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40
결혼 (3)
“그랜드 마스터나 8서클 마법사가 되면 초인이라 칭한다. 그런데 그런 초인 넷을 죽인 것도 아닌 제압한 존재라면 그는 이미 국가를 초월한 존재이다.
그가 마음을 먹으면 이곳 사비올라가 무너진다. 모두 그 사실을 알아야 하는데 무서운 줄을 모르고 행동하여 모두가 재앙을 부르고 있다. 이번 전쟁의 경과를 잘 살펴보고 신중히 행동해라. 인내심이 바닥나면 제일 먼저 네가 그 칼날을 받게 될 것이다.”
앤디온 하일러 후작은 한동안 말이 없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사이먼이 그 칼날을 아군을 향해 돌리지 않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막을 자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돌이키기에는 너무나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물러난다면 제가 실각할 수도 있습니다.”
“쯧쯧, 머리가 나쁜 것이냐, 아니면 욕심에 눈이 먼 것이냐? 지금 제국마저 무찌른 것이 군부 얼간이들이 잘나서 된 일이라고 생각 하냐? 사이먼 후작이 손을 떼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
제국에 허를 찔려 엉망이 된 것을 사이먼 후작이 반전시켜 지금의 결과를 냈다. 어떻게든 그를 끌어안고 같이 가야 하는데 뭐하는 것인지, 에이. 그리고 스타니엘 자작이 만만한 것이냐? 네 친구처럼 호명하는데 어디서 그런 말버릇을 하느냐? 나도 그에게 면전에서는 공대를 한다.
그를 말할 때 마탑의 탑주들도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 그의 작위가 자작이나 그가 원했다면 후작, 공작의 작위를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몸을 낮췄다. 함부로 행동하지 말아라.”
해몬슨의 따끔한 말에 앤디온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어렸다. 아버지 해몬슨 하일러 후작이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은 근래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선왕폐하 치세 30년을 지켜온 사람이다. 그것이 쉬운 일이라 생각하지 말아라. 그를 말하려면 앞으로 20년은 더 살고 난 이후에 평가해라. 이제 7서클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 그의 전성기는 막 시작이 되고 있다.”
“그러면 차라리 실각을 하라는 말입니까?”
“그게 현명한 짓이다. 네가 지금처럼 하다가는 나중에 패전의 책임을 지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것이다. 다시 전쟁이 나면 너는, 군부 얼간이들은 사이먼 후작을 배제하고 전쟁을 치를 것이다.
그를 등용하고 싶어도 그동안 한 짓이 있어 등용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대패하여 아국의 영토까지 적군이 침범하는 사태가 초래될 것이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누가 책임을 지겠느냐? 폐하께서 책임을 지겠느냐? 아니면 반쪽의 권한도 없이 군부의 일에서 손을 뗀 오렐리어스 후작이 지겠느냐? 아니면 얼간이 군부 녀석 중에 책임질 녀석이라도 있느냐?”
앤디온은 해몬슨의 말에 혈색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그가 두 번의 전쟁을 치러 승승장구했지만 그것은 모두 사이먼의 공이었다. 그것을 모르고 지금 설치고 있었다.
“다음 전쟁에 그를 전쟁터에 쉽게 불러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무슨 구실로? 지금은 그냥 군에서 손을 떼는 것이 사는 길이다.”
“알겠습니다. 하오면 수습은 해야 할 것이 아닙니까?”
“수습을 할 능력이 있는 자라면 지금의 이런 상황을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네 능력으로 수습이 가능할 것 같으냐? 불가능하다.
네 역량으로는 불가능해. 왕국의 법도상 일반 귀족은 원정을 나갈 책임이 없다. 그렇기에 이번에 징병한 군대도 로크 왕국에 투입을 하지 않고 국경에서 대기를 했던 것이다.
명령을 내리려면 제후들의 승인이 필요했다. 대신에 아국의 영토가 침범을 받으면 참전할 의무가 있다. 그런 정도만 알고 있었어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겠지.
그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을 못했겠지. 다들 조금만 신중했다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군부에 감찰관 정도의 자리를 마련하여 그를 붙잡아 두었어야 했다. 나 같았으면 그를 이용하여 부패한 녀석들부터 정리했을 것이다.”
해몬슨의 말은 앤디온에게 그냥 도망치라는 말이었다. 현재의 상황은 그가 수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사이먼은 마가렛과의 결혼식을 하기로 한 후에 이상한 움직임이 없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혹시라도 마가렛에게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마법을 사용하여 이동할 생각이었다.
왕실이나 헬로이안이 허튼 짓을 할 수가 있기에 언제라도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았다. 마가렛에게도 주변에서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하도록 신신당부를 했다.
“굳이 그 아가씨와 결혼을 해야겠니? 다른 귀족가문의 영애도 많은데.”
세간이 도는 소문을 들었는지 엘레나가 와서 못마땅한 기색으로 사이먼의 눈치를 보면서 마가렛에 대해 험담을 했다. 엘레나는 전대 국왕의 왕녀라는 사실을 들었지만 굳이 그렇게 복잡한 사정을 가진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어머니는 기분 좋게 맞아 주세요. 지금 속사정을 말할 수는 없지만 제가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일입니다.”
사이먼은 엘레나에게 마가렛이 숨겨진 왕녀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이미 소문으로 떠돌고 있는 내용이지만 확인을 해줄 이유는 없었다.
또한 붙이자면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의미가 있지만 그 모든 것에 대하여 일언반구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그것이 사이먼의 앞날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있지만 새어나가서 좋을 것이 없기에 철저하게 함구했다.
“알았다. 그렇게 하마.”
엘레나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워프게이트를 사용하기 위해 움직였다. 독립영지가 되면서 영지에 마탑의 협조를 받아 일반용 워프게이트를 설치했다. 규정상 영지의 영주가 허가를 하면 워프게이트를 설립하는 것은 가능했다.
아울러 현재 영지 내부에서 사용하기 위한 워프게이트 설치도 협의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 개척한 지역과 트라칸 반도의 거점 사이가 너무나 멀어 이동이 불편하기에 사이먼이 워프게이트에 사용할 마정석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운영할 예정이었다.
어쨌든 사이먼은 워프를 이용하여 혼타로스에 당도했고 그곳에서 사전에 스타리안 영지에서 보낸 마차를 타고 영지로 이동했다. 스타리안 자작부인 조안이 사이먼과 그의 부모를 맞이하였고 이틀 후에 결혼식을 치렀다.
사이먼의 결혼식을 한다는 사실을 들은 일반 귀족 몇이 방문을 하기도 했다. 특히 앤티론 백작이 직접 방문하여 그나마 일족의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당분간 제나가 영지에 남아서 관리를 할 거예요. 어머니가 당분간 영지를 보유하고 있다가 적절한 시점에 정리하기로 했어요.”
“하기야 결혼을 하는 것은 마가렛 당신이니 어머님의 작위나 영지는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겠군요.”
사이먼은 결혼식을 마친 후에 마가렛의 어머니 조안이 같이 영지로 간다고 하자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영지 문제를 묻자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니 일단 보유하고 있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스타리안 자작부인 조안은 영지에 가면 장원 하나를 인수받아 기사들과 같이 지내기로 했다. 물론 엘레나와 비슷한 나이라 죽이 잘 맞아 금방 친해지기도 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스타니엘 자작이 위험한 일임에도 나서 준 것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나중에 왕실과도 척을 질 일이라 나서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제야 묵은 숙제를 마친 기분이네.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이렇게 혼인을 했으니 내 할 도리를 다한 것 같네.”
스타니엘 자작이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을 했다.
“조안이 불편할 수도 있다고 여기 남아 있으려고 하는 것을 그냥 같이 가는 것으로 정리를 했네. 나중에 불행한 상황이 벌어져 자네나 마가렛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하니 따르더군.”
“감사합니다. 여기에 장모님이 남아 있으면 여러 가지로 번거로울 수가 있는데 그런 문제를 해결하여 다행입니다.”
사이먼은 스타니엘 자작이 있어서 그런지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에 안도를 했다. 혹시라도 이상한 일을 저지를까 걱정을 했었다.
그들은 결혼식을 치른 지 3일 후에 영지를 떠났다. 그들이 혼타로스에서 워프게이트를 이용하여 엘칸토르 영지에 오자 영지의 기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사이먼은 무사히 결혼식이 마무리 되어 영지에 돌아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헬로이안이 준동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기에 조금만 더 시간이 걸렸다면 신경쇠약에 걸렸을지도 몰랐다.
하일러 후작은 며칠간의 와병 끝에 군부 수장의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신전에서 치료를 했어도 몸이 제대로 낫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치료할 때만 나아졌다가 하루만 지나면 똑 같은 상황이 벌어지니 모든 일을 그만 두고 쉬는 수밖에 없었다.
두 번의 전쟁에서 승리를 이끈 공적으로 승승장구하던 하일러 후작이 병으로 물러나자 그 일로 사비올라가 어수선했다. 당장 하일러 후작이 맡고 있던 직책을 차지하기 위한 군부 요인들 간에 각축이 벌어졌다.
군부대신이나 왕국군 총사령관의 직책은 그간 하일러 가문에서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가 예기치 않게 물러나니 서로 차지하려고 한 것이다.
“하일러 후작이 몸이 좋지 않아 사직을 했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던 사람이 왜 물러났는지 말입니다.”
아일라 2세가 정보보고를 하러 들어온 오렐리어스 후작에게 푸념을 하듯이 하일러 후작의 사임을 전했다. 하지만 오렐리어스 후작은 그런 푸념에 달리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의 사임으로 인해 상황이 이상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뭔가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뒤로 물러난 것 같은데 영 찜찜하단 말이야. 지금 상황이 군부 인사들에게 좋은 것 같지만 향후 적지 않게 진통이 예상되는데. 그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을 알고 몸을 사린 것 같아.’
오렐리어스 후작은 아일라 2세에게 정보보고를 했다. 물론 이미 새롭게 만들어진 군부내 정보조직에서 다 보고한 내용이라 아일라 2세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결혼식이 무사히 끝났다고 하는데 앞으로가 걱정이요. 이제 더 이상 사이먼 후작에게 나랏일을 맡길 수가 없으니 말이요.”
아일라 2세는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하일러 후작이 물러나면서 그 사실이 내내 마음에 걸렸는지 마침내 언급을 했다. 사이먼이 사비올라에 남으려고 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군부에서 여론을 조성하여 독립영지로 분리하도록 승인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사이먼의 요청으로 오렐리어스 후작이 그런 상황을 만든 것이지만 겉으로는 군부에서 제기하고 아일라 2세가 받아들인 것이니 누구를 탓할 수는 없었다.
“지금부터 로크 왕국의 애국지사라고 하는 자들이 아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입니다. 여기에 패배한 제국에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암중에 여러 가지 일을 벌일 것입니다.”
오렐리어스 후작은 하일러 후작이 군부의 일에서 손을 떼고 칩거한 상황이라 국정에서 손을 뗄 수가 없게 되었다. 그가 사임하면서 오렐리어스 후작을 축출하려고 하는 군부의 움직임이 힘을 잃고 말았다.
“그거야 이미 전쟁을 마무리할 때에 예견된 일이요. 문제는 그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전에 막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요. 더구나 그간의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로크 왕국을 어떻게 할 것인지 기본전략조차 없는 실정이니 말이요.”
이게 다 아일라 2세의 과실이었다. 오렐리어스 후작이 줄기차게 기본전략을 정하여 정책을 추진하라고 누누이 말을 했지만 오직 합병을 입에 달고 살았다. 사실 그건 희망사항이지 현실적인 목표는 아니었다.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국가를 하루아침에 합병할 수는 없었다.
“역사적으로 국가와 국가 사이에 이루어진 외교적인 관계를 살피면 종주국과 속국의 관계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최종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국이 제국을 선언하고 로크 왕국을 속국인 공국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아일라 2세는 오렐리어스 후작의 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우리 에카테리나 왕국의 국력으로 보면 사실상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기에 수호국과 보호국의 관계를 맺는 수호동맹을 체결하는 방도가 있지만 이것도 사실은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기에 쉽지가 않습니다.”
수호동맹은 강한 국가와 약한 국가 사이에 맺는 외교관계로 강한 국가가 약한 국가를 보호해주는 관계였다. 그러나 실상을 살피면 강한 국가가 강제적으로 약한 국가의 수호국을 자처하여 형식상 평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종주권을 행사하는 수직관계나 마찬가지였다.
“현재는 동맹관계에서 수호동맹으로 전환을 하는 노정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수호동맹으로 전환을 당면한 목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수호동맹이라면 제국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고 아국이 로크 왕국을 사실상 장악해야 가능한 일인데 아국의 역량으로 가능한 일이요?”
“당장은 어려울 것입니다. 하오나 그런 목표를 가지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추진해 나가면 달성이 가능할 것입니다. 성급하게 이루려고 하지 말고 십년,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단히 노력하면 가능할 것이옵니다.”
오렐리어스 후작은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안타까워서 재차 진언을 했다.
“그러나 로크 왕국 내부에서 반발이 거셀 것이고 제국은 어떻게든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방해를 할 것인데 걱정이요.”
오렐리어스 후작은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했다. 더 이상 말을 해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사이먼 후작이 더는 왕실을 위해 나설 수는 없으니 말이요.”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인다고 사이먼이 떠나 마음대로 부릴 수가 없게 되자 아쉬워하는 아일라 2세였지만 오렐리어스 후작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