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뭔가 타이밍이 미심쩍지 않나?
합성혈액을 투여 받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메리엄을 감시하고 있던 라크에게서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그 노인네의 목적지가 미국인 것 같다는 정보였다.
“갑자기 미국은 왜 가는 거지?”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케이시에게 되물었다.
“그건 라크도 모르겠대요. 메리엄이 DGSI에서 빠져나간 후 콩피에뉴에 있는 은거지로 향했고, 그곳에서 이상한 배양액이 든 물건을 챙겨서 스위스로 넘어갔다더라고요. 돌아가는 상황으로 봤을 때 미국으로 밀입국 하려는 거 같고요.”
“그 배양액은 뭔데?”
“Neo-X라고 적혀 있다는 걸 봐서는 네오 셀로 뭔가를 만든 모양이에요.”
그걸 만들기 위해 데이터를 모은 건가.
라크가 붙어있다지만 그림자 속에 숨어 있어선 자세히 알 수 없었을 것이었다.
“서훈 씨 어머니께서도 생명공학자라면서요. 그곳에서 메리엄이 무슨 연구를 한 건지 봐달라고 부탁드리면 안 될까요?”
고개를 삐딱하게 한 후 그녀를 바라보았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 다른 의도는 없어요. 실비아, 그치?”
케이시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옆에 앉은 실비아의 팔을 슬쩍 당겼다.
-이젠 내가 무슨 말만하면 저래.
-네가 한 짓이 있는데 어쩌겠어.
-그래, 내가 죽일 년이야. 그러니까 네가 얘기 좀 잘해봐. 그게 뭔지는 알아내야 할 거 아냐.
두 번이나 당해서 그런지 이젠 알아서 설설 긴다.
“서훈 씨.”
“알고 있어.”
나는 실비아의 말을 자르고 말을 이었다.
“네가 우리 어머니 모시고 콩피에뉴로 가봐. 함께 가는 게 알아내기 쉬울 테니까.”
“서훈 씨는 함께 안 갈 거예요?”
“나는 미국으로 먼저 가 있을게.”
Neo-X가 뭔지 모르지만 만약 그걸로 불사의 능력을 되찾는다면?
혹은 사이킥 능력을 반지에 모은 것처럼 피지컬 계열의 능력을 그 안에 담았다면?
여러 가정을 떠올려도 라크 혼자에게만 맡겨두기엔 불안한 부분이 많았다.
“케이시.”
“네.”
“스미스를 불러서 어머니와 실비아의 경호를 맡겨. 두 사람 신변에 문제 생기면 재미없을 거야.”
나와 떨어져 있어도 안전에는 문제없을 것이다.
실비아를 믿는 것도 있지만, 반지의 초능력 중에는 순간이동보다 상위의 능력, 공간이동도 있었다.
본래 능력의 소유자도 딱 두 번 쓰고 수명이 다해 돌연사했을 정도로 가성비 떨어지는 능력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 정도면 아마 내 사이킥 에너지도 간당간당하거나 수명에 영향을 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타츠오 씨.”
“네.”
“타츠오 씨는 저와 함께 미국으로 가요.”
“저도 실비아 양과 같이 어머니 옆을 지켜드릴게요.”
“아니요. 이젠 스미코 씨 옆에 있어야죠.”
그의 어머니 스미코 씨는 현재 CIA의 보호 아래 미국에서 지내고 있다.
마침 미국으로 갈 예정이니 함께 가야 하는 게 맞는 것이다.
“아직 괜찮습니다.”
“제가 안 괜찮아서 그래요. 어머니께서 몇 달 째 혼자 외국에서 지내고 계시잖아요.”
“……”
“그 동안 도와줘서 고마웠어요.”
비록 잠깐 정신이 나가서 사고를 치긴 했지만 그가 있기에 메리엄에게서 엄마를 지킬 수 있었다.
그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일행들을 해산시키고 엄마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려는 찰나, 방안에서 말소리가 새어나오는 게 들렸다.
-그랬군요. 그이가 샘플을 요청했다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요.
엄마는 영어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희미해서 자세히 들리지 않기에 혹시 맥 무어 회장인가 싶어 플로우에 들어가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플로우가 청력을 초인적으로 높여주진 않지만 집중을 하니 방문에서 새어나오는 소리 정도는 들을 수 있었다.
“고마워요, 알버트. 덕분에 비밀이 하나 풀린 것 같아요.”
맥 무어가 아니라 알버트?
얼마 전에 들은 이름이라 그런지 금방 떠올랐다.
동명이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사의 연구원인 알버트 박사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비밀은 또 뭐지?’
나는 집중력을 유지한 채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제노에 대한 연구는 그만둔 건가요?”
-……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요.”
“……
“네, 네.”
-……
“그래요, 다음에 얘기해요.”
-……
“네, 그만 끊을게요.”
그렇게 통화는 끝났고, 나는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엄마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나에게 말했다.
“음? 왔니?”
한결 편안해보이는 표정이다.
메리엄의 위협에서 벗어났다는 말씀을 드린 이후로는 안심이 되시는 모양이었다.
“방금 통화하는 소리가 들리던데 누구에요?”
“나사에서 같이 일했던 직장동료. 아직 거기 있어서 제노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전화했거든.”
“제노에 대해서요?”
“전에 네가 네오사이트와 초능력의 상관관계에 대해 말해줬잖니.”
“네.”
“나름대로 고민을 해봤는데 네오사이트에서 나오는 특수한 파장이 인체에 유전적 영향을 미쳐서 그런 것 같거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네가 능력을 쓸 때의 뇌파도 파장이 비슷하긴 했어.”
엄마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제노의 연구원 중 한 명.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본 것이었다.
“파장이 문제면 접촉한 사람들 모두가 능력을 가져야 되는 거 아닌가요?”
“꼭 그런 건 아니지. 그 파장에 반응하는 인자를 가진 사람만 그렇게 되는 걸지도 모르니까.”
“흠······”
“물론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
“근데 그건 왜 관심을 가지시는 거예요?”
내가 죽을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살인충동? 이제는 스스로 억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와는 달리 엄마가 내 옆에 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베놈에 대한 백신연구도 진행 중이니 굳이 제노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백신 때문에 그래.”
“……백신이요?”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까.
“네가 말한 대로 조세핀에게서 연락을 받았거든. V-7은 네오 셀을 베이스로 네 특정 뇌세포를 없애기 위해 고안된 거였으니 유전자 설계를 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그런데 뜻밖의 얘기를 들었어.”
“뭔데요?”
“V-7을 만들 때 네 아빠가 비밀리에 네오 셀의 샘플을 알버트에게 보냈었다는 거.”
아까 말한 비밀이 이걸 의미했던 거구나.
“네오 셀을 나사로 보냈었다고요?”
“그래. 알버트는 그 일 이후로 네 아빠가 실종되고 내가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게 되서 당시 있던 네오 셀 샘플을 아무도 모르게 폐기했다고 했어.”
위험하다는 생각에 그랬다고 한다.
뭐 과학자라고 다 호기심 덩어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건 아니겠지.
어떻게 보면 현명한 사람이다.
“알버트의 말에 따르면 네오 셀은 제노에 반응했고, 생체보안코드가 입력된 것처럼 유전자 구조가 무너지지 않고 변형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했어.”
나사의 운석연구, 그 중에서도 제노는 가장 특별한 외계물질로 취급했다고 한다.
연구원마다 맡겨진 분야가 다 달랐고 접근권한도 제한되었는데, 아버지와 알버트는 제노의 특수파장이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던 것이었다.
“엄마는 무슨 연구를 했어요?”
“제노에 있는 미생물 연구.”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에 그런 게 남아 있어요?”
대기권을 돌파하면 엄청난 고열이 동반된다던데 타죽지도 않는 모양이다.
“미생물, 바이러스 등 많지. 종류도 한두 가지가 아니고.”
“신기하네요.”
“그래서 사람들이 우주를 동경하는 거니까.”
나는 엄마의 설명을 듣고 난 후,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메리엄은 어떻게 네오 셀을 변형시켜 Neo-X라는 물질을 만들었을까하는 것이었다.
‘제노만이 아니라 다른 코어가 있는 건가?’
그녀도 코어로 인해 네오휴먼이 된 건 아닌가 의심되는 만큼 어딘가 그녀를 그렇게 만든 코어가 있을지도 몰랐다.
“엄마.”
“응?”
“아버지가 만든 V-7 외에도 네오 셀을 변형시켜서 만든 물질이 또 있어요.”
나는 엄마에게 Neo-X에 대해 말해주고 그걸 분석해달라고 부탁했다.
“그걸로 뭘 할 건지 알아내고 없애버려야 그 노인네와 완전히 끝이 날 거 같아요.”
“그곳에 데이터만 남아있으면 알아내는 건 가능할 거야. 근데 같이 안 갈 거니?”
“전 그자를 추적해야 할 거 같아요. Neo-X를 가지고 미국으로 갔다고 하니 멀리 떨어져 있으면 적절하게 대응할 수가 없을 거예요.”
엄마는 내 손을 붙잡고 천천히 토닥거리며 말을 받았다.
“엄마는 걱정 말고 가봐. 항상 조심하고.”
“네, 다녀올게요.”
***
페어팩스 카운티.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속하는 곳으로 버지니아 주에서 손꼽히는 부유한 지역이다.
그곳에서 북동쪽 포토맥 강을 낀 장소에 볼드윈 가문의 대저택이 있었다.
전체가 화강암으로 지어진 그곳은 강변을 낀 자연환경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그림 같은 저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후우······”
CIA국장 앤드류 터너는 짧은 심호흡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곧바로 집사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고, 그의 안내를 받아 내부로 향했다.
2층 테라스에는 근엄한 풍모의 중년인이 차를 즐기고 있었다.
“미스터 볼드윈.”
“왔는가? 내 바쁜 사람을 부른 거 아닌지 모르겠군.”
딱딱한 정장차림의 앤드류와 대조적으로 그는 평범한 일상복을 입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응당 와야지요.”
브라이언 볼드윈.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통솔하는 국가정보국, 디엔아이(ODNI)의 전직 국장으로 정보 차르로 불린 인물이다.
차르(Tsar)는 군주의 칭호로 달리 황제라는 말.
그는 미국의 정보황제로 불렸고, 그의 가문에 속한 자들 역시 각 정보기관과 검경 등 국내외 안보 및 치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있지 말고 앉지.”
그가 자리를 권하자 앤드류는 그제야 맞은편에 앉았다.
마치 상관을 대하는 듯한 태도였다.
“차로 하겠나, 커피로 하겠나?”
“같은 걸로 하겠습니다.”
그의 대답에 집사는 차를 내어온 후 자리를 비켜주었다.
언제나 그렇듯 이곳에서 나누는 대화는 민감한 주제를 동반하기 때문이었다.
“듣자하니 여기저기서 압박을 많이 받는다지?”
본 브레이커 프로젝트.
내외부에서 태클을 거는 자들이 많긴 하지만 브라이언 볼드윈까지 그 프로젝트를 거론하자 앤드류는 가슴이 갑갑해졌다.
“미스터 볼드윈께서도 그 일을 중단하길 원하십니까?”
“하하, 오해하지 말게. 난 그만두라고 종용하기 위해 자넬 부른 게 아니니까.”
“……?”
가문의 특성상 군산복합체와도 커넥션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아니라는 말에 앤드류의 눈이 살짝 커졌다.
“내 이리 자네에게 만남을 청한 건 초능력자, 그러니까 그 네오휴먼에 관해 묻고 싶은 게 있어서네.”
“볼드윈 가문의 힘이라면 국가정보국 기밀문서도 확인할 수 있잖습니까.”
“문서보다는 그걸 작성한 사람을 만나는 게 더 빠르고 확실하지 않겠나. 해밀턴, 그 친구의 부탁도 있었으니 들어보고 CIA에 가해지는 압박을 막아줄 수도 있네.”
“미스터 볼드윈께서 도와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겁니다.”
앤드류는 내심 안심했다.
이 자리가 마련된 계기가 자신과 뜻을 함께 하고 있는 해밀턴 러스 국방부 장관이었기 때문이었다.
“도와줄지 말지는 듣고 판단하겠네. 자네도 알겠지만 스컬은 냉전시대 이전부터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해온 우수한 청소부들이네.”
브라이언은 암살집단인 스컬의 유용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십분 이해합니다.”
CIA 역시 안보에 위협이 될 인물은 제거하는 식의 자체적인 판단을 내리는 기관.
이번 본 브레이커 프로젝트처럼 대규모 작전이 아닌 경우는 대부분 요인암살이었다.
“본 브레이커의 명분이 두 가지였지?”
“네, 하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개입. 그리고 CIA요원의 죽음입니다.”
브라이언은 담담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스타게이트 때는 소련의 짓으로 잠정결론을 내렸었네. 재조사를 해서 증거가 나왔는가?”
“당시 CIA와 유나이티드 웨펀(UW)의 합동작전 건으로 본부에 스컬의 용병이 들어왔던 기록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UW에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전산자료에 접근한 기록도 입수했고 말입니다.”
“UW에 제안을 한 건 우리 측이었다고 알고 있네.”
“네, 그래서 스컬과 공조한 자가 있었다고 보고 내부조사와 UW 압수수색도 진행 중입니다.”
“조사 중이라는 말은 정황증거만으로 본 브레이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말이로군.”
“증거는 없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99% 스컬의 짓이 맞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건 본 브레이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더 확신을 하고 있었다.
과거 스타게이트 연구대상자들이 죽은 현장은 스컬의 킬러들이 지닌 초인적인 실력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정도로 보안이 철저했으니까.
“좋아. CIA국장이 모든 정보를 종합해 내린 결론이라면 믿어야겠지. 그런데 일본 건은 좀 이상하지 않나?”
“뭐가 말입니까?”
브라이언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사이커스와의 미팅 직후에 습격을 당했다? 뭔가 타이밍이 미심쩍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