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경고하는데 더 이상 선 넘지 마라
타츠오를 스미코 씨와 만나게 해준 후,
나는 그들 모자와 작별인사를 하고 조지 크리크와 함께 서부로 향했다.
CIA가 제공해준 전용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
조지 크리크의 말에 의하면 이 도시는 미국 바이오산업의 메카라 불리는 곳으로 이엘바이오는 바이오 클러스터라 불리는 산업단지 내에 위치해 있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곳에는 글로벌 제약회사부터 소규모 바이오벤처까지 500개가 넘는 기업들이 입주해 있습니다.”
차를 타고 가며 조지 크리크가 설명을 해주었다.
그는 자신이 가이드인양 전체 투자금이 얼마네,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등 별 관심도 없는 내용을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그리고 그가 그런 말을 하는 속내는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초능력의 비밀을 알아낼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겠지.’
나는 CIA를 이용하기 위해 사이커스와 함께 미국에 망명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했었다.
그러니 그는 미국 바이오산업의 기술력을 어필하며 초능력의 비밀을 밝혀보자는 의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조금 아쉽습니다.”
조지의 말에 내가 되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말입니다. 그때 당시 바이오기술이 지금 같은 수준이었으면 그 프로젝트가 그렇게 외면 받지 않았을지도 모르니까요. 스컬이 연구대상자들을 죽일 수 있었던 건 그들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초능력의 수준이 기대이하였기에 보안이 허술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약한 능력이라도 비밀을 밝혀냈다면 어땠겠습니까?”
“발전시키려고 했을지도 모른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구대상자였던 초능력자들이 아니라 부족한 바이오기술에 있었던 겁니다.”
바이오기술의 발전.
개인적인 판단으로 인류는 머지않아 초능력 못지않은 힘을 손에 넣게 될 것 같았다.
내 몸에 주입한 합성혈액만 하더라도 초인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니, 스컬을 보면 과거에도 그랬다.
그들이 초능력에 대항하기 위해 갈고 닦았다는 인간의 잠재력.
그 중 한 가지인 플로우라는 초감각은 초능력자인 내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해줬었으니까.
‘그러고 보면 난 다 가졌네.’
어쩌다보니 초능력에다 플로우, 그리고 합성혈액까지 얻어버렸다.
여기서 또 뭘 얻을 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가지고 있는 패가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그때 조지가 상념을 깨는 질문을 던졌다.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제 다 왔습니다. 저기 영문으로 ELBIO라고 적힌 건물입니다.”
“그렇군요.”
둥근 돔 형태의 흰색 건물은 마치 천장을 덮은 야구장처럼 생긴 모습이었다.
조지는 외부주차장에 차를 주차했고, 앞장서서 건물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CIA에서 왔습니다.”
그는 신분증과 함꺼 어떤 서류를 건넸고, 가드는 통제실에 관련 사항을 확인했다.
“확인되었습니다. 들어가서 보안섹터에서 기다리시면 비서실에서 안내할 사람이 올 겁니다.”
보안섹터에 들어가자 엑스레이 검색대가 있었고, 소지품 검사와 구강시료를 채취하는 모습이 보였다.
예전 국과수에 갔을 때와 비슷한 절차인 것 같았다.
‘DNA를 남기는 건 좀 그런데······’
그때와 달리 지금은 블랙이라는 가짜 신분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라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나는 보안요원이 기다란 시료채취용 면봉을 꺼내자 그걸 보며 물었다.
“그거 깨끗한 거 맞습니까?”
“네?”
“좀 더러워 보이는데······”
나는 결벽증이 있는 듯 이리저리 면봉을 이리저리 살폈다.
“철저하게 멸균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기 거뭇거뭇한 거 같은데요.”
“그럼 다른 걸로 교체해드리겠습니다.”
“이것도 새 건데 비슷하겠죠. 잠깐만 좀 볼 수 있을까요?”
“……”
나는 면봉을 손가락 끝으로 잡고 이리저리 돌렸다.
그러면서 반지의 능력 중 하나인 익스플로젼을 사용했다.
“쯧, 입에 넣는 게 찝찝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나는 다시 면봉을 건넸고, 입을 벌려주었다.
그는 별꼴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시료를 채취한 후 면봉을 샘플관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미스터 블랙, 이쪽입니다.”
검색대를 나오니 조지가 비서로 보이는 여자와 함께 있었다.
나는 내 DNA가 담긴 샘플이 상자에 넣어져 기계식 카트로 옮겨지는 걸 주시한 후 그들에게 다가갔다.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바로 모시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지자 조지에게 물었다.
“여기까지 같이 오긴 했는데 각자의 용건은 어쩔 겁니까?”
“제가 함께 있으면 방해가 될까요?”
“방해라기보다는 그쪽 일은 공무잖습니까.”
“그렇긴 하군요. 그럼 따로 만나는 걸로 하시죠. 대신 제가 먼저 용무를 보겠습니다. 공무니까요, 하하.”
역시 적정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
대화를 함에 있어 심기를 거슬리게 만드는 경우도 없고.
“뭐 그 정도는 양보하겠습니다. 여기까지 태워주기도 했으니까.”
그의 말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튕겼다.
핑거스냅으로 익스플로젼의 점화를 시킨 것이었다.
-펑.
지나온 복도 끝에서 작은 폭발음이 들려왔다.
곧이어 소란이 들려왔지만 우리는 이미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는 상태였다.
“이거 터지는 소리 아닙니까? 뭔가 폭발음 비슷한데······”
조지의 물음에 비서가 대수롭지 않은 듯 답했다.
“바이오 연구를 하는 곳이지만 화학물을 다루는 곳이다 보니 저런 소리가 간혹 나오곤 합니다. 건물을 돔 형태로 지은 것도 바이러스나 독성물질이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함도 있지만, 센터 창고에 있는 가연성 물질이 터질 경우에 피해를 막으려는 목적도 있거든요.”
“그렇군요.”
나는 짐짓 모른 척 목을 가다듬으며 투명한 엘리베이터 밖으로 보이는 풍경으로 눈을 돌렸다.
“크흠, 전망이 좋네요.”
***
조지 크리크가 NKC-2200과 관련한 용무를 보고 나온 후,
다음으로 내가 맥 무어 회장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맥 무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바이오 기업의 수장인 그는 하얀 콧수염과 턱수염, 그리고 백발이 인상적인 노인이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블랙입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그는 소파 상석에 앉으며 나에게 자리를 권했다.
“내 듣자하니 케이티가 맡긴 물건을 가져왔다던데, 미스터 블랙께선 그 친구와 무슨 관계인가요?”
희한하게도 그는 물건에 대한 관심보다 나에 대한 호기심을 먼저 드러내었다.
“저보다 물건이 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나는 사람을 더 중시해서 말입니다. 케이티에게서 NKC-2200의 원본을 회수해오고, 그녀에게서 나에게 전할 물건까지 받아온 인물이 어디 보통 사람이겠습니까. 게다가 CIA의 지부장을 맡았던 사람이 동행한 인물이라니 더욱 궁금하군요.”
맥 무어는 진심으로 내가 누군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그저 케이티, 그분께 신세 진 게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CIA의 혐의를 벗게 해드렸고, 이렇게 심부름꾼 노릇도 하는 겁니다.”
“허허, CIA의 혐의를 벗게 해줄 수 있는 능력이라니. 케이티가 그런 사람과 친분이 있는 줄은 몰랐군요.”
“보잘것없는 재주에 불과합니다.”
나는 집요하게 내 정체를 묻는 그의 말을 돌리기 위해 화제를 전환시켰다.
“그리고 그 재주로 케이티가 산업스파이가 되게 된 경위를 살펴보니 이상한 점이 있더군요.”
“뭐가 이상하던가요?”
“케이티와 그녀의 경호실장인 윤종호, 두 사람이 NKC-2200을 탈취한 사건에 대한 CIA의 대응입니다.”
“……?”
“체포가 아니라 사살이더군요.”
한국에서 발견된 윤종호는 교통사고 후 저항하지 못한 상태에서 머리에 총을 맞았었다.
그를 죽인 브루스 베커는 생포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고 상부의 지시라는 명목 하에 즉각 사살해버린 것이었다.
“생화학무기로 쓰일 수도 있는 세포입니다. 그 위험성을 생각하면 사살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리 간단히 무기화할 수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적어도 그 세포의 유전자 구조를 설계한 조세핀 박사 정도가 아니라면 수년이 걸릴 테니까요.”
“……”
“게다가 그 두 사람은 회장님과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엄마의 경우도 그렇지만 윤종호 역시 그랬다.
조세핀의 말에 따르면 그는 본래 맥 무어 회장의 경호원이자 측근이었지만, 엄마가 아시아지부장으로 파견을 가며 안전을 위해 붙여준 것이었다.
“CIA 쪽에 확인해보니 사살에 대한 결정은 CIA의 자체적인 판단이 아니라 이엘바이오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NKC-2200의 위험성을 ‘필요이상으로’ 부풀리면서 말입니다.”
일종의 강압수사라고 할 수 있다.
규정과 절차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었기에 이엘바이오의 요청이 먹힌 것이고.
그런 내 말에 맥 무어는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허허, 사심이 약간 들어가긴 했었습니다. 나와 가까운 사이인 그 친구들이 산업스파이였으니 그 배신감이 오죽했겠습니까.”
거짓이다.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그는 지금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 배신감을 드린 것 때문에 케이티가 이 물건을 전해드리라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나는 품속에서 네오 셀이 든 앰플을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게 무엇인가요?”
“네오 셀입니다.”
“……!”
그 순간 그의 감정적 동요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역시 이상하단 말이야.’
나는 신세진 것에 대한 보답이 왜 네오 셀이냐는 질문을 엄마에게 했었다.
그리고 엄마는 한국에 돌아간 이유가 개인적으로는 AFK에 대한 복수였지만, 이엘바이오 지부장으로서 네오 셀을 손에 넣기 위함이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때 얻지 못한 걸 보답이라는 의미로 주는 거란 말이었다.
이 말이 뜻하는 건 달리 이렇게 해석할 수 있었다.
아시아지부장으로서 칠년 동안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음에도 얻어내지 못한 네오 셀.
과연 아무 문제가 없었을까?
그리고 하필 그 타이밍에 산업스파이 사건이 일어난 상황.
엄마가 NKC-2200을 탈취한 이유가 내 머릿속의 베놈 때문이었다지만, 당시 이엘바이오의 석연치 않은 대응도 그렇고, 무엇보다 지금 맥 무어가 보이는 탐욕은 지금껏 대한 어떤 감정보다 격정적이었기에 엄마가 말하지 않은 비화가 더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케이티, 그년이 네오 셀을 숨기고 있었군! 가지고 있었으면서 찾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한 거였어!”
맥 무어, 그는 지금까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기업회장이 가진 근엄한 모습은 어디가고, 핏발이 선 눈을 한 채 노기를 토했다.
“무슨 일이 있긴 있었나보네.”
나는 핏발이 선 그의 눈을 뽑아버리는 걸 꾹 참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내가 시나리오 한 번 써볼까?”
“……?”
“당신, 네오 셀과 관련해서 두 사람과 트러블이 있었지? 그런데 그들이 그 과정에서 NKC-2200을 건드리니 그걸 빌미로 죽이려고 한 거야. 대담하게도 CIA를 살해도구로 이용해서 말이야.”
“……!”
핵심을 찌른 것 같다.
감정이 격한 상태라 그런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하! 당신 같은 사람에게 보답은 무슨.”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네오 셀의 앰플을 챙겨 품속에 넣었다.
대충 내막은 알았으니 대가를 받아내면 될 일이었다.
“잠깐.”
“……?”
“1억 달러를 주겠네.”
어지간히 네오 셀을 가지고 싶나보다.
돈 X랄부터 하는 걸 보니 말이다.
“고작 1억? 보기와 다르게 통이 작네.”
“2억 달러는 어떤가?”
“그게 다야?”
당신 모가지도 2억 달러일까?
궁금하네.
“얼마를 원하는가? 원하는 대로 불러보게.”
“당신이 가진 전부는 어때?”
“농담이 과하군. 세상에 네오 셀이 돌고 있다는 얘기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내가 그런 딜에······”
“종이 쪼가리를 말하는 게 아니야. 정확히는 당신 모가지란 뜻이니까.”
죽이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지만 아직 한 가지 궁금증이 남아있기 때문에 꾹 참았다.
엄마가 공포심을 느꼈던 이유.
그걸 알아내려면 이런 혓바닥 굴리기가 아니라 고문을 해야 하니까.
나는 그를 내려다보며 마법의 주문을 걸었다.
“경고하는데 더 이상 선 넘지 마라, 죽고 싶지 않으면.”
내 경험상 이런 놈들은 하나같이 전부 청개구리다.
그러니 이 정도만 자극해도 알아서 찾아올 것이었다.
안 오면 내가 다시 와도 될 일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