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49
흑마법의 저주와 난관 극복 (5)
헬로이안의 계산에 이 동굴은 없었다. 헬로이안이 이 동굴의 존재를 알았다면 흑마법사들을 이끌고 몰려올 정도로 흑마법사에게는 최고의 수련 장소이기도 했다.
사이먼은 흑마법을 익히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매일 동굴에서 마나를 모았다. 몸 안에 엄청난 수준의 마나가 있기에 음의 마나를 아무리 모아도 육체가 붕괴되지 않고 버티는 점도 사이먼의 진전이 빠른 원인이었다.
사실 흑마법이건 그냥 마법이건 5서클부터는 깨달음이 있어야 서클이 올랐는데 5서클은 흑마법의 저주에 걸린 덕분에 쉽게 올랐고 6서클은 흑마법의 저주를 이기려는 의지와 동굴에 있는 엄청난 마나덕분에 쉽게 서클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마법 천재라도 20년의 시간은 주어져야 6서클에 오를 것인데 나는 고작 3년이 조금 더 지나 6서클이 되었으니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기억전이 마법으로 헬로이안이란 자의 모든 것을 전달받은 점도 진전이 빠른 이유이다. 이러다가 7서클도 빠르게 되는 것 아냐? 이 정도라면 서클의 상태만 봐서는 벌써 6서클 엑스퍼트의 단계로 접어드는 것 같은데.’
마나만 모으면 비기너에서 엑스퍼트의 상태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마스터의 상태가 되는 것은 작은 깨달음이라도 필요했다. 그 후에 더 큰 깨달음이 있어야 새로운 서클이 하나 더 생겼다.
6서클의 마법을 다 익히면 6서클의 마스터가 되었다. 물론 그 마법을 다 익히기 위해서는 깨달음이 필요했다. 마법을 마스터하는 것은 전개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완벽히 전개하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마스터의 경지란 해당 서클에서 전개할 수 있는 모든 마법을 다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몇 개의 마법을 완벽히 전개하면 되었다. 그렇게 되면 마나서클도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사이먼은 하루의 절반을 은신처나 야외에서 검술이나 궁술을 익히고 양의 마나를 모으는데 보내었다. 대신에 절반 정도는 동굴에 가서 흑마법을 익히고 음의 마나를 모으는데 보내었다.
흑마법의 진전은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었다. 이런 시간 중에 사이먼은 머리에 있는 것을 글로 표현한 것을 다시 읽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을 알고 배낭에 사전에 준비한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이것을 위해 아주 많은 양의 종이를 구했다. 그의 머리에 있는 1서클 마법부터 적어나갔고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히 적었다. 혹시라도 잊어버릴 수도 있기에 적어놓는 것이 필요했다.
물론 검술도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최대한 정리를 해나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간 배운 것을 정리할 수가 있었다. 다 아는 것 같아 간과하고 넘어갔는데 기록으로 남기다 보면 잘 모르는 것이 발견되어 새로운 것을 배울 수가 있게 되었다.
이렇게 했기에 그저 주어진 지식만 겉핥듯이 알고 지나간 것들을 제대로 점검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가 있었다. 더구나 이해력이 없으면 기억하고 있는 것도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도 있어 기억전이마법으로 전해진 것을 보다 자세히 알게 되었다.
글로 적다보면 다 적었다고 생각하였는데 다음날이 되면 새로운 것이 기억이 나기도 했다. 워낙 방대한 양을 쑤셔 넣다시피 기억을 전이한 탓에 사이먼이 제대로 기억해 내지 못한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헬로이안에 대해서 몇 가지 더 알 수 있었다. 신전이나 마탑에 대해서 원한을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원한을 가진 것은 흑마탑이라 칭하는 같은 흑마법사의 일파였다. 마족을 소환하는 소환마법사들이 신전과 결탁하여 순수한 흑마법사들을 배신한 것이다.
또한 ‘천사의 집’이라는 고아원 출신으로 왕립마법아카데미 출신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버지인 크라인이 천사의 집 출신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사실을 알게 되자 왠지 친밀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사이먼은 헬로이안에 대한 정보나 사념도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생각이 나는 대로 기록을 했다. 사념은 기억전이마법으로 전이된 기억보다 훨씬 흐릿했기에 떠오르다가 그냥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기록이라는 것은 자신이 아는 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기록을 하는 것은 남을 가르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읽을 사람이 이해하도록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이먼은 자기가 기억하는 것을 최대한 적어나갔다. 그것을 통해 그가 얻는 것이 많기에 매일 시간을 내서 글쓰기를 해나갔다. 더구나 읽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히 적다보면 자신도 몰랐던 것을 새로 깨달을 수 있었다.
스타니엘 자작은 앤과 같이 식사를 하다가 케인스의 결혼문제가 거론되자 달리 말을 하지 않고 듣기만 했다. 열일곱 살이 되었으니 결혼을 시킬 시기가 되기도 했다.
“제가 사람을 시켜 적당한 혼처를 알아볼 생각입니다.”
결국 혼인할 대상자를 물색하겠다는 말을 장황하게 말한 것이다. 스타니엘 자작은 그냥 식사만 하고 있었다.
“굳이 지금 결혼을 서두를 이유가 있느냐?”
스타니엘 자작의 말에 앤은 놀란 표정이 되어 바라보았다. 귀족가에서는 15세만 되면 결혼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스타니엘 자작의 말은 조금 조류에 어긋나는 말이었다.
“케인스는 마법을 익히고 있다. 곧 3서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알다시피 마법이나 검술을 익히면 남들보다 오래 산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일정한 경지에 올라야 하지만 말이다. 당장 3서클만 되어도 나이 30살까지 청년과 같고 4서클이 되면 40살이 되어도 30살보다 더 젊어 보인다. 5서클의 수준에 이르면 60살이 되어도 40살 정도로 보이고 말이다.”
스타니엘 자작의 말에 앤의 얼굴은 더욱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마법사들 상당수가 마법에 미쳐 결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아들인 케인스도 스타니엘 자작처럼 결혼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내 생각에는 결혼을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마법이나 검술에서 일정 수준에 이른 사람을 아내로 만들었으면 한다. 그래야 살아가는 동안 같이 이야기라도 할 수 있어 보인다. 여자가 겉으로 늙은 모습을 보이면 그것은 서로에게 끔찍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순간 앤의 얼굴이 더 좋지 않게 변했다.
“설마 그 애를 염두에 두시는 것입니까?”
앤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 보였다. 설마 하던 것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 애는 평민출신이고 아버지가 고아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아이를 케인스의 짝으로 맞는 것은 너무나 격이 떨어집니다.”
앤은 스타니엘 자작이 애니카를 영주관으로 데려온 후에 정식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보면서 불안했는데 진짜로 그렇게 하려는 것에 암담한 표정이 되었다.
“그 아버지가 고아라고 하지만 그 부모는 상인으로 나도 안면이 있던 자이다. 아홉 살이 되던 해에 부모가 변을 당해 고아가 되었으니 순수하게 고아출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충분히 조사를 해보았다. 평민이라고 하지만 크라인 경의 할아버지는 준남작이고 그 위를 따지면 앤티론 가문의 방계이다.”
“앤티론 백작가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러하다. 크라인의 5대조가 네 남편 헨리처럼 남작의 작위를 받기도 했다. 나처럼 영지를 떠나 수도에 정착을 했다. 방계는 행정관이나 기사를 하지 못하면 그 후부터 본가의 성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알 것이다.”
“그렇지만 케인스의 짝으로는 격이 떨어집니다. 최소한 남작의 작위라도 가진 귀족의 영애를 짝으로 맞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앤은 여자이기에 가문을 중시하는 편이었다. 며느리를 평민으로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마법사가 5서클이 되면 남작의 작위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여자라면 남작부인의 작위를 받을 것이다. 그런 여자를 가문에 받아들이는 것은 남작의 딸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더 든든한 일이다.
거기에 그 오빠인 앤더슨은 고작 열다섯의 나이에 엑스퍼트가 되었다. 그런 기사가 나중에 케인스의 후원자가 되어 뒤를 받쳐줄 것이다. 거기에 그 아버지 크라인 경은 영지의 기사로 영지에서 여섯 번째로 상급 기사가 되었다. 어지간한 남작가에 비하면 훨씬 더 좋은 조건이다.”
스타니엘 자작의 말에 앤은 달리 말을 하지 못했다. 케인스를 영주로 만드는 것은 스타니엘 자작의 마음이었다. 만일에 그의 뜻을 앤이 거슬렀다가는 결국 케인스가 영주가 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당장 그 애를 며느리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그 애를 물망에 두고 살피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애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각별히 관심을 두었으면 한다.”
스타니엘 자작의 말에 앤은 그냥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명령이나 마찬가지였다. 앤이 방해를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전에 경고한대로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었다.
사이먼은 동굴에 들어와서 한동안 마법진을 분석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각각의 마법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을 하려고 했다. 이런 작업 자체가 마법에 대한 이해를 높여 마법실력을 향상시켰다.
‘이건 새로운 형식의 마법진이다.’
마법진은 룬어로 이루어진 마법진과 도형으로 이루어진 마법진도 있었다. 보통은 두 가지가 결합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마법진은 순수하게 도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신에 다른 도형 마법진과는 모든 것이 생소했다.
‘마치 마나를 새로 가공하는 것과 같은 마법진이다. 총 8개의 다른 마법진이 일정한 패턴을 이루어 유기적으로 결합이 되어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을 이루고 있다.’
작은 마법진은 숫자가 많지만 분석을 하자 8가지 유형이었다. 그것이 하나의 마법진 안에 배열이 되어 큰 기능을 하여 음의 마나를 내뿜고 있었다.
‘이 마법진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마법진의 본질인 음의 마나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마법진의 보존이나 강화와 관련이 크다. 이 마법진이 강한 검사가 펼친 공격에도 미세한 검흔만 남기도록 했다. 오히려 숫자가 가장 적은 이것이 음의 마나를 생성하거나 소환하는 역할을 한다.’
작은 마법진을 별도로 만들어서 실험을 하자 분석이 가능해졌다. 마법진은 일종의 장치나 설비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그런 것이 하나로 모여 커다란 마법진을 이루고 있었다.
사이먼은 헬로이안에게 받은 지식을 아무리 뒤져도 비슷한 형식의 마법진이 없었다. 대신에 비슷한 역할을 하는 마법진을 찾을 수가 있었다. 두 마법진을 세밀하게 비교를 해보니까 약간 유사한 면도 있었다.
‘같은 마법진이라도 이 마법진이 훨씬 간단하고 효율이 좋다. 어떻게 보면 지금 사용하는 마법진은 마나를 간접적으로 통제하여 효과를 낸다면 이 마법진은 마나를 끌어들여서 직접적으로 가공을 하여 효과를 발휘하게 한다.’
사이먼은 마법진에 대한 분석이 어느 정도 가능해지자 마법진 전체를 뒤덮고 있는 검흔을 살폈다. 마법진도 대단하지만 검흔도 그에 못지않게 대단했다.
‘오러 블레이드를 한 번에 발출하였다. 마법진에 하나씩 발출을 하였지만 일종의 보호마법이 작동하여 미세한 흔적만 남겼다. 이런 검술마저 무력화시킨 마법진은 더 대단한 것이겠지.’
사이먼은 동굴의 중앙에서 검사가 검술을 전개하는 장면을 그려보았다.
오러 블레이드가 순식간에 수천 개가 발출이 되어 작은 마법진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마법진이 저절로 발동이 되어 날아온 오러 블레이드를 거꾸로 튕겨냈고 튕겨진 오러 블레이드는 검술을 전개한 검사에게 날아갔다.
검사는 반탄 되어 날아오는 오러 블레이드를 검을 휘둘러서 해소했지만 전부 다 해소를 하지 못해 몸에 두른 바디 실드마저 일부 파괴가 되어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그것이 마법진과 검흔을 분석하여 얻은 일종의 예상되는 결과였다.
‘이 마법진은 단순히 막는 것이 아니라 되돌려 준다. 그것도 위력을 더 키워서. 만일에 파괴를 시키려면 그 검사가 내뿜은 오러 블레이드의 파괴력이 두 배 이상 강해야 한다.’
사이먼은 자신이 예측한 것이 터무니없는 상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 검술을 전개하려면 검사가 얼마나 강해야 가능할지 감이 잡히지가 않는구나. 특히 이 마법진을 파괴하려면 얼마나 강해야 할까? 데미갓은 되어야 가능할까?’
사이먼은 마법진이 있는 곳만 아니라 동굴 자체에도 마법진이 작용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나의 흐름이 약하지만 광장 외부에도 곳곳에 마법진이 적용이 되어 있었다. 심지어는 그 영향력이 동굴 외부의 계곡에도 미치고 있었다. 그렇기에 동굴 주변에 음의 마나가 일종의 장막을 형성하여 외부의 충격을 방지하고 있었다.
‘한데 왜 이런 대단한 마법진을 펼쳐서 음의 마나를 생성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뭔가 용도가 있을 것인데 흑마법을 익히기 위한 것인가?’
단순히 그런 용도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마법진이 거대했다. 뭔가 비밀이 있어 보이지만 추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스파로스 조직은 한 때 사비올라에서 두 번째로 강한 조직이었다. 하지만 그 조직이 하루아침에 박살이 나고 두목을 비롯한 간부들 대부분이 죽거나 검거가 되어 경비대에 끌려갔다.
“제기랄, 근위기사단이 출동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장이라니.”
고작 세 명의 근위기사가 출동을 했지만 스파로스 조직의 별동대 30명이 모조리 죽거나 제압을 당했고 다섯 명으로 구성이 된 호위조마저 저항하다 살해당하고 말았다.
별동대는 엑스퍼트 초급이고 호위조는 엑스퍼트 중급이었지만 상대가 되지 못했다. 물론 경비대 중에서도 기사급의 특무대가 10여 명이 나섰지만 너무나 차이가 컸다.
스파로스 조직의 두목 알레시어스의 아들 보비는 그날 숨겨진 애인의 집에서 자고 있던 덕분에 화를 피할 수가 있었다. 아울러 알레시어스가 숨겨놓은 재산과 조직원들을 찾아서 도피를 할 수 있었다.
“이 여자가 모든 일의 원흉이라는 말이지?”
보비는 서류 한 장을 들고서 숨겨진 조직원인 셀피논에게 반문을 했다.
“그렇습니다. 현재 나이가 고작 17세인 당대 스타리안 남작부인의 영애인데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전대 국왕의 숨겨진 공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참고로 전대 스타리안 남작부인은 보스께서도 절대 대적을 하지 않은 이면 세계의 거물이었습니다.”
“이면 세계의 거물이라니 무슨 의미이지?”
“왕실에서도 정보조직을 운영하고 있고 사실상 그 정보조직이 사비올라의 모든 것을 관장한다고 보면 됩니다. ‘왕의 안식처’라는 정보조직이 가장 대표적인 조직이고 그 조직의 실세 중에 하나가 전대 스타리안 남작부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당대 스타리안 남작부인이 그 조직을 인수했고 그 딸이 그 조직을 이용하여 이번 일을 주도했다는 말인가?”
“왕녀가 실질적인 주인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정보조직에서 정보를 통제해도 암흑가에서 작정하고 숨겨놓은 정보원이 있기에 상당부분 새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그 어린 여자가 이 모든 일을 다 처리했다는 말이지? 용병대 세 개부터 시작하여 상단 다섯 개에, 조직 네 개를 날리고 관리들도 수도 없이 다 잘라냈다고? 정말 무서운 년이군.”
“그렇습니다.”
“이년을 그냥 둘 수는 없지 않아? 아버지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이 되지 않는다면서?”
“그 자리에 있던 자들 대부분 죽었다고 합니다. 보스도 죽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거된 자들은 하급 조직원들입니다.”
“그렇다면 복수를 해야지. 하지만 무작정 일을 벌이는 것은 미친 짓이니 결정적인 기회를 노려야지.”
보비는 원한에 사로잡혀 있었다. 조직이 무너진 이상 그가 세상에 설 자리는 없었다. 평생을 숨어 살아야 했다. 밝은 세상이나 암흑가나 그가 발을 붙일 곳은 없었다. 심지어는 암흑가에서도 그가 나타나는 순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숨어 있어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그들을 그렇게 만든 원흉이나마 제거를 하고 싶었다.
스파로스 조직의 숨겨진 조직원은 대략 30여 명에 달했다. 그들을 동원하여 마가렛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
저택에 들어가 있는 순간 공격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저택에 있는 기사들도 여럿이고 기본적으로 저택에는 침입을 막기 위한 각종 마법장치가 있기에 침투하기가 쉽지 않았다. 방법은 외부로 나왔을 때 처리해야 했다.
저택 밖으로 나오는 순간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였다. 그것도 경비가 철저했다. 내성으로 들어가는 순간 끝이기에 내성 문에서 저택에 이르는 2km 정도의 거리에서 모든 것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그동안 스타리안 남작부인의 영애를 지켜본 결과 내성으로 가는 동안 공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나타나는 시점을 알 수가 없었고 나타난 것을 알게 되는 시점이면 이미 내성에 들어가고 말았다.
반면 내성에서 외성으로 나와 저택으로 가는 것은 예측이 가능했다. 보통 내성에 들어간 지 서너 시간 후에 다시 외성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예측이 가능했고 사전에 준비를 할 수가 있었다.
보비는 돌아가는 길에 공격할 기회를 노렸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몇 번 기회를 놓친 후에 하나의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 방법은 아예 습격을 하기 좋은 곳을 확보하여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는 것이었다.
내성의 성문에서 저택에 이르는 길 중간에 있는 집을 하나 구입했고 그 곳을 공격할 거점으로 개조까지 해두었다. 그들이 보유한 각종 무기와 마법스크롤까지 비치를 해두었다.
그러나 그렇게 했어도 결행을 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 실력 차이가 났고 호위가 만만치 않아 조금만 낌새를 보일 경우에 오히려 적발이 되어 당할 소지가 컸기 때문이다. 저택을 구입하여 잠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준비를 하는 것도 어렵고 보안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가장 그들을 어렵게 하는 것은 자신처럼 스타리안 남작부인의 영애를 노리거나 염탐하는 자들이었다. 그 주변에 엄청나게 많은 자들이 서로 견제를 하면서 지켜보고 있었고 그들 때문에 공격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지경이었다.
그러니 제대로 준비도 못하면서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단 한 번 공격으로 성공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도사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