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49
헬로이안의 흔적 (1)
사이먼은 헬로이안이 머물던 던전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있는 세 개의 방은 일단 보류하고 나머지 공간을 먼저 살피기로 했다. 그 방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 헬로이안에게 제압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던전에는 흉악한 자가 아니라면 만들 수 없는 시설이 여러 개 있었다. 흑마법을 익힌 자라면 대부분 다 갖출 연구 설비지만 사이먼은 뭔가 거부감이 강하게 들었다. 자신도 흑마법을 익히고는 있지만 그런 실험은 대부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설비를 돌아보다가 한 동공에 들어갔다가 어이가 없어 실소를 짓고 말았다.
‘나도 이렇게 했지만 이 작자도 이렇게 했군. 사람의 생각이란 비슷한 면도 많군.’
아공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아공간이 해체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었다. 사이먼은 혹시라도 그럴 경우가 생길 것을 대비하여 해체되는 장소를 애쉬톤 산에 만든 은신처의 아주 커다란 창고로 지정해 놓고 있었다.
사람의 생각은 비슷한 면이 있는지 헬로이안도 던전의 가장 깊은 곳에 아주 넓은 공간을 만들어서 그곳으로 해제되는 장소로 지정을 해놓은 것 같았다.
그곳에 온갖 잡동사니부터 시작하여 각종 물품이 널려져 있었다. 헬로이안이 죽자 아공간이 해체되면서 아공간에 있던 물건이 쏟아진 것 같았다. 사이먼은 그것들 중에서 쓸 만한 것들은 모조리 자신의 아공간으로 집어넣었다. 일단 챙겨 놓고 나중에 시간을 내서 분류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 한참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특히 수도 없이 많은 서적이 널려 있었다. 마법서적도 있고 여러 가지 서적들이 있었다. 평생 그가 모은 서적들 같았다. 나중에 분류할 생각으로 모조리 아공간 안에 넣었다.
음흉하고 비밀이 많은 흑마법사라서 그런지 혼자 사용하는 던전임에도 문마다 온갖 암호를 걸어 놓고 있었다. 그러나 사이먼은 그런 암호가 걸려 있어도 해제하는 것이 어렵지가 않았다. 복잡하게 트릭을 걸어 놓았지만 그 모든 것이 한 눈에 드러나 보였다. 그저 툭 마나를 운용하면 다 해제가 되었다.
9서클이 되면서 마나를 느끼는 능력이 엄청나게 상승한 것 같았다. 괜히 그 경지를 ‘마나의 지배자’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헬로이안이 낮은 수준의 마법사가 아닌데도 그가 전개한 모든 마법이 그대로 파악이 되었다.
물품 중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공간에 넣고 흑마법사가 아니면 필요 없을 것들은 없애거나 일부 재료만 챙기고 모조리 해체하기도 했다. 그렇게 모든 방을 다 정리한 후에 마침내 일반인 두 명이 들어 있는 창고를 개방했다.
창고 안에는 죽기 직전의 상태라고 할 수 있는 노인 두 명이 있었다. 그들을 자세히 보던 사이먼은 순간 사악한 한 가지 수법이 떠올랐다.
‘이런 미친 작자를 봤나? 설마 살아있는 사람을 이용하여 마나흡수를 전개하다니. 그것도 일반적인 마나를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방법으로 마나를 주입하여 흡수하는 사람의 마나와 같이 만든 다음에 흡수하여 경지를 올리는 방법이다.
그나마 영혼동화술은 제물이 충분하고 부작용이 있어서 시행하지 않은 것 같군. 설마 다른 6서클 마법사도 똑같은 용도인가?
아직 7서클이 되지 않아 시행을 하지 않았군. 조금만 늦게 처리했다면 곤란할 수도 있었다. 모든 마나를 다 빼앗겨 흑마법사의 마나 고리마저 다 사라지고 말았어. 강제각성으로 7서클의 마법사가 되었지만 한순간에 폐인이 되고 말았군.’
사이먼은 던전 한곳에 있던 마법진의 용도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결박을 하는 장치까지 있더니 이들을 그곳에 결박하여 마법진을 이용하여 마나흡수를 한 것 같았다.
‘그자의 마나에서 이질적인 마나가 섞여 있더니 바로 이들에게 흡수한 마나이군. 아무리 성질이 비슷하게 만들려고 했어도 조금은 다를 수밖에 없지. 이들을 어떻게 한다?’
사이먼은 그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이곳에 오기 전이라면 그들을 회복시킬 능력이 없지만 9서클이 된 지금은 달랐다. 최소한 일반인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단지 마나 고리까지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아예 기억을 지우고 새롭게 교육을 시키는 것도 방법인 것 같은데.’
그들은 흑마법사일 것이 분명했다. 헬로리안의 기억을 본다면 종속마법에 걸린 상태에서 5서클까지는 분명 마법을 익혔을 것이 분명했다.
그 후에 6서클과 7서클은 강제로 마나를 받아들여 강제각성을 한 것 같았다. 그 대법에 대해서 잘 알기에 사이먼은 어떤 상황인지 바로 알 수가 있었다. 직접 수련할 경우에 사람에 따라 고유한 마나의 속성을 갖기에 그런 방법을 사용해야 마나의 성질이 흡수하는 자와 동일해졌다.
사이먼은 그들이 불쌍했다. 아울러 자신도 그런 처지가 될 수 있었기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렇기에 그들이 당한 것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모종의 이유로 마나 유저가 되지 않았다면 납치를 당해 저들과 같은 처지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나유저가 된 덕분에 그런 처지를 면하고 그 앙갚음으로 흑마법사가 되었지만 저들에 비하면 자신은 엄청나게 행운아였다. 지금의 그가 있게 된 것이 헬로이안 때문이기도 했다.
헬로이안이 흑마법사로 만들고 기억을 전이해 주지 않았다면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도움을 주기보다 앙심을 품고 이용을 하려고 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었다.
아직도 헬로이안이 살아있다면 결과적으로 득을 주었을지라도 그런 생각을 못하지만 이제는 사라진 상황이니 편하게 그런 생각을 할 여유마저 생겼다.
‘헬로이안이 움직이지 않아 이상하다 했더니 이들을 통제하고 시술을 통해 마나를 똑같이 만드느라 움직이지 못한 것이군. 함부로 자리를 비웠다가 조금만 이상이 발생하면 그동안 많은 공을 들인 대법이 실패할 수 있으니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 것이겠지.
한데 이들이 문제군. 이들은 절대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죽이는 것이 깨끗한데 그것은 아무런 죄도 범하지 않은 이들에게 가혹한 행위이다.
살려주려면 모든 기억을 다 지워 백치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만들어서 내보내면 죽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한동안 내가 데리고 있을 수밖에.’
사이먼은 그들을 풀어주려면 흑마법에 관한 기억을 다 지워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백치 상태나 마찬가지인 그들이 살아가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러면 누군가 보살펴 주어야 했다.
‘좋다. 이들을 살리고 몸을 회복시킨 다음에 백마법을 전수해 주도록 한다. 이미 흑마법사가 되어 마나 고리를 만들었기에 쉽게 마법을 배울 것이다. 당분간 나를 따르는 전속마법사로 만들 것이다.’
사이먼은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결심을 하자 헬로이안의 물건 중에 일부를 이용하여 빈 공간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예요. 지금 영주관이나 영지에 급한 일이 있어요?”
사이먼은 마가렛에게 마법통신을 연결했다. 자신이 마법을 익힌 사실을 말한 후에는 그런 면에서 상당히 편리했다. 아울러 마가렛이 사이먼이 영지를 떠나 있어도 문제가 없도록 잘 처리를 해주고 있었다.
“특별한 일은 없어요? 뭔가 일이 있어요?”
마가렛은 사이먼이 외부에 일이 있다면서 마법을 사용하여 자리를 비운 것을 알고 있었다.
“조금 급한 일이 생겨서 몇 시간 동안 더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으니 혹시라도 일이 생기면 적당히 처리를 해요. 진짜로 급하면 연락을 하고요.”
“알았어요.”
사이먼은 마가렛과 통신을 한 후에 다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급한 일이 있거나 걱정할까 염려되어 먼저 연락을 한 것이다. 대법을 시행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사이먼은 그들에 대해서 응급조치를 취한 다음에 6서클 상태에 있는 마법사가 들어 있는 방문을 열었다. 역시 암호를 알지 못하면 들어가는 것도 나오는 것도 불가능하게 되어 있었다.
6서클 마법사라도 탈출이 불가능할 정도의 시설이 되어 있었다. 문이나 벽에 갖춰진 설비를 본다면 감옥이었다. 그들은 헬로이안이 죽자 몸에 걸린 종속마법에서 풀려난 충격으로 인해 멍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났다면 발작을 할 상황이었다.
사이먼은 6서클 마법사를 제압했고 역시 다른 방에 있는 자도 제압을 했다. 두 명을 제압한 상태에서 마법진이 그려진 곳으로 데리고 왔다. 마법진은 헬로이안이 그린 것처럼 역시 크게 두 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어쩔 수 없다. 온전한 두 사람의 마나를 사용하여 다른 두 사람을 살리는 수밖에. 그 작업을 하면 이들의 마나 고리를 별도로 해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사이먼은 두 사람을 마법진 위에 올려놓았다. 마법진을 가동하자 노인처럼 보이는 자의 혈색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흐르자 노인으로 보이는 청년의 모든 모발이 다 사라지고 조금 지나자 다시 청년의 모습이 되었다.
반면에 멀쩡했던 자는 여전히 젊은 모습이지만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그의 마나 고리가 해체되면서 마나 고리에 있던 마나가 노인으로 변했던 청년에게 전이가 된 것이다. 노인 형상의 청년에게 전해진 마나는 생명의 마나로 치환되어 마나 고갈 상태를 치료했다.
그들을 한 쪽으로 옮겨 두고 한쪽에 있던 다른 두 사람을 마법진 위에 놓고 다시 마법진을 가동했다. 전과 동일한 현상이 일어났다.
마법진을 한 번 가동할 때마다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기에 도합 두 시간 정도가 흘렀다. 사이먼은 그들을 한쪽으로 옮긴 다음에 마법을 전개했다. 그들에게 기억삭제마법을 전개하였다.
모두 백치나 마찬가지의 상태로 만들었다. 또한 흑마법을 익히기 전의 상태로 만들었다. 이들에게 적당한 수준의 마법지식을 전달하고 백마법을 익히도록 할 생각이었다.
물론 흑마법을 익힌 것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나은 결과를 보일 수도 있었다. 흑마법이건 백마법이건 사용하는 마나의 성질만 다르지 원리는 같았기 때문이다. 쉽게 그들이 도달했던 7서클이나 6서클을 이룰지도 몰랐다.
‘일단 이들을 통제해야 하니 종속마법을 전개하고 간단한 상식들을 기억전이 마법을 전개하여 이전시키도록 하자.’
사이먼은 그들을 자신이 거느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그냥 풀어주는 것은 살리는 것이 아니라 방치였다.
‘내가 머물던 은신처에 데려다 놓고 일정 시간동안 적응을 하게 한 후에 나중에 마법을 익히게 하여 개인 마법사로 들이도록 하자.’
사이먼은 헬로이안에 의해 죽었을 그들이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그리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자신이 헬로이안을 제거했기에 그나마 죽지 않고 살아난 것이니 그들은 그 자체로 고마워해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들에게 조치를 취하면서도 망설임이 없었다.
‘일단 어느 정도까지 마법을 가르쳐 준 다음에 이들의 상태를 보면서 선택을 하게 하면 될 것이다. 만일에 정상적인 상태가 되고 떠나기를 원하면 떠나보내면 된다. 이들의 신분을 적당히 위장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이먼은 그들 하나하나에게 조치를 취했다. 어떤 조치를 취하면 대기 시간이 필요했기에 하나를 처리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이 마칠 수가 있었다.
사이먼은 그들에 대한 조치를 다 취한 후에 다시 한 번 던전을 청소하였다. 클린 마법으로 깨끗이 흑마법의 잔재를 없애고 정화마법을 전개하여 암흑의 마나를 없앴고 그 후에 신성력을 이용하여 다시 한 번 흑마법의 기운 자체를 정화했다.
던전을 무너뜨릴까 하다가 은밀한 공간이 필요할 수도 있기에 나중에 필요할지도 몰라 그대로 두기로 했다. 워낙 오지에 은밀한 장소에 있기에 은신처로 적당했다.
사이먼은 네 명을 모은 다음에 공간이동마법을 전개하였고 애쉬톤 산 지하에 있는 예전의 그의 은신처에 당도했다. 네 명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황이기에 그대로 두고 재차 슬립마법을 전개하였다. 그 후에 사이먼이 다시 떠나갔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사이먼이 나타난 곳은 프라인을 비롯한 흑마법사가 머무는 던전이었다. 혹시라도 헬로이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알면 뿔불이 흩어져 도주할 우려가 있기에 빨리 처리해야 했다. 사이먼은 헬로이안의 기억을 새롭게 획득했기에 그 던전의 구조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여간 흑마법사가 음흉하다고 하더니 자신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이 머무는 은신처에도 말살장치를 만들어 두다니 지독한 작자이다. 물론 제자를 죽일 목적보다는 나중에 침략해 오는 자들을 제거하는 목적이 더 클것이지만.’
사이먼은 헬로이안이 만들어 놓은 장치를 발동시키기로 마음먹고 혹시라도 그 안에 있는 자들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재차 보강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공간마법이 작동되지 않도록 마나왜곡을 전개한 후에 각종 독을 살포하고 포이즌 마법에 마나버그를 살포하여 안에 있는 자들을 모조리 다 말살시키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 신성력을 가진 자들이 들어올 경우를 대비하여 그들과 상극인 홀리버그마저 살포하도록 했다.’
마나버그나 홀리버그는 그 존재 자체가 금지되어있는 극악한 물건이었다. 마나를 사용하는 기사나 마법사, 흑마법사는 마나 버그에게 중독이 되면 마나를 상실하게 되고 끝내 마나버그가 온 몸을 잠식하여 죽음에 이르게 했다. 홀리버그는 역시 신성력을 가진 자들의 몸을 잠식하여 신성력을 없애고 죽음에 이르도록 했다.
마나버그의 치료는 사실 그리 어렵지가 않지만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중독된 지 한 시간 안에 신성력을 가진 사제가 정화를 하여야 그나마 목숨이라도 건졌다. 물론 도중에 진행된 마나의 손실은 다시 복구하기가 어려워 많은 시간을 두고 다시 수련을 해야 복구가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