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27
집을 떠나다 (3)
“결국 용병대에서 가입하지 않았다고 귀찮게 했다는 말입니까? 그곳이 어디입니까?”
사이먼도 알고 있어야 대비할 수 있기에 바로 질문을 던졌다. 간단히 귀찮게 했다고 하지만 의뢰를 받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부터 목숨을 노리는 것까지 다양할 것이 분명했다.
“프리타 용병대라고 사비올로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즉, 그 말은 왕국에서 세 번째 안에 든다는 말이다.
너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용병대의 대장인 레온이라는 자가 문제이다. 너도 나중에 마주치면 그놈이나 수족들이 반드시 귀찮게 할 것이다.
네가 내 아들이라는 것을 알면 그러고도 남는다. 그놈들은 정말 끈질긴 자들이다. 내가 왕도를 떠난 후에도 몇 번이나 귀찮게 했다.
세로스에는 그런 용병대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챈터 용병대와 스콜스 용병대가 있다. 둘 다 평판이 괜찮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그들과 충돌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라. 개인이 용병대와 충돌하면 상당히 귀찮아진다.”
“그런 것은 다른 용병들에게 들었습니다. 그나마 대영지에만 있는 지회에 설립을 신고할 수 있다면서요. 어지간한 신용도로는 심의를 통과할 수도 없고요.”
지회가 있는 곳에 근거지를 두었기에 지부가 있는 휘하 영지에는 용병대가 없었다. 길드에서는 용병대의 숫자를 지회마다 최대 세 개 이하로 허가를 해주었다. 예외적으로 왕도인 사비올라는 다섯 개를 허가해주었다.
아울러 용병대의 인원도 신용등급에 따라 100명에서 200명까지만 모집할 수가 있도록 하여 무차별로 용병대의 규모를 키울 수 없게 했다. 인원제한 덕분에 최고의 정예로만 구성을 하였다. 그러나 A급은 10명으로 상한제를 두어 내부승급을 하지 않으면 A급은 영입하지 못하게 했다.
사이먼도 용병대에 대해 들었지만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야 자신이 대충 피하면 그만이었다.
“네가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실력이 있다고 소문이 나면 그들의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두 용병대의 대장이 그런 일에 별로 집착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밑에 있는 자들까지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장급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용병대는 대장이 중요한 것은 결정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몇 명의 조장들이 20명 정도의 조원을 거느리고 소규모로 의뢰를 수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나머지는 하급 용병을 모집하여 인원수를 채운다. 물론 일이 중요하면 여러 개 조가 동시에 투입되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기에 조장들은 자신의 휘하에 실력 있는 조원을 끌어들이려고 한다.”
“피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그들 정도는 깜짝도 하지 않고 물리칠 실력을 갖추던지 말입니다.”
사이먼은 세상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현실이 맘에 들지 않았다.
“일단 네가 내 아들이라는 것은 알 것이니 허튼 수작은 벌이지 않을 것이지만 세상은 꼭 이상한 족속이 있으니 그게 문제이다. 오히려 그런 이유로 귀찮게 할 놈도 있다.”
“그렇다고 피하기만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부딪쳐서 이겨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혼자 버티지 못할 것 같으면 적당히 피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도 지금 걱정해서 답이 없으니 닥치면 상황에 맞춰 대응하겠습니다.”
사이먼은 아버지 크라인도 참 어렵게 세상을 산 것 같다고 생각을 하면서 자신도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을 앞으로 겪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사이먼은 마침내 집을 떠나 상행에 참여하여 세로스에 왔다. 혼자 여행이 불가능해 세로스로 가는 호위 의뢰를 받아서 상행과 같이 이동을 했다. 의뢰가 끝나자 크라인이 도움을 받으라고 소개해준 사람을 만났다.
“네가 크라인의 아들이구나. 저번에 실종되었다가 극적으로 돌아왔다면서.”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만나야 할 사람은 C급 용병을 하다가 10년 전에 은퇴한 50대의 남자였다. 그는 현재 세로스에서 여관을 하고 있었다. 물론 여관의 일층에 잡화점과 식당을 겸한 상점도 같이 운영하고 있었다. 크라인이 의뢰를 받아서 세로스에 올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 여관에서 머물렀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크라인이 네가 세로스에서 활동할 것이라며 그동안 머물 곳을 구한다고 연락을 했더구나. 그래서 몇 가지 생각을 해봤다.”
사이먼은 아버지의 지인인 호펀이 말하는 내용을 들었다. 가장 용병들이 선호하는 방법이 여관에 머무는 방식이었다. 여관비가 조금 비싸지만, 일을 나가지 않고 세로스에 머물 때만 사용하는 것이라 집을 구하는 것보다 오히려 저렴한 편이었다. 단지 재산을 보관하는 것이 문제지만 그것도 용병길드에 돈을 맡기면 그리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반면에 집을 구하는 것은 돌아와서 여유롭게 쉴 수가 있지만 집에 아무도 없으면 도둑이 들 수도 있고 관리인을 두면 그 비용이 용병을 하면서 번 돈을 다 들여도 오히려 부족할 수 있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사이먼에게는 크게 필요가 없는 방식이었다.
“내 생각에 당분간 우리 여관에서 투숙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큰돈은 용병길드에 맡겨 자네 부친이 찾을 수 있게 하면 안전할 것이고 당장 용돈이야 직접 지참하면 될 것이고. 여타의 짐은 용병들이 몇 명 투숙하기에 여관 뒤편에 있는 창고를 개조하여 보관소를 만들어 두었으니 그곳을 사용하면 그렇게 불편하지 않을 거야. 나머지 짐이야 의뢰를 할 때 가지고 이동을 하면 되고 말이야.”
한참을 설명을 한 호펀은 그렇게 결론까지 내렸다. 생각해 보니 당분간 집을 구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돈은 집으로 보내면 되고 나머지 짐은 마법 배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 되었다. 잡다한 짐은 필요하면 맡기면 되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의뢰를 받기 위해서 등록을 해야 하는데, 용병길드에 연락처를 기재해야 하는데, 이곳으로 기재해도 됩니까?”
“내가 확인서를 끊어주면 되니 크게 문제가 없네. 더구나 가족이 있는 본가를 같이 등재할 것이니 임시 거주지를 여관으로 해도 되네.”
“그게 가장 편리한 방법 같습니다.”
사이먼은 수련을 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해 집을 구하려고 했지만 검술이야 여관의 공터에서도 수련이 가능하고 마법은 세로스에서 수련할 수가 없으니 그런 집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거기다 그가 의뢰를 떠난 후에 비어있는 시간이 집에서 있는 시간보다 더 길 것인데 잠시 머물려고 집을 빌리는 것은 낭비였다.
그곳에서 머물기로 결정하자 방을 살폈다. 방도 등급이 세 가지 정도 있었는데 보통 용병은 중급의 1인실을 주로 사용했다. 여관에 손님이 많아 중급이 다 나갈 경우 하급이나 상급을 사용하지만 거의 그런 일은 없다고 했다.
다음은 식사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는데 식대도 꽤나 비싼 편이긴 하였지만 의뢰대금에 비해서는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짐 보관소를 보았는데 원목으로 만들어진 튼튼한 사물함이었다. 크기도 제법 커서 철이 지나 보관해야 하는 각종 옷가지는 충분히 들어갈 것 같았다.
헬로이안을 비롯한 흑마법사에 대한 수색을 강화한 크로이엘 교단은 그들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오지에 있는 영지까지 신전을 세워 교세를 확장하기로 했다.
이 문제가 제기되면서 왕실과 교단의 마찰이 불가피해졌다. 전부터 대두가 된 내용이지만 그저 추측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막상 현실이 되니 첨예하게 대립이 이루어졌다.
왕실의 입장은 기존부터 부지를 제공하는 것 외에 다른 지원은 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부지도 영지민이 사용하는 구역에 있는 토지는 제공할 수 없고 영지 소유의 토지 중에 신전을 지을 수 있는 넓이로 제공하기로 했다.
신전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그 자금을 해당 영지에서 한꺼번에 부담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였기에 논쟁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왕실의 입장에서야 신전이 들어서지 않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라 굳이 그런 편의를 봐줄 이유가 없었다. 영주가 다스리는 곳은 영주가 결정하면 되었지만 왕실직영지는 최종적으로 왕이 결정해야 했다.
신전을 영지에서 건립하여 헌납해야 한다는 교단의 주장을 왕실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신전건립을 추진하던 계획은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치고 말았다. 교단에서 막대한 신전건립 자금을 감당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크로이엘 교단과 왕실의 힘겨루기는 막 시작되었지만 조급한 신전과는 달리 왕실은 여유가 있었다. 더구나 왕실은 신전에서 협의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 신전을 건립할 것이지만 당장 급할 것은 없었다. 시간을 뒤로 미룰 수 있다면 최대한 미루는 것이 좋았다. 굳이 서둘러서 그 문제를 매듭지을 이유가 없었다.
교단에 우호적인 귀족을 통해 지속적으로 신전건립의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크로이엘 교단이 원하는 구도는 왕실에서 먼저 신전을 건립하자고 요청하는 것이지만 왕실에서 그럴 이유가 없었다.
차라리 선왕인 사일러 3세라면 접근할 여지라도 있지만 평화적으로 왕권을 계승한 아일라 2세는 굳이 크로이엘 교단의 도움이 필요 없었다. 그것을 알기에 먼저 흑마법사 헬로이안에 대한 부분을 거론했지만 그것도 그리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에카테리나 왕국의 크로이엘 교단을 책임지고 있는 알 리시온 추기경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움과 분노의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교황께서 신의 계시를 받고 교단 산하에 교시를 내린 것이 사실인데도 그것을 믿지 않고 신전을 늘려 교세를 확장하려고 한다는 비난을 하고 있으니 정말 난감합니다. 일리아나 주교,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좋은 방도가 없습니까?”
“신전건립에 대한 모든 조치를 유보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신전건립계획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에카테리나 왕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난 알 리시온의 얼굴에 어린 곤혹스러움은 사라지고 분노의 감정만이 남아 있었다. 그런 표정을 보는 일리아나 주교의 표정도 그리 밝지가 않았다. 한 때는 가장 친밀한 관계였지만 어느 사이엔가 두 사람의 관계는 냉랭한 기운이 감도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한 사람은 왕국을 책임지는 추기경으로, 한 사람은 수도 사비올라를 책임지는 주교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사람의 불화는 신전건립문제로 인해 겉으로 불거지고 말았다.
단순히 신전건립문제만 걸려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교황선출이라는 것이 대두되면서 알 리시온 추기경의 사심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이유로 교단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교시를 실행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신전건립입니다. 흑마법사의 색출이 불가능한 것은 신전이 건립되지 않은 영지가 많아 그들이 숨어있어도 색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오지에 신전이 건립되면 흑마법사의 색출이 지금처럼 지지부진하지 않을 것입니다. 신전건립이 없이는 계시에 나온 흑마법사를 색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신전이 없는 곳에 먼저 신관을 보내 포교를 하여 교세를 확대한 이후에 신전을 건립하는 것이 순리 같습니다. 그러면 흑마법사 색출도 가능하고 말입니다. 신전이 없는 곳에 포교 사제를 보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일리아나 주교의 말에 알 리시온 주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지긋이 노려보고 있었다. 자신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대의 태도에 심화를 참느라 한동안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 것을 몰라서 신전건립을 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신관을 파견하여 포교를 하고 신전을 건립하려면 못해도 십년은 필요했다. 5년 후면 교황을 선출할 것인데 포교를 하는 것으로 공을 내세우기에는 빈약했다. 그것은 각각 포교를 한 사제들 개개인의 공이지 그의 업적으로 내세울 수는 없었다.
최소한 왕실과 협의를 마무리 지어 신전건립이 확정되고 몇 개의 신전이라도 착공이 되어야 그나마 내세울 수가 있어 보였다. 물론 그 사이에 신관을 파견하여 흑마법사 몇이라도 잡아낸다면 모든 것이 원하는 방향으로 풀릴 수가 있었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닌 내부에서 반대를 하고 나서니 심기가 불편한 것이다.
“추기경님께서 흑마법사를 핑계로 신전건립을 요구하고 그 공을 내세워서 차기 교황선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한다는 것이 신도들 사이에서도 파다하게 떠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전건립을 공식화할 경우 신도의 반발은 물론 이탈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일리아나 주교는 교단의 일에 사심을 개입시킨 알 리시온 추기경을 탄핵하고 교황청에 파문을 요청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 신도들이 미혹에 휩싸이지 않도록 할 책임을 지고 있는 사제들마저 오염이 되어 헛소문을 사실로 믿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소이다. 더구나 일부 사제들은 포교를 통해 신전을 건립하면 그 신전을 자신의 사유물로 알고 그곳에 눌러 앉아 교단을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그런 작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신전건립문제는 교단이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알 리시온 추기경은 자신을 음해한다고 생각하는지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사제들을 오히려 비난했다. 더구나 사제들은 신도의 뜻보다는 신의 대리인인 교단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교단중심주의를 신봉하는 자답게 사제가 신전을 건립하는 일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반대를 했다.
사제가 포교를 하고 신도의 뜻을 모아 영지의 도움으로 신전을 건립할 경우 그 일에 중심에 섰던 사제의 힘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 신전이 번창하면 교단은 고위급 사제를 신전의 책임자로 보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일이 발생하면 사제는 명령에 따를지라도 신도들이 반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도들은 고위사제를 보낼 것이 아니라 포교를 하여 신전을 건립한 사제를 고위직으로 올리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알 리시온은 중앙의 고위 사제가 그런 신전의 책임자로 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그의 측근들을 그런 자리에 보내어 권력을 강화하려고 했는데 그런 문제로 일리아나 주교와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