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207
208.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6)
남자 한 명이 어설픈 자세로 창을 찔러왔다.
나는 창을 가볍게 흘리고는,놈의 배 아래에 깊숙이 검을 박아넣었다.
믿을 수 없다는 둣 놈의 눈이 크게 떠졌다. 발로 걷어차자 뒤로 나뒹굴던 남자가 곧 움직임을 멈췄다.
‘많긴 많네.’
24명의 마스터가 모인 길드였다.
한 유저당 영웅 다섯 명을 보냈다고 해도 백 명이 훌쩍 넘는다.
‘초식 유저들이 병력을 오질라게 안 보내준다더니.’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건,검이나 쥐어봤는지 의심스러운 놈들이 대다 수였다.
무슨 말로 구워삶았는지 몰라도,자 경단 외의 영웅들까지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자경단만으로는 지킬 수 없다며,함께 나서지 않으면 뺏길 수밖에 없다고 했겠지.
“이 악적 놈들!”
또 비슷한 놈이 달려들었다.
나는 쓰러진 한 명에게 검을 박아넣
음과 동시에 왼손으로 단검을 뽑았다.
“컥!”
빠르게 나아간 단검이 놈의 목젖을 꿰뚫었다.
피를 부여잡으며 쓰러진다.
사망.
40레벨부터는 PVP 보호가 적용되지 않는다.
즉,여기서 죽으면 정말 끝이었다. 그럼에도 은별의 영웅들은 꾸역꾸역
몰려왔다.
뭐,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 었다.
죽을 자리를 모르고 달려드는 불나 방들을 처리하는 것.
“대체 왜 그러십니까! 혹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비명과 함성 저 너머에서 아딜랑의 목소리가 들렸다.
특별한 이유라.
그건 네 무덤에서 찾지 그러냐.
[미확인 길드 채팅(211건)이 있습 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Yes / No(선택)암케나도 길드 채팅을 깨끗이 무시 하고 있었다.
이미 협상은 끝난 것이다.
“놈들을 요새로 보내면 안 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
“거,뒤에서 소리만 떽떽 지르시는군.” 벨키스트가 피식 웃으며 한 검사의
목을 검날을 찢었다.
은빛 섬광이 번쩍이더니,그 옆에서
엉거주춤 서 있던 두 명이 같은 꼴을 당했다.
그들은 검 한번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한 채 썰려 나가고 있었다.
“수만 많지,오합지졸이로군.” “제대로 싸워보질 않아서 그래요.” 제나가 왼손의 단검을 휘릭 돌렸다. 아래에 널려 있는 시체들에게 단검
날의 피가 튀었다.
“죽어! 제발!”
산발이 된 여자 한 명이 내게 뛰어 들었다.
다 찢어진 원피스에 부러진 단검 한 자루를 쥐고 있었다.
나는 왼쪽으로 몸을 돌려 찌르기를 피했다.
“우린 잘 살고 있었……!”
푹
여자가 쓰러졌다.
’형편없군.’
포위전을 했으면 화력을 집중시켜 야지.
토너먼트를 하는 것도 아니고,한 명씩 달려들고 있다.
놈들은 멀리서 웅성거리며 지켜보 기만 할 뿐, 실제로 오는 놈들은 한 줌도 되지 않았다.
“싸우기 싫으면 비켜!”
구경꾼들을 비집고 시잘과 자경단 원들이 등장했다.
잘 조여진 갑옷끈과 번쩍거리는 검날. 은별의 정예라고 할 수 있는 놈들이
었다.
전투를 앞두고 있음에도 당황한 기 색이 없었다.
꽤 많은 수의 실전을 겪어봤다는 뜻 이었다.
“50명 조금 넘네요.”
제나가 귀에 속삭였다.
시잘이 나를 보며 어금니를 드러내고
있었다.
“미친개라 불릴 때부터 알아봐야 했 는데.”
여기서 싸우면 귀찮아진다.
이곳의 영웅들이 전부일 리 없으니. 나는 제나와 벨키스트에게 눈짓을
보냈다.
두 명은 내 의도를 파악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자,잠깐,왜 여기로!”
스각.
앞장을 선 벨키스트가 한 놈의 목을 날려버렸다.
벨키스트는 검을 길게 잡더니,좌우로 사정없이 휘둘렀다.
궤적에 걸린 영웅들의 팔다리가 허 공을 날았다.
“이,미친……!”
“뚫어! 요새로 가라!“
[점령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브젝트를 점령하면 유적에 소속된 다른 영웅들을 일시적으로 내보낼 수 있습니다!]
포위진의 왼쪽이 뚫렸다.
어차피 싸울 줄도 모르는 호구들인데,
이 정도는 간단하지.
“그렇겐 안 됩니다!”
파앙!
눈앞을 투명한 벽이 가로막았다.
아딜랑의 방어 마법.
“안 되긴.”
나는 전력을 모아 검을 휘둘렀다.
챙강!
유리창 깨지는 소리와 함께 벽이 박살 났다.
나는 부러진 검을 내던진 뒤,벨키 스트에게서 여분의 검을 받아들었다.
“요새를 먹는다. 벨키스트,앞장서. 내가 중간. 제나,너는 뒤에서 오는 놈을 맡아라.”
“옛 써!”
제나의 손이 잔상을 남기며 움직였다.
단궁에서 초당 수 발의 화살이 후방의 자경단을 향해 흩뿌려졌다.
핑! 핑핑핑!
눈먼 화살에 맞은 영웅들 몇 명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요새에 연락해! 성문을 걸어 잠그고,
병력을 올려보내라고 해!”
“이야야압!”
나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드는 놈을 왼손으로 후려쳤다.
놈은 코에서 피를 뿜으며 엎어졌다. “와요!”
“나도 알아.”
크리스탈로 올라가는 비탈길에서 은별 소속의 영웅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 숫자만 수십여 명.
그뿐만이 아니었다.
‘완전 빡돌았군.’
나는 옆을 돌아보았다.
필드 외곽의 항구에서 영웅들이 움 직이고 있었다.
〈한 씨,이상한 사람들이 여기로 오는데요!〉
조종사의 목소리가 울렸다.
루세트 호도 저기에 기항하고 있다.
나는 귀에 손을 가져갔다.
“비공정 띄워서 이쪽으로 보내.”
〈그런데 무슨 일이 있나요? 친절한 사람들이 었는데!〉
“운전은 조종으로 해놔라. 대포 하나 잡고,오는 새끼들 있으면 다 쏴 죽여 버려.”
〈네? 그게 무슨 강아지 똥 싸는 소 리……!>
“신병이 말대답하게 돼 있냐? 피똥 한번 싸볼래?”
〈죄,죄송합니다! 당장 시작할게요!〉 부우응.
선착장에 멈춰 있던 루세트 호가 떠 오르기 시작했다.
과아앙!
루세트 호의 포구에서 불이 뿜어졌다. 선착장 쪽으로 가던 영웅 몇 명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벨키스트가 처리한 시체들이 언덕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언덕 너머로 거대한 크리스탈과 그를 둘러싼 성벽이 보였다.
‘벌써 방비를 마쳤나.’
요새 위에서 대포와 발리스타가 이
쪽을 겨누고 있다.
사거리가 닿는 즉시 쏘아붙일 기세
였다.
“어어,오빠! 쟤네들 이상한 데로 가요!” 제나가 선착장을 가리켰다. 선착장의 구석,세 대의 중형 비공
정이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철갑과 대포로 무장된 전투용 함선. 그러나 뱃머리의 방향이 반대쪽이다. 그들은 유적 바깥으로 움직이는 중
이었다.
‘본진을 치러 가는군.’
공격 위치는 암케나의 대기실이다. ‘이래서 초식들이 싫다니까.’ 유적에서만 붙으면 되는데,그걸 굳
이 전면전으로 끌고 나간다.
아마 이번 싸움은,유적을 차지했다
고 끝이 아닐 것이다.
원수를 갚네,뭐네 하면서 놈들은
우리 본진까지 들이닥치겠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씨를 말리는 것, 펑! 퍼퍼펑!
요새 바깥쪽으로 나아가던 은별의
비공정 한 대가 불을 뿜으면서 추락 했다. 루세트 호의 짓은 아니었다.
역시나 왔군.
유적 근처를 맴돌면서 기회를 노리던 하이에나들이.
PVP 유저들의 선단이었다.
과아앙!
은별의 두 번째 비공정이 폭발했다. 옆에서 난데없이 기습을 당했으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놈들은 유적에서 도망치던 대피용
비 공정들까지 무차별적으로 포격하고 있었다.
요새 왼쪽의 성문이 열리더니,말을
탄 병력들이 허겁지겁 뛰쳐나갔다. 그들은 우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항구 방향으로 말을 달리고 있었다. 그렇겠지.
저놈들까지 상륙하면 일이 몇 배는 더 골치 아파진다.
일 대 일이 아니라,
일 대 일 대 일이 되면,
앞뒤를 알 수 없는 난전이 되니까. ‘하지만,그건 쟤네들 사정이지.’ 제나가 하체를 낮춘 채,장궁의 시
위를 한계까지 당겼다.
활줄에는 커다란 강철 화살이 감겨
있었다.
제나의 눈이 붉게 빛났다.
[고유 스킬,’강철 폭풍’ 발동!]파아앙!
화살촉에 바람이 휘감기는가 싶더니, 화살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뛰쳐나갔다.
바람의 힘을 실은 초음속 저격. 가벼운 충격파가 얼굴을 때렸다. 길이만 70cm, 무게가 10kg에 가까운
강철 화살이 호선을 그렸다.
과직!
선두에서 말을 달리던 기병 몇 명이 말과 함께 토막 나 사라졌다.
피곤죽이 된 말과 사람의 시체가 수 미터 높이로 치솟았다.
“됐어요. 이제 가요!”
제나가 장궁을 등에 걸쳤다.
대열이 붕괴된 기병들이 짚단처럼
쓰러졌다.
‘나랑 일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나는 픽 웃고는 요새로 옮겼다. 제나의 정조준 사격은 이미 발리스
타의 수준을 뛰어넘어,대포의 포격과도 비슷했다.
“재네들부터 처리해!”
요새 위의 성벽에서 악다구니를 쓰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 쏜 화살로 적들의 주의를 끌은 것 같다.
궁수들의 활과 발리스타,대포가 이 쪽을 겨누었다.
투쾅!
발리스타에서 대형 화살이 쏘아졌다. “흥.
벨키스트가 검을 내리쳤다.
정확히 반으로 쪼개진 발리스타 화
살이 양옆으로 날아갔다.
이어서 막 불을 뿜으려던 대포 하나가
폭발했다.
제나가 발사 직전의 포구에 화살을 틀어박은 것이다.
“먼저 가지.”
벨키스트는 쏟아지는 화살을 유령 처럼 피하더니, 요새 성벽에 붙었다.
그리고 성벽을 수직으로 뛰어 올라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성벽 위에서 시 체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저도 갈게요!”
제나도 성벽과 공중을 번갈아 박차 면서 뛰어올랐다.
나는 위를 보았다.
어느새 따라붙은 루세트 호가 상공
에 떠 있었다.
〈저기…… 저희랑 같은 인간분들 맞죠? 뭐,이상한 약을 먹었다거나, 초능력이 생긴 건 아니죠?〉
이 꼬맹이,시끄럽네.
〈저는 여기 있으면 될까요?〉
“되긴 개뿔. 조준대 잡아.”
〈아니,알아서 잘 하시는 거 같은 데…….〉
나는 옆으로 움직였다.
내가 있던 곳에 병사들의 시체가 무 더기로 떨어졌다.
요새의 방어 병력은 루세트 호를 신 경도 쓰지 않았다.
단 두 명이서 요새 안쪽을 사정없이
휩쓸고 있었으니까.
“성문이나 쏴라. 들어가게.”
〈크홈.〉
헛기침 소리가 났다.
〈두 분도 올라가는데,설마 못 올라
가시는 건…….〉
“…….”
〈설마,진짜로?〉
“너, 이름이 뭐냐.”
콰앙!
루세트 호의 포구가 불을 뿜자,성문 한쪽에 작은 구멍이 뚫렸다.
〈아하하,엄호할게요!〉
루세트 호가 고도를 올렸다.
‘웃기는 놈이네,저거.’
나는 작은 구멍을 손으로 잡은 뒤
벌렸다.
강철이 덧대어진 나무판자가 벌어져 틈이 생겼다.
나는 거기로 몸을 옮겼다. 요새 내 부에서 수많은 병력들이 오가고 있었다.
안쪽의 건물에서는 지원군들이 쉼 없이 쏟아져나왔다.
아딜랑의 짓이겠지.
차원문으로 인원 보급을 한 것 같다. 이 놈들의 추정 레벨은 10대에서
20대.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않았다.
숫자만 늘린 것이다.
‘그래도 천 명은 되겠네.’ 자경단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 셈인가. “막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 2층 망루에서 자경단 복장을 입은
청년이 외치고 있다.
나는 옆의 성벽과 건물,망루의 난
간을 박차면서 순식간에 솟구쳤다. “헉!”
콰직.
그리고는 목덜미를 움켜잡자,놈은
1초 만에 숨통이 끊겨 즉사했다. 나는 망루에 서서 근처를 돌아보았다. 제나와 벨키스트가 성벽 위의 병력
들을 빗자루처럼 쓸어내리고 있다. 〈으하하하! 이 위선자 새끼들! 잘
걸렸다!〉
벌어진 성문 틈새로,항구의 풍경이 엿보였다.
연기와 함께 불타오르고 있다.
붉은 깃발을 단 비공정에서 수십 명의
무장한 영응들이 내려섰다.
〈평등? 평화? X 까고 있네!〉
〈크핫! 그거 듣기 좋은 소리군!〉 나는 요새 뒤쪽,가파르게 치솟은
절벽을 보았다.
절벽 꼭대기에 비공정이 세워져 있고, 칼과 창을 든 영웅들이 요새 아래쪽
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당연히,은별 소속일 리는 없었다. ‘한 명이 아니었네.’
쾅! 과과광!
멀리서 울리는 포성이 귀를 간지럽 혔다.
어디선가 함대전이 벌어진 것 같다. ’사냥꾼들이 열은 되겠군.’
날 잡은 것 같다.
유적 필드 전체를 채울 기세로, 약 탈자들이 탑승한 비공정이 땅으로 착 륙하고 있었다
그들은 제 눈과 마주치는 놈들을 깡 그리 죽이면서 크리스탈 쪽으로 다가
왔다.
이게 정상이지.
유적은 원래 이래야 한다.
저들은 접은 게 아니라,기회를 엿
보고 있던 것이다.
’1 대 1 대 1이 아니라……;
몇 대 몇이지?
모르겠다.
핑!
나는 목을 옆으로 꺾었다.
화살 한 발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요새 바깥쪽,절벽을 내려오던 한 궁사가 내게 쏘아 보낸 것이다.
선물을 받았으면 보답해야겠지. 나는 와인드업 자세를 잡은 뒤 단검을
던졌다.
백 미터 거리에 있던 궁사의 이마에 단검 날이 박혔다.
,물론……
이기는 건 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