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58
만남 (1)
“그자가 크라인 선배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제나 언니가 직접 나서서 살폈는데 사실 실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소문을 종합해보면 상당한 실력자인 것으로 보이는데 제나 언니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상합니다. 아카데미 성적은 상위 10% 이내였습니다.”
“그러면 실력이 상급이라는 말인가요? 미첼 경에게 정확한 실력을 알아보라고 부탁을 해보죠.”
“그러면 자칫 대련을 하려고 할 텐데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모을 수가 있습니다.”
“한데 이상하군요. 용병이었다던데 행정아카데미에 있다니요?”
마가렛은 보고한 내용과 배치가 되는 내용이 있기에 재차 확인을 했다. 행정아카데미에 들어갈 정도라면 제법 머리가 좋아야 가능했다. 검술이나 싸움만 아는 용병이 그런 곳에 들어가는 것이 이상했다. 마가렛도 그런 인식을 쉽게 버릴 수가 없었다.
“아카데미에서 생활을 조사했는데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이런 행동은 검사들이 벽에 부딪칠 경우 하는 행동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제나나 예나도 현재 상급의 벽에 직면해 있고 그것을 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았다.
“아직 스무 살 생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상급의 벽에 직면해 있단 말인가요? 그 정도면 왕국에서 10년에 한 번 날까말까 할 검술 천재라는 말이군요.”
“그렇다고 추정은 하는데 정확히 확인된 내용이 없습니다. 트롤의 피, 그것도 특상급의 트롤 피를 그날 처분한 것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사이먼이 그날 한 일이 샅샅이 다 파헤쳐진 상황이었고 아카데미에서의 생활마저 전부 다 알려진 상황이었다. 그만큼 현장 근처를 배회한 10여 명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했고 그들을 습격한 자들과의 연관성을 검토한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누가 그들을 감시하는지 알 수 있는 일이기에 철저히 조사한 것이다.
“아카데미 성적도 좋은 편인데 우리가 영입하면 어떨까요? 쉽지 않겠죠?”
“용병이 된 것을 보면 어디에 얽매이는 성격은 아니라고 봅니다. 더구나 그간 행적을 보면 고분고분 시키는 것을 따를 성격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모른 척 놔두는 것이 우리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나는 전에 사이먼의 아버지 크라인을 프리타 용병대의 레온이 영입하려고 하다가 생긴 트러블을 알기에 그런 일이 재현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알면 다른 곳도 알 텐데 그냥 놔둘까요?”
“현재 아카데미에 있기에 접근이야 하겠지만 행동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크라인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성향을 짐작할 것이고 쉽게 따르지 않을 것도 알 것입니다. 왕실이야 나중에 졸업할 무렵에 나설 수도 있지만 성적이 아주 상위권은 아니기에 강하게 끌어들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제나를 보내어서 한 번 이야기라도 들어보도록 하면 어떨까요? 굳이 영입을 하지 않더라도 알아두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요. 나중에 임용을 신청할 것이라면 끌어들이고요.”
“그렇게 하는 것은 좋지만 그는 돈이나 다른 물질적인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가진 골드만 해도 상당한 양이니까요.”
마가렛은 크라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들었기에 그의 아들인 사이먼에 대해서 알게 되자 무척 궁금했다. 더구나 주변을 둘러보다가 슬쩍 봤지만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가지 했다.
만남
사이먼은 누군가 면회를 왔다는 말에 아카데미 입구로 갔다. 면회객 대기실에 가자 며칠 전에 스타리안 남작부인의 영애인 마가렛을 호위하던 여기사가 앉아 있었다.
“제나라고 한다. 네 아버지에게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와 같이 자랐다고 들었습니다.”
제나는 자신을 사이먼이 알고 있다고 하였지만 너무나 간단하게 말을 하니 막상 뭐라고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크라인은 잘 지내고 있겠지? 소식은 듣고 있지만 본 지는 벌써 20년이 지난 것 같다.”
“아버지야 잘 계시죠. 제가 나기 전에 왕도를 떠났으니 그 정도는 되었을 것입니다. 한데 이렇게 찾아오셔서 놀랐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하마. 우리는 너를 조사하다가 네가 크라인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얼마 전에 습격을 받는 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자들을 다 조사했다.”
“알고 있습니다. 저도 제 주변을 맴도는 사람을 모를 수는 없죠. 3일 전에 직접 찾아와서 살핀 것도 압니다. 그날 저를 시험까지 했는데 다른 사람이었다면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제나님이기에 그냥 지나간 것입니다.”
“역시 알고 있었구나. 미안하다.”
제나는 자신이 은밀히 탐지를 했지만 사이먼이 알고 있는 상황이라 결국 사과를 했다. 상대의 수준을 몰래 마나를 사용하여 탐지하는 것은 검사나 마법사의 금기를 범하는 것이었다. 사이먼은 제나가 먼저 사과까지 하니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온 것은 크라인의 안부도 묻고 앞으로 연락을 하고 지냈으면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날 봐서 알겠지만 나는 스타리안 남작부인의 영애를 모시고 있기도 하다. 서로 도움이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
“아버지의 지인 분을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 더구나 아무도 없는 이곳에 아는 분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행정아카데미에 있는 동안 많은 것을 배우려면 다른 일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습니다.”
사이먼은 완곡한 어조로 더 이상의 관계를 갖기를 거절했다. 아버지의 지인으로 제나를 대하는 것이 전부였다. 고아원 출신들 사이에 통하는 ‘고모’같은 가족적인 호칭을 적용하여 말을 붙인다면 상대가 좋아할 수도 있지만 사이먼은 그런 관계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크라인도 고아원 출신들 사이에 적용하려는 무조건적인 ‘형님’ 대접을 하지 않고 그저 선배로 대우하려고 하다가 일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사이먼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의 지인으로서 제나를 어른 대접은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생긴 것도 상당히 닮았지만 성향마저 크라인과 판박이구나. 시간이 되면 내가 머무는 스타리안 남작가를 한 번 방문하려무나. 그런데 행정아카데미를 졸업한 후에 무엇을 할 생각이냐?”
제나는 사이먼에게 궁금한 어조로 물었다. 이는 마가렛도 궁금해 하는 일이기도 했다.
“용병을 하던 중에 당분간 수련을 하기 위해 자격을 정지한 상태입니다. 졸업을 하면 자격정지 만료기간인 5년이 다 되어 가기에 용병일을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다.”
“결국 앤드류라는 자와 결판을 낼 생각이냐?”
“당연합니다. 제가 잘못이 없는데 자격을 정지시키고 자격을 박탈하려고 한 행위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제 이름과 주신 크로이엘님의 이름으로 천명한 것이기에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지금은 수련을 하는 중이고 용병의 자격을 다시 획득한 후에 정식으로 길드에 청원하여 명예를 회복할 자리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사이먼은 자신의 기세 일부를 내보이면서 그렇게 말을 했다. 제나는 사이먼이 내뿜는 기세를 접하자 사이먼의 수준에 대하여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중급에서 상급으로 넘어가는 벽에 직면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미 벽을 통과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이미 마나를 사용하여 수준까지 가늠한 상황에서 다시 확인하기 위해 묻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아 안으로 의혹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네가 그런 일에 휘말리는 것이 걱정이 되는구나. 현재 천사의 집이나 다른 곳 출신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가 않다. 그들이 처신을 잘못한 면도 있지만 더 이상 좋지 않은 일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한다. 네가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그렇게 명예를 회복한다고 하여 하등의 이익이 없다.”
사이먼은 갑자기 만류를 하는 말에 화가 나기 시작했지만 이런 증상이 생기는 것도 흑마법의 부작용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화를 억눌렀다.
“이득을 따지는 것보다 도리를 따지는 것입니다. 제가 그런 일을 당하고도 그냥 넘어간다면 남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대접을 하겠습니까? 잘못을 한 당사자는 그동안 많은 기회가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이먼의 태도가 완강한 것에 제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앤드류가 잘못했다고 사과할 사람이라면 그런 일 자체를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런 인간인 줄을 알면서도 책임을 묻겠다고 나서는 사이먼도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사이먼도 더 이상 그것에 관련하여 말을 하지 않았다.
사이먼은 제나가 왔다 갔지만 그의 일상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제나가 시간이 나면 스타리안 남작가에 찾아오라고 했지만 그곳을 방문할 생각이 없었다. 거기를 방문할 경우 행정아카데미에서의 평화로운 생활은 끝날 수밖에 없었다.
1,2서고에 들러 읽을거리를 찾았지만 적당한 책이 없자 제3 서고를 향해 이동을 했다. 등급이 오른 후에도 아직은 그곳에 갈 필요가 없어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제3 서고에 들러 한쪽에 마련된 자리 중에 적당한 자리를 잡고 책을 골라서 읽기 시작했다. 그 내용이 1,2 서고에 있는 책보다 조금 어렵거나 민감한 부분이 존재했다. 사실 어렵다기 보다는 자칫 오해를 할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 많았다.
왕실이나 귀족에 대한 견해를 서술할 때에 다른 책과 달리 노골적으로 모순점을 지적해 놓은 것이 많았다. 신분제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를 보였다. 전보다 보다 객관적으로 문제를 설명하고 있었다.
‘신중하지 못한 자가 읽고 함부로 인용을 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발생할 수 있겠군. 신분제 자체를 부정하는 언동을 함부로 할 수도 있겠군. 그러니 책을 읽을 자세가 되어 있는 2등급 이상에게만 공개를 하는 것이겠지.’
그런 책은 아무나 읽게 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한 마디로 최소한 세상물정을 알고 눈치가 있는 자들이 읽도록 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읽고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자들만 읽게 하려고 만든 제도였다.
사이먼은 책을 읽으면서 검술이나 마법과 다른 하나의 벽을 돌파하는 느낌을 받았다. 일종의 지혜가 높아지는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머리가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책을 읽는 것이나 일상생활 중에 깨달음으로 뭔가 자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외관이나 신체적인 변화는 없지만 내면에서 뭔가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단지 그런 사실 하나 인지했는데 세상을 감지하는 느낌이 달라진 것이 신기했다.
또한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한 것 같았다. 전에 비해 모든 것이 훨씬 선명하게 보였다. 육체적으로 변화가 없는 것 같은데 그 느낌이 달랐다.
‘이건 뭐지? 검술도 마법도 아닌 정신적인 각성인가? 뭔가 머리에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
그렇기에 주변을 살피고 곁에 있는, 도서관 안에 있는 사람을 살폈다. 도서관 안에 있는 사람을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감지하는 것은 전에도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그들의 마나까지 다 감지가 되는 것이 신기했다.
아울러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도서관에 적용이 된 마법진을 인지하는 것은 어려웠는데 마치 동굴에서 작은 마법진을 감지하는 것처럼 가능해졌다. 동굴에서야 집중을 하여 마나를 이용하였기에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그저 그 자리에 자신이 존재하는 것으로 감지가 가능했다.
‘여기 도서관에도 6서클의 마법진이 그려져 있군. 보존마법과 건조마법, 방화마법이 적용이 되어 있구나. 공기가 건조하면서 화재가 예방이 되게 하려고 엄청나게 복잡한 마법진을 적용했구나. 마법진 자체를 6서클 수준으로 만들어서 그 효율을 극대화시켰다.’
사이먼은 마법진이 저절로 해독이 되자 신기하기까지 했다. 이는 마나와는 무관한 것 같았다. 일종의 정신적인 초감각 같은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설마 이것이 바로 온전한 마스터가 갖는 영역인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실험삼아 그 감각의 범위를 최대한 확장하엿지만 일정 범위 이상은 감지가 불가능했다. 다시 축소하기 시작했고 조금 지나자 그 감지의 범위를 대부분 차단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건물에 적용되어 있는 마법진은 감각을 지우려고 해도 너무나 명확해서 지워지지가 않았다.
그 초감각의 감지 범위는 대략 반경 10m 정도 되어 보였다. 그것은 전에 만났던 마스터급 몬스터의 영역의 범위와 유사했다. 그런 면에서 확실하게 마스터급 몬스터와 대등한 수준이 된 것도 같았다.
‘이 범위 안에서는 모든 마나가 내 의지 안에 든 것 같이 느껴진다. 더구나 6서클 수준의 마법진까지도 내 의지로 조종이 가능할 것 같다. 마법진도 파괴하려고 하면 가능 할 것 같고 아예 작동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어 보인다.’
사이먼은 확실하게 자신이 영역을 확보한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언제라도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기에 마스터가 되었지만 영역이 없어 반쪽짜리 마스터였는데 마침내 영역까지 확보한 온전한 마스터로 거듭난 것이다.
특별한 수련을 하지 않고 그저 지식을 얻고 생각의 틀을 바꾸는 것으로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여러 가지 깨달음이나 성취를 얻었지만 순수하게 자신의 힘으로 얻은 것은 없었는데 이번의 깨달음은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기에 더 뿌듯했다.
그런 변화를 겪었는데 주변에서 아무도 모르는 것이 신기했다. 누구도 이상한 느낌을 받지 못한 것 같았다. 더구나 마법진이 가려주는 공간에서 그런 일이 벌어져 외부에서 감지하지 못하게 된 것도 다행일 수가 있었다.
(끝)