 하지만 그것도 마지막이다.
그는 주먹을 펴 수도로 바꿨다.
더 이상 시간 끌 것 없이 단숨에 죽이고, 사이코메트러를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쇄액.
검은색 실선이 앞으로 뻗어나갔다.
수도는 그레이의 심장이 위치한 부분을 정확히 꿰뚫어버렸다.
-콰직. 푸확!
등 뒤로 뿜어진 피가 뒤에 자리해 있던 실비아에게 튀었다.
그녀의 전신을 피투성이로 만들 정도의 양이었다.
“그, 그레이······”
-다음은 네 차례다, 실비아 크리스탈.
제이크가 가슴에서 팔을 빼내려는 그때였다.
죽은 줄 알았던 그레이가 돌연 두 손으로 그의 팔을 붙잡았다.
-허, 아직도 안 죽었나.
심장을 정확히 관통했기에 평범한 사람은 그대로 즉사했을 터.
그런 상태에서 그레이는 의식이 없음에도 움직이고 있었다.
-뿌드드득.
오른팔을 죄는 힘이 예사롭지 않았다.
동료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히스테리칼 스트랭스를 발휘하는 것만 같았다.
-고작 이 정도인가? 참으로 가볍구나, 네오휴먼의 목숨은.
하지만 제이크 반은 그 압력을 버티며 코웃음을 쳤다.
그 말에 실비아가 비틀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걸음을 옮겼다.
그레이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버려가며 그를 붙잡고 있는데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죽을 순 없기 때문이었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나.
제이크는 그레이의 손을 떨치기 위해 전신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의 억센 손아귀는 좀처럼 떨쳐지지가 않았다.
마치 사후경직이 시작되어 근육이 굳어버린 듯 했다.
-번거롭게 하는군.
자유로운 제이크의 왼손이 실비아에게로 향했다.
그 순간 빛살 같은 궤적을 그리며 나이프가 투척되었다.
방향은 정확히 머리를 향하고 있었다.
제이크는 나이프가 그녀의 목숨을 거둘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핏.
우연인지 실비아가 그걸 피했고, 나이프는 그녀의 볼을 스친 후 뒤편에 자리한 객실유리창을 꿰뚫었다.
-콰직, 콰장창!
그리고 실비아가 뒤로 넘어가더니 깨진 유리파편과 함께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정신을 잃으며 자연스럽게 낙하하는 듯했지만 제이크의 감각은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뒷덜미를 당기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흡!’
그녀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오른팔을 빼내려 더욱 힘을 주었다.
-우드득, 뿌득.
그러자 드디어 손을 뿌리치고 벗어날 수 있었다.
제이크는 붙잡혔던 오른팔을 이리저리 돌리며 깨진 창가로 향했다.
아래에는 사람들이 모여 이곳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녀의 시체가 보이지 않았다.
아까 느꼈던 부자연스러운 감각이 왜 그런가 했더니 역시 누군가가 개입한 모양이었다.
-사이먼.
-네, 네.
-방금 그거 봤지?
스컬마스크는 그저 얼굴을 가리는 용도가 아니었다.
그들의 기술이 집약된 것으로 방독면의 기능은 물론 수중호흡도 가능케 하고, 카메라가 연결되어 있어 이런 식의 서포트를 받을 수도 있었다.
-봐, 봤습니다.
-어떻게 생각해?
-또, 또 다른 네오휴먼이 근처에 있다고 판단됩니다.
-무슨 능력일까? 텔레포트?
-부, 분석할 수 없습니다. 정보가 너무 적습니다.
그때 제이크의 감각에 누군가가 감지되었다.
위치는 건너편 건물의 옥상.
모습을 감추고 있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삐삑.
열화상 카메라로 시야를 바꾸니 그제야 확실히 보였다.
옥상의 펜스 뒤쪽에 누군가가 몸을 숨기고 있음이.
-저놈이군.
제이크는 나이프를 꺼내 왼손에 투척식으로 쥐었다.
그리고 전신을 채찍처럼 이용해 던졌다.
리미트를 해제하고 처음으로 전력을 다해 힘을 발휘한 것이었다.
-쇄애애액! 투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