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90
90화. 아무래도 신화그룹이 관련되어 있는 거 같아요
“어디를 가십니까?”
아침 일찍부터 방을 나선 이혜선의 앞에 윤종호가 나타났다.
표정을 보니 그도 뉴스를 본 모양이었다.
“남지웅이 죽었다는 뉴스 봤죠?”
“네, 저도 그 일 때문에 찾아뵙는 길이었습니다.”
“지금 센터 관련해서 얘기가 많아요. 잠시 나가봐야겠어요.”
“모시겠습니다.”
“아니요. 윤실장님께서는 가서 그 사건 먼저 자세히 알아보세요.”
윤종호는 잠시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그러고 있어요? 혹시 나한테 할 말이라도 있어요?”
“며칠 전에 제가 병원 사건 조사하러 갔을 때 전민성 검사를 만나고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요?”
“저는 다만 지부장님 안전이 염려되어서 그렇습니다.”
“나 역시 그 사람들이 걱정돼서 그랬어요.”
“……”
“미리 말 못 해서 미안해요. 나도 그날은 즉흥적이었어요. 남지웅도 죽었으니 이제 그럴 일 없을 거예요.”
블룸이 남아있지만 남지웅과 자신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끈이 있다면 최미연.
하지만 그녀를 통하더라도 의뢰배경을 알지 못하는 그들이 마수를 뻗치긴 힘들었다.
“저는 남지웅의 죽음 때문에 지부장님께서 무리하실까봐 그것도 걱정스럽습니다.”
그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 동안 남지웅을 통해 우회적으로 움직였었다.
하지만 그 루트가 끊어진 이상 블룸에 직접적으로, 또는 과감하게 파고 들 사람이 윤종호가 아는 이혜선이었다.
이제는 블룸이 마지막 단서니까.
“윤실장님이 계시잖아요. 이렇게 절 잡아주고 계시고. 다만 지금은 움직일 때지 계속 숨어있을 때가 아니에요.”
“……”
“벌써 칠 년이죠? 이 이상 시간을 끄는 건 회장님께서도 탐탁지 않아 하실 거예요.”
“그건 그렇지만······”
“전에도 말했지만 제 안전보다 이엘바이오의 이익이 우선이에요. 그러니 사건기록 전부 알아오세요.”
“알겠습니다. 지부장님께서는 어디로 가실 겁니까?”
이혜선은 선글라스를 쓰며 답했다.
“일단 김의원님과 박장관님 먼저 만나볼 생각이에요. 다녀올게요.”
그녀가 복도를 걸어가자 윤종호는 경호원들에게 눈짓을 했다.
어디서 누굴 만나고 뭘 하는지 실시간으로 보고하라는 의미로.
***
블룸의 브로커 두 사람을 데리고 간 곳은 한강고수부지에 세워둔 시체소각차였다.
장의사 이경호를 죽이고 빼앗았던 2.5톤 트럭 말이다.
그간 사용하지 않고 이곳에 방치한 이유는 경찰의 단속 때문.
나로 인해 살인사건이 늘어나다보니 검문이 많아졌고, 이런 걸 타고 다니다가는 걸릴 수도 있기에 그런 것이었다.
-끼익, 덜컹.
화물칸에 놈들을 던져두고 해달에게 연락을 했다.
노트북 챙겨서 이곳으로 달려오라는 말과 함께.
그는 두말하지 않고 오겠다고 한 후 전화를 끊었다.
‘생각보다 쓸만하단 말이야.’
핸드폰을 해킹해서 블룸의 지령을 알아낸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결과가 좋았다.
무엇보다 고문으로 캐내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고통을 가하면 이놈이 잘못되지나 않을까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 한다.
그나마도 질문에 따른 대답이 전부이다 보니 정보의 양이 많지도 않고.
핸드폰의 해킹은 그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치익.
짬이 생긴 김에 한강부지 앞에서 담배타임을 가졌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기에 이제야 돌이켜보는 것이다.
플로우.
그것도 각성제를 먹은 것보다 더 강력한, 상대의 감정까지 느껴지는 몰입의 상태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마음속 깊이 남아있던 갈등을 제거했기 때문일까.
어쨌든 내 힘으로 그 문을 열 수 있게 된 것은 고무적이었다.
게다가 한 가지 더.
염력의 인지범위가 확장되었다.
그간 나는 눈으로 보고 인지한 다음 연결하고 움직였다.
그런데 박인섭의 배에서 총알을 제거할 때는 촉진으로 뱃속의 이물질을 인지한 후 염력을 연결해 빼낼 수 있었다.
시각만이 유일한 방법이 아니게 된 것이다.
테스트를 더 해봐야겠지만 염력의 활용범위가 넓어진 것만은 확실했다.
“후우······”
담배연기를 내뱉자 쓴맛이 혀끝에 느껴졌다.
염력이 강해진 건 자축해야 할 결과지만 박인섭과 그 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입 안이 썼다.
그들이 빛나는 만큼 내 모습이 어둡고도 어두워서.
내 부모는 왜 박인섭처럼 자식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버렸을까.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이기에 슬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씁쓸할 뿐.
‘뭐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세상에 어디 나 혼자만 고아인가.
전민성도, 최미연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무수히 많다.
부러워하고 처지를 한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건 내 선택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 던져졌을 뿐이니까.
“쓰읍, 후우······”
마지막 연기를 내뱉으며 바닥에 담배를 비벼 껐다.
그건 그렇고 저놈들을 어디까지 파헤쳐야 할까.
블룸의 뒤에서 약의 개발을 진행하는 놈들.
정부 혹은 대기업.
그놈들까지 뿌리를 뽑아야 전민성과 최미연이 안전해지는 걸까?
그 뿌리는 또 어디까지 뻗어있는 것일까.
정황상 고위공직자가 연관된 건 확실한 것 같은데.
놈들은 박인섭이 만든 보고서를 쉽게 손에 넣었고, 전민성이 서병국의 신원을 밝힌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태클이 들어갔으니 분명 그럴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의문이 있다.
바로 스컬.
그놈은 나를 보고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고 오해를 했었다.
케이는 스컬의 소속을 유지한 채 블룸의 브로커로 활동하다 그 프로젝트에 접근해 제거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렇다면 스컬이 말하는 그 프로젝트가 그들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그 약이 해외 청부조직에서 관심을 가질 정도로 특별한 물건이긴 한 모양이다.
그만큼 뛰어난 효과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지이이잉.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상념이 끊어졌다.
해달이 도착한 것이었다.
“벌써 왔어?”
-넵. 지금 트럭 앞에 와있어요.
나는 손가락으로 꽁초를 튕겨 쓰레기통에 넣고 소각차로 향했다.
그곳에는 해달뿐만 아니라 공돌이도 함께 있었다.
“넌 왜 왔어?”
“저 아까 도움된 거 아니었어요? 또 할 일이 있을까 싶어서요.”
“……”
저 새끼는 이상하게 눈빛이 부담스럽다.
다른 놈들은 그래도 두려움이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놈은 그런 게 싹 사라져있었다.
“육손이는?”
“계장님 옆에 있으라고 했어요. 민영이도 아직 어리고. 아, 의사 말이 계장님 목숨엔 지장 없을 거랍니다.”
“……”
뭐 어쩌라고?
춤이라도 출까.
“하하, 궁금해 하실 거 같아서 말씀드린 겁니다.”
“안 궁금하니까 들어가기나 해.”
“넵.”
화물칸에 들어가니 아직 놈들은 기절한 상태로 누워있었다.
“야, 일어나.”
공돌이가 소심하게 목을 쭉 빼고 얇은 목소리를 냈다.
그 모습에 해달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흔들어 깨워.”
“니가 해.”
“기절해있는데 뭐가 무섭다고 그러냐?”
“아까 그놈은? 기절해 있다가 갑자기 눈 부릅뜨고 달려들었는데? 넌 한 대도 안 맞았지만 난 그때 코가 깨졌거든!”
“그거 맞았다고 쫄았냐? 덩치값도 못하긴.”
해달은 화물칸 벽에 걸린 물건들 중 삼단봉을 쫙 펴더니 그걸로 멀리서 쿡쿡 찔렀다.
실소가 절로 나왔다.
끼리끼리 논다는 게 이런 걸까.
“저리 비켜.”
나는 해달을 한쪽으로 비켜 세우고 놈들의 발목을 염력으로 비틀어 꺾었다.
-우드득!
“아악!”
“으윽!”
그 모습에 공돌이가 또 부담스러운 눈빛을 보내오고, 해달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고 노트북을 열었다.
“푹 잤지? 쉬는 시간 끝났으니까 이제 시작하자고.”
“다, 당신 누구야?”
“질문은 내가 한다.”
나는 벽에 걸린 와이어에서 한 가닥을 분리해 두 놈의 발바닥부터 허벅지까지 꽂아 넣었다.
“끄으으으.”
“으흐으윽!”
피가 나도록 이빨을 깨무는 그들의 눈앞에 전기충격기를 보이며 스파크를 튀겼다.
-치직, 치지직.
“이걸로 여기 끝을 갖다 대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기절할 것처럼 아파도 기절하지 않고 다리가 안에서부터 지글지글 익을 거야. 정현주, 아니 제이 그년도 이거에 눈물, 콧물 쏟으며 술술 불었는데 너희는 어떨지 한 번 보자고.”
“……!”
나는 놈들의 안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해달에게 던졌다.
“안에 있는 거 다 긁어봐.”
“넵.”
“고작 노트북 한 대로 그 폰의 보안이 뚫릴 거 같나?”
둘 중 각진 인상을 한 놈이 입을 열었다.
나는 말없이 전기충격기를 놈의 발바닥에 연결된 와이어 가닥에 갖다 대었다.
-치지지지직!
“끄으으으으으!”
“어디 또 물음표를 날려봐, 느낌표로 만들어 줄 테니까.”
“끄어억, 끅.”
“당신은 은선호란 놈보다 재밌을 거 같네. 그놈은 너무 빨리 망가지더라고.”
“이(E)까지······ 그럼······”
“그래, 그놈들 다 내가 죽였다. 넌 뭐냐? 에이? 비? 씨? 디? 설마 알파벳 수만큼 있는 건 아니지?”
“……”
나는 독기어린 눈빛을 보내는 놈 대신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놈은 정신력이 꽤 강한 거 같은데 넌 어떨까?”
“……!”
“너희들 말이야. 그 동안 보니까 세트로 붙어 다니는 거 같더라고. 하나는 몸 쓰는 놈, 다른 하나는 머리 쓰는 놈. 저놈은 몸 쓰는 쪽인 거 같고, 넌 머리겠지?”
-치지지직!
“끄아아악!”
“아직 안 갖다 댔어. 뭘 놀래?”
“허억, 허억, 허억.”
“숨 쉬어. 천천히. 그래, 잘 하네. 아무래도 넌 선호 씨랑 같은 타입 같네. 하하.”
플로우의 상태로 들어가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천천히 고조되는 감각.
두 사람의 심장박동이 들리기도 하고, 감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저 각진 놈도 내색은 안 해도 불안에 떨긴 하는군. 이놈은 공포에 질리긴 했지만 포기를 한 기색은 안 보이고 말이야.’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비슷한 느낌의 살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
원한이나 원망 같은 어두운 느낌이 아니라 나를 죽이고 빠져나가겠다는 의지 같았다.
‘저런 상황에서도 기회를 노린다라······’
타고날 수도 있지만 서로 기질이 다른 놈들에게서 공통점이 느껴지는 걸로 보아 훈련을 받은 놈들이다.
육체적인 것만이 아닌 정신적인 부분까지.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하겠다, 이름.”
“……”
두 놈은 목울대를 출렁이기만 할 뿐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 대답이 나왔다.
“저기 체격이 단단한 쪽은 알, 류진호. 그리고 호리호리한 놈은 에스, 신강우네요.”
해달이 씨익 웃으며 등을 돌리고 탁자에 기댔다.
“코드네임 알, 에스, 케이, 제이, 오, 이. 여섯 명이 브로커의 전붑니다. 저놈들 위로 엘이라는 대장이 한 명 더 있고요.”
“……!”
“고작 노트북 한 대라고 했죠? 근데 보다시피 되네요, 고작 노트북 한 대로 뚫는 게.”
해달이 콧대를 높이고 알과 에스를 내려다보았다.
나 역시 피식 웃으며 그놈들에게 말했다.
“그럼 브로커는 박멸을 했고. 엘이면 그놈이 이한성이겠네. 맞지? 잠적한 한성글로벌 대표.”
“……”
“어휴, 심장 떨어지겠다. 뭘 그렇게 콩닥거려. 내 말이 맞다고 확인해주는 건가?”
해달의 말은 계속되었다.
블룸의 소속 킬러가 몇인지 그들의 신상내역이 어떻게 되는지까지.
좋은 소식은 아까 한강에 수장시킨 놈들까지 포함시키면 그 살인마 놈들도 다 죽였다는 것이었다.
“아까 그 브로커들과 달리 이놈들은 엘이라는 놈의 최측근인 거 같아요. 핸드폰 저장된 정보가 많은 걸 보면.”
“그래서 블룸의 조직원은 그게 전부야?”
“트레이너라고 또 있긴 있어요.”
“트레이너?”
“남부교도소에 있는 여성 수감자 김말순, 코드네임 달리아. 김천소년교도소 교도관 강도팔, 코드네임 아이리스. 이렇게 두 사람이요.”
그래서 트레이너구나.
싹수가 노란 것들을 그놈들이 교도소에서 킬러로 만든 후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다.
박미향도 그 달리아란 년에게 훈련을 받았으니 곧바로 살행에 나설 수 있었던 거겠지.
“지X들을 하고 있네. 더 없어?”
“조직원은 그게 전부고······ 저놈들하고 관련된 건 맞는데 정확한 정보가 없는 곳이 있어요.”
“무슨 말이야?”
“핸드폰 정보에 ‘신화’라는 이름이 여러 번 나오더라고요.”
“신화?”
해달은 안경을 추켜올리며 답했다.
“아무래도 신화그룹이 관련되어 있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