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ntom thief Kim Seok-doo RAW novel - Chapter 19
19화 폭력배 소탕 (5)
“이 개새끼가!!!”
빠르게 쌍 나이프를 꺼내든 김창민이 그대로 계단 위에서 뛰어내리듯 날아든다.
나이프의 끝이 정확히 석두의 정수리를 노리며 번뜩인다.
하나 석두는 짧은 기합을 내지르며 양손에 가득 마나의 기운을 끌어올린다.
“흡!!”
짧은 기합소리와 동시에 그대로 오른 주먹을 내지른다.
후우웅!!
바람을 가르는 주먹이 나이프의 끝과 마주한 순간, 일반인이 알고 있는 상식 범위 내에서라면 나이프가 주먹을 꿰뚫었어야 함이 옳을 것이다.
석두의 저 행동은 어리석음을 상징하는 행동으로 보일지도 모를 정도였다.
‘미쳤군!!’
창민이 피식 웃으면서 더더욱 나이프의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가한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
카가강!!
석두의 주먹에 닿은 나이프가 그대로 금이 쩌적! 갈라지면서 산산조각이 나버리는 게 아닌가!
“미, 미친… 어떻게 이런 일이……!”
놀란 창민이 부러진 나이프를 반사적으로 버리면서 남은 한 손에 들려져 있는 나이프의 끝을 석두에게 겨눈다.
놀랍게도 주먹에 상처 하나 없는 석두가 묻어 있는 나이프의 잔해를 털어내며 여유를 부린다.
“칼날이 많이 무뎌졌나 보네. 보스라는 이름이 울겠어.”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수작이라니. 말했잖아? 그 나이프 날이 많이 무뎌졌다고.”
제아무리 나이프의 날이 무뎌졌다 하더라도 사람의 주먹으로 인해 날의 면도 아니고 끝부터 부딪치자마자 박살이 나는 경우는 없다.
나이프는 나이프다.
사람의 손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도를 가진 철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석두는 그 상식조차 박살을 내버렸다.
“아무래도 진짜 괴물 녀석이었군.”
호흡을 깊게 내쉬며 평정심을 되찾는 창민.
그의 모습에 석두의 눈빛에 이채가 어리기 시작한다.
‘좋은 태도야.’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비정상적인 현상에 패닉 상태가 되곤 한다. 허나 창민은 이 말도 안 되는 현상을 직접 머릿속에 강제로 때려 박은 뒤에 차분하게 어떤 식으로 석두와 맞서 싸울 것인지 파악하기 시작한다.
‘단순히 주먹만 쓰는 녀석인 줄 알았더니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놈이었군.’
냉정함.
그리고 냉철함.
그게 바로 창민을 도끼파 조직의 보스로 앉힌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
단순히 싸움만 잘해서 이 바닥에서 정점에 오를 순 없다.
머리가 좋아야 한다.
그리고 눈치가 빨라야 한다.
이 모든 점에서 특화된 인간만이 큰 조직을 이끌 수 있다.
적어도 창민은 그렇게 배워왔다.
시궁창 인생에서 도끼파 조직의 보스까지.
이 자리까지 오르는 데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가!
“어디서 나타난 떨거지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쉽게 물러설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좋은 눈빛이군.”
석두가 혀를 차면서 창민을 바라본다.
그는 세상의 더러운 단면을 보고 자랐다.
오로지 그런 자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과 눈빛.
그 모습에 석두는 김창민이라는 남자를 자신의 카드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냉정하고 냉철한 인물이 현재 석두의 조직 내에는 없다.
저런 타입의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동료로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회유와 굴복.
그러나 회유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도끼파 조직 자체가 김창민의 모든 것이다.
이 조직을 박살내러 온 석두의 말이 어떻게 그를 회유할 수 있을까.
어마어마한 돈을 준다 하더라도 남자의 자존심이 있다. 보스라는 직위를 지니고 있으면서 겨우 돈 따위에 조직을 넘기진 않을 것이다.
그런 남자였다면 이미 조직을 팔아넘겼을 것이다.
결국은 굴복시키는 것밖에 없다.
저 남자보다 더 대단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석두가 스스로 증명시켜주면 된다.
아니, 각인시킨다!
“덤벼라.”
석두가 손짓으로 창민을 도발한다.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한 창민이 다시 한 번 빠르게 지면을 박찬다.
어차피 무력으로는 자신이 승산이 없다.
석두를 이긴다 하더라도 레이나라는 여자에게 이길 수 있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최대한 석두의 허를 찌르는 공격을 감행한다!
비겁하지만, 그리고 비열하지만 창민은 그렇게 해서 살아남았다.
휘리릭!!
들고 있던 나이프를 냅다 던진 창민.
유일하게 지니고 있는 무기를 던질 줄은 몰랐는지 거의 아슬아슬하게 나이프를 쳐낸다.
그와 동시에!
“이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안쪽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든 창민이 석두의 미간에 겨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닌…….
총이었다.
“보, 보스!!”
놀란 남자들이 기겁을 하며 소리친다.
우리나라에서 허락되지 않은 불법 무기.
분명 저 총은 장난감이 아닐 것이다.
석두도 그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왜, 실제 총을 보니 놀라서 말도 안 나오나 보지?”
창민이 심리전을 건다.
총구는 정확히 석두의 미간을 향해 겨눠져 있다.
아무리 마력을 끌어올린다 하더라도 이 거리에서 발사되는 총알보다도 더 빠르게 마나를 시전할 자신은 없다.
그렇다면 지금?
하나 조금이라도 수상한 모습을 보일 경우에는 창민의 손가락이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길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리고 마나의 장벽이 이 거리에서 총알을 제대로 막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들지 않는다.
거의 제로거리에 가깝다.
인간인 이상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포.
김창민이 좋아하는 단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석두는 이 남자를 자신의 부하로 끌어들일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구만.”
한숨을 내쉰 석두가 천천히 창민을 바라본다.
공포는 인간을 지배하는 근원적인 요소다.
그렇다면 그 요소를 사용하면 된다.
우우우우웅!
석두의 주변에서 정체 모를 아우라가 번져 나온다.
물론 일반인의 시선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고작해야 차가운 한기만 느껴지는 정도?
하지만 그 한기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살기(殺氣)다.
“……!”
놀란 표정으로 석두를 바라보기 시작하는 창민.
살기는 인간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아우라의 형태다.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을 치는 창민이 자신의 행동이 놀라움을 표출한다.
“왜 그러지?”
“……”
“설마 내가 무서워서 그러는 건 아니겠지?”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우위를 점하고 있는 쪽은 창민이다.
총구를 겨누고 있는 쪽이 누구보다도 유리해 보이는 건 당연한 말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뒷걸음을 친 쪽은 오히려 창민이었다.
그 점이 스스로도 놀라웠던 것이다.
“쏘려면 쏘시지.”
“큭…”
“하지만 쏘는 순간, 네가 어떤 짓을 당할지는 각오해야 할 거야.”
녀석은 비정상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나이프를 맨손으로 부러뜨릴 정도면 분명 총도 무슨 수단이 있을 게 분명하다.
그게 공포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이미 창민은 패배했다.
레이나가 들어와서 날뛰는 순간부터 직감적으로 패배를 느끼고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석두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이유는 그간 도끼파를 설립하느라 들였던 공이 무참하게 쓰러지는 꼴을 보기 싫어서였다.
철컹!
방아쇠를 당기기 위해 손이 다시 한 번 움직이지만…….
아니, 움직이려 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째서…….”
“이게 바로 공포라는 거다.”
석두의 입가가 슬쩍 올라간다.
공포가 이미 몸을 지배해 버린 것이다.
머리에서 내리는 뇌의 명령이 아무리 몸에 신호를 전달한다 하더라도 몸이 무의식적으로 그 신호를 거부한다.
공포에 의해 나오는 극단적인 현상이었다.
“이럴 리가 없어……!”
“직접 체험하고도 모르나 보군.”
“빌어먹을, 뒤져라!!!”
창민이 이를 잘근 깨물며 손가락을 움직이려 애쓴다.
바득바득 갈리는 이 사이로 피가 새어 나올 정도였다.
하나 그게 마지막이었다.
타앙-!!
총구가 불을 뿜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총구가 겨누고 있던 대상자, 김석두는 이미 그 자리를 뜬 지 오래였다.
그의 손은 창민의 안면을 쥐고 있었다.
“공포에 잠들어라, 도끼파 두목.”
그리고 머지않아 석두의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며 바닥으로 창민의 머리를 찍어버린다!
쿠웅!!
강렬한 충격이 뒤통수를 통해 전해짐과 동시에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린 창민.
그러나 끝까지 총구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도끼파 조직의 보스가 보여준 마지막 저항이었다.
“의지 하나는 대단하군.”
정신력의 승리라고 해야 하나.
사실 석두가 발산한 살기의 수준은 드래곤의 그것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의 위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민은 그것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끝까지 저항한 것이다.
평범한 인간이라고 보기에는 강한 정신력을 지니고 있는 창민의 모습에 석두가 혀를 내두른다.
도끼파 조직의 궤멸!
그동안 알고서도 손을 못 쓰던 경찰들이 부랴부랴 정리된 도끼파 조직원들을 체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뉴스는 삽시간이 퍼지기 시작했고, 고아원에서 TV를 보던 세미는 자신도 모르게 바느질을 하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진짜로 해냈어, 그 사람…”
사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었다.
향간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괴도라는 존재는 종횡무진 이 도시를 누리며 기이한 힘을 발동시켜 기적 같은 일을 벌인다고 했다.
목격자의 증언에 의하면 고작 2명이서 조직을 궤멸시켰다고 한다.
그게 말이 되는가!
취재를 하는 기자들도, 그리고 아나운서도 그때 당시 패닉 상태에 빠진 손님들이 잘못된 목격 정보를 전달해주고 있을 가능성도 우려된다며 보도 내용을 뿌리기 시작한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라.
2명이서 백여 명이 넘는 조직원들을 쓰러뜨린 셈이다.
무슨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무슨 뉴스길래 그리 집중해서 보는 거니?”
주방 너머로 원장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세미가 허겁지겁 다시 바느질을 서두르며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답한다.
“아, 아니에요. 뉴스에서 좀 신기한 내용이 나와서요.”
“신기한 내용?”
“네. 그… 저번에 괴도라는 인물이 나왔었잖아요? 마치 자신을 의적인 마냥 주장하던 그 사람이요.”
“아~ 그 괴도?”
원장이 이제야 기억이 난다는 듯이 대답한다.
“우리 입장에선 말 그대로 의적 아니겠니?”
“……”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는 그런 정의의 사도 말이다. 누가 봐도 가난한 사람들 등쳐먹고 자신의 배를 불리는 악당 같은 놈들인데 오히려 법이 그들을 처벌할 수 없고 공권력도 그들을 건들이지 않잖니. 그나마 괴도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핍박받는 서민들을 대신해 그 잘못을 응징해주니 속이 다 시원하더구나.”
괴도의 존재는 이렇게 점차적으로 서민들에게 지지를 받기 시작한 현대판 홍길동이 되어가고 있었다.
정부에 강한 반감을 가진 자들은 특히나 괴도를 난세의 영웅으로 칭할 정도였다.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대신해 그들의 의지를 대변하는 자.
그게 바로 괴도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세미는 저 괴도가 정말 단순히 약한 자들의 편에 서기 위해 나타났다고 보기 힘들었다.
그도 분명 그만의 목적을 지니고 있을 터.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할 만큼 착한 사람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저만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 분명 자신이 원하는 바를 쉽게 이룰 수 있을 터.
그런데 굳이 저런 번거로운 작업을 할 필요가 있을까.
세미의 뇌리에는 오로지 괴도에 대한 의구심만 커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